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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저처럼 아픈 아이들 고쳐주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나영이’ 첫 인터뷰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저처럼 아픈 아이들 고쳐주는 의사가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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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2주 됐나, 얘가 자꾸만 다리가 아프고 허리도 이상하다 하는 거예요. 수술이 뭐가 잘못된 건가 싶어 깜짝 놀랐어요. 그런데 얘기하는 거 들어보니 학교에서 기합을 받았더라고요.”

“토끼뜀 100번 했어요.”

나영이가 처음으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 아니, 왜?

“체육복 안 갖고 가서요.”



토끼뜀 100번

5학년이 되면서 체육 과목은 전담 교사가 가르치게 된 모양이다. 그런데 그 교사는 이 아이가 나영이인 걸 모르는 거다.

“4학년 때까지는 담임선생님이 체육 수업도 하시니까 얘를 적당히 배려해주셨어요. 전 올해도 당연히 그런 줄 알고 체육복을 안 챙겨 보냈죠.”

깜짝 놀란 아버지가 “체육선생님께 말씀드려 수업 빠지게 해주랴” 묻자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제 사정 얘기하고 빠질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그 기합을 다 받지도 않았을 게다. 그런 딸을 보고 아버지는 속으로 눈물을 흘렸다. 아무리 힘들어도 할 수만 있다면 보통 아이로 살고 싶어하는 마음이 절절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여자애들은 이 나이 때 화장실에 한꺼번에 들어가잖아요. 얘도 학교에선 같이 들어간대요. 전에 한번 얘기하는 걸 들었는데, 네 명이 같이 들어간 적도 있다네요. 그럼 자기는 아무리 급해도 친구들 다 일 볼 때까지 서서 기다리는 거예요. ‘야, 너 다 눴으면 빨리 나가’ 막 이러면서 장난처럼 내보내고 나서, 혼자 남아 일을 보는 거죠. 나영이 제일 친한 친구도 얘가 배변주머니 달고 있는 걸 몰라요. 그럴 때 보면 참….”

▼ 그때 혼나고 나서부터는 체육 시간에 체육복 갖고 가서 운동하니?

“네. 옆구르기도 하고, 뒤구르기도 할 줄 알아요.”

▼ 구르기까지 한다고?

몸을 굴리는 순간마다 배꼽 옆에 달려 있는 배변주머니가 얼마나 불편할까, 가슴 한쪽이 아릿해왔다. 아이는 그 표정을 영 못 믿겠다는 뜻으로 읽었는지, 곧장 소파 위에 올라가 구르기 동작을 해보였다.

“이런 거요, 이렇게.”

자랑스럽게 씨익 웃는다.

▼ 아, 정말 잘하네. 체육 잘하는구나.

“옛날에는 줄넘기 안 넘어지고 150개나 한 적도 있어요. 줄넘기 잘해서 상도 받았어요.”

▼ 지금은 더 잘하겠네.

“아니 지금은 못하죠.”

발랄하던 목소리가 금세 수그러들었다. 그사이 앞에 있는 어른이 제 몸 상태를 알고 있지만 사진 찍어 친구들에게 알리지는 않을 사람이라는 걸 확인한 아이는 굳이 뭔가 숨기려 하지 않았다.

“예전엔 체육이 좋았는데 지금은 제일 힘들어요.”

▼ 그럼 좋아하는 과목은 뭐야?

“수학…이랑…, 미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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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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