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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철녀들 24

미첼 바첼레트 칠레 최초 여성 대통령

증오를 거꾸로 돌리는 데 바친 삶… “고마웠어요, 대통령”

  • 허문명│동아일보 국제부 차장 angelhuh@donga.com│

미첼 바첼레트 칠레 최초 여성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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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죽음으로 바첼레트와 가족의 삶은 완전히 달라졌다. 피노체트 정권은 바첼레트 가족의 은행 거래를 모두 막아버리는 등 칠레에서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정부로부터 요주의 가족으로 찍히자 친지와 이웃들까지 바첼레트 가족을 멀리했다. 그러지 않아도 억울하게 아버지를 잃은 바첼레트의 마음에 반(反)정부 의식이 싹트지 않을 수 없었다.

칠레 탈출

아버지의 죽음 이전부터 민주화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바첼레트는 아버지가 죽은 후 정권의 감시가 날로 심해져감에도 지하 전위당으로 탈바꿈한 칠레 사회당을 돕는 위험(?)한 일을 감행한다. 학생 신분으로 사회주의 청년단 활동과 정치 수배자 원조 활동을 지속했다. 그러던 1975년 1월 어느 날, 집에서 밥을 먹다가 군인들에게 끌려가고 만다. 어머니와 함께였다. 바첼레트 모녀는 고문과 암매장으로 악명 높은 산티아고의 비밀 감금 장소에 갇혔다. 당시 피노체트 정권은 여성들에게도 모욕, 구타, 심지어 성폭행까지 했는데, 바첼레트 모녀는 성폭행까지는 아니더라도 모진 욕설과 구타를 당했다.

하지만 바첼레트는 기를 꺾지 않았다. 감방 안에서도 동료들을 치료해주면서 격려했다. 1년여 지난 어느 날 아버지를 존경해온 일부 군인들의 도움으로 바첼레트는 어머니와 함께 천신만고 끝에 칠레를 탈출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남동생이 정착해 있는 호주로 망명한다.

바첼레트는 호주를 거쳐 사회주의 나라인 동독에 살기로 결정한다. 당시 동독에는 바첼레트처럼 군부독재의 탄압을 피해 망명한 칠레 민주인사가 여럿 살고 있었다. 바첼레트는 훔볼트대학에 입학해 의학공부를 계속한다. 영원히 고향에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는, 앞날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



고통의 나날이 이어지는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았던 그는 그곳에서 첫 인연을 만나 결혼에 이른다. 상대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망명자인 칠레 출신 건축가 호르헤 다발로스(Jorge Da‘valos)였다. 바첼레트는 그와 결혼해 맏아들 세바스티안(Sebastian)을 얻는다.

비록 이국땅이지만 가정을 꾸리고 안정적인 생활을 시작한 바첼레트의 삶이 또 한 번 바뀐다. 1979년 피노체트 정권이 정치범들에 대해 대거 사면을 실시하면서 바첼레트 모녀에 대해서도 추방령을 철회한 것이다. 그녀는 마침내 꿈에도 그리던 고향 칠레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학업을 계속해 1982년에 대학을 졸업하고 외과 의사 자격을 취득한다.

바첼레트는 일반 개업의를 하고자 했지만 정부가 불허하는 바람에 4년 동안 스웨덴 정부가 운영하는 로베르토 어린이병원에서 소아과 전문의 과정을 이수하기로 한다. 이 기간 그녀는 ‘국가 비상사태에 의한 피해 아동 보호단체’라는 비정부 기구에서 일했는데, 산티아고 및 칠레 전역에서 고문당하거나 실종된 사람들의 아이들을 돕는 단체였다.

바첼레트는 1986년부터 1990년까지 의료 부서 책임자로 이 단체를 이끌었다. 그리고 1984년 둘째이자 맏딸인 프란시스카(Francisca)를 낳는다. 하지만 얼마 후 이혼하고 만다. 보수적인 칠레사회에서 이혼, 특히 여성의 이혼은 낙인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바첼레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내면이 이끄는 대로 살아온 그는 이후에도 비교적 자유로운 연애를 하는데 이혼 이듬해에는 알렉스 보코비치(Alex Vojkovic)라는 사람과 사랑에 빠지기도 했다. 알렉스 보코비치는 1986년에 피노체트를 암살하려고 시도했던 무장단체의 대변인이었다. 2년간 동거했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이뤄지지 못했다. 바첼레트는 당시 피노체트 정권에서 고문당한 희생자 가족에게 의료행위를 제공하는 데 몰두했다. 알렉스 보코비치가 그녀를 정치활동에 끌어들이려 했지만, 바첼레트는 반체제 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신념에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 두 사람은 결국 헤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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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명│동아일보 국제부 차장 angel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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