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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의 읽으며 생각하기

고전 읽기, 가장 인간답고 나답게 사는 길

  • 고승철│저널리스트 koyou33@empas.com│

고전 읽기, 가장 인간답고 나답게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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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는 서양 문학의 출발점인 작품이다. 내용은 2800여 년 전의 지중해 부근에서 벌어진 트로이아 전쟁. 그러니 당시 상황과 매우 다른 시대에 살아가는 오늘날 한국인은 텍스트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더욱이 산문이 아니고 서사시 형식이어서 이런 글 읽기가 익숙하지도 않다. 그리스어 원전을 한글로 옮긴 천병희 교수의 번역본은 우리말 운율을 살린 점이 돋보인다. 저자 강유원 박사는 “서사시는 본래 사람들 앞에서 읊조리던 것”이라며 “우리도 소리를 내서 읽어보면 그 흥취를 좀 더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일리아스’의 주인공 아킬레우스는 다양한 변화를 겪은 후 세상을 움직이는 거대한 법칙 아래 겸허해진다. 진정한 영웅만이 이렇게 할 수 있다. 저자의 명쾌한 해설을 읽으면 ‘일리아스’뿐만 아니라 호메로스의 또 다른 대표작인 ‘오뒷세이아’도 읽고 싶어지리라. 프랑스의 소설가 아나톨 프랑스는 “모든 서양문학은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의 재구성에 불과하다”고 갈파한 바 있다.

‘신곡’을 큰 소리로 읊어보라

단테의 ‘신곡’이 불후의 명작이라는 사실은 잘 안다. 하지만 원전 또는 완역본을 읽은 이는 흔치 않다. 완독하기가 어렵기는 하지만 고전 읽기에 맛을 들인 독자라면 ‘신곡’ 완독에 도전할 것을 저자는 강력히 권유한다. 문학 역사상 최고봉에 오른 몇 작품 가운데 하나란다. ‘신곡’이 서사시인 만큼 이왕 읽는다면 낭송하는 게 좋다고 한다. 아르헨티나의 소설가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도 “훌륭한 시는 작은 소리나 속으로 읽으면 곤란한데 단테의 신곡은 그래서 큰 소리로 낭송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탈리아어 원문으로 읽으려면 주세페 반델리가 주석을 단 표준판본이 좋다고 한다. 한국인 가운데 이탈리아어 ‘신곡’까지 찾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의문스럽지만…. 롱펠로 시인이 정리한 영역본을 읊는 재미도 대단하단다. ‘신곡’은 지옥편·연옥편·천국편으로 구성돼 서양문화의 뿌리인 기독교 세계를 설명한다. 성경을 옆에 두고 함께 읽으면 더욱 좋겠다. 일본에서는 50년 이상 ‘신곡’을 연구한 이마미치 도모노부 전 도쿄대 교수가 있고 1000쪽이 넘는 ‘단테 백과사전’이 출판됐다. 서양 고전을 수용하는 차원이 한국보다 높음을 알 수 있다.



정치학의 고전인 ‘군주론’은 군주가 갖추어야 할 덕목으로 무력과 설득력을 꼽았다. 무력과 설득력을 합치면 헤게모니가 된다. 흔히 무력은 사자로, 설득력은 여우로 비유한다. 따라서 군주는 사자처럼 용맹스러우면서도 여우처럼 영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저자 마키아벨리(1469~1527)가 살았던 시대는 중세 말기~근대 초기였다. 피렌체에서 태어난 그는 동향(同鄕) 선배 단테(1265~1321)와는 크게 달라진 환경에 놓였다. 자유도시국가 피렌체보다는 ‘통일국가 이탈리아’를 갈망했다. 통일을 이루려면 추진력과 지혜를 겸비한 군주가 필요했다. 그 이상적 인물을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제시한 것이다.

논어, “예(禮)로 돌아가라”

마키아벨리 사후 60년쯤 지나 프랑스에서 태어난 데카르트(1596~1650)는 ‘30년 전쟁’(1618~1648)을 직·간접적으로 체험했다. 이 전쟁은 가톨릭과 프로테스탄트 사이의 종교 다툼으로 시작했으나 차츰 싸움을 위한 싸움으로 변질됐다. 유럽대륙에는 살육의 광풍이 불었다. 데카르트는 불안과 불확실성이 만연한 전쟁 시기에 가치 있는 삶을 찾으려 사색에 빠졌다. 전통 규범과 질서가 무너졌으니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종교보다는 인간 이성(理性)을 중시해야 했다. ‘방법서설’이라는 명저를 내놓은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라 외쳤고 인간은 자연의 주인이자 소유자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개인이 가족, 국가, 공동체와의 연결고리를 끊고 ‘홀로 서기’하는 개인중심주의는 데카르트에게서 비롯됐다. 데카르트는 철저하게 개인의 주체성을 내세웠다.

폴라니(1886~1964)는 명저 ‘거대한 전환’에서 자기조정 시장이 붕괴하면서 문제가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근대 세계는 ‘데카르트적 자아’라는 형이상학적인 토대부터 잘못되는 바람에 뒤틀렸다. 독자적 개인을 강조했는데 그렇게 하다가는 체제가 무너질 듯하니 개인을 집단 속에 무자비하게 집어넣었다는 것이다. 개인을 맷돌로 갈아버리는 파시스트 체제로 귀결됐다고 폴라니는 개탄했다.

동양 고전의 대표 선수 격인 ‘논어’에서 공자는 인(仁), 의(義), 예(禮)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인’은 ‘의’를 기준으로 삼아 자기를 끊임없이 이겨내고 ‘예’로 돌아가는 활동이다. ‘예’로 나아가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학(學)과 습(習)이다. 공부가 필수 요소라는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 강의에서 “삶이 지탱되는 한 우리는 공부를 게을리해서는 안 되고 무엇보다 고전 읽기에 열중해야 한다”면서 “그것이 가장 인간답고, 나답게 공들여 사는 길”이라 역설했다.

이 책에서 다룬 고전 가운데 아직 읽지 않은 것들을 일단 갖고 싶어졌다. 여러 번역본 가운데 어느 것이 가장 좋을지 살피려 서점에 들러 주말 한나절을 꼬박 보낼 작정이다. 이 책에서 언급한 숱한 참고 서적도 돈을 아끼지 않고 사련다.

신동아 2010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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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저널리스트 koyou3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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