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7월호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外

  • 담당·구자홍 기자

    입력2010-07-06 17: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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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_ 김서령 지음, 중앙북스, 272쪽, 1만3000원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外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는 남의 글을 차용한 제목이다. 저 말을 처음 듣고 나는 꽤 큰 위안을 받았다. 내게 부여된 시간을 한참이나 허송해버린 것을 알았을 때, 무를 수도 돌아설 수도 없이 해가 이미 중천을 넘어가고 있는 것을 자각했을 때 슬며시 위안의 손길을 내밀어준 말이었다. 넌 아직 태어나지 않은 거야. 이건 준비과정일 뿐이야. 늦지 않았어. 조금씩 천천히 걸어 나가면 돼!

    11명의 인터뷰를 모아놓고 생텍쥐페리가 썼던 저 구절로 제목을 삼기로 마음먹었다. 이 책에 실린 사람들의 삶이야말로 천천히 태어나는 현장을 보여준다. 그건 늦은 성공을 거뒀다는 말과는 별개다. 한 가지 목표를 향해 꾸준히 걸어갔다는 말에 가깝지만 그것만도 아니다. 생의 마지막에 결국 죽음이 버티고 있다는 것쯤이야 누구나 다 안다. 제 삶에서 그걸 목격하지 않은 이가 누가 있으랴. 저 말은 죽음이 즉 새로운 탄생이며 그게 곧 삶의 완성이란 의미를 포함한다. 그러니 오늘 살아감이 새로운 탄생을 위한 준비라고 슬쩍 귀띔하는 말이다.

    책 안에는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열한 분의 삶의 내용이 담겨 있다. 물론 부족함투성이다. 한 사람의 경험을 원고지 100여 장 분량에 녹여낸다는 것이 애당초 불가능했고 내 글의 힘이란 것도 치열한 삶 자체를 담기에는 언제나 함량미달이었다. 그러나 어설픈 대로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걸어갔는 지를 보여주려고 나름 노력했다.



    우린 누구나 똑같은 시간을 부여받는다. 살아 있는 한 누구나 똑같이 스물이 되고 쉰이 되고, 급기야 일흔이 된다. 각자에게 배당된 수십 년 세월을 어떻게 쓰느냐는 전적으로 개인의 선택이다. 이 책에 담긴 열한 분은 한 곳 골인 지점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간 이들이다. 그 목표가 장사익은 노래였고 박대성은 그림이었고 최인호는 소설이었고 조태권은 한국문화였다. 그들은 골인 지점이 확실했기에 결국 도달할 수 있었다. 나는 제 삶의 출발선에 선 젊은이들에게 이 책을 통해 바로 그것을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프롤로그에다 설익은 계몽주의자 흉내를 내며 감히 이렇게 썼다. ‘삶이란 오래 염두에 두고 나아가면 결국 원하는 곳에 닿는 법이다!’라고.

    아니, 굳이 젊은 독자가 아니라도 좋다. 마흔이나 쉰을 넘긴 독자에게도 손을 내밀고 싶었다. 아버지가 읽고 아들에게 건네주는 책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동시대에 성공한(삶에 성공과 실패를 무슨 수로 가르랴만 제 분야에서 이름을 얻은 것을 일단 성공이라고 가정한다면) 이들의 경험과 말에서 제 삶의 팁을 얻기를 바랐다. 변함없는 진리를 찾기 어려운 시절에 같은 시대를 살아온 다른 사람의 삶만한 텍스트는 없다는 것이, 지난 20년간 인물 인터뷰로 원고료를 벌어온 나의 변함없는 믿음이었기 때문이다.

    김서령│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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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개미들을 위한 워런 버핏 따라하기 _ 조용준 지음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外
    워런 버핏의 가치투자를 한국의 투자환경에서 실행할 수 있는 투자 지침이 이 책에 담겨 있다. 저자는 주식을 기업의 소유권으로 본 버핏의 투자 철학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워런 버핏식 가치투자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기업의 자산가치 분석’‘기업의 성장가치 분석’‘투자 타이밍과 투자기간’ 등으로 나눠 소상히 풀어내고 있다. 단순히 버핏식 투자방법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기업들을 분석하고 최종적으로 종목을 고르는 과정까지 제시한다. 이처럼 투자 실전에서 응용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를 준다는 것이 기존의 워런 버핏 투자서와 다른 점이다. 또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 등 한국의 내로라하는 가치투자자 7명의 인터뷰와 저자가 추천하는 장기투자 유망주 10선을 상세한 기업분석과 함께 실었다. 부키, 288쪽, 1만4000원

    경제생활백서 _ 이경은 지음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外
    “월급 모아서는 서울에 집 한 채 못 사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불평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 게 현실이다. 부동산이든 주식이든 대부분의 자산은 값이 비싸졌고, 아무리 둘러봐도 부모세대처럼 큰 수익을 거둘 만한 투자 기회는 많지 않아 보인다. 그럼에도 대안이 마땅히 없다보니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너도나도 재테크에 매달린다. ‘경제생활백서’는 재테크에 실패하는 사람들이 범하기 쉬운 잘못들을 지적하고, 지금 이 순간 적용 가능한 가장 정직하고 적절할 경제 해법을 제시한다. 재테크에 무관심했던 저자가 직접 시행착오를 숱하게 겪은 덕분에 일반 투자자들의 심경과 눈높이를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 재테크 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터득한 돈의 흐름을 읽는 통찰력이 돋보인다. 재테크에 막연하게 관심을 갖고 있는 독자에게 친절한 길라잡이 역할을 해줄 것이다. 비아북, 286쪽, 1만3000원

    상식파괴자 _ 그레고리 번스 지음, 김정미 옮김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外
    세상을 이끄는 사람들은 변화의 선두에 선다. 그리고 변화의 선두에 서기 위해서는 상식을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되돌아보면 우리가 현재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모든 것은 현존하는 틀을 깨고 자신의 생각을 용기 있게 추진했던 사람들로부터 비롯됐다. 가령 우리는 MRI(자기공명영상) 장비가 없는 병원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 하지만 MRI는 모든 연구자가 NMR 신호의 잡음이라고 간주해버린 것을 1970년대의 화학자 폴 로터버가 사진으로 만들려고 착안한 데서 비롯됐다. 그러려니 하고 현상을 받아들이면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진정한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상식파괴적인 사고와 전략이 필요하다. 이 책은 여러 상식파괴자의 사례를 통해 어떻게 상식파괴적인 생각으로 변화의 선두에 설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비즈니스맵, 376쪽, 1만5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청년 기업가정신 _ 김현정 지음, 토네이도, 332쪽, 1만3000원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外
    바야흐로 스티브 잡스 전성시대다. 애플 CEO 스티브 잡스는 왼손으로 하드웨어 산업을, 오른손으로 소프트웨어 산업을 일으키며 전세계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한국의 스티브 잡스를 찾아, 세상에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청년 기업가 29명을 인터뷰했다. 그들은 IT 벤처, 온라인 쇼핑몰, 교육사업, 음악·영화·출판사업, 농수산물 유통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유쾌하지만 치열하게 자신들의 꿈을 펼쳐나가고 있었다.

    내가 만난 청년 기업가들은 지하 단칸방에서, 원룸에서, 남의 사무실 한쪽에서, 길거리 노점에서 자신의 회사를 시작했다. 학비가 없어 학업을 중단하고 끼니 걱정을 했던 스티브 잡스가 창고에서 창업했듯, 현실의 비루함은 그들의 도전에 전혀 장애가 되지 못했다. 인터뷰를 하며 가장 설렘을 느낀 순간은 어두컴컴한 지하 사무실 문 앞에서였다. 잘못 찾아온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늦은 저녁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은 무서웠다. 그런데 문 저편에서 왁자한 소리가 들려왔다. 늦은 시간까지 일하는 젊음의 열기가 문밖으로 그대로 전해져 심장이 쿵쾅거렸다. 문을 열고 들어선 지하 사무실에는 시작하는 이들의 설렘, 흥분, 기대, 긴장, 불안이 엉켜 있었다. 백만장자도 돈으로 살 수 없는 그 야릇한 공기가 세상을 바꾸는 청년 기업가들의 밑천이었다.

    가만히 있는데 저절로 성공하는 신화는 없다. 청년 기업가들은 꿈속에서도 일할 정도로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었다. 자기경영카페 더퍼스트펭귄 최재영 대표는 직장인일 때보다 정확히 2.5배 더 많이 일을 하지만, 밤에 자려고 누워도 일 생각만 나는 통에 ‘자기 전에 회사 생각 안 하기 운동’을 하고 있다. 고질적인 사회문제에 대한 창조적인 해결책을 찾아내 수익을 얻는 Passion Design 염지홍 대표는 스스로를 기회를 만드는 ‘기회주의자’라 표현한다. 명함을 주고받은 1000명이 넘는 사람에게 주 5회 뉴스 레터를 보내 기회를 만들고 있다. 청년 기업가들은 환경을 탓할 시간에 진한 땀 냄새와 벗해 결과를 만들어내는 이들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은 부귀영화가 아닌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는 지금 우리에게 절실한 기업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어떤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사람(起業家)’이라고 했다. 마이크임팩트 한동헌 대표는 강연 콘서트를 개최해 지식과 지혜를 존중하고 경청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휴모션 김성진 대표는 생각만으로 운전할 수 있는 꿈의 자동차를 개발해 장애인도 운전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들었다. 이러한 기업가정신은 한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차세대 동력이다.

    ‘청년 기업가정신’은 성공한 사업가들의 남다른 수완이 아니라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걷는 젊은 기업가들의 열정을 담고 있다.

    김현정│‘한국의 기획자들’ 공동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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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명마니아 _ 글·그림 요네하라 마리, 심정명 옮김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外
    ‘발명마니아’에는 엉뚱한 발명으로 이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요네하라 마리식 발명 100가지가 담겨 있다. 예컨대 요네하라 마리는 ‘놀이’란 비생산적이고 비실용적이라는 편견에 의문을 갖고 ‘만약 노는 만큼 에너지가 절약된다면?’이라고 상상한다. 놀 때 생기는 에너지를 동력으로 전환하는 장치를 갖춰 놀이터나 피트니스 센터에서 생기는 에너지를 활용해보자는 것이다. “요즘 복도랑 계단 전등이 잘 안 들어오나? 좋아, 지하 피트니스에서 땀 좀 흘리고 올까.” 즉 피트니스 센터 운동기구를 펌프와 연동해 아파트 저수탱크의 물을 채울 수도 있고, 공용 공간의 전등을 켜거나 엘리베이터용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아이디어가 현실이 된다면 머지않아 사전에서 ‘놀다’를 찾으면 ‘즐기면서 에너지 절약과 환경 보호에 공헌하는 일’이라는 뜻이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마음산책, 512쪽, 1만5000원

    뉴머러티 _ 스티븐 베이커 지음, 이창희 옮김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外
    휴대전화 통화, e메일 발송, 인터넷의 마우스 클릭, 프로그램 다운로드, 톨게이트 통과 등. 사람들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개인 정보를 남기고 다닌다. 우리를 둘러싼 기계가 스마트해지면 스마트해질수록 우리가 뿌리는 정보의 수도 늘어난다. 야후나 구글 같은 업체는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노출하는 이러한 사항들을 데이터화함으로써 매달 평균 한 사람당 2500건의 정보를 수집한다. 뉴머러티(Numerati)는 숫자를 뜻하는 ‘number’와 지식 계급을 뜻하는 ‘literati’가 합쳐진 신조어로,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이들이 하는 일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흘린 정보를 수학과 통계학을 바탕으로 데이터화해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이다. 이러한 데이터를 가지고 그들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세종서적, 304쪽, 1만3500원

    JUSTICE 정의란 무엇인가 _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外
    민주사회에서 삶은 옳고 그름, 정의와 부정에 관한 이견으로 가득하게 마련이다. 어떤 사람은 낙태 권리를 옹호하나 다른 사람은 낙태를 살인으로 간주한다. 어떤 사람은 부자에게 세금을 거두어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공정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은 노력으로 번 돈을 세금으로 빼앗는 행위는 공정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자유·민주사회에서 정의와 부정, 평등과 불평등, 개인의 권리와 공동선에 관해 다양한 주장과 이견이 난무하는 이 영역을 어떻게 이성적으로 통과할 수 있을까? ‘정의란 무엇인가’는 이러한 질문에 명쾌하게 대답한다. 저자 마이클 샌델은 극적이고 도전적인 발상을 선보이면서, 철학을 이해하면 정치와 도덕 그리고 자신의 신념을 분명하게 알게 된다고 강조한다. 그는 정치 성향에 상관없이 익히 들어온 논쟁에 대해 새롭고 명쾌한 방식으로 고민해보라고 권유한다. 김영사, 404쪽, 1만5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세상을 바꾼 놀라운 정책들 _ 조성주 외 지음, 유니스토리, 246쪽, 1만2500원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外
    일반적으로 선거에는 인물, 구도, 이슈가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이중에서 그간 한국사회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구도와 인물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양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선거전문가들이나 정치인들이 대한민국 국민의 정책에 대한 민감도가 커졌다고 이야기한다. 과거에는 지역이나 후보에 대한 개인 호불호를 기준으로 투표했다면, 이제는 특정 정책이 구체적으로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지 여부를 따져 투표한다는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2008년 총선에서는 뉴타운 정책이 이슈가 되었고, 6·2지방선거에서는 무상급식 정책이 큰 이슈가 됐던 것은 그만큼 국민들의 정책 민감도가 높아졌다는 방증이다. ‘세상을 바꾼 놀라운 정책들’은 전세계에서 시행돼 세상을 바꾸기도 하고 바꿀 뻔하기도 했던 여러 분야의 정책들을 쉽게 설명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1부에서는 현재 한국사회에서 심각한 갈등을 만들어내는 문제들을 다루면서 해외에서는 어떻게 해결했는지 성공 사례들을 소개했다. 해외의 성공 경험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한국사회에서 가장 첨예한 사회갈등들에 대해 진보진영에서 책임 있는 정책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 해외의 성공적인 사례들을 소개하고자 했다.

    2부와 3부에서는 빈곤문제, 가난의 문제를 해결한 정책과 한국경제가 유난히 취약한 금융부문의 문제를 다루었다. 4부와 5부에서는 민주주의의 문제와 기후변화시대를 맞이해 서민들의 삶을 개선할 가능성이 있는 정책들을 소개했다. 그리고 마지막 6부에서는 비록 실패로 끝났으나 유럽 사민주의 정당에서 시도했던 생산수단에 대한 사회화 정책을 다루면서 그 의미를 되짚어보았다.

    책을 집필하면서 가장 고민한 부분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교조주의’다. ‘교조주의’란 대부분 우리가 살아가는 구체적인 현실에 근거하지 않았을 때 발생한다. 인간사 만물은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독자들이 이미 잘 알고 있듯이 ‘자연과학’조차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는다. 뉴턴의 역학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으로 대체되어가는 과정이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소위 ‘사회과학’은 말할 것도 없고 특히나 구체적인 현실을 다루는 ‘정책’은 더더욱 시간과 공간의 제약과 조건을 따져야 한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정책입안자들, 정치인들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언제 어디서나 적용되는 ‘만능열쇠’ 같은 정책이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편향된 시각은 시급하게 교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불가능한 정책이란 없다. 허황한 정책도 없고 늘 올바른 정책도 없다. 오직 변치 않는 것이 있다면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고, 향유하는 좋은 정부, 좋은 정치, 그리고 좋은 시민이 있을 뿐이다.

    조성주│‘대한민국 20대 절망의 트라이앵글을 넘어’ 저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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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력의 탄생 _ 레슬리 겔브 지음, 원은주 옮김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外
    가장 냉혹한 권력 사용법을 제시한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 지난 수세기 동안 수많은 권력자로부터 모범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21세기가 되면서 권력의 세계에는 지금까지 없었던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강자는 과거의 방식으로 약자를 지배할 수 없게 됐고, 약자는 저항할 수 있게 됐다. 양극단의 이데올로기 대결도 더 이상 주도적인 역학으로 작용하지 않는다. 새로운 권력의 시대에 들어선 이상 권력의 사용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권력이란 마치 양날의 칼과 같아서 현명하게 사용하면 정확히 원하는 것을 얻어내고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지만, 서투르게 권력을 사용하면 기회마저 위기로 바꾸고 스스로에게 해를 입힐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선거를 통해 선출된 오늘날의 권력자들에게 시대 변화에 맞게 권력을 사용할 것을 조언한다. 지식갤러리, 408쪽, 2만5000원

    김미경의 아트 스피치_ 김미경 지음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外
    불후의 명곡이 과학적인 구조를 갖고 있듯 스피치도 콘텐츠, 청중, 공간 언어, 채색, 몸짓 언어가 잘 짜여 있어야 한다. 스피치에는 콘텐츠가 가장 중요하다. 그 다음에는 청중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청중과의 심리적 거리를 가깝게 만드는 공간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아트 스피치의 가장 큰 특징은 스피치에 악상기호를 넣어 입체적으로 채색을 한다는 것이다. 바로 뮤직 스피치다. 스피치에서 말이란 내가 한 말이 아니라 청중의 귀에 들린 말이기 때문이다. 콘텐츠에 악상기호를 넣어 입체적으로 채색한 뒤에는 몸짓 언어를 마스터해야 한다. 바로 비주얼 스피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스피치가 미국인의 심금을 울린 이유도 이 5가지를 완벽하게 구사해, 마치 ‘교향곡을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처럼 콘텐츠에 맞춰 춤을 췄고 청중을 콘서트 관객을 대하듯 했기 때문이다. 21세기 북스, 332쪽, 1만5000원

    TOKYO DAY · NIGHT _ 글 이윤진 / 사진 장승윤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外
    짧은 여행 일정에 더 많은 것을 보고 체험하는 비결은 ‘아침과 저녁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셔터가 내려진 대도시의 썰렁한 아침과 흥청거리는 저녁 시간을 낯선 관광객이 제대로 즐기기란 쉽지 않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TOKYO DAY · NIGHT’에서는 아침 일찍 찾아갈 수 있는 공원과 절, 진자, 미술관 등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도쿄 최고의 이자카야부터 야키토리야, 남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스트립 극장 등 다양한 밤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를 안내한다. 아울러 고서점과 대형서점 등 일본인의 독서문화, 세계적인 건축가들의 명품 건물과 대대로 전통을 이어가는 시니세, 샐러리맨 문화, 갸르 문화 등 일본의 다양한 문화를 엿볼 수 있도록 그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장소와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동아일보사, 396쪽, 1만68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알파독 _ 제임스 하딩 지음, 이순희 옮김, 부키, 351쪽, 1만6000원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外
    마키아벨리 이전에 윤리학이었던 정치학은 마키아벨리 이후 과학이 되었다. 정치학이 과학이 되었어도 정치에서 물리 법칙과 같은 과학적 예측은 여전히 불가능했다. 정치학의 대상인 인간의 행동과 행태의 불가측성 때문이었다.

    인간 행동에 대한 정치학적, 정치적 관심은 권력의 향배가 대중의 선거에 의해 결정되는 현대에 들어 더욱 고조되었다. 특히 TV토론과 광고가 선거운동의 효과적인 수단으로 등장한 1980년대 이후 정치 이미지와 토론기법은 물론 정치상품의 최종 소비자인 대중의 정치상품 구매 행태에 대한 통계학적, 실증적 연구는 단순한 학문적 호기심의 수준을 넘어 현실정치를 분석, 운영하는 핵심영역으로 부각됐다.

    이 책 ‘알파독’이 추적·분석한 소여 밀러 그룹은 1980년대 이후 우후죽순처럼 출현한 1세대 정치·홍보 컨설팅 그룹 중 선두주자다. 소여 밀러 그룹은 미국뿐만 아니라 베네수엘라, 칠레 등 남미 여러 나라와 필리핀, 한국 등 아시아까지 진출해 활동했는데 이들이 이렇게 세계의 선거판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도 1세대 정치·홍보 컨설팅 그룹으로서 경쟁자가 별로 없었던 때문이다.

    이들이 출현한 지 20여 년, 그 사이 정치·홍보 컨설팅 세계도 많이 변했다. 딕 모리스 그룹과 칼 로브 그룹이 이끄는 현대의 정치·홍보 세계는 그야말로 치열한 백병전의 세계다. 칼 로브는 고정지지층(전통적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갈라치기 전략으로 조지 부시를 두 차례 당선시켰지만 부시의 대통령 집무를 성공적으로 뒷받침하지는 못했다. 세력 간 분열을 극대화하는 갈라치기 전략과 국민통합을 지향해야 하는 국정 운영을 양립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딕 모리스는 중간층 끌어안기 전략으로 클린턴을 당선시켰다. 오바마의 당선도 중간층 끌어안기 전략이 주효한 결과다. 이 전략은 선거 후 국정 운영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선거와 국정 운영의 일관성을 유지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선거 전략에도 칼 로브의 갈라치기 전략과 딕 모리스의 중간층 끌어안기 전략이 동원되고 있다. 2007년 대선에서는 중간층 끌어안기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한 이명박 후보가 압승을 거뒀다. 이명박 대통령은 집권 초 구사하던 갈라치기식 국정 운영이 촛불 정국을 초래하고 지지도가 10%대로 추락하자 국정 쇄신을 내걸고 친서민 중도실용주의를 표방했다. 중간층 끌어안기 전략으로 복귀한 것이다. 그 결과는 40%의 안정적 지지도 확보였다.

    6·2지방선거에서 여야는 과연 어떤 전략을 썼을까. 이들의 전략은 과연 선거에도 도움이 되고 선거 후 국정 운영에도 도움이 될까. 그 이전에 우리 정당들은 제대로 된 정치·홍보 컨설팅을 받으면서 선거를 치르고 있는 것일까?‘알파독’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 같은 의문에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고성국│정치평론가, 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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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리진이 되라 _ 강신장 지음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外
    보고 베끼는 경영이 불가능한 현실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선택은 ‘오리진(origin)’이 되는 것뿐이다. 남이 모방할 수 없는 무언가를 창조해야만 생존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많은 이가 말하는 ‘창조경영’의 본질이다. 저자는 ‘오리진’으로 거듭나기 위한 영감의 원천으로 ‘사랑’을 첫째로 꼽았다. 누군가를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비로소 그 사람이 가진 아픔과 고통, 갈망을 볼 수 있다는 것. 그 관찰의 결과를 갖고 아픔을 기쁨으로 바꾸기 위해 노력해 예상을 깨는 새로운 시간을 선사하는 것이 바로 창조라고 말한다. 저자는 사랑에서 시작한 여정이 고통과 기쁨, 시간과 공간, 융합, 콘셉트, 터치, 소울, 스토리, 느림 등으로 나아가는 과정에 창조적 영감을 키울 수 있는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쌤앤파커스, 276쪽, 1만4000원

    넥스트 아시아 _ 스티븐 로치 지음, 이건 옮김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外
    ‘넥스트 아시아’에서 저자 스티븐 로치는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떠오른 아시아의 미래를 전망하고, ‘아시아 세기’로 나아가기 위한 도전 과제를 함께 제시했다. 그는 책에서 “많은 경제전문가들이 세계 경제의 중심이 이미 서구에서 아시아로 이동해 ‘아시아 시대’가 도래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위해선 아시아 스스로 ‘두렵지만 과감한 변화’를 통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가 아시아 경제의 체질 개선을 불러왔다면 최근의 금융위기는 새로운 성장모델을 찾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아시아가 세계 경제를 이끌기 위해서는 대외 수요 의존도를 낮추고 내수시장 증진을 통해 균형 잡힌 성장모델을 갖추는 게 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북돋움, 544쪽, 2만5000원

    철학자들의 언론강의 _ 존 머릴 지음, 김동률 편역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外
    어렵게 견습기자 시험을 쳐서 언론사에 입문하게 되면 가장 곤혹스러운 것이 경찰이나 검찰 사칭문제다. 선배들로부터 묵시적으로 그렇게 하도록 배우고 또 그래야만 취재가 가능한 사건이 의외로 많다. 그러나 성경을 읽기 위해서 촛불을 훔치는 것이 용인되기 어려운 것처럼, 비록 공익을 위한 목적이라 하더라도 순순히 옹호하기에는 뭔가 불편하다. 이처럼 동기의 순수성과 절차의 정당성은 언론현장에 상존하는 갈등의 가장 큰 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류의 질문에 대한 명쾌한 답은 쉽지 않다. ‘철학자들의 언론 강의’는 이 같은 고민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모두 38명의 세계적인 철학자의 주장을 언론현장에 대입시킨 존 머릴 미주리대 석좌교수의 ‘Legacy of Wisdom’을 기본으로 우리의 사례를 대폭 덧붙여 편역으로 펴냈다. 나남, 248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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