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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에게 경영을 묻다 ⑩

德治, 그 낮춤과 비움의 힘

힘 앞엔 굴복, 덕 앞엔 심복(心服)

  • 배병삼│영산대 교수·정치사상 baebs@ysu.ac.kr│

德治, 그 낮춤과 비움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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德治, 그 낮춤과 비움의 힘

경복궁 근정전의 어좌와 일월오악도 병풍.

천리마 ‘기’를 명마로 손꼽는 것은 천리를 재빨리 달리는 속력(力) 때문이 아니라, 말 탄 사람의 뜻에 맞춰 배려하는 힘, 곧 ‘덕(德)’ 때문이라는 것. 우선 공자가 힘의 범주를 역(力)과 덕(德)의 두 차원으로 구분하고 있음에 주목하자. 즉 공자는 힘의 세계에 근대 서구 정치학(마키아벨리즘)에서 상식으로 통용되는, 그리고 춘추시대 당시에 가득했던 폭력과 권력이라는 1차원적인 힘뿐만 아니라, 눈에 보이진 않지만 ‘덕의 힘’이라는 전혀 다른 성격의 힘이 공존하고 있음을 알았던 것이다. 맹자의 다음 발언은 공자가 발견한 힘의 두 범주를 맹자도 알았음을 증거한다.

맹자가 말했다. “힘(力)으로써 사람을 복종시키면 심복하지 않는다. 힘이 부족하기에 굴복할 뿐이다. 반면 덕(德)으로써 사람을 복종시키면 그 마음으로부터 기뻐서 진정으로 따른다. 마치 70 제자들이 스승 공자에게 그러했듯.”(以力服人者, 非心服也, 力不贍也. 以德服人者, 中心悅而誠服也. 如七十子之服孔子也. 맹자, 2a:3)

“힘으로써 사람을 복종시키면 심복하지 않는다”라는 지적 속의 힘은 분명 폭력 또는 권력이다. “힘이 부족하기에 굴복할 뿐”이라는 이어지는 설명에서 그 뜻이 잘 드러난다. 반면 “덕으로써 사람을 복종시키면 그 마음으로부터 기뻐서 참으로 복종한다”라고 할 때의 덕은 힘과 정반대편에 위치한 또 다른 힘이다. 곧 ‘힘(力)’이 폭력과 권력을 뜻한다면, ‘덕’은 매력이요 끌어당기는 힘이다.

덕치는 ‘매력의 정치’

폭력과 대비되는 제2의 힘, ‘덕’에 대한 공자의 논의를 좀 더 살펴보자.



공자 말씀하시다. “덕(德)으로써 정치를 행함은, 비유컨대 북극성이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데도 주변의 많은 별이 그를 향하는 것과 같다.”(子曰 “爲政以德, 譬如北辰, 居其所而衆星共之.” 논어, 2:1)

북극성은 붙박이 별이다. 억지로 다른 별들에게 오라 가라고 명령하지 않는데도 천체는 북극성을 중심으로 돈다(고 옛 사람들은 보았다). 북극성이 제자리를 지키고 가만히 있기만 하는데 “주변의 많은 별이 그를 향한다”(衆星共之)라는 비유는 공자의 정치가 힘(폭력)이 아닌 덕(매력)을 통해 작동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한편 이 구절은 동아시아에서 중요한 정치적 상징의 기능을 했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중국 황제의 거처인 베이징의 자금성(紫禁城)에 있는 천자의 옥좌든, 서울의 경복궁에 있는 임금의 어좌든, 일본 교토의 어소(御所)든 모두 다 남쪽으로 향하도록 배치된 것은 여기 ‘논어’ 구절 속에 묘사된 북극성이 남쪽을 향해 있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다.

궁전을 좀 더 세밀히 살펴보면, 경복궁이나 덕수궁의 어좌 뒤에는 일월오악도(日月五嶽圖)가 병풍으로 펼쳐져 있다. 일월은 해와 달이요, 오악은 군주가 다스리는 땅의 상징으로서 다섯 개의 명산을 말한다. 그러면 해와 달은 있는데, 별은 어디로 갔을까.

군주 자신이 별, 곧 북극성이다. 군주가 어좌에 앉는 순간 정치의 하늘에는 해와 달, 그리고 별(북극성)이 갖춰져 온전한 세계가 ‘구성’된다. 그리고 군주는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데도 주변의 많은 별이 그를 향하도록” 배치된 남향의 어좌에 북극성처럼 가만히 앉아서 오악(땅)을 조용히 다스리는 것이다.

즉 위정이덕(爲政以德)이라는 덕치의 원리는 궁궐의 배치, 어좌의 방향, 그리고 병풍의 그림들 곳곳에 숨어서 상징화해 있고, 또 그 덕치의 원리는 실제 정치 속에서 작동되도록 군주에게 무언으로 요구하는 것이다. 이것이 유교 경전이 실제 현실 정치에 개입한 방식이다. 그러면 덕의 힘은 어떻게 작동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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