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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잠긴 광화문, 무엇이 문제인가

아스팔트 뒤덮은 광장, ㄱ자로 굽은 배수로가 피해 키웠다

  • 조원철│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woncheol@yonsei.ac.kr│

폭우에 잠긴 광화문, 무엇이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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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잠긴 광화문, 무엇이 문제인가

일본 도쿄 지하 50m에 있는 와다야요이 간선 내부. 높이 8.5m, 길이 2.2㎞에 달하는 이 거대한 터널은 12만t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어 도쿄의 침수피해를 방지하고 있다.

배수구역 계획의 문제점은 더욱 심각하다. 관련 당국자들은 한강변의 최종출구를 중심으로 모든 계획을 만든다. 그러나 배수가 잘 되지 않아 벌어지는 침수는 최종출구 부근에서뿐 아니라 상류에서도, 중류에서도 발생한다. 이번 호우 때 침수된 광화문과 강서구 일대가 대표적이다. 배수능력을 따질 때 관로 단면의 크기만 계산할 뿐 관로망 전체의 물 흐름 성능을 제대로 따지지 않은 결과다.

각종 지하시설과 지하도에 설치한 양수기는 막상 써야 할 순간에는 고장을 일으켜 가동되지 않는다. 침수됐기 때문이란다. 언뜻 그럴듯한 변명으로 들리지만, 양수기는 원래 침수되기 전에 가동해 침수를 막는 것이 목적이다. 우기(雨期)가 오기 전에 전기시설과 방수 여부를 확실히 점검하고 가동책임자나 가동규칙을 분명히 해둔다면 피해를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그럼에도 임무가 무엇인지 아예 모르는 듯 ‘침수됐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변명만 되뇌는 것이다.

유수지에 설치돼 있는 양수기도 다시 살펴봐야 한다. 초대형 양수기는 일정 규모의 물이 있어야만 양수를 시작할 수 있다. 그만큼 물이 찰 때까지는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일정 규모로 물이 차면 유수지의 저수능력은 그만큼 줄어든다. 배수 초기에는 소형 양수기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인 이유다. 소형을 사용하다 양수능력이 모자라면 차례로 큰 양수기를 투입하는 것이다. 각 양수장에 배치된 양수기를 소규모, 중규모, 대규모의 조합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도로 침수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관리자들이 현장에 나와 침수지역의 위치와 규모, 원인을 파악하는 일이다. 이는 실제로 침수가 진행되고 있을 때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차후에 도로를 재포장하거나 개선하는 데 활용해야만 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도로가 침수되어 교통혼잡이 극에 달해도 이러한 목적으로 현장에 나오는 관료들은 아직 본 적이 없다. 사무실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넥타이 차림에 노란 작업복을 입은 자세로는 현장성 있는 대책 마련이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발생빈도 기준’의 문제점



이번 일을 겪은 뒤 관계당국은 여러 가지 대책을 내놓았다. 유수지를 만들고, 대규모 지하배수로도 구상하고, 양수기도 증설하고, ‘물먹는 도로’라고 이름 붙은 투수성 도로포장도 실시하겠다고 한다. 모두 좋은 대책이지만, 그러나 적어도 이미 서너 차례는 반복해서 발표됐던 대책들이다. 막대한 규모의 예산과 공사 시간을 고려했는지, 계획과 설계와 시공지침은 확립했는지, 대안을 실현하기 위한 문제점에 대해서는 얼마나 깊이 고민했는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성급하게 마련된, 대책을 위한 대책이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할 수 있는 걸 하는 것이다. 각각의 대안이 어떤 성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좀더 깊이 생각한 후에 결정해야 옳다. 더 많은 눈과 지혜를 모으고, 대규모 지하저류조나 지하하천 등에 관심을 기울이는 시카고와 도쿄, 오사카의 사례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이 세 도시의 거대한 지하시설을 직접 살펴본 필자의 판단으로는 이를 위해 필요한 막대한 재정과 부지 문제 해결, 효율성 검토 등 쉽게 넘기기 어려운 과제가 한둘이 아니다. 선진 도시들은 치밀한 사전조사와 계획을 바탕으로 이러한 시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으며, 지금도 새로운 시설을 추가하고 있다.

우리는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일까. 문제는 계획규모를 결정하는 현재의 방법 자체에 있다. 가장 먼저 생각해볼 것은 지금까지 금과옥조로 사용해온 이른바 발생빈도 개념이다. 어떤 시설물이 설계상 처리할 수 있는 물의 양을 공학용어로 설계 수문량(水文量·hydrologic quan tity)이라고 한다. 발생빈도는 바로 이러한 수문량을 결정하는 데 쓰인다. 골목길 배수관은 10년에 한 번 올 수 있는 호우까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더 큰 도로의 배수관은 20년에 한 번…하는 식이다.

각종 배수시설의 수문량은 극치(極値) 통계이론을 바탕으로 하는 발생빈도 이론을 활용해 소위 사회적 합의에 따라 결정된다. 그러나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최근 들어서는 예상을 뛰어넘는 초극치 현상이 발생할 확률을 제대로 산출해내지 못하고 있다. 2002년 발생한 태풍 ‘루사’의 강우량은 확률적으로 보면 발생빈도가 수백만년, 혹은 수천만년 수준의 규모였다. 도저히 실감할 수 없는 숫자인 것이다. 더욱이 비는 골목길과 주요도로에 똑같이 내린다는 점에서 기준에 차별을 두는 것도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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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철│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woncheol@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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