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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구축, 과학계 재편 신호탄?

장기 전망 놓고 찬반 양론… 정부출연연구소 개편이 관건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irng@donga.com│

대통령 직속 과학기술 컨트롤타워 구축, 과학계 재편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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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숭숭한 이공계

불만이 많은 만큼 이직률도 높았다. 교과부 기초기술연구회 소속 13개 정부출연연구소의 이직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6년 이후 연구소를 떠난 연구원은 402명에 달했다. 이 중 40.8%인 164명이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고, 다른 연구기관으로 옮긴 인원은 23명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자유선진당 이상민 의원은 “국립대 교수의 연봉이 출연연 연구원에 비해 평균 1000만원가량 높고, 처우나 연구 환경 면에서도 차이가 크다. 연구원들은 신분 불안과 급여 차이, 열악한 연구 환경 등으로 인해 연구원을 떠나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연구원들의 잦은 이직으로 과학연구의 지속성 확보 및 정책 전문성이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공계 교수들 역시 대학의 연구 환경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 특히 대학 측이 국제과학인용색인(SCI) 논문 편수를 기준 삼아 테뉴어, 연구비 지급 등을 결정하면서 연구와 수업의 질이 떨어진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서울 한 사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교수 사회에서 실적은 무척 중요하다. 교수들은 계량화된 논문 실적에 따라 능력을 평가받고, 그에 맞춰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실적이 뛰어난 교수가 연구비를 획득할 수 있고, 그래야 학교에 학생이 몰리기 때문에 경쟁은 점점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SCI 논문에 발목 잡힌 상아탑



이런 순환 고리 안에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SCI 수록 논문 수는 1989년 1382편에서 2008년 3만5569편으로 급성장했다. 문제는 논문의 영향력을 가늠하는 기준인 논문 1편당 평균 피인용 수준 수치가 미미하다는 점. 한국 과학자들의 논문 인용 수치는 통계 작업이 시작된 1993년 1.33회에서 2008년 3.28회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 비율을 순위로 계산할 경우 SCI 논문 수록 수치는 20년 사이에 세계 29위에서 세계 12위로 뛰어오른 반면, 논문 1편당 평균 피인용 수준의 수치는 줄곧 30위권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범위를 서울대로 좁히면 상황은 더 분명해진다. 1999~2008년 SCI에 발표한 논문은 2만8887편. 그중 20%인 5793편은 지난해 4월 현재 단 한 차례도 인용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백성희 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논문 발표 건수를 기준으로 교수의 연구 결과를 평가하는 건 문제가 있다. 진정한 평가는 논문을 몇 편 발표했느냐가 아니라 그것을 바탕으로 국제학회에서 기조연설을 하거나 좌장 역할을 했느냐 같은 내용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대는 지난해부터 교수 임용과 승진 기준에 SCI 논문 편수 기준을 없애고, “국제적 리더로서 학계를 이끄는 업적이나 해외 석학 동료들의 평가” 같은 논문의 질적 평가를 반영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대학은 실적을 요구한다. 앞서 답변한 토목공학과 교수는 “최근 10년 동안 매년 1명씩 이·공계 교수의 부음 소식을 들었다. 사유는 과로, 암, 자살 등으로 다양하지만 그 배경에는 모두 과중한 실적 부담과 그에 따른 스트레스가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2월 갑작스러운 자살로 과학계에 충격을 준 고(故)이성익 서강대 물리학과 교수의 사례는 우리나라 대학 연구 문화의 현실을 보여준다. 초전도체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우리나라에서 노벨상 수상권에 가장 가까이 있는 학자로 꼽히던 이 교수는 포스텍에서 모교 서강대로 자리를 옮긴 뒤 논문 발표에 대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위 사람들은 그가 연구실이 채 정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SCI급 논문을 18편이나 쓸 만큼 성실하게 일하면서도 입버릇처럼 “사이언스나 네이처급 논문을 써야 하는데…”라고 되뇌었다고 밝혔다. 마침 올해가 1997년부터 받아오던 한 재단의 연구비 지원이 끝나는 해였기 때문에, 더욱 실적이 필요했다. 결국 그는 압박감을 이겨내지 못했고 사망 후 그의 주머니에서는 “큰 논문을 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힘이 든다. 가족과 대학생들, 구성원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다. 이에 대해 서강대 한 교수는 “한국처럼 교수들을 논문 편수로 압박하는 나라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우리나라 교수들은 논문 실적 유지를 위해 중복 게재나 자기 표절 유혹에 시달릴 정도”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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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ir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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