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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시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 유대인

  • 고승철│저널리스트 koyou33@empas.com│

역사와 시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 유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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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들을 만나서 무엇을 물어보면 이들 대부분은 즉답을 피하고 질문자에게 다른 각도에서 반문한다. 일문일답식이 아닌 토론이 양자 간 대화에서도 적용된다. 이들은 토론 교육과 함께 깊고 다양한 사고력을 유도해 각자가 항상 새로운 것을 찾아내게 한다. 한국인처럼 모든 사람이 같은 것에 매달리지 않고 각자가 독자적인 연구를 하며 창의력을 키운다. 즉, 다수에서 이탈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만의 창조성을 배양하는 훈련이 되어 있다.

언론 장악한 유대 권력

‘미국은 로비의 천국, 유대 로비는 최고수준’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에는 등록된 로비스트만도 20여만명이나 된다. 로비스트의 역할은 접촉, 전략, 조직 동원, 정보, 감시 등으로 분업화되어 있다. 유대계 로비단체인 ‘에이팩(AIPAC)’ 등은 이스라엘에 대한 애정을 갖고 지원활동을 벌인다. 미국 유대인의 조상은 주로 유럽에서 핍박받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 자손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조그만 땅에 건국한 이스라엘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가졌다고 한다.

현대사회의 진정한 힘은 정보와 금력에서 비롯된다. 정보산업의 핵심인 언론을 유대인이 장악하는 형국은 미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 호주, 아르헨티나 등에서 두드러진다. 미국에는 현재 1700여 종의 일간지가 발행되는데 이 가운데 50여 개만이 유대인 소유다. 이 숫자만 보면 비중이 미미하다. 그러나 유대인 자본의 신문사에는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대표적인 선두그룹 신문사들이 거의 포함됐다. 미국 여론 형성에 직·간접적으로 입김을 미칠 수 있겠다. 뉴욕타임스의 유명한 정치평론가인 윌리엄 새파이어, 퓰리처상을 세 번이나 받은 ‘세계는 평평하다’의 저자 토머스 프리드먼, 워터게이트 사건을 심층 취재한 칼 번스틴 등 유력 신문기자가 유대인이다. 방송계의 유대 인맥으로는 전설적인 여성 앵커 바버라 월터스, 토크쇼의 간판스타 래리 킹, 여성 방송인 인기 1위인 케이티 쿠릭 등이 꼽힌다. 영국 로이터통신의 설립자는 유대교 랍비의 아들이다.

예술 분야에서 이름을 떨친 유대인도 수두룩하다. 특히 음악에서 그렇다. 아메리칸 클래식의 창시자인 조지 거슈윈, 명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과 게오르그 솔티 등이 작곡과 지휘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기악 연주 부문에서는 더욱 두드러진다. 피아니스트는 블라디미르 호로비츠, 아서 루빈슈타인, 다니엘 바렌보임,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등이다. 들고 다니는 현악기는 방랑생활을 하던 유대인에게는 필수 악기여서 이 분야의 거장이 적잖다. 바이올린의 야샤 하이페츠, 에후디 메뉴인, 아이작 스턴, 이츠하크 펄먼, 핑커스 주커만 등이 유대인 혈통자다. 뮤지컬은 20세기 들어 유대계 작곡가들이 만들어낸 새로운 음악 장르다.



선민의식이 반(反)유대주의 자초

왜 유대인은 탄압받았을까. 3가지 요인으로 나뉜다. 첫째, 종교적인 이유다. 기독교와 유대교의 뿌리는 같다. 구약은 함께 쓴다. 그러나 유대교는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로 인정하지 않고 여러 선지자 중 하나로 간주한다. 그러니 기독교 시각에서는 용납하기 어렵다.

둘째, 사회적인 측면이다. 세계 각국에 흩어진 유대인은 각국 사회에 일정 부분 동화해야 하는데도 유대교 계율을 우선시함으로써 공동체 화합을 거부하는 무리로 찍혔다.

셋째, 인종 및 정치적 요인이다. 유대인을 열등한 피지배층으로 격하시킬 필요성으로 말미암아 탄압받았다. 특히 독일의 히틀러는 유대인을 헐뜯음으로써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막대한 패전 배상 책임을 떠안아 암담해하던 독일인을 결속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야사에 따르면 히틀러의 어머니가 유대인 의사의 치료 소홀로 사망했다는 설, 청년 히틀러가 유대인 매춘부에게서 매독을 옮아 고생했다는 설이 있다.

이 책은 미국의 핵무기 개발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와 로젠버그 부부의 핵 간첩사건 등 국제정치적으로 민감했던 역사적 사건의 전말에 대해서도 다룬다. 이스라엘의 정보기관 모사드에 대해서도 50여 쪽에 걸쳐 자세히 소개한다.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이라 불리는 모사드가 탁월한 이유는 확실한 주적(主敵) 의식과 투철한 국가관을 가졌다는 데 있단다.

세계의 주요 사건에는 으레 “유대인의 음모가 개입됐다”는 말이 뒤따른다. 케네디 대통령 암살, 닉슨 대통령의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인한 사임, 클린턴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 영국 다이애나 황태자비의 의문사 때에 그런 소문이 나돌았다. 유대인의 세계 지배 책략을 담은 ‘시온 의정서’에 대한 진위 논쟁도 끊이지 않는다. 이 책은 이런 음모론의 원인에 대해서도 자세히 분석한다.

저자가 오랜 세월 흘린 땀의 결실은 책 말미에 붙은 ‘세계 유대인 명사록(名士錄)’에서도 확인된다. 160여 쪽에 달하는 이 부록은 노벨상 수상자, 정치가, 관료, 법조인, 학자, 언론인, 문인, 음악가 등 다양한 직업군에 따라 분류했다. 8쪽에 걸쳐 소개한 참고도서 및 자료 목록도 열성 독자에게 큰 도움이 되겠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역사와 시사에 대한 새로운 개안(開眼)을 경험하리라.

신동아 2010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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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승철│저널리스트 koyou33@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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