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호

노인 길거리 성매매 新풍속도

‘박카스 아줌마’와 함께 콜라텍 가고, 무료 전철표 이용해 온양온천 여행까지…

  • 박은경│신동아 객원기자 siren52@hanmail.net│

    입력2010-12-01 11: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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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종묘광장 등 노인들이 집중적으로 모이는 쉼터에 나타나 성매매를 유혹하는 이른바 ‘박카스 아줌마’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 지 오래다.
    • 그러나 이들의 행태는 위축되기는커녕 오히려 나날이 진화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 정해진 일당을 받고 노인전용 극장과 콜라텍 등에 동행해 데이트를 해주거나 함께 지방 온천 여행을 다니는 등 달라진 ‘박카스 아줌마’의 형태를 취재했다.
    노인 길거리 성매매 新풍속도
    약속 시각까지 여유가 있어 종묘공원에 들렀다. 지난해와 달리 도로가에 펜스가 쳐 있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없었다. 이른바 ‘박카스 아줌마’들의 영업 때문이란다. 입구에서 조금 들어가 조용한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촬영한 사진을 되돌려보며 시간을 보내는데 인기척을 내면서 아줌마 한 명이 다가왔다.

    “아저씨 음료수 한 병 하실래요?”

    “예? 음료수요? 뭐가 있는데요?”

    그때만 해도 아무런 선입관 없이 마음이 풀어진 상태여서 무심코 대꾸했다. 내 말에 아줌마가 다짜고짜 옆에 앉으며 주섬주섬 물건들을 꺼내놓는다. ‘혹시 말로만 듣던 박카스 아줌마? 심심한데 농담 따먹기나 해볼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지나가던 노인 한 분이 일갈하셨다.

    “젊은 사람이 왜 여기 와서 이런 사람들하고 말을 섞어? 사진 찍으려면 길 건너에 좋은 전시회가 있으니 거기나 가봐.”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리고 죄지은 사람처럼 엉거주춤 있는데 “이 늙은 영감쟁이가 왜 남의 영업을 방해하고 XX이야. 할 일 없으면 너나 가서 실컷 구경해!” 짜증이 만발한 소프라노 소리가 귀청을 울렸다. 그러더니 갑자기 눈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여자의 고함을 듣고 어디선가 대여섯 명의 아줌마가 몰려와 노인을 가운데 놓고 삿대질을 해가며 입에 담지 못할 욕지거리를 마구 해댔다. 노인이 감당하지 못하고 도로 쪽으로 몸을 피하자 여자들이 뒤쫓으며 욕을 퍼부었다.

    지난 3월, 종묘광장에서 봉변을 당한 한 네티즌(초막거사)이 인터넷 카페에 올린 글이다. 그의 글은 요즘 종로 일대에서 벌어지는 노인 성매매 현상의 일단을 보여준다.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종묘를 찾았다. 짙은 안개가 끼어 우중충한 일요일 오후의 종묘광장은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노인으로 북적였다. 안으로 들어서자 왼편에 위치한 종묘광장관리사무소 앞쪽으로 노인들이 삼삼오오 무리 지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넓은 자리를 차지한 채 둘러앉아 바둑을 두고 있었는데, 수백 명이 일대일로 마주앉아 동시에 바둑 대국을 벌이는 시합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집에 있으면 심심하고 외로워”

    좀 더 깊숙이 발을 들이자 사람들 발길이 뜸하고 후미진 곳에선 돗자리를 펼쳐놓고 술판을 벌인 노인들 무리가 눈에 띄었다. 그곳에는 어김없이 50~60대로 보이는 여자들이 한두 명씩 끼어 있었다. 두세 명씩 무리 지어 자리를 잡고 앉은 여자들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얘기를 주고받는 광경도 심심찮게 목격됐다. 그들에게 눈길을 주면 어김없이 곱지 않은 시선이 날아왔다. 얼른 딴 곳으로 눈길을 돌리자 저만치 홀로 떨어져 선 채 멍하니 사람들을 구경하는 60대 후반의 노인이 보였다. 그에게 다가가 말을 붙였다.

    강원도 정선에서 부인과 단둘이 사는 그는 1년에 몇 달씩 의정부에 있는 아들집에서 머문다고 했다.

    “여기는 일주일에 두세 번 나와. 심심하고 외로우니까 놀러오는 거야. 친구 만나서 술 한잔하고 놀다 오후 대여섯 시 되면 전철 타고 집에 가지.”

    그가 말하는 술친구는 이곳에서 안면을 튼 또래 노인과 더불어, 일명 ‘박카스 아줌마’로 불리는 성매매 여성들이었다.

    “여자 한둘에 노인네 서너 명이 같이 술 마시다 맘이 맞으면 재미 보러 가는 일도 있지.”

    얘기 도중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50대 여자가 과장스러운 몸짓으로 노인의 팔짱을 끼며 “오빠가 전화했지? 오늘 뭐하고 놀 건데?”라며 교태를 부렸다. 기자를 보며 ‘웬 여자야?’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당황해하는 노인의 표정을 읽고 얼른 자리를 피해주었다. 그가 떠나자 가까이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노인이 말을 걸어왔다.

    노인 길거리 성매매 新풍속도

    서울 종묘광장에서 노인들이 박카스 아줌마와 어울려 술을 마시고 있다.

    “여기서 괜히 노인들한테 접근해서 말 붙이면 몸 파는 아줌마로 오해받아요. 젊은이가 여기 왜 왔어?”

    15년 전 은퇴할 무렵 부인과 사별했다는 70대 중반의 남자는 밍크털이 달린 외투에 옅은색 선글라스를 썼고 교양 있는 노신사 분위기를 풍겼다. 10년째 구로구 신도림동 집에서 지하철을 타고 이곳으로 출근하다시피 한다고 했다.

    “아들이랑 사는데 맞벌이인 아들 내외가 출근하고, 중·고등학생인 손자들까지 학교에 가고나면 하루 종일 혼자 우두커니 뭘 하겠어. 그게 싫어서 이렇게 매일 나오는 거지.”

    그는 “여기 돌아다니는 여자들은 전부 몸 파는 여자들이다. 여름이면 반바지에 러닝셔츠 차림으로 나무 그늘에 벌렁 누워 있는 노인이 많은데, 여자들이 다가가서 허벅지고 가슴이고 마구 만진다. 음료수 건네면서 지분대는 여자도 있다”고 전했다.

    화려한 메이크업, 불룩한 가방

    경찰 추산에 따르면 종로3가 지하철역과 종묘광장 주변을 무대로 길거리 성매매를 하는 박카스 아줌마의 수는 약 150명이다. 연령대는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하다. 대부분 밝은 빛깔 외투에 모자를 눌러쓰고 스카프를 두른 차림새로 불룩한 가방을 사선으로 멘 채 다닌다. 단속 공무원들은 이런 차림을 ‘박카스 아줌마 유니폼’이라고 한다. 붉은 립스틱을 칠하는 등 짙은 화장으로 나이를 가리려 애쓴 티가 역력하게 드러나는 사람도 있다. 대개 엇비슷한 차림새에 분위기도 비슷해 사람들 눈에 금세 띈다.

    그러나 이들이 다 똑같은 배경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종로를 무대로 활동하는 박카스 아줌마 군에는 중·노년의 보통 아줌마와 조선족, 지적장애인 등이 속해 있다. 조선족 그룹은 50대가 주류를 이루는데 200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이 부대에 합류했다. 수년간 성매매를 하며 단속에 여러 차례 걸려 경찰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조선족 여성 가운데는 한국말이 내국인 못지않게 유창한 이들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한국 학교에 보내는 아이들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박카스 아줌마 대열에 합류한 조선족 여성이 많다. 한 경찰관은 “식당에서 12시간 일해봤자 일당이 5만원 안팎인데 여기서 몸을 팔면 그보다 훨씬 더 벌지 않겠나. 그러니 단속에 걸려도 자꾸 나온다. 상습범들에게는 길거리에 나와서 계속 호객행위를 하면 자식한테 알리겠다고 압력도 넣어보지만 그래봤자 소용이 없다”고 했다. 수년간 성매매 여성을 단속해왔다는 그는 “노인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노인 전용 공원 같은 걸 만들어서 건강한 방식으로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해주지 않으면 이 현상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침부터 삼삼오오 종묘광장으로 모여드는 노인들은 매일 오후 3시 무렵이면 종로3가 지하철역사 내 ‘만남의 광장’으로 이동한다. 복지단체에서 노숙자와 노인들을 대상으로 빵과 커피를 나눠주는 간식 시간이기 때문이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호객행위를 하기 위해 역사 안을 서성이는 박카스 아줌마들에게 이들은 손쉬운 먹잇감이 된다. 간식시간이 끝난 뒤 썰물처럼 노인들이 빠져나간 만남의 광장 주변 계단에서 삼삼오오 앉아 있는 노인들이 눈에 띄었다. 그중 한 무리의 노인을 향해 가방을 뒤적이며 접근하던 50대 여성 한 명은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눈에 띄자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만남, 흥정, 매매

    박카스 아줌마들 가방 속에는 박카스 같은 드링크제와 음료수, 소주 등이 들어 있다. 노인들에게 장사를 빙자해 자연스럽게 접근한 뒤 성매매를 하기 위한 미끼상품인 셈이다. 이들이 파는 음료수 가격은 보통 1000원. 소주는 잔 단위로 판다. 일단 음료를 판매한 뒤 성매매에 들어가면 중국산 가짜 비아그라 등의 발기부전치료제를 비롯해 발기유발용 주사약과 주사기, 진공흡입관 같은 성보조기구도 판매한다. 이것들 역시 아줌마들의 가방 안에 차곡차곡 담겨 있다. 이런 가짜 발기부전치료제나 성보조기구는 비밀 공급책을 통해 은밀히 구한다. 박카스 아줌마는 다섯 알에 1만원 정도 가격으로 가짜 비아그라를 구입해 노인에는 한 알당 5000원을 받고 판다. 이렇게 유통되는 비아그라 중에는 진짜 비아그라 1알을 밀가루 등의 가루와 섞어 수십 개로 제조한 가짜 비아그라도 있다. 경찰은 종묘 일대에서 활동하는 공급책을 두세 명으로 추정한다. 성병에 걸린 박카스 아줌마들이 병원 치료 대신 먹는 항생제 역시 이들이 공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 이제 박카스 아줌마와의 성매매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알아보자. 아줌마가 내민 음료나 술을 받고 값을 치르면 성매매를 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표시로 여겨진다. 1회 성관계에 여성이 받는 돈은 보통 3만~5만원이다. 조선족은 1만~3만원을 받고, 지적장애인 여성은 상대 노인이 주는 대로 받는다. 화대가 3만원이 넘을 경우 시간당 1만원 선인 근처 여관 대실료를 여성이 지급한다. 박카스 아줌마 중에는 여관촌에서 방 하나를 장기계약으로 빌려 사용하는 이들도 있다.

    성매매를 하려는 노인과 박카스 아줌마들이 주로 찾는 곳은 탑골공원 후문 인근의 쪽방이나 근처에 밀집한 여관이다. 3호선 종로3가역 3번 출구와 가까운 여관촌 입구에서 각각 70대와 60대로 보이는 남녀 노인과 마주쳤다. 60대 여자는 영락없는 박카스 아줌마 차림이었지만 말투가 어눌하고 지능이 떨어져보였다. 지하철 환풍구에 걸터앉은 이들은 흥정을 하고 있었다. 주머니에서 1000원권 지폐를 예닐곱 장 꺼내 든 노인이 계속 돈을 만지작거리다 2000원을 건네자 눈치를 보던 여자가 주눅 든 목소리로 “이거만 줄 거야?”라고 했다. 그러나 이내 돈을 챙겨 넣은 뒤 여관촌 골목길로 사라졌다.

    미로 같은 골목길로 들어서자 눈앞에 모텔과 여관 간판이 즐비하게 펼쳐졌다. 그 중 한 모텔에서 7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와 50대 여자가 나오더니 팔짱을 끼고 다정하게 걸었다. 매달리다시피 한 여자의 옆구리에 손을 낀 남자는 회색 턱수염에 마도로스 모자를 쓴 멋쟁이로 풍채가 좋았다. 두 사람은 쉴 새 없이 은밀한 몸짓과 눈짓을 주고받으며 골목을 빠져나갔다.

    데이트 관광

    종로3가 지하철역과 종묘광장을 드나드는 노인들과 그곳을 무대로 활동하는 일정 수의 박카스 아줌마들이 매일같이 한정된 공간에서 부딪치다보니 여성 가운데 상당수는 단골 고객을 두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나이가 젊고 미모인 여성들은 여러 명의 노인을 단골로 보유한다. 마음 맞는 박카스 아줌마를 만난 노인이 그를 몇 개월간 고정 파트너로 두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장기간에 걸쳐 고정 파트너를 두고 주기적으로 만나는 노인들, 혹은 여성과 함께 노인전용 콜라텍을 드나드는 노인들은 경제적으로 비교적 풍족한 편에 속한다. 이들을 중심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새로운 풍속도가 생겨났다. 이른바 ‘문화 관광’ ‘데이트 관광’으로 불리는 연애다.

    서울 용산역에서 만난 60대 초반 노인은 “돈 좀 있는 영감들이 아침 일찍 여자들 만나서 천안행 전철 타고 온양온천 가서 목욕하고 밥 먹고 재미보고 오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다. 전철요금이 공짜라 4만~5만원만 있으면 둘이 하루 종일 실컷 놀 수 있다”고 했다. 종묘광장에서 만난 또 다른 70대 초반 노인은 “여기서 마음에 드는 아줌마를 점찍어서 서로 연락하며 오랫동안 연애하는 노인들이 꽤 있다. 만나서 온천도 가고 역 근처 여인숙에 들러 잠깐 쉬고 나오고들 한다. 천안행 전철 타고 있는 노인 가운데 상당수는 부부가 아니다. 복지관이나 춤추는 데서 눈 맞은 남녀가 그렇게 놀러 다니기도 한다. 돈 있는 노인들이야 여자들이 달라붙으면 점심도 사주고 모텔도 가고 여자들한테 인심을 잘 쓴다”고 했다.

    2008년 말 1호선 수도권광역전철이 천안에서 온양온천역을 거쳐 신창까지 연결되면서 평일 오전 용산역이나 청량리역은 온양온천으로 향하는 노인들로 붐빈다. 평일 오후 2시30분경, 용산역 온양온천발 전철이 정차하는 통로로 내려가자 방금 도착한 열차에서 나이 지긋한 남자 노인과 50~60대 여성이 짝을 이뤄 내리는 모습이 여럿 눈에 띄었다. 그중 한 커플이 한 발짝 떨어져 내리면서 눈길로 신호를 주고받는 모습이 보였다. 할아버지는 손잡이가 달린 일명 ‘목욕가방’을 들었고 여자는 한눈에도 박카스 아줌마 차림새였다. 두 사람의 얼굴은 방금 목욕탕에서 빠져나온 듯 윤기가 반지르르하게 돌았다. 이곳을 관리하는 안전요원은 “주로 오전 9시를 전후해 신창행 전철을 타는 노인이 많다. 삼삼오오 짝지어 온양온천에 가는 할아버지들도 있지만 여자 파트너와 함께 놀러가는 분들도 자주 눈에 띈다”고 했다.

    노인관광특구, 온양온천

    ‘데이트관광’의 정석은 ‘온양온천에서 목욕을 하고 여관에 들러 잠깐 시간을 보낸 뒤 점심을 먹고 서울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전철을 타고 2시간여를 달려 온양온천역에 도착하자 역사 오른쪽 맞은편으로 수십 년은 된 듯 보이는 낡은 여인숙 대여섯 채가 자리 잡고 있었다. 역 광장에서 만난 청소원은 “오전 10시에서 11시경이면 서울에서 전철을 타고 온 할아버지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중에는 할아버지와 함께 온 아줌마들도 꽤 있는데 부부 같지는 않고 여자들 옷차림이 요란하다. 저기 여인숙에 여자와 함께 드나드는 노인들도 더러 있다. 온천에서 목욕하고 병천(천안)으로 가서 순댓국밥 먹고 그런다”고 했다. 여인숙이 몰려 있는 거리 초입에 위치한 가게 여주인은 “여자와 함께 오는 서울 할아버지들이 간혹 있는데, 부부가 뭐 하러 이런 허름한 여인숙에 잠깐씩 들르겠나. 애인이겠지”라며 웃었다.

    온양온천역 맞은편으로, 큰길을 사이에 두고 형성된 온천특구는 하루 수십 대의 관광버스가 드나드는 대형 온천호텔을 비롯해 모텔과 온천장 여관 등 온천탕을 겸한 숙박업소가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 지역이다. 그곳으로 가는 길을 묻기 위해 역사 부근에서 만난 60대 중반 노인은 “평생 이 동네에 살면서 온천 호텔이나 모텔에서 일용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여자 끼고 오는 돈 좀 있는 양반들은 호텔이나 모텔에 가고 그보다 못한 노인들은 여관이나 여인숙에 간다. 여기 쌍으로 다니는 노인들이 생긴 건 벌써 몇 년 됐다. 혼자 사는 노인이 얼마나 많으냐. 남자는 나이 들어도 여자랑 노는 거 좋아하지”라고 했다.

    커플 중 일부는 온양온천역에 내려 목욕만 하고 천안에 들러 역사 뒷골목에 위치한 여인숙촌으로 향하기도 한다. 이곳은 겨우 한두 사람이 지나다닐 수 있는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빨간 기와에 회색 블록으로 담장을 쌓은 단층의 낡고 초라한 여인숙 수십 채가 촘촘히 박혀 있다.

    데이트관광 파트너를 둔 박카스 아줌마들은 같은 처지의 여성들로부터 부러움을 산다. 먹고 놀고 목욕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전부 남자가 낼 뿐 아니라 화대도 기본이 5만원으로 서울에서 관계만 가질 때에 비해 훨씬 높기 때문이다. 40~50대로 젊은 층에 속하는 여성은 데이트관광에 동행하는 대가로 10만원을 받기도 한다.

    콜라텍 데이트

    한편 탑골공원 뒤편으로 노인전용 영화관과 술집, 콜라텍이 들어서면서 돈 많은 노인들이 박카스 아줌마와 이곳을 드나드는 경우도 적지 않다. 콜라텍은 나름대로 품위를 유지하면서 자유연애와 이성교제를 하는 노인들이 드나드는 곳이기도 하다. 중년 여성과 60대로 보이는 여성, 두 명을 양옆에 끼고 문을 나서던 70대 멋쟁이 노인은 “내 애인들”이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는 “적극적이고 활달한 노인들은 여기서 여자를 만나 서로 죽이 맞으면 함께 여관에 가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이런 데이트의 이면에는 어두운 모습도 존재한다.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외로움을 달래줄 대화 상대이자 성적 욕구 해소 대상을 찾는 돈 많은 노인을 노리고 유혹한 뒤 수개월에 걸쳐 돈을 뜯어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올해로 만 4년째 박카스 아줌마와 숨바꼭질을 벌이고 있는 김진수 종묘광장관리사무소 반장은 “돈 많고 외로운 노인 중에 회장님, 사장님 소리가 듣고 싶어서 이곳에 오는 노인들이 있다. 그들을 단골로 삼아 놀러 다니면서 돈 긁어내는 여자가 적지 않다. 몇 백만원 날린 노인은 부지기수고, 2000만원을 하룻밤에 날린 노인도 있었다. 전세금 6000만원을 3개월 만에 날린 한 노인의 딸들이 찾아와서 박카스 아줌마를 잡아달라고 사정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요즘 탑골공원에는 박카스 아줌마들이 자취를 감췄다. 원각사지석탑을 새로 단장하고 감시가 심해지면서 성매매 여성들이 자리를 옮겼기 때문이다. 종로3가 지하철역과 주변 역시 관할 혜화경찰서에서 수시로 일제 단속을 펴면서 성매매 여성 수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 2007년부터 2008년까지 종로3가 지하철역에서 종묘광장에 걸쳐 단속된 박카스 아줌마 관련 성매매 건수는 약 200건에 달하고, 올해도 현재까지 70여 건이 단속됐다. 이 지역에서 상습범으로 찍혀 경찰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박카스 아줌마는 20여 명에 달한다. 종묘광장 김진수 반장은 “종묘광장도 우리와 경찰이 주기적으로 합동단속을 벌인다. 우리 반원들이 교대로 24시간 순찰을 돌기 때문에 예전에 비해 박카스 아줌마 수가 3분의 1 가량 줄었다”고 했다.

    노인 길거리 성매매 新풍속도

    서울 종로에서 노인들을 유혹하는 ‘박카스 아줌마’의 모습.

    그러나 수가 줄었을 뿐 그들의 활동 자체는 줄지 않았다. 심지어 진화하기까지 했다. 박카스 아줌마들이 이처럼 경찰 단속에 쫓기면서도 반복적으로 거리로 나오는 이유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데다 학력이 낮고, 나이도 많아 다른 직업을 갖기 힘들기 때문. 생계를 위해 길거리로 나선 성매매 여성들은 더는 갈 곳이 없는 탓에 필사적으로 이 일에 매달린다. 길거리 성매매 단속 경험이 많은 경찰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로 “단속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가난하고 외로워서 못살겠다”

    명지대에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 피해 여성-박카스 아줌마 실태 조사 및 노인 상담적 접근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학위를 받은 이호선 박사(한국노인상담센터장)는 한 성매매 여성의 얘기에 충격을 받았던 경험을 털어놓았다.

    “나이 들면 여자들은 남자보다 재취업 기회가 적다. 게다가 종로 일대 박카스 아줌마들은 중졸이나 고졸로 학력도 낮다. 인터뷰 도중 한 50대 후반 여성이 ‘당신 굶어봤냐? 굶어보지도 않은 주제에 뭘 이러쿵저러쿵 하느냐’고 하는데 할 말을 잃었다.”

    이 박사는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 10개월에 걸쳐 종로 일대에서 활동하는 박카스 아줌마 10명의 심층 인터뷰 사례를 분석해 논문을 작성했다. 사례 여성의 나이는 53~71세였고, 학력은 국졸·중학중퇴·고졸로 낮은 편에 속했다. 10명 중 7명은 미혼이거나 이혼 또는 사별로 홀로된 여성이었고, 나머지 3명은 남편과 자녀를 둔 주부였다. 이중 9명은 경제적으로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58세의 권모씨는 일찍이 남편과 이혼하고 자식도 없이 혼자 산다.

    “서방이 젊어서 달아났다가 죽어서 왔어. 나는 하늘 아래 혼자야, 누가 날 거둬. 나 혼자 살면 (생활보호대상자 지원금) 30만원이 나와. 방세 내고 세금 내면 아무것도 없어. 빚지고라도 살면 좋은데 누가 다 늙어가는 거 빚 주나? 내가 벌 도리밖에 없어. 이 나이에는 설거지도 안 시켜줘. 그러다 친구 때문에 어떻게 시작한 게 여기까지 왔어. 입에 풀칠을 해야 붙어 있는 숨 꺼지지 않지.”

    박카스 아줌마와 성매매를 하다 단속에 적발된 노인들 역시 이를 그만둘 생각이 없는 경우가 많다. 이들이 드는 이유는 대부분 외로움이다. 단속 경찰들은 노인들이 “이 나이 먹은 사람 잡아가서 뭐 하려고 그러느냐. 죽을 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너희들도 나이 들어봐라. 왜 살 날도 얼마 안 남은 노인들을 못살게 구느냐” “그놈의 법이 무슨 상관 있냐? 나는 아직 젊고 힘이 있다. 마누라는 나를 늙었다고 싫어하는데 어떡하느냐, 연애를 할 수도 없고. 어떤 여자가 나처럼 늙은 남자와 연애하려고 하느냐?”며 거칠게 항의한다고 전했다.

    지난해 서울시가 서울시립대 산학협력단을 통해 시내 노인복지관을 이용하는 65세 이상 노인 1000명(남성 464명, 여성 536명)을 대상으로 ‘노인의 성(性)’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노년기에 성매매를 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노인은 16.2%였다. 남성의 28.4%가 성매매 경험이 있다고 답한 반면 여성은 4.6%에 그쳤다. 이들이 이성을 만나는 장소는 복지관과 경로당이 51.3%로 가장 많았고 각종 모임이나 단체가 13.1%였다. 공원(10.5%)과 콜라텍(8.2%)도 이용했다. 남성들이 성매매를 하는 이유는 1위가 ‘성적 만족 때문에’, 2위가 ‘스트레스 해소’, 3위가 ‘외로워서’, 4위가 ‘호기심에서’였다.

    매일 종묘광장을 찾는 노인은 2000~3000명 선이다. 이 가운데 부인과 사별하거나 황혼이혼으로 홀로된 노인도 적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0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7월 현재 우리나라 총인구는 4887만500명이며 65세 이상 노인인구는 11%(535만7000명)에 달한다. 독거노인 가구는 102만1000가구로 총가구의 6.0%였다. 게다가 독거노인 가구비율은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다. 20년 후인 2030년에는 독거노인 가구가 2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노인 성문제 전문가들은 “성에 대한 관심과 욕구를 다른 여가활동으로 해소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배우자가 없는 독거노인이 늘어나는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이성 간에 건전한 만남의 장을 마련해주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환락형 박카스 아줌마

    사람들의 부정적 시선과 단속을 피해 다녀야 하는 박카스 아줌마들은 결속력이 강한 편이다. 홀로 호객행위를 하기보다는 2~3명씩 짝 지어 다니는 경우가 많다. 단속반이 뜨면 휴대전화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자리를 이동하고, 노인들과 어울려 술자리를 벌이다 성관계 짝이 모자라면 서로 연락해서 부르는 등 상부상조한다. 반면 낯선 사람, 특히 일반 여성이 접근하면 극도로 경계심을 드러낸다. 종묘광장에서 취재 도중 홀로 서 있는 50대 여성이 눈에 띄어 다가가자 낌새를 눈치 챈 여자 두 명이 어느 새 끼어들어 “무슨 일이냐? 뭔 볼일이 있느냐”며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국노인상담센터 이호선 박사에 따르면 박카스 아줌마로 불리는 길거리 성매매 여성들은 인격적인 만남 대신 돈을 목적으로 상대를 만나 성관계를 갖기 때문에 자신을 사물화하는 심리적인 해리를 경험한다. 그뿐만 아니라 대부분이 수치심과 심리적 갈등, 혼란을 겪는데 이런 상황이 노년기 우울증과 겹쳐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 놓인 경우가 많다. 이 박사는 “일종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상태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성매매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병 예방 차원의 성교육뿐 아니라 상담과 심리치료도 병행해야 한다. 생계형 성매매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것도 필요하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복지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들은 사회 정보에 어둡고 자존감이 낮아 스스로 공공기관을 찾거나 복지서비스를 알아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에 대한 상담과 심리 치료는 다가올 고령 사회와 초고령 사회를 건강하게 운영하기 위한 예방적 대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길거리 성매매 여성을 단속한 경험이 많은 경찰관들은 박카스 아줌마들이 모두 먹고살기 힘든 생계형만 있는 건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진수 종묘광장관리사무소 반장은 “단속에 걸린 여자들을 조사하다보면 아파트나 연립에 사는 경우가 많다. 혼자 살면서 생계가 정말 막막한 아줌마들도 있지만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도곡동의 고급 아파트에 사는 여자도 있었다. 또 여관을 운영하는 여자, 5층짜리 건물을 소유한 여자도 있었다. 쉽게 돈을 벌고 남자들과 즐기는 게 좋아서 나오는 여자들도 있다”고 했다.

    이호선 박사의 논문에 사례로 등장한 10명의 여성 가운데서도 그런 사례가 1건 있었다. 자녀 셋을 둔 63세 이모씨는 남편과 이혼했지만 경제적인 어려움은 없다고 했다. 인터뷰에서 그는 “이 일이 자랑할 건 아니지만 나쁘다고는 생각 안 한다. 외국에 있는 사람들은 직업이라고 하기도 하지 않나. 숨통 막고 있는 할아버지가 얼마나 많나. 우리가 있으니까 그래도 아이들이 안전한 거지, 니들이 남자들을 잘 몰라서 그래. 아저씨들이랑 설설 놀면서 같이 지내는 게 뭐가 나빠? 돈도 벌고 나도 즐기고. 나는 젊어서도 성욕이 많았고 지금도 아주 왕성하지”라고 했다.

    고령화 사회의 그늘

    우리나라는 지난 2000년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7.2%에 달해 ‘고령화 사회’로 들어섰다. 2018년에는 비율이 14.3%에 달해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며, 2026년에는 20.8%로 ‘초고령사회’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의학의 발달로 건강한 ‘젊은 노인’이 갈수록 늘어나고 발기부전치료제 등 성관계를 도와주는 약물이 쏟아지는 현실에서 불법적 성매매에 나서는 노인과 박카스 아줌마들을 완전히 뿌리 뽑기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온·오프라인을 통틀어 16만명의 회원이 가입한 대한은퇴자협회 주명룡 회장은 “우리나라의 경로당이나 노인복지센터는 노인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돼 있을 뿐 아니라 문화·체육·취미 생활을 아우르는 프로그램들도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못지않게 잘 짜여 있다. 이런 곳을 놔두고 굳이 종로로 나가서 시간을 보내려는 노인들을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협회 직원들과 지난 3년간 종묘광장, 노인전용 콜라텍을 드나들며 그곳 노인들의 문화를 건전하게 바꿔보려고 애썼다. 의사협회 도움을 받아 무료진료 사업도 진행하고 음악회도 열었지만 소용이 없었다. 현재 협회 차원에서 서울시와 종로구청에 종묘광장 주변에 산책로를 만들어 남녀노소 누구나 걸어 다닐 수 있게 하자는 건의를 해놓은 상태다. 노인과 성매매 여성들이 어울려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이 장소의 분위기를 쇄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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