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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술 이야기 21

‘데스프루프’와 샤르트뢰즈

1000년 전통 비법으로 빚은 ‘리큐어의 제왕’

  • 김원곤| 서울대 의대 흉부외과 교수 |

‘데스프루프’와 샤르트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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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프루프’와 샤르트뢰즈
그러나 바로 이때 타란티노적인 반전이 이뤄진다. 절박하게 쫓기던 조이 일행 중 한 명인 흑인 여성 킴이 호신용으로 지니고 있던 총으로 마이크의 왼쪽 어깨를 맞히면서 그 뒤부터는 오히려 여자들이 마이크를 추적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영화의 종반부에선 조이 일행이 마이크에 대해 철저하게 복수한다. 마이크는 영화를 지켜보는 관객이 통쾌함을 느낄 정도로 처참한 최후를 맞게 된다.

매혹적인 풀빛 리큐어

이 영화는 ‘킬빌’과 마찬가지로 잔인한 여성 복수극의 범주로 볼 수 있다. 차이점이라면 그 규모나 작품성에서 ‘킬빌’의 축소판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이 영화에서 타란티노 감독의 또 다른 개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은 영화에 나오는 여자들 간의 대화가 대부분 단순한 수다에 지나지 않아 관객으로서는 영화의 줄거리와 어떤 연관도 짓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어떤 평자는 이를 타란티노 감독 특유의 ‘아무 이유가 없다’라는 한 마디로 압축하기도 한다. 극중 대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이 영화에 등장하는 술 샤르트뢰즈(chartreuse)도 타란티노 감독이 의도한 ‘이유 없는 등장’일지도 모른다. 샤르트뢰즈는 영화 전반부에 등장하는 텍사스 오스틴의 여자들이 술집에 들렀을 때 나온다. 샤르트뢰즈는 세계적으로 매우 유명한 술이지만 영화에 나온 것으로는 아마 이 장면이 거의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술집 주인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 술을 소개하면서 워낙 맛있고 유명해 술 이름 자체가 색깔을 가리키는 이름이 됐을 정도라고 자랑한다. 이는 샤르트뢰즈의 풀잎과도 같은 술 색깔이 무척 매혹적이라 ‘샤르트뢰즈’라는 말이 연두색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되는 데서 비롯된 설명이다. 리큐어의 한 종류인 샤르트뢰즈는 아직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그 깊이 있는 맛으로 흔히 ‘리큐어(liqueur)의 제왕’으로 불리기도 한다.



샤르트뢰즈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리큐어에 대해 아는 것이 중요하다. 리큐어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술에 과일, 초목, 향신료 등을 혼합해 특유의 향을 낸 뒤 당분을 가미한 술이다. 리큐어에 사용하는 술은 증류주가 원칙이며, 가미하는 당분의 양이 적어도 전체 술의 2.5%를 넘어야 한다. 리큐어의 정의는 이렇게 간단하지만 혼합 성분이 워낙 다양한 데다 혼합하는 방법에도 차이가 많아 세상에는 실로 다양한 리큐어가 존재한다. 이 때문에 술을 분류할 때 리큐어는 양조주, 증류주와 더불어 제3의 범주를 이루는 중요한 부분이 된다.

리큐어는 요즘 시중에서 종종 볼 수 있는 가향 보드카(flavored vodka)나 가향 진(flavored gin) 같은 술과 혼동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술은 향료를 가미한다는 점에서는 같지만, 별도로 당분을 가미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다르다. 또한 리큐어는 단맛이 강하다는 점에서 흔히 보는 디저트 와인 종류와 비슷하지만, 이 경우에는 향료가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이 리큐어와 다르다. 일반적으로 리큐어의 알코올 도수는 15~30%로 그렇게 높지 않으나 50%가 넘는 제품도 있다.

2명의 修士만 아는 제조법

리큐어는 술에 약초 성분을 섞는다는 점 때문에 일찍이 건강증진용이나 치료약으로도 관심을 받아왔다. 유럽에선 중세 시대에 이미 수도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리큐어가 개발되기도 했다. 이런 사정은 동양에서도 마찬가지여서 중국에서는 동물 성분까지 포함하는 많은 리큐어가 만들어져 애용됐으며, 오늘날까지 보건주(保健酒)라는 개념으로 널리 음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설탕을 넣고 만드는 ‘담금술’의 개념도 근본적으로는 모두 이 범주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리큐어를 만드는 방법에는 크게 침출법(maceration), 여과법(percolation), 증류법(distillation) 세 가지가 있다. 이 가운데 침출법과 여과법은 제조 과정에서 열을 사용하지 않아 콜드 방식(cold method)이라고 한다. 이에 비해 증류법은 핫 방식(hot method)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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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곤| 서울대 의대 흉부외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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