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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맞는 선생님’ 실태 보고

“말끝마다 ‘씨발’ ‘존나’ 애들이 무섭다”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매 맞는 선생님’ 실태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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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맞는 선생님’ 실태 보고

서울 양천구 목운초등학교의 방문자 출입증. 교총은 외부인의 학교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은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현직 교사들이 모이는 한 인터넷 비공개 커뮤니티에는 초등학교 교사가 학부모의 항의 전화를 받은 뒤 쓴 글이 올라와 있다. “대뜸 OO 엄마라고 하면서, 아이가 갑자기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고 일기장을 보니 ‘죽고 싶다’는 말까지 썼다고, 도대체 학교에서 어떻게 지도를 하는 거냐고 소리를 지르더군요. 좀 더 신경 써서 가르치겠다고 사과하면서 전화를 끊었는데, 대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건지 회의가 듭니다.”

그래서 교사들은 교권 침해 사건이 일어날 경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발생 일시, 대화 내용, 피해 사실 등을 최대한 상세하게 기록해두는 것이라고 말한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모든 것을 ‘교사 탓’으로 돌릴 경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교사가 ‘책임’에서 벗어난 뒤엔 교칙에 따른 징계를 할 수 있다. 의무교육에 해당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의 경우 퇴학·자퇴 등의 처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보통은 폭력 행위의 정도에 따라 교내봉사, 교외봉사, 특별 수업 이수 등의 징계를 내린다. 전학을 권고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때도 학생이 전학을 거부하거나 그 학생을 받아주는 학교가 없으면 계속 피해 교사가 학생의 지도를 맡아야 한다. E교사는 “지금 학교 제도는 교사들에게 무조건 사랑으로 가르치라고 한다. 학생들도 그 점을 잘 알기 때문에 문제를 일으킨 뒤 ‘선생님이 도대체 어떻게 하실 건데요’ 하는 식으로 ‘막 나가는’ 경우가 많다. 한번 그런 일이 생기면 다른 학생들도 ‘선생님이 별것 아니구나’라고 생각하고 동요할 수 있기 때문에 교사들은 웬만하면 문제를 키우지 않고 잘 덮기 위해 노력한다”고 고백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들의 어깨는 나날이 처져가고 있다. 교총이 2009년 교사 6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교직 만족도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55.4%는 최근 1∼2년 사이에 교직 만족도가 떨어졌다고 답했다. 가장 큰 이유로 ‘학부모·학생에 대한 권위 상실’(66.4%)을 꼽았다. 교사들은 최근 시도교육청을 중심으로 학생 인권 조례 제정과 체벌 금지가 확산되면서 ‘교사 권위 상실’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2010년 11월1일부터 서울시내 초·중·고에서 체벌을 전면 금지한 서울시교육청은 교사들에게 학생의 문제 행동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담은 체벌 금지 매뉴얼(대응요령)을 배포했다. 매뉴얼은 학생이 교사에게 불손한 언행을 했을 경우 일단 흥분을 가라앉힌 다음 별도의 장소로 학생을 불러내 지도하고, 이 방법이 효과가 없을 때는 학생을 성찰교실로 격리시키거나 학부모와 면담하는 등의 방식으로 불이익을 주도록 하고 있다. 학생이 다른 학생들 앞에서 교사에게 공개 사과를 하도록 해 교권을 회복하는 방법도 제시했다. 그러나 교사에게 욕설을 퍼붓고, 나아가 폭력까지 휘두르는 학생을 지도하기엔 실효성 없는 방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축 처진 어깨, 긴 한숨



서울 대방중학교 이창희 교사는 “학생이 교사에게 대들 경우 즉각 대응하지 말고 별도 장소로 데리고 가서 차분하게 지도하라는데, 수업하다 말고 어떻게 한 학생만 교무실에 데리고 가느냐. 교실에서 교사는 수십 명의 학생을 가르친다. 다른 아이들의 수업권을 지켜주려면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을 모른 척한 채 수업을 끝까지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부천공고 남정권 교사는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자는 데 반대할 교사는 없다. 하지만 상당수 교사는 요즘 교육 당국이 학생 인권 보호를 강조하면서 교사의 인권은 상대적으로 외면하고 소홀히 여긴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교총은 2009년 발의됐던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법안’ 입법 재추진에 나섰다. 이 법안은 제9조에 “학교의 장은 학생이 교원에게 폭언·폭행·모욕·협박 등으로 교원의 교육활동을 현저하게 방해하여 다른 학생의 학습권을 침해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교육감에게 위탁교육 등 필요한 조치를 의뢰할 수 있다”고 명시하는 등 교사의 교육권이 침해될 경우 대응 방법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더불어 △학교 내 학교교육분쟁조정위원회 설치 △교권침해 피해 발생시 시도교육감과 학교법인 법적 대응 의무화 △교권침해사범 가중처벌 △교직원과 학생을 제외한 일반인의 학교 출입 통제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김동석 교총 대변인은 “최근 회원들에게 입법 재추진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열흘 사이에 20만명 이상이 지지서명을 했다”며 “교권이 흔들리고 있다는 데 많은 교사가 공감한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엄민용 전교조 대변인은 최근의 학교 위기 상황을 “학생 인권을 보호하면서 교육도 정상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그는 “교권을 보호한다고 학생 인권을 소홀히 할 수 없고, 학생의 인권만을 내세우며 교사의 권리를 무시할 수도 없다. 아직은 혼란스럽지만 교사와 학생·학부모가 서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각각의 인권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접점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교사는 사람을 기르는 직업입니다. 힘들어도 무서워도 학생들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학생들도 그런 교사를 믿고 따라와주기를 바랄 뿐입니다.”

인터뷰가 끝난 뒤 한 교사가 보내온 e메일의 일부다. 교사와 학생이 서로를 믿고 존중하는 참된 ‘인권 학교’는 언제 만들어질까.

신동아 2011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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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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