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2월호

카지노에 푹 빠진 중국인 관광객 잡기에 올인

호주 & 뉴질랜드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1-01-21 11: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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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 시드니에는 세계적 명성의 ‘스타시티 카지노(Star city casino)’가 있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최근 스타시티는 1억6000만 호주달러(약 1700억원)를 들여 전용기 도입 및 시설개선에 나서고 있다. 전용기 도입은 주로 중국의 VIP고객을 데려오기 위해서다. 중국의 경제성장, 중국인 해외여행객의 급증 그리고 카지노를 좋아하는 중국인의 습성이 비행기로 10시간이나 떨어진 호주 카지노에도 대박을 안기고 있다. 스타시티 카지노의 진풍경을 들여다봤다.
    카지노에 푹 빠진 중국인 관광객 잡기에 올인

    호주 시드니 스타시티 카지노 앞 달링하버 전경.

    2010년 12월21일 밤 호주 시드니 달링하버의 스타시티 카지노 객장은 동아시아인들로 붐볐다. 고객의 절반은 되어 보였다. 호주의 카지노는 내외국인 고객을 구분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외국인은 여권만 제시하면 입장이 가능하다. 이 카지노의 게임 매너저인 킹스레이씨는 “연말연시 휴가철을 맞아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왔다. 실제로 연간 전체 고객의 54%가 중국인”이라고 했다.

    이 카지노는 세계 여느 카지노와 마찬가지로 슬롯머신 게임, 룰렛 게임, 테이블 게임으로 구성되어 있다. 테이블 게임은 딜러와 고객이 테이블에 앉아 카드를 주고받으며 진행하는 게임으로 포커, 블랙잭, 바카라 등이 있다.

    한판에 1000만원 베팅

    특히 바카라(Baccarat)는 게임 진행속도가 가장 빠른 편이라 아시아인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예컨대 우리나라에서 화투 도박을 좋아하는 사람이 ‘판이 빨리 돈다’는 이유로 ‘고스톱’보다 ‘섯다’를 선호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내국인 카지노인 강원랜드에서도 바카라는 최고 인기 게임 중 하나다. 요즘엔 딜러가 손으로 카드를 섞지 않고 셔플기가 이를 대신하면서 게임속도가 더 빨라졌다.

    반면 호주 현지인은 바카라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게임 시간이 더 길더라도 게임 룰이 주는 묘미를 느낄 수 있는 포커 같은 게임을 즐긴다. 이 때문에 시드니보다 작은 도시의 카지노 중엔 바카라 테이블이 없는 곳도 있다. 우리나라의 카지노는 포커 게임 룸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지만 호주의 대다수 카지노는 두고 있다. 카지노에 대한 관점과 문화의 차이일 것이다.



    스타시티 카지노의 대다수 바카라 테이블은 중국인들로 붐볐다. 각 테이블에는 게임 1회당 최저 베팅 한도액이 표시되어 있다. 5호주달러(약 6000원)부터 시작된다.

    카지노에 푹 빠진 중국인 관광객 잡기에 올인

    스타시티 카지노 내부.

    이 카지노의 바카라 규칙은 간단하다. 두 장의 카드를 더한 수의 끝자리가 9에 가까운 쪽이 이긴다. 단, 끝자리가 6미만 일 땐 카드 한 장을 더 쓸 수 있다. 10, J, Q, K 카드는 0으로 친다. 게임에 참여한 고객은 플레이어(player)와 뱅커(banker) 중 한 쪽에 먼저 칩(돈)을 건다. 이어 딜러는 플레이어와 뱅커에게 카드를 나눠준다. 마지막 카드까지 펼쳐본 결과 플레이어가 승리하면 건 돈의 1배를, 뱅커가 이기면 0.95배를 얻는다. 지면 베팅한 돈을 모두 잃는다. 타이(tie)에 걸었다 맞히면 8배를 받는다.

    바카라 테이블 중 한 곳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구경꾼까지 포함해 수십여 명의 중국인이 몰려 있었다. 가끔 큰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 테이블은 1회당 최소 베팅이 100호주달러(약 12만원)인, 최고액 베팅이 이뤄지는 곳이었다.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단발머리의 잘생긴 중국인 남성이 이 테이블의 주인공이었다. 그가 앉은 자리에는 판돈으로 보이는 고액 칩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1~2분에 불과한 한 게임당 그는 5000달러(약 600만원), 8000달러씩을 걸고 있었다. 그와 딜러가 맞붙는 양상이고 나머지 중국인 고객들은 그가 베팅하는 곳으로 추격 베팅하고 있었다. 그는 이전 판에서 뱅커에 걸었다 8000달러를 잃었다. 이번엔 9000달러를 플레이어에 베팅했다. 그러자 한 중국인 여성고객이 서서 구경하다 100달러짜리 칩 한 개를 플레이어에다 살짝 올려놓았다. 뱅커 쪽 카드는 3, 7, 1로 끝자리수가 1이 되었다. 플레이어 쪽의 카드는 5, 9번으로 끝자리 수가 4였다. 마지막 카드가 6번(끝자리 수 0), 7번(끝자리 수 1)만 아니면 이기는 유리한 상황. 딜러는 플레이어 쪽 마지막 카드를 덮은 채로 중국인 남성에게 주었다.

    VIP고객의 카드 죄기

    카지노에 푹 빠진 중국인 관광객 잡기에 올인

    호주 골드코스트의 콘래드 주피터스 카지노 입구.

    카지노 측이 중국인 남성에게 스퀴즈(squeeze·마지막 카드를 테이블 바닥이나 다른 카드에 올려놓고 조금씩 열어보기)를 할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스퀴즈는 고객의 재미를 배가해주는 효과가 있다. 이는 판돈을 많이 거는 고객에게만 부여되는 특권이다. 보통의 경우 딜러는 그냥 카드를 공개해버린다. 중국인 남성은 큰소리로 기합을 넣으면서 바닥에 눕혀놓은 마지막 카드를 스퀴즈 하기 시작했다. 번호를 확인한 뒤에 다소 휘어진 카드를 테이블 위에 던졌다. 3번. 주변에서 탄성이 나왔다. 그는 9000달러를 벌었다. 같은 쪽에 베팅해 100달러를 번 중국인 여성과 눈인사를 나눈다.

    바카라는 플레이어나 뱅커 중 어느 한쪽이 연이어 승리하는 경우가 꽤 있다. 카지노 측은 ‘이런 점을 참고해 베팅하라’는 의미에서 테이블 옆 모니터 화면을 통해 지난 수십~100여 게임의 승자가 누구인지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중국인 남성도 이 통계를 참고해 베팅하고 있었다.

    이 바카라 테이블의 게임당 베팅 최고한도액은 10만달러에 달한다. 카지노업계 한 관계자는 “이 중국인 남성은 지금 수억원의 판돈을 가지고 게임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계 큰손’이 스타시티 카지노를 계속 찾는 이유는 스타시티가 베팅 한도를 사실상 제한하지 않음으로써 잃은 돈을 단번에 만회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회 베팅이 30만원으로 제한되는 국내 모 카지노의 경우 수천만원을 잃은 고객이 원금을 복구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로 세계 카지노 시장에서 VIP 고객은 주로 베팅액이 크고 VIP에 대한 대접도 뛰어난 글로벌 규모의 카지노로 몰린다고 한다. VIP 고객이 “게임 하러 가겠다”고 전화를 넣으면 카지노 측이 그가 있는 곳으로 전용기를 보내주는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다. 그만큼 카지노 매출에서 VIP 고객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방증이다. 예를 들어 마카오 카지노의 경우 매출의 70%는 소수 최상위 고객에서 나온다고 한다(한국경제 2001년 1월9일자 보도).

    이처럼 카지노는 내국인에 대해선 도박 중독 등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지만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막대한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이다. 호주는 카지노의 이러한 양면적 속성 중에서 후자 쪽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카지노 정책을 실행하고 있는 셈이다.

    중국인 남성이 바카라 게임을 한 곳은 일반고객용 객장이었다. 회원제 고객에겐 별도의 게임 룸이 제공된다. 그런데 회원제 고객 전용 룸은 이용 실적에 따라 차등을 두어 최고급인 골드 플래티늄 룸(gold platinum room)에서부터 실버 플래티늄 룸(silver platinum room), 소버린 룸(sovereign room)으로 구분된다. 이용 실적이란 사실 ‘얼마나 많은 돈을 잃어주었느냐’의 의미다. 일부 전용 룸에서 테이블 게임의 베팅 한도액은 100만달러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스타시티는 1500대의 슬롯머신, 230대의 룰렛머신, 200대의 게임 테이블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내국인 및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합쳐 국내 최대인 강원랜드(슬롯머신 960대, 게임 테이블 132대)보다 훨씬 더 큰 규모다. 2010년 12월21일 밤 스타시티 카지노의 슬롯머신에는 54만달러(약 6억4800만원)짜리 잭팟이 걸려 있었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잭팟이 터진다고 한다.

    스타시티는 세계 어느 카지노에서도 거의 시도된 바 없는 금연 카지노다. 흡연 고객을 위해 별도의 게임 룸을 만들어두었다. 이로 인해 실내공기는 매우 쾌적한 편이다. ‘내기 게임이 흡연 욕구를 자극한다’는 것은 국경과 인종을 초월해 널리 통용되는 믿음이다. 이 때문에 대다수 카지노는 고객 이탈을 우려해 금연정책을 엄두도 내지 못한다. 스타시티의 ‘금연 카지노’ 시도는 위험한 모험으로 비쳤다. 그러나 이 카지노 측 설명에 따르면 결과는 꽤 만족스러운 편이라고 한다.

    국내 카지노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여러 나라 카지노를 둘러봤지만 이곳만큼 실내가 청결하고 고급스러운 곳은 찾기 힘들 것 같다. 고급 마감재의 사용 등 내부 인테리어도 정상급”이라고 했다. 레스토랑, 바, 극장, 컨벤션 룸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최근 중국인 고객이 늘자 아시아음식 식당도 새로 열었다. 이 카지노가 들어가 있는 스타시티 호텔은 시드니의 호텔 중 최고급 호텔로 통한다.

    카지노에 푹 빠진 중국인 관광객 잡기에 올인

    뉴질랜드 오클랜드의 스카이타워(왼쪽). 이 타워 내에 있는 스카이 시티 카지노.

    잘 만든 워터프런트

    이 카지노는 시드니 시내의 워터프런트인 달링하버에 위치해 있다. 항구의 풍광이 한눈에 들어온다. 달링하버는 바닷가에 즐비한 노천카페와 호텔, 수족관, 해양 박물관, 크루즈 선착장, 산책로가 뒤편의 마천루와 조화되어 아름다운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원래는 낡은 부두였으나 1988년 엔터테인먼트와 레저가 결합한 도심 속 수변 위락지구로 재탄생한 것이다. 아기자기하고 현대적인 감각이 느껴지는 해질녘 산책 명소로 꼽힌다. 한강르네상스를 추진하는 서울시가 참고할 만한 모델로 보인다.

    이 카지노의 매니저인 킹스레이씨는 발코니의 창을 열어 보이며 “정말 멋진 조망이지 않으냐”고 했다. 그는 이어 “이외에도 웅장하고 화려한 내부시설, 친환경, 관광지이자 인구밀집지인 시드니 도심에 위치한 지리적 이점, 마음껏 (베팅하며) 즐길 수 있도록 한 점이 이 카지노의 국제적 경쟁력”이라고 설명했다. 이 카지노는 멜버른의 크라운 카지노와 함께 호주 카지노산업을 이끈다.

    호주는 카지노만큼은 철저하게 상업주의, 국부(國富)창출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호주 교포로서 소버린 룸의 매너저인 소니아 유씨는 스타시티 카지노의 창립 멤버다. 유씨는 “이 카지노는 1997년 문을 열어 불과 13년 만에 세계적인 카지노로 성장했다.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인천에 세계적 카지노를”

    미국, 유럽, 마카오 등 세계의 관광대국에서 카지노는 관광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중요한 인프라로 인식되고 있다. 카지노업계의 대체적인 평가에 따르면 서울 시내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들은 시드니의 스타시티 카지노나 멜버른의 크라운 카지노에 비해 규모나 매력도에서 뒤처지는 것으로 비친다.

    한 국내 카지노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갬블러가 가까운 서울을 두고 10시간 이상 비행해 시드니로 가는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한다”면서 “카지노 등 3차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국가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다. 국내의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채욱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은 ‘신동아’ 인터뷰에서 인천국제공항이 동아시아 최대 환승공항으로 발전하고 있는 점을 활용해 인천공항 인근 영종도에 외국인 관광·환승객을 위한 대규모 카지노를 건설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호주의 카지노는 최근 싱가포르가 카지노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마카오도 공격적인 경영을 강화하면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고 한다. 스타시티 카지노를 운영하는 탭코프사의 엘머 쿠퍼 최고경영자는 ‘비즈니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싱가포르·마카오로의 VIP 고객 이탈을 우려했다.

    사실 기자가 호주 현지를 탐방한 바에 따르면 호주는 한반도의 35배에 달하는 광활한 국토를 가지고 있지만 카지노를 포함한 관광산업은 다소 단조롭다는 인상을 준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처럼 카지노호텔이 집적화된 곳은 없다. 또한 주요 관광지가 동부 해안에 편중되는 경향이다. 신혼부부 등 국내 관광객의 호주관광코스는 골드코스트와 시드니에 집중되어 있다. 두 도시는 하나의 관광 상품으로 연결되어 있다. 즉 호주 관광은 다음과 같이 전형화, 도식화되는 측면이 있다.

    “신혼부부 등 상당수 국내 여행객은 인천~브리스번 직항로로 호주에 도착해 브리스번에서 자동차로 40여 분가량 떨어진 골드코스트로 향한다. 푸른 바다와 하얀 백사장이 45㎞ 정도 맞닿아 있는 골드코스트의 중심은 마리나 미라지다. 이곳엔 고급 부티크와 카페, 클럽, 호텔, 고층 주거지가 밀집되어 있다. 우리의 부산 해운대를 연상시킨다. 주변에 3개의 테마파크가 있다. 이외 골프, 승마, 해양스포츠를 즐길 수 있다. 골드코스트엔 콘래드주피터스 카지노가 있다. 규모는 스타시티 카지노보다 작은 편이다. 이어 여행객은 비행기로 두 시간 떨어진 시드니에 도착한다. 오페라하우스, 하버브리지, 달링하버, 더 록스(옛 죄수 유배지), 본다이 비치 등 시내관광을 한다. 이어 자동차로 1시간 반 거리인 블루마운틴의 궤도열차를 탄다. 이로써 호주의 현대문명과 원시의 자연을 모두 경험한 것이다.”(여행업계 관계자의 말)

    기자는 골드코스트의 테마파크 중 한 곳에 들렀다. 입장료로 9만원 정도 들었다. 단체관광객에겐 가격을 내려준다고 한다. 테마파크 내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와 음료수를 주문했는데 2만원 정도 나왔다. 마리나 미라지의 노천카페에서 커피 석 잔을 시켰더니 3만5000원 정도 들었다. 상당수 외국인 관광객에게 호주의 물가는 비싸다는 인상을 준다. 여행 중 인터넷을 써야 할 일이 있다면 속도가 꽤 느리고 사용료가 비싸다는 점도 각오해야 한다.

    호주의 공항은 인천공항처럼 친절하거나 체계적이지 않다. 시드니 공항에서 기자 뒤에 줄을 서 있던 한 한국인 여성은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출국하려다 낭패를 봤다. 오클랜드에서 인천으로 가는 인터넷 항공 예약권을 출력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출국을 제지당한 것이다. 자기 나라를 떠난 뒤의 일까지 상관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이른 새벽이어서 컴퓨터를 쓸 만한 곳이 닫혀 있었다. 이 여성은 발을 동동 굴렀다. 보다 못한 기자가 가지고 있는 스마트폰 화면에 이 여성의 인터넷 발권기록을 띄워 보이겠다고 하자 공항 직원은 종이에 프린트되어야 한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 여성은 일면식도 없는 기자 일행에게 자기 짐을 맡겨두고는 공항 여기저기를 뛰어다녔다. 탑승 시간이 다 되어서야 이 여성은 가까스로 출력을 해왔다.

    이해 못할 시드니공항

    한 현지 여행사 직원은 “여권을 제시하면 항공권 예약이 되어 있는지가 전산으로 확인된다. 이런 일은 호주에서나 일어난다. 미국인 여행객에게는 이런 요구를 하지 않는다. 많은 한국인 여행객이 호주를 찾고 있지만 호주는 백호주의 전통 탓인지 한국인에게 고압적일 때가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호주의 공무원이나 주요 기관 직원이 언제까지 무엇을 해주겠다고 말하더라도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것이 좋다. 내 경우엔 전화국이 전화 수리를 해주겠다고 해놓고 수개월째 감감 무소식”이라고 덧붙였다.

    호주의 카지노는 고용 및 세수(稅收) 증대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스타시티는 3500여 직원을 고용한다. 호주 언론에 따르면 뉴사우스웨일스 주는 2002년 카지노, 경마, 복권 등의 산업에서 1억4000만달러를 세금으로 거둬들였다.

    카지노 허가권을 가진 뉴사우스웨일스 주정부는 시드니에 대형 카지노로 스타시티만 허용하고 있다. 대신 시내 곳곳에서 소규모 카지노가 운영되고 있다. 대도시에 거주하는 내국인이 손쉽게 카지노를 이용할 수 있는 이러한 환경은, 강원도 정선에만 내국인용 카지노를 두고 있는 우리와는 다르다. 1990년대 후반에서야 시드니에 대형 카지노가 들어선 것은 그만큼 카지노에 대한 고민이 깊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대도시에서 내국인 카지노를 운영하는 것이 카지노를 건전레저문화로 유도하는지 아니면 도박중독 등 부작용을 심화시키는지는 흥미 있는 주제일 수 있다. 국내에서도 내국인 카지노를 더 열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브리스번에 거주하는 교포 이수정씨는 “브리스번과 골드코스트 시민들은 주로 콘래드주피터스 카지노에서 하루 수십 달러 단위로 슬롯머신 게임이나 테이블 게임을 즐긴다. 상당수 노년층은 카지노를 사교장으로 이용하는 경향”이라고 설명했다. 이 카지노에 들러 슬롯머신을 해봤다. 1, 2, 5, 10, 20달러씩 베팅하도록 하고 있었다. 1달러씩 베팅하는 기계를 택하면 20달러로 1시간 정도를 즐길 수 있었다. 시드니에 거주하는 교포 박효진씨는 “카지노가 시드니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지는 않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관점도 있다. 2000년 호주생산성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호주인의 40%가 정기적으로 도박을 하고 80%이상이 연간 130억 호주달러를 잃는 것으로 나온다. 이로 인해 호주인의 2.3%인 33만여 명이 도박으로 인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오마이뉴스 2006년 8월21일자 보도)

    ‘반지의 제왕’ 뉴질랜드 즐기기

    인구밀집지역에 내국인 카지노를 여는 것은, 상식적으로 판단할 때, 국민의 도박중독 여지를 더 높이는 것임에 틀림없다. 호주의 경우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5587달러(2009년)에 달하는 사회의 풍요로움이 도박중독으로 인한 그늘을 가려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도박중독으로 직장을 잃고 재산을 탕진해도 나라에서 먹고살 만한 실업수당, 주택을 제공해준다. 호주의 퇴직연금, 노령연금과 같은 노후보장제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사회안전망이 취약한 우리와 다른 조건이다. 호주와 한국은 근본적으로 다른 세계인지 모른다. 한국은 치열한 경쟁사회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 창의적인 것, 열정, 노력 같은 것을 요구받는다. 반면 호주에선 삶이 한결 여유로워 보인다. 그것은 호주인이 한국인보다 더 잘나서가 아니다. 호주엔 세계에 변변히 내세울 만한 제조업이 없다. 인구(2060만명, 2008년) 대비 자원이 풍부하다는 점이 한국과 다른 본질적인 이유일 것이다.

    2010년 12월22일 오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도착했다. 오클랜드는 이 나라에서 가장 큰 도시다. 공항에서 호주인은 뉴질랜드 내국인과 같이 수속을 밟는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제도와 문물이 비슷하다. 호주가 내외국인 카지노를 수용하면 뉴질랜드도 그렇게 한다. 시드니의 카지노가 스타시티이고 오클랜드의 카지노는 비슷한 이름의 스카이시티(Sky city)다. 두 나라 모두 전기스위치를 아래로 내려야 불이 켜진다. 다만 뉴질랜드는 호주와 달리 이민이 까다롭다. 대신 소수민족인 마오리족에게 여러 특혜를 준다. 최근 호주도 이민 조건을 엄격하게 하고 있다.

    스카이시티는 오클랜드의 랜드 마크인 328m 높이의 스카이타워 안에 호텔과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도 많은 중국인이 테이블 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중국의 전통적 도박에서 유래한 바이가우(PAI GOW) 게임이 인기였다. 호텔 입구에선 다른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버스에서 짐을 내리고 있었다. 뉴질랜드는 영화 ‘반지의 제왕’의 무대로 알려지면서 국내에 더 친근하게 다가온 측면이 있다. 오클랜드 주변에는 ‘반지의 제왕’ 촬영지, 모 항공사 TV광고에 나오는 협곡 속 번지점프장 등 관광지가 산재해 있다. 뉴질랜드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2만7036달러. 여행객이 체감하는 물가는 뉴질랜드가 호주보다 훨씬 낮은 편이다.

    오클랜드에서 여행업에 종사하는 교민 박윤상씨는 “카지노와 천혜의 자연경관을 함께 즐길 수 있어 외국인 관광객이 꾸준히 찾고 있다. 일부 실속 관광객은 하루 5만~10만원 정도에 시내 아파트를 빌려서 지낸다. 스테이크 등 음식재료 값이 싸 야외에서 바비큐 요리도 하고 저렴하게 골프, 낚시, 해양스포츠, 캠핑카 투어를 경험한다”고 했다.

    호주·뉴질랜드의 사례에 따르면 카지노가 윤리적 논란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 한 나라 3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에 지대한 영향을 준다는 점이 확인되고 있다. 내외국인 카지노를 분리해 운영하는 우리나라로서는 현명한 취사선택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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