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호

‘한나라 원조’ 박창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차기 여권구도 향배 가를 숨은 세력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1-02-22 18: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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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직의 달인… 당심(黨心) 장악력 더 커져
    • 이명박 대통령을 향한 헌신적 충성
    • “가치 공유하는 대권 주자 돕겠다”
    • “영남 국회의원 대거 물갈이 여론”
    • “이재오 개헌안 타당”
    ‘한나라 원조’ 박창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박창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는 여권 내부에서 ‘이명박 지킴이’로 통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어려움에 처할 때 튀지 않게, 그러나 헌신적으로 이 대통령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어왔다고 한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박 총재를 자주 칭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한 여권 실세와 만난 자리에선 “묵묵히 자기 일 하는 사람은 박창달밖에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묵묵히 일하는 사람은 박창달뿐”

    #1. 지난해 11월23일 북한은 우리 영토인 연평도를 포격했다. 다수의 군인, 민간인을 사망케 한 일방적인 도발이었다. 그러나 중국은 “서해상 상호포격 사건”이라며 북한 감싸기로 일관했다. 중국의 이러한 태도는 이명박 대통령의 외교전에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정부로서는 중국을 바꿔나갈 수단이 딱히 없었다.

    다수 국민 사이에서도 중국에 대해 “해도 너무 한다”는 불만이 끓었다. 그러나 그것이 외면적으로 표출되지는 않고 있었다. 대중은 ‘반미(反美)시위’에는 익숙하지만 중국에 대한 항의시위는 한 번도 해본 경험이 없었다.

    이때 한국자유총연맹이 나섰다. 지난해 11월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동 주한 중국대사관 앞에서 이 단체 회원 1000여 명은 피켓을 들고 규탄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중국은 북한의 후견인 노릇을 멈추라” “중국은 민간인이 희생되는 상황에서도 우리 정부에 ‘냉정과 자제’를 요구하는 등 북한의 만행을 두둔하고 있다” “중국이 어찌 이런 태도를 보이는지 개탄스럽다” “중국은 동북아 평화와 안정을 위해 북한을 강력히 응징하는 데 동참하라”고 외쳤다.



    한국자유총연맹의 이날 시위는 언론에 일제히 대서특필됐다. 온·오프라인에서 급속히 동조세력을 모아나갔다. 월드피스자유연합이 서울 광화문에서 ‘북한·중국 규탄 궐기대회’를 개최했고 인터넷에선 “대국답지 않은 꼼수”(다음 아고라)를 비난하는 글이 쇄도했다.

    난생 처음, 적지 않은 한국인이 자국 대사관에 몰려와 시위하는 장면을 목격한 중국 정부는 적잖이 놀라고 위기의식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뒤인 11월1일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과 관련해 “중국은 남북한 어느 편도 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에 자제를 요구하던 데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시위 등 눈에 보이는 여론을 등에 업는 것도 상대국에 대한 외교 전략 중 하나. 여권 내에선 “한국자유총연맹이 이 대통령의 어깨를 가볍게 해줬다” “국민감정을 시원하게 잘 표출해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자유총연맹은 지난해 천안함 폭침 사건이 발발했을 때에도 유엔 안보리 의장 성명을 앞두고 세계 자유민주연맹 연차총회(6월7~11일)를 열어 회원국들로부터 대북제재결의안을 이끌었다. 또한 이 단체는 참여연대가 지난해 6월 유엔 안보리에 한국 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를 부정하는 서한을 보내자 8월 참여연대 서한을 반박하는 서한을 유엔 안보리에 발송하기도 했다.

    #2. 이명박 대통령이 가장 애착을 갖고 추진하는 사업은 뭐니뭐니 해도 ‘4대강 사업’이다. 야당의 극렬한 반대에 이어 대한불교 조계종,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등 국내 메이저 종교단체 측에서 지난해 4대강 사업 반대를 천명하고 나섰다.

    여권 입장에선 상당히 큰 악재였다. 적어도 일반 국민이 보기에 종교기관은 어디 할 것 없이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4대강 사업이 얼마나 나쁜 정책이면 세속에 물들지 않은 종교인들이 다 나서서 반대할까’라는 동조여론을 유발할 수 있었다.

    “4대강 여론 돌려”

    이러한 구도를 반전시킨 것도 한국자유총연맹이었다. 이 단체는 지난해 10월12일 서울 중구 장충동 장충체육관에서 ‘강이 살아야 사람이 산다’라는 주제로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한 범종교인 대회’를 열었다. 한국자유총연맹이 주도한 이 대회에 불교 50여 개 종단, 기독교 12개 교단, 민족종교 50여 개 종단 등 121개 종단의 종교지도자와 종교인 1만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 종교인은 행사에서 ‘4대강 사업의 성공 기원’을 염원한 뒤 실천협약서에 서명했다. 대다수 언론은 4대강 사업 반대 종교단체 행사와 한국자유총연맹의 4대강 사업 찬성 종교행사를 균형적으로 보도했다.

    ‘한나라 원조’ 박창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2010년 11월29일 한국자유총연맹의 중국대사관 앞 규탄대회 광경.

    여권 핵심 인사는 “4대강 사업에 대한 종교단체의 찬반을 ‘찬성 0 대 반대 100’에서 ‘찬성 50 대 반대 50’으로 돌려놓은 획기적인 전기였다”면서 “이 대통령이 한국자유총연맹의 행사개최 소식에 큰 관심을 가졌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3.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는 지난해 10월10일 사망했다. “장례식장에 참석한 보수 인사들이 연로해 현장에서 실무를 도와줄 사람이 부족하다”는 전언이 청와대와 한국자유총연맹에 전해졌다. 마침 한국자유총연맹은 최근 젊은 층으로 파고든다는 전략으로 대학생 글로벌봉사단(1000명), 대학생 글로벌리더연합(600명), 자유청년산악회(5000명)를 잇따라 결성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었다. 한국자유총연맹은 이들 소속원을 장례 도우미로 보냈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한국자유총연맹은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일을 신속하게, 매끄럽게 처리한다. 이 점이 이 대통령을 흡족하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박창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는 ‘한나라당의 원조’로 알려져 있다. 지금의 한나라당 중심세력은 유력 대선주자에서부터 당 지도부, 초·재선 의원에 이르기까지 몇 차례의 합당과 외부영입 사례에 의해 충원된 인물들로 채워져 있다. 반면 박 총재는 한국외국어대를 졸업한 뒤 1981년 민주정의당 대구경북지부 조직부장에서 출발해 신한국당 경북지부 사무처장을 거쳐 30년째 한나라당에 뿌리를 박고 있는 셈이다.

    그 사이 당 공천을 받아 15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7대 국회의원에도 당선됐으나 지역사무소 직원 3명에게 월급을 지급한 것이 선거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2005년 9월 의원직을 잃기도 했다. 이 처분에 대해 그는 일전에 “나는 의원직을 잃었지만 이후 이런 처벌은 부당하다고 해서 국회에서 법이 개정됐다. 상대후보 측에서 고발한 것도 아닌데 사정기관이 집요하게 조사한 끝에 이 방법을 찾아냈다. 내가 조직의 전문가여서 한나라당 조직을 약화시키려는 노무현 정권의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독특한 위상…그를 필요로 할 것”

    실제로 친이명박계나 친박근혜계 상당수 인사는 박 총재에 대해 ‘조직의 달인’이라고 인정하는 경향이다. 한나라당 한 관계자는 “특히 대통령후보 경선, 당 대표 경선과 같은 전국 단위 당내 선거에서 그는 위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이는 경선에 투표권을 행사하는 선거인단(대의원, 당원)에 대한 그의 장악력에서 나온다고 한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는 직전 당 대표로서 당내 영향력이 컸던 박근혜 후보와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대의원 표를 얻었다. 이는 이 후보가 박 후보에 신승(辛勝)하는 발판이 됐다. ‘신동아’ 2009년 1월호 기사는 이 과정에 대해 “경선에서 이 후보가 대의원 표를 얻을 수 있도록 도운 조직이 박창달 전 의원의 손에서 움직였다고 한다”라고 소개했다.

    그는 2009년 3월부터 한국자유총연맹 총재(11, 12대)를 맡고 있다. 당과 일정 정도 거리를 두고 있는 셈이지만 여권을 오랫동안 취재해온 정치부 기자들의 관측에 따르면 당심(黨心)에 대한 그의 장악력은 과거보다 더 세졌다는 평이다.

    ‘한나라 원조’ 박창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2010년 10월1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4대강 사업의 성공을 기원하는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한 범종교인대회’가 열렸다.



    한 중앙일간지 기자(한나라당 반장)는 “지금도 ‘박창달은 조직의 달인’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그렇게 보는 근거는?

    “그가 총재를 맡기 전보다 한국자유총연맹 회원 수가 수십만명이나 늘었다고 한다. 활동도 한층 활성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 이슈에도 적절하게 참여해 언론에 자주 난다. 아마 이 대통령이 조직이 전공인 그에게 한국자유총연맹을 맡기면서 이런 것을 주문했을 터인데 그대로 실천에 옮기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대의원, 당원에 대한 영향력도 유지하는 것 같다. 그는 차기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의 향배를 가를 숨은 세력으로 봐도 될 것이다.”

    ▼ 한국자유총연맹 일에 전념하면 당 쪽에는 소홀해질 텐데….

    “꼭 그렇지가 않은 게 한국자유총연맹 회원과 한나라당 대의원, 당원이 대충 겹친다. 정치참여 동기가 높은 보수 성향 사람들이 여기저기 동시에 참여하니까. 결국은 지역별 동원력인데 그것이 경선 영향력으로도 이어지는 것이다. 박 총재의 경우는 한국자유총연맹을 맡으면서 당 쪽 조직과의 시너지 효과가 더 커진 것으로 본다.”

    한 방송사 기자(한나라당 반장)도 “박 총재는 당내 누구도 무시하지 못하는 조직력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가 개최하는 행사마다 당 지도부와 여권 실세가 몰려오는 것을 보면 역학관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당 지도부에 들어가 있지도 않고 이재오 특임장관처럼 실력자로 분류되지도 않으면서 상당수준의 실질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으니 여권 내에서도 참 독특한 위상”이라는 것이다.

    다른 한나라당 출입 기자는 박 총재가 차기 대선후보 경선에서 친이계 주자를 지지할지에 대해 “지금은 박 총재가 포항 출신에다 이 대통령과 가까워 주류로 분류되지만 정치는 생물이고 움직이는 것이니 알 수 없다. 각 대선 주자가 그를 필요로 할 것이다. 아무래도 자기가 밀면 반드시 되겠다고 싶은 주자를 밀지 않겠는가”라고 예상한다.

    “복잡한 사람 아니다”

    ‘한나라 원조’ 박창달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한 통신사 정치부 기자는 “박 총재는 복잡한 사람이 아니다. 경상도 사나이다. 친이계나 친박계 모두 그리 거부감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이 기자는 “한국자유총연맹 총재가 여당에 너무 연관돼 있어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있지 않으냐”는 질문에 대해 “한국자유총연맹도 정치적 중립성을 가지면 좋겠지만 거기는 태생적으로 보수 아니냐. 사람들이 이미 다 그렇게 보고 있고. 민주노동당과 같이 갈 수는 없지 않으냐. 한국자유총연맹 총재가 자기 터전인 보수정당을 선호하는 것이 특별히 쟁점이 될 것 같지는 않다”고 말한다.

    박 총재는 보수단체들의 연합기구인 국가정체성회복국민협의회 활성화에 깊이 관여했다. 협의회 의장에 오른 그는 1월6일 열린 이 협의회의 신년교례회에서 “우리가 수고해서 만든 이명박 정부가 집권 4년차를 맞았다”면서 “우리 회원들이 똘똘 뭉쳐서 이명박 정권을 성공시키고 정권 재창출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고 했다. 이 행사에는 이재오 특임장관, 원희룡 한나라당 사무총장, 박인주 대통령실 사회통합수석, 박세환 재향군인회장 등이 참석했다.

    최근 서울 남산 한국자유총연맹에서 박창달 총재를 만났다. 그는 차기 총선과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나름의 역할을 해보겠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이어지는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 한국자유총연맹을 극우보수단체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한국자유총연맹이 보수단체인 건 맞아요. 그러니 역으로 지난 김대중·노무현 두 정권 10년 동안 굉장히 침체되고 어려웠던 거겠죠? 그러나 과격함, 지나침을 의미하는 극우에서는 벗어났다고 봐요. 대신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고 참여하고 싶은 보수단체로 바뀌고 있습니다. 회원이 60만명에서 120만명으로 두 배 가까이 불었어요. 특별히 괄목할 만한 점은 대학생, 직장인, 종교인의 자발적 참여가 늘고 있다는 거죠.”

    ▼ 새로운 참여자들은 무엇을 기대하는 건가요?

    “보수 성향 젊은이들도 자기의 의사를 표현하고 싶어 하고 뜻이 맞는 사람끼리 소통하고자 합니다. 우리가 그 장을 제공해주는 거죠. 대학생 글로벌봉사단 같은 조직은 호응이 높아요. 한국자유총연맹을 다루는 보도가 과거와 달라지고 있습니다. 밝고 긍정적인 내용이 많아요. 또 현안이 있을 때마다 우리를 보수단체의 중심으로 여겨 우선적으로 우리 의견을 뉴스에 반영해주고 있어요.”

    ▼ 그렇다면 지금 한국자유총연맹이 대중으로부터 충분히 신뢰를 얻고 있다고 보나요?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더 있죠. 그러나 부정적인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어요. ‘한국자유총연맹’이라는 이름까지 바꿀 생각이었어요. 유엔(UN) 비정부기구(NGO) 회원 가입단체에 걸맞게 국민과 함께 해나가고자 합니다. 해외 교민들의 호응도 커요. 2011년까지 해외에 50개 지부를 결성할 계획입니다. 대통령도 지난번 만났을 때 ‘한국자유총연맹을 젊게 하라’ ‘이미지를 바꾸어보라’고 특별히 말씀이 있었고요.”

    ▼ 종교단체와 유대를 맺기 시작한 게 특이한데….

    “연맹 내부에 종교특위를 만들어 종교인들과 활발히 교류하고 있습니다. 대통령께서 서민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어요. 그런데 사회적 이슈가 생기면 불교·기독교·천주교단체의 목소리만 활발하지 ‘서민종교’는 외면당하는 것 같아요. 사실 서민들이 평소 가장 자주 접하는 곳이 이들 ‘서민 종교단체’아닙니까? 그런 곳에 대통령의 국정철학과 정책을 바르게 전달하면 그것이 서민들에게도 전해질 테니까 필요한 일이죠.”

    “좀 어수선하네요”

    그는 “화려한 자리로 가라는 이야기도 많았지만 욕심내지 않고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이기에 한국자유총연맹을 택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사람은 오직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자기 몸을 던진다는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한다”면서 “대통령을 잘못 보좌하면 언제든지 물러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 한나라당의 요즘 역할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요?

    “좀 어수선하네요. 당 지도부는 색깔이 다 다르고. 그렇다고 화합도 안 되고. 저러면 대통령이 애를 먹게 됩니다.”

    ▼ 당이 청와대 2중대가 되어선 안 되지 않나요?

    “의견 개진은 자유롭게 할 수 있지만 때로는 수렴하는 모습도 보여주어야죠. 국민과 당원이 불안해 해요. 일부 여당 의원들이 개혁적 목소리라면서 대통령과 정부를 비난합니다. 그런 발표를 들어보면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한다는 느낌이에요. 공천받기 위해 동분서주하던 초심으로 돌아가 책임지는 자세를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그게 싫으면 중이 떠나야 하는 거고요.”

    ▼ 총선을 앞두고 공천 물갈이 필요성이 있다고 보는 건가요?

    “상당수 여당 의원 지역에서 실망감에 찬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 않나요? 그런 분은 바꿔야 한다고 봐요. 특히 영남엔 그런 곳이 많습니다. 영남 국회의원들 공천에서 대거 물갈이해야 한다는 여론이 한국자유총연맹 조직을 통해 자주 올라오고 있어요. 후보는 선거구민이 선호하는 사람으로 해야 하는 거죠. 나경원 최고위원이 이야기하는 상향식 국민 참여 공천이 맞다고 봐요. 계파 공천, 밀실 공천 배제하고 현직에 유리하게 되지 않도록 해야겠죠.”

    ▼ 총선에 출마할 의향이 있나요?

    “우선은 해외지부 결성을 마무리해야 해요. 그 일이 끝나면 대구로 내려가 대구경제의 틀을 확 뜯어고쳐 성장기반을 만들고 싶어요. 일하라고 3선을 시켜주셨는데 노무현 정권의 탄압으로 임기를 마치지 못해 대구시민께 늘 죄송스러운 마음이었습니다.”

    이어 그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 관련해 “가치를 공유하는 차기 주자를 돕고 싶다”고 말했다.

    ▼ 박근혜 전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 중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박 전 대표의 지지율을 허수로 믿지는 않습니다. 지금 지지율이 무의미하다고 하는 건 깎아내리기 위한 세력의 말장난이죠. 국민적 지지를 폄훼해선 안 됩니다. 박 전 대표이든 누구든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고 안보를 책임질 수 있다면 이 대통령의 국정 기조를 잘 이어받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나도 미력이나마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 박 전 대표가 최근 싱크탱크 성격인 국가미래연구원을 출범시켰는데요. 조직 전문가로서 어떻게 보나요?

    “나름대로 전략과 판단의 차이겠죠. 대선까진 2년의 세월이 남았어요. 일찍 오픈하면 아무래도 긁는 세력이 생기게 마련입니다. 일단 시작하셨으니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는 좋은 정책이 많이 나오길 기대합니다. ”

    “맺고 끊는 게 없어”

    박 총재는 2008년 9월 이재오 특임장관이 야인(野人) 신분으로 미국 워싱턴에서 칩거하고 있을 때 만나고 온 적이 있다. 이 장관은 이해 4월 총선 때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의 총선 불출마를 요구하면서 이상득 의원과 갈등을 빚었으며 총선 낙선 후 자의반 타의반 미국행에 올랐다. 당시 여권에선 이 대통령의 ‘콜’이 있어야 이 장관이 귀국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박 총재는 같은 포항 출신인 이 대통령-이 의원 형제와 절친한 사이. 이 장관은 자신을 찾아온 박 총재에게 “돌아가면 이상득 의원을 ‘형님’으로 모시겠다”고 말한다. 얼마 뒤 이 장관은 귀국길에 올랐다.

    ▼ 이재오 특임장관이 개헌을 주장하고 있는데요. 총재께선 이 장관이 미국 워싱턴에서 칩거할 때 만나고 온 적이 있죠?

    “요즘 이재오 장관은 이상득 의원을 만나면 정말 ‘형님’이라고 합니다. 옛날에도 괜찮았는데 밖에서 두 분 관계를 이상하게 몰아간 측면이 있어요. ‘이 상황에 무슨 개헌이냐’고 하지만 개헌에 맞는 상황이란 없어요. 이재오 장관이 내놓은 ‘대통령 4년 중임제 분권형 개헌안’은 국가발전을 위해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봐요. 한번 터놓고 토론해서 중지를 모아볼 필요가 있어요.”

    ▼ 이재오 장관이 나중에 친이계 주자의 킹메이커가 되는 건가요? 아니면 본인이 대선후보 경선주자로 나설까요?

    “일부 여론조사는 경선주자군(群)에 포함시키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장관도 정치인인데 왜 꿈이 없겠습니까. 그런데 요새 이 장관을 만나보면 청와대, 당, 국회 왔다갔다 하며 생각할 겨를도 없을 거예요.”

    ▼ 이 장관은 차기 지도자의 시대적 과제로 부패 청산을 이야기하는데 그런 주장에 동의하나요?

    “그분다운 소리죠. 내가 보기에는 안보 같은데, 생각의 차이죠.”

    한국자유총연맹이 주도한 중국대사관 앞 항의시위와 4대강 사업 찬성 종교행사에 대해 박 총재는 “정부와 사전에 조율한 건 없었다. 우리의 상식으로 타이밍과 전략을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때로는 같은 편끼리 내부비판도 필요하다. 그래야 조직이 건강해진다. 그러나 도와줄 때는 화끈하게 도와야 한다. 한나라당은 맺고 끊는 게 없어 문제”라고 했다. 이어지는 그의 말이다.

    “당은 ‘4대강 사업은 정부에서 알아서 하라’며 방치해두고 있어요. 당이 국회의원, 당원을 교육시키고 이들이 주민들을 찾아다니며 대화하고 설득하는 모습이 없습니다. 이 정부가 성공해야 당도 집권여당으로 계속 존재할 수 있는 것인데도 말이죠. 당은 정치적 동지(同志)로서의 의리, 책임감을 보여주지 않고 있어요.”

    “정치적 동지(同志)의 의리”

    ‘동지’나 ‘의리’라는 말이 생경하게 들려왔다. 요즘 정치인은 세련된 민주주의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런 단순무식한(?) 용어를 거의 쓰지 않는다. 그러나 박 총재의 논리체계에 따르면 때로는 ‘개혁’과 ‘비판’이라는 진보적 가치가 혼자만 살겠다고 자기편을 공격하는 ‘이기주의’나 ‘기회주의’일 수 있고 ‘동지’라는 투박한 보수적 가치가 실제로는 ‘소통’과 ‘헌신’의 미덕이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명박 지킴이’다운 굳은 다짐으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 대통령이 외교, 경제에서 거둔 성과가 정치 현안에 묻히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앞으로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말없이 일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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