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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이집트 시민혁명

알렉산드리아, 아스완, 룩소르, 에드푸 현지 르포

나일 강 줄기 타고 전국으로 번진 시위 무바라크 대통령 하야로 이어져

  • 안기석│동아일보 기자 daum@donga.com

알렉산드리아, 아스완, 룩소르, 에드푸 현지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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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드리아, 아스완, 룩소르, 에드푸 현지 르포

룩소르 하트셉수트신전 앞에 선 필자.

아부심벨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뒤 오후 2시경 이 지역 소수민족인 누비안족을 위해 세운 누비안박물관을 방문했다. 입장료 50파운드(한화 1만원 상당)를 내고 들어간 지 10분도 되지 않아 갑자기 직원들이 퇴장을 요구했다.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으나 직원들은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위에서 지시했다”고만 대답했다. 아스완역 부근에서 시위가 시작된 모양이었다. 누비안박물관에서 나와 마차를 타고 시내구경을 하려고 했지만 20대의 젊은 마부는 아스완역 부근의 번화한 바자르(시장)는 가지 않고 엉뚱한 곳만 빙빙 돌았다.

마차에서 내려 나일 강 가운데 있는 이시스호텔에 짐을 푼 후 저녁식사를 위해 ‘아스완문’이라는 강변식당을 찾았다. 저녁 6시경 시위대의 함성이 가까이서 들렸고 이어 최루탄 발사 소리가 들렸다. 코가 매캐했다. 식사를 급히 마치고 남은 이집트빵(아이쉐, 생명이란 뜻)을 싸달라고 한 뒤 도로 위로 올라갔다. 두건을 두른 시위대 중 한 명이 입구에서 막아섰다. 한국 관광객이라고 밝히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왼쪽(아스완역 방향)으로 가면 경찰이 있으니 오른쪽으로 가라”고 일러줬다. 이집트빵을 건네자 “슈크란(고맙다)”이라고 했다.

이시스호텔로 돌아와 호텔 접견대에서 내일(1월30일) 아침 일찍 나일강을 따라 콤옴보와 에드푸를 거쳐 룩소르로 가는 이집트신전 투어 버스를 예약하려 했다. 종업원은 외곽이 봉쇄됐다며 모든 버스가 떠나지 못한다고 했다. 아부심벨 투어도 내일부터 못 한다고 했다.

1월30일 오후 1시에 이시스여신을 모시는 신전이 있는 필레섬을 방문하고 돌아와 오후 4시경 아스완역에 도착했다. 시위대가 역 앞 도로를 점거하고 있었다. 룩소르행 기차는 오후 5시30분에 있었다. 역 출구에 있는 사복형사에게 룩소르는 안전한지 물었다.

“노 프로블럼(괜찮다).”



기차 출발 시각 30분 전에 탑승했는데 이집트 학술여행을 떠난 서울대 인문학 최고위과정(AFP과정) 일행 중 한 명이 문자를 보냈다. “승선한 임페리얼 크루즈호가 룩소르 지역 나일 강변에 정박 중인데 오전에 신전을 보고 와서 이 지역 시위로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이즈음 온갖 유언비어가 나돌기 시작했다. “카이로의 한국인 식당이 불탔다.” “한국인이 탑승한 버스가 약탈당했다.” “이집트박물관 유물이 도난당했다.” “수형자 수천 명이 탈옥했다.” 이 중 사실로 판명된 것은 이집트박물관 유물 중 18점이 도난당했고 시위 격화로 경찰이 철수한 틈을 타 일부 수형자들이 탈옥했다는 것이었다(수형자 탈옥은 카이로 교민이 확인해준 것). 한국 관광객 대부분이 ‘출애굽’을 시도한 것은 이 무렵이다.

기차에서 얼른 내려 아스완역 인근의 숙소를 찾았다. 이슬람 전통 복장을 한 호객꾼의 안내로 Y여관으로 들어갔다. 이윽고 건장한 체구의 40대 주인이 들어와서는 “한국 방송에 소개된 적이 있다”며 자신의 이름(찰리, 별명)을 밝혔다.

찰리는 이집트차를 권하며 “한국에서는 몇 년에 한 번씩 대통령선거를 하느냐”며 “우리는 대통령을 바꾼 지 너무 오래됐다”고 정권교체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룩소르도 안전하니까 가도 된다”며 룩소르역 부근의 도미토리형 숙소를 알려줬다. 엘살람호텔이라는 곳인데 한국 배낭족들에게 저렴한 숙소로 유명한 곳이었다. 룩소르행 다음 기차는 저녁 7시30분에 있었다. 배낭을 Y여관에 맡겨놓고 역 밖으로 나오자 마침 200여 명의 시위대가 도로 위에 줄서서 절했다가 다시 일어서며 마그립(일몰)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시위대가 잘 보이는 식당에 들어서니 식당 주인도 마그립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이슬람 국가에서는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 5번씩 코란 독경 소리에 맞춰 기도를 드렸다. 모스크에서 확성기를 통해서뿐 아니라 버스와 택시 안에서도 기도 시간에는 코란 독경 소리가 들린다.

마그립 기도가 끝나자 목마를 탄 젊은이가 ‘무바라크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구호를 힘차게 선창하자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이 따라 외쳤다. 이들은 구호를 적은 현수막과 이집트 국기를 흔들며 박수를 치며 서로 화답했다. 구호는 1월28일 카이로 시위대가 외치던 것과 똑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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