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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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에 멈춰 선 듯한 남포… 대동강에 배 띄워 위스키 홀짝

9월 평양·남포 사진으로 본 북한 경제의 오늘

  • 송홍근 기자|carrot@donga.com

    입력2017-10-22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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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학생들이 평양 거리에서 대화를 나누면서 웃는다〈사진①〉. 천으로 만든, 목이 짧아 발목 아래로 오는 신발을 신었다. 끈 달린 스니커즈를 신은 여학생도 보인다. 사진을 확대해 살펴보면 천으로 만든 신발의 만듦새가 조악하기 그지없다. 여학생들 앞쪽에서 걷는 남학생들이 신은 신발도 여학생들의 것과 디자인 및 소재가 같다. 잔디를 심어놓은 화단 너머로 ‘자주의 길’ ‘선군의 길’ 같은 표어가 적힌 정치 선전물이 보인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감행한 9월 초순 촬영한 평양의 길거리다.

    〈사진②〉는 9월 촬영한 남포 거리다. 남포는 수도 평양으로 가는 관문도시다. 평양-남포는 서울-인천과 관계가 비슷하다. 대동강 하구에 터 잡은 남포는 북한의 특별시다. 대동강을 경계로 평양 낙랑구역·강남군과 맞닿아 있다. 남포항은 9월 11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2375에 수입 금지 품목으로 지목된 섬유 제품을 수출하는 통로다. 중국으로 수출되는 석탄도 해상을 이용할 때 남포항을 거친다. 남포의 풍경을 깎아내려 말하면 거지꼴을 갓 면한 수준이다. 1970년대에 멈춰 선 듯한 풍경이다. 평양의 휘황찬란한 마천루와 남포의 허름한 살림집이 대비된다. 

    〈사진②〉에서 ‘온 사회의 주체사상화의 요구에 맞게 교육 사업을 더욱 발전시키자’는 구호 아래는 칠판이다. 분필로 시민에게 알릴 사안을 적어놓았다. 체육 경기 소식란(欄)도 있다.



    함석지붕 얹은 주유소

    조선중앙통신은 평양 도심 전광판을 통해 방송 뉴스를 보는 시민을 찍은 사진을 타전하곤 하나 칠판에 분필로 글씨를 적어 소식을 알리는 게 평양과 접한 북한의 특별시 남포의 현주소다. 다른 지방도시의 풍광이 어떨지 짐작해볼 수 있다. 분필로 쓴 글씨가 빗물에 번져 옹색함이 부각된다.



    〈사진③〉은 남포의 주유소 모습이다. 주유기에 각각 ‘휘발유’와 ‘디젤유’라고 쓰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17일 트위터를 통해 “북한 주유소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고 말하면서 북한의 주유소가 입길에 올랐다. 9월 말 평양 기준으로 휘발유와 경유는 1L에 각각 1.92달러, 2.04달러에 팔린다. 1달러는 북한 돈 8000원가량이다. 유엔 제재에도 환율은 안정세를 유지해왔다. 남포의 주유소는 시멘트로 기둥을 세운 후 함석으로 지붕을 얹었다. ‘남포연유판매소’라는 간판 위로 ‘유성’이라는 회사 이름이 보인다. 연유(燃油)는 연료로 쓰는 기름을 뜻하는 한자어다.

    〈사진④〉는 평양의 택시다. ‘돈주’(북한에서 자본을 축적한 이들을 가리키는 말)가 당국의 묵인, 협조하에 지방도시의 운수업·사금융·인력시장에 진출했다. 운수업이 특히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세차업, 예식업도 활황이다. 북한 군부가 소유한 고려항공이 평양에서 택시 사업을 벌이는데, 고려항공은 콜라, 통조림을 생산하는 식품가공업으로도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평양에서는 고려항공이 운영하는 운수업체 외 7개 택시 회사가 경쟁한다.

    한국 재벌을 연상케 하는 초기 형태의 기업집단도 등장했다. ‘내고향’이라는 명칭의 기업은 담배, 빵, 스포츠 의류, 생리대 등을 생산하는 기업군을 거느렸다. 김정은이 피우는 담배 ‘727’이 내고향이 생산한 제품이다. 내고향은 ‘아침’이라는 브랜드로 중동에 담배를 수출한다. 내고향의 실소유주가 누군지 알려지지 않았다. 담배와 술은 북한 공산품 중 수출이 가능할 만큼 경쟁력을 갖춘 몇 안 되는 품목이다. 



    일터 잃은 ‘교통 소녀’

    유엔 대북제재 결의에 포함된 것에서 미뤄볼 수 있듯 섬유 공업도 성장세다. 중국 기업에 하도급을 받아 운영하는 봉제 산업 중심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2016년 북한의 섬유제품 수출액이 7억5246만 달러(8517억 원)로 전체 수출액 가운데 26.7%를 차지해 광물 관련 수출품(51.7%)에 버금간다고 밝혔다. 북한은 한국 기업이 떠난 개성공단에서도 의류 등 섬유제품을 생산해 중국으로 수출했다.

    북한 GDP(국내총생산)는 19조 원가량으로 추정된다(2015년 기준). 한국의 광주광역시 절반 규모다. 북한은 더는 배급경제나 폐쇄경제가 아니다. 공식 경제(사회주의 계획경제)보다 비공식 경제(시장)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다. 사회주의 붕괴 직후 동유럽 국가의 경제체제 이행 단계와 비슷한 수준에 도달했다고 볼 수는 없으나 외화가 정권을 떠받치고 시장이 주민을 먹여 살린다.

    북한 경제가 개선된 것은 2010년 이후다. 급상승한 지하자원 가격에 힘입어 북한 처지에선 로또 같은 돈을 벌었다. 러시아, 중국 등으로 인력을 수출해 벌어들인 외화도 상당했다. 외화를 마식령스키장을 비롯한 다수의 전시성 사업에 썼으며 미래과학자거리, 여명거리를 비롯한 건축에도 투자했다. 김정은은 잔디 심기 등 평양의 환경 미화에도 관심이 많았다. 모던한 나라가 되려면 초고층 건물과 잔디 깔린 거리가 필요하다고 여긴 듯하다. 핵개발 속도가 빨라진 데도 경제 상황 개선이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북·중 무역에는 킥백(kickback·리베이트)이 오간다. 킥백으로만 북한에 들어간 외화가 많을 때는 연간 4000억 원에 달했다. 킥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북한이 중국 기업에 국제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무연탄을 판다. 중국 기업은 시세 차액 중 일부를 킥백으로 북측에 준다. 킥백은 보통 매출의 7%다. 북중 무역 규모가 6조 원에 달하므로 킥백만 4000억 원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사진④〉에는 신호등도 보인다. 과거에는 평양에 신호등이 거의 없었으나 이제는 흔하다. 교통 상황을 모니터링하는 카메라가 설치된 교차로도 많다. 평양에서도 교통 정체가 이따금 일어난다. 개인 차량 증가는 평양 거리에서 신호등 역할을 하던 ‘교통 소녀’의 수를 줄였다. 개인 차량 증가는 사회가 시장화한 동시에 자본주의가 출현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사진⑤〉는 평양의 버스 정류소다. 지난해 7차 당대회 결정을 5개년 개혁으로 달성하자는 정치 선전물이 붙어 있다. 평양과기대에서 영어 교사로 일한 한국계 미국인 작가 수키 킴은 “평양의 정치 선전물은 북한 주민의 피를 빨아먹는 체제를 압축한 것”이라고 지적한다. 버스 정류소에서도 분홍색 모자를 쓴 ‘교통 소녀’가 보인다. 평양의 대중교통 사정은 좋아지고 있으나 수요를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다.

    〈사진⑤〉의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 뒤편으로 양복점 등 상점 간판이 보인다. 북한에서 자영업이 등장한 것은 1990년대 중후반 식량난으로 자생적 시장이 생기면서 장마당 상인이 등장한 게 처음이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계획경제 시스템이 붕괴하면서 자생적으로 등장한 자영업과 시장화된 경제가 북한 경제의 개선을 이끄는 것이다. 사랑을 나누길 원하는 남녀에게 방을 대실해주는 가내 사업이 각 도시에 활성화했을 만큼 북한 주민들은 돈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  



    욕망의 바벨탑

    북한은 남포항〈사진⑥〉을 통해 석탄과 섬유제품을 중국에 수출한다. 무연탄과 섬유 제품 수출이 주요 외화 획득 통로다. 북한은 1980년대 중반까지 석탄 생산량이 4000만t을 상회했으나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 붕괴 이후 경제난을 겪으면서 전력 부족 등으로 석탄 산업은 타격을 받았다. 2010년 이후 중국 기업이 북한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탄광 가동률이 생산능력의 80% 수준까지 회복됐다는 평가다. 3000∼5000t급 중국 화물선 수백 척이 남포항을 통해 석탄을 실어간다. 석탄 수출항은 〈사진⑥〉에서 보이는 컨테이너 부두에서 1.5㎞ 떨어진 곳에 있다. 북한과 중국을 오가는 컨테이너 화물선 수도 2010년부터 빠른 속도로 증가세를 보였다.

    북한은 폐쇄경제가 아닌 개방경제다. 무역의존도가 50%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비슷한 수준이다. 시장, 무역이 들어간 북한과 그렇지 않은 북한은 구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 차이다. 한국 기업이 중국 기업에 발주한 물품이 북한에서 생산돼 중국산으로 둔갑한 후 한국에서 팔리기도 한다. 북한이 무단으로 재가동한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이 한국에 들어와 있을 소지도 있다. 

    〈사진⑦〉은 남포의 ‘만리마’ 조형물이다. 만리마는 북한이 만든 신조어로 천리마보다 빠른 말을 가리킨다. 1999년 처음 등장한 후 2007년, 2008년, 2011년에도 노동신문에 이 낱말이 쓰였으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된 단어다.

    북한은 지난해 5월 7차 당대회 폐막 이후 노력 동원 운동을 펼치자며 만리마 운동을 제시했다. 북한 당국이 발표한 호소문에는 ‘만리마속도 창조 운동에서도 세상을 놀래우는 위대한 승리를 이룩하자는 것을 다시 한번 열렬히 호소한다’고 적혀 있다. 하루에 1000리를 달리는 속도인 천리마운동을 넘어 1만리를 달리는 속도로 노력 동원에 나서자는 뜻이다. 남포의 ‘만리마’ 조형물과 1970년대에 멈춰 선 듯한 시내 풍경이 역설적으로 느껴진다.

    3대 집권자 김정은 등장 이후 평양의 스카이라인은 부산 해운대, 뉴욕 맨해튼을 닮은 형태로 치솟는다. 사회주의적 근대와 자본주의적 현대가 모순(矛盾)의 형태로 공존한다. 하늘로 치솟은 욕망의 바벨탑은 어쨌거나 평양도 바뀔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1등급 쇠고기 스테이크

    〈사진⑧〉은 평양 거리를 달리는 자동차에서 촬영한 마천루다. 김정은은 지난해 3월 여명거리 건설을 지시하면서 “미제와 그 추종세력(한국)과의 치열한 대결전”이라며 “올해 중에 반드시 일떠세우자”고 강조했다. 또한 “어떤 제재와 압력 속에서도 마음먹은 것은 다 할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는 정치적 계기로 만들자”고도 했다. 

    평양은 마천루를 주체사상탑, 김일성 동상 같은 정치적 상징물로 여긴다. 초고층 건물은 “만리마를 타고 문명의 상상봉에로 질주하는 조국의 모습”이다. 북한의 마천루를 직접 눈으로 본 이들은 “멀리서 보면 그럴듯한데 가까이 다가가면 조악하기 그지없다”고 하나같이 말했다.

    북한 아파트는 ‘돈주’가 권력기관과 결탁해 짓고 그 기관에 일부를 상납하고 나머지를 분양하는 형태로 건설된다. 반(半)공식화한 뇌물 시스템에 힘입어 부를 쌓은 초기 자본가들이 건축업에 나섰으며 부동산 투기마저 등장한 게 오늘의 북한이다. 평양·신의주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입지 조건이 우수한 재개발 부지를 확보하려는 경쟁도 벌어진다.

    아파트 거래는 ‘국가살림집리용허용증’(입사증)이 사고팔리는 형태로 이뤄진다. 입사증은 소유권이 아닌 사용권이지만 영구적으로 유지가 가능하다. 입사증 거래가 돈벌이 수단으로 떠올랐으며 완공되지 않은 아파트를 사고파는 선(先)분양 방식도 등장했다. 건설비용을 충당하고자 민간에 분양되는 아파트는 40%가량이고 나머지는 기관이 차지한다.

    살림집 분양을 맡은 브로커를 평양에서는 ‘집데꼬’라고 한다. 국가 기관이 군인을 노동력으로 동원해 건물을 짓기 시작하면 집데꼬가 수요자를 모집한다. 입사증을 산 이들에게 돈을 받아 건설 자금으로 충당한다. 입사증은 아파트가 완공될 때까지 웃돈이 붙어 반복적으로 거래된다.

    평양 만수대 지역의 일부 아파트는 10만 달러에 거래된다. 20만 달러에 팔리는 경우도 있다. 북한의 1인당 GDP는 750달러(2015년 기준 추정)로 한국의 3%에 못 미친다(같은 해 한국의 1인당 GDP는 2만7214 달러). 평양 아파트값 2억 원은 북한 1인당 GDP의 230배에 달한다. 한국 1인당 GDP의 230배는 72억 원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의 1%, 평해튼에서 운치 있는 삶을 즐기다’ 제하 기사에서 이렇게 썼다. ‘평해튼(Pyeonghattan)’은 ‘평양 + 맨해튼’의 조어다.

    “글로벌 의류 브랜드 자라, H&M, 유니클로를 즐겨 입고 1인분에 48달러(5만6000원)에 팔리는 1등급 쇠고기 스테이크를 먹는다. 헬스클럽에서 디즈니 만화영화를 보며 트레드밀(러닝머신) 위를 달리거나 요가를 한다.…”

    남포 사진에서 미뤄볼 수 있듯 평균적인 북한의 생활수준은 1970년대보다 나아진 게 별로 없다.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고가의 스위스 시계를 차며 디자이너의 백을 들고 다니는 평양 상류층의 삶은 가난한 대중에게 위화감과 생활고를 더해줄 것이다.



    ‘수령’에서 ‘돈’으로

    북한 주민의 정체성도 ‘수령’에서 ‘돈’으로 이동한다. ‘사금융 확대’ ‘돈주의 성장’ ‘주택의 시장화’ 등이 변화를 일으킨다. 시장이 활성화하고 돈주가 형성되면서 재산 축적이 일어난다. 축적된 재산이 사금융을 일으켜 ‘사기업’과 자영업을 탄생시킨다. ‘사기업’은 형식적으로는 국영이지만 실제로는 개인 단위로 경영된다. 국가의 명의를 빌려 비즈니스하면서 이익금 일부를 국가에 바치는 개인과 국가의 동업 형태다.

    〈사진⑨〉는 북한이 개발한 태블릿 ‘삼지연’이다. 북한 상류층에게 중국산 태블릿은 신분을 나타내는 도구이자 장난감이다. ‘평해튼’에 거주하는 상류층 자제들이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은 낯선 광경이 아니다. ‘삼지연’은 조선콤퓨터중심이 생산한 북한산 안드로이드 태블릿이다. 가격은 200달러. 각급 학교 교과서가 전자책으로 만들어져 태블릿의 PDF 파일 리더로 읽을 수 있다. 실제로 사용해보면 조야하기 그지없다. 액정을 터치해 화면을 바꿀 때의 느낌도 거칠다. 단순한 게임과 애플리케이션 몇 개가 설치돼 있다. 와이파이 기능은 없다. 



    아슬아슬한 줄타기


    〈사진⑩-1〉은 상점에 진열된 맥주다. 북한 맥주회사 수는 9개다. 북한 맥주가 한국 맥주보다 맛있다는 평가도 있다. 북한 맥주회사 중 최고로 꼽히는 회사는 경흥이다. 경흥은 바와 식당 체인도 운영한다. 북한에서 대중적인 술은 소주다. ‘평양소주’가 가장 잘 팔린다. 맥주의 소비층은 부유층 남성이다.

    서구식 바와 음식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다. 라거와 에일을 즉석에서 양조하는 바도 있다. 〈사진⑩-2〉 〈사진⑩-3〉 〈사진⑩-4〉는 대동강에 떠 있는 식당배 ‘대동강호’ 모습이다. 고가의 위스키와 중국산 백주도 판매한다. 〈사진⑩-5〉는 평양시내 카페의 메뉴판을 촬영한 것이다. 에스프레스 콘파냐, 커피프라페, 딸기카푸치노가 각각 440원, 660원, 550원에 팔린다. 

    김정은은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던 생필품의 국내 생산 비중을 높이라고 지시했다. 비누, 샴푸, 치약, 화장품, 과자 등 경공업 제품의 국산화에 나선 것이다. 북한산 생필품의 질은 중국의 1980년대 수준이다. 북한의 산업 상황을 한국에 빗대면 이승만 정부의 수입 대체 산업화 시대와 유사하다.



    〈사진⑪〉은 북한판 백화점 ‘광복지구상업중심’이다. 한국 브랜드 화장품도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련화소학교 학생들이 ‘2중 영예의 붉은기’ 푯말을 들고 평양 시내를 걷고 있다〈사진⑫〉. 영예의 붉은기는 사상 학습과 학업 성취가 높은 학교와 학급에 수여된다. ‘3중 영예의 붉은기’가 최고 등급이다. 〈사진⑬〉은 사상을 다지는 정치 행사에 불려 나온 여대생들이 쪼그려 앉아 쉬는 모습이다. 여대생들이 신은 구두의 디자인이 세련되다.

    북한은 사상의 나라다. 선전과 선동으로 주민을 통제하고 사상을 다진다. 지구촌 유일한 사상의 나라의 경제도 자본주의 쪽으로 움직인다. 사회의 시장화는 북한 권력 집단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다. 속도가 지나치게 늦어도 너무 빨라도 정권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 참고문헌 : ‘Unveiling the North Korean Economy’(김병연) ‘리얼 노스 코리아’(안드레이 란코프) ‘조선자본주의공화국’(다니엘 튜더, 제임스 피어슨) ‘김정은 시대의 북한경제’(임을출) ‘북한 부동산 개발업자 등장에 관한 분석’(정은이) ‘이제는 평양 건축’(필립 뭬제아) ‘김병연 서울대 교수가 ‘경제학의 窓’으로 본 북한‘(’신동아‘ 2016년 1월호)



    Interview 김형덕 민주硏 연구위원 “시장화 덕분에 최악 빈곤에서 벗어나”

    김형덕 민주연구원(원장 김민석) 객원연구위원은 “북한 경제가 제재에도 불구하고 과거보다 개선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시장화 덕분”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1993년 10월 탈북해 1994년 9월 한국에 들어왔다. 북·중 접경 지역을 50회 넘게 찾아 북한 경제를 탐구했다. 중국에 나온 북한 사람들을 인터뷰해왔다.

    한국은행은 2016년 북한 경제성장률을 3.9%로 추정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 경제가 호전된 것은 분명하다. 계획경제와 전환기경제가 섞여 있다. 10명 중 8명은 계획경제가 아니라 시장경제로 살아간다. 배급받는 이들은 평양 거주자 및 지방의 정권기관(당, 군, 보위성)의 소수다. 배급으로 살아가는 이가 인구의 10%에 그친다는 분석도 있으나 넉넉히 잡아 20%까지는 될 것이다.”

    식량 사정은.
    “굶주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최악의 빈곤에서는 벗어난 것이다.”

    제재 효과가 의도한 것보다 작은 까닭은.
    “국영 부문을 10%, 많이 잡아 20%라고 볼 때 사경제가 80%다. 민생 부문은 유엔 제재 대상이 아니다. 대북제재로 인해 국영 부문에서 어려움이 생기겠으나 민생경제의 성장을 통해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북한과 교역을 완전히 중단해도 백기를 들 것 같지는 않다. 북한엔 대체 세력이 없다. 시민은 봉기할 힘을 갖지 못했다. 기득권 계층이 정권에 충성하면 무너지지 않는 구조다.”

    시장화는 북한 권력 집단에 아슬아슬한 줄타기일 것이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선택하면 북한 경제는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이다. 김정은 체제는 빠른 속도의 경제 발전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북한 체제가 변화를 흡수할 내구성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한 붕괴는 한국에도, 다른 나라에도 유리하지 않다. 북한이 점진적 변화의 길을 걷는 게 모두에게 긍정적인 전개다. 북한 경제를 한국 및 대외경제에 연동되게 만들면 경제를 북한을 변화시키는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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