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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진 기자의 藝人 탐구 ⑤

연극인 윤소정

“난 불륜 저지르게 생겼잖아…그런데 나이가 드니까 내 얼굴이 예뻐 보이네”

  • 한상진│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greenfish@donga.com

연극인 윤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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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인  윤소정
▼ 글쎄요. 사랑이 그런 건가?

“자기가 원하는 걸 얻는 게 사랑일까요? 행복일까요? 마지막에 두 남녀가 헤어지는 장면이 있어요. 김만석이 목이 메어 말하지. ‘안아봐도 될까요?’ 그럴 때 이 할머니는 그저 고개만 끄덕여요.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는 채, 그냥 안겨요. 그리고 그 남자가 떠난 다음에야 우는 거야, 담담하게. 처절하게 목 놓아 울 수도 있지만 꾹꾹 누르는 거죠. 그게 더 가슴이 아파. 옛날에 ‘길’이란 영화가 있었는데, 알아요? 앤터니 퀸 나왔던.”

▼ 네, 알아요.

“그 영화에서 앤터니 퀸이 (여주인공인) 젤 소미나한테 말하죠. ‘돌멩이 하나도 다 이유가 있다’고. ‘너도 이 세상에 살아갈 가치가 있다’고. 송이뿐에게 딱 맞는 말이야. 그래서 송이뿐은 멋있는 할머니예요. 근데 내 얘기가 억지 같아요?”

▼ 아니에요. 그리고 선생님 연기도 너무 좋았어요.



“정말이에요?”

안아봐도 될까요?

윤소정과의 대화는 유쾌했다. 사람을 빨아들이는 힘이 느껴졌다. 대화에 몰입하게 만드는, 유머도 넘쳐났다. 그런데도 윤소정은 수시로 기자에게 “제가 말을 잘 못해요”라며 ‘겸손’해했다. 사실 전혀 그렇지 않은데….

▼ 세상에 예쁜 여배우는 많잖아요. 하지만 멋있는 여배우는 드물어요. 선생님은 참 멋있으세요.

“어머, 손 한번 잡아야지.”(웃음)

윤소정이 불쑥 손을 내밀어 기자의 손을 잡았다. 손에서 손으로 따뜻한 기운이 전해졌다.

“사람 볼 줄 아시네. 고마워요.(웃음) 난 그렇게 생각해요. ‘멋있다’ ‘근사하다’는 건 ‘자연스럽다’는 말과 같다고. 꾸민 거보다 내추럴한 거. 그래서 사람들이 나를 ‘편안한 사람’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멋있다’라고 표현하는 거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 주장?

“네, 그렇게 주장하고 싶어요.”

▼ 송이뿐 같은 역할은 처음 해보신 거죠.

“진짜 없었어요. 내가 이렇게 생겨서.”

▼ 생긴 게 왜요?

“내가 좀 강하잖아. 그래서 내 별명이 동숭동 불륜 전문 여배우예요. 춤바람, 금지된 사랑, 못된 시어머니 같은 걸 많이 했잖아. 불륜을 다룬 연극 ‘매디슨카운티의 다리’ 때도 사실 손숙씨가 굉장히 하고 싶어 했거든. 그런데 여론조사를 하면 내가 딱 나오는 거야. ‘불륜은 윤소정’, 이게 무슨 공식인 거지. 그래서 내가 제작자에게 뭐라고 했냐면, ‘사실 불륜이라는 건 저지르게 생기지 않은 여자가 저질렀을 때 더 재미있다. 봐라, (동명의 영화에서 주연을 했던) 메릴 스트립이 불륜 저지르게 생겼냐’고.”

▼ 그건 그렇네요.

“그런데 나는 불륜을 저지르게 생겼잖아.(웃음) 그래서 나같이 생긴 사람이 송이뿐 역을 했을 때 색다른 재미가 있는 거죠. (자기 얼굴을 가리키며) 이렇게 생겼다고 만날 성격 나쁜 시어머니만 시키는 연출자는 능력이 없는 사람이야. 안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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