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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석주의 크로스(CROSS) 인문학 ③

‘내 가족만은…’식의 가족 이기주의가 고위험사회, 탈법공화국 부추긴다

  • 장석주| 시인 kafkajs@hanmail.net

‘내 가족만은…’식의 가족 이기주의가 고위험사회, 탈법공화국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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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는 가족에게서 나오고, 가족과 연루된 채 삶을 꾸린다. 가족이란 한 인간의 내면이 길러지는 기초 환경이다. 가족 내부에서 어머니는 희생의 표상이다. 어머니는 자식들에게 몸과 생명을 주고 젖을 먹여 길러낸다. 어머니의 가사노동은 대부분 자식들의 필요를 감당하는 노동이다.

“우스개 삼아 어머니를 업어보고 / 그 너무나 가벼움에 목메어 / 세 발짝도 못 걷네.”(이시카와 다쿠보쿠, ‘우스개 삼아’)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짧은 시는 인고와 희생의 표상인 어머니의 노년을 보여준다. 맹모삼천(孟母三遷)의 고사는 어머니의 지극한 사랑을 일러주는 유명한 고사다. 일찍이 남편을 여의고 혼자 몸으로 맹자를 키운 어머니는 맹자가 그릇된 길로 빠질까 여러 차례 이사를 한다. 묘지 근처에서 시장으로, 다시 학교 옆으로. 그렇게 아들에게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이사하는 고생을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아버지는 어떤가?

“일요일에도 아버지는 일찍 일어나 / 암청색 추위 속에서 옷을 입고 / 주일 날씨 속의 노동으로 욱신대는 갈라진 손으로 / 불씨를 살려 불을 지폈다. / 누구도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 나는 깨어나 추위가 갈라지고 부서지는 것을 들었다. / 방들이 따스해지면, 그는 부르곤 했다, / 그러면 나는 천천히 일어나 옷을 입었다, / 그 집의 만성적 분노를 두려워하면서, // 추위를 몰아내고 / 내 좋은 구두까지 닦아놓은 그에게 / 무심히 말하면서. / 내가 무엇을 알았던가, 내가 무엇을 알았던가, / 사랑의 엄격하고 외로운 과업들에 대해서?”(로버트 헤이든, ‘그 겨울 일요일들’)

이 시는 한겨울 새벽의 추위 속에서 가족들을 위해 말없이 노동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린다. 아버지가 일찍 일어나 자식들이 잠든 방의 아궁이에 불을 지피지 않았다면 내 새벽잠이 그토록 아늑했을 것인가.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의 엄격하고 외로운 과업들’ 중에서 가장 큰 것은 자식을 낳고 길러내는 일이다. 좋은 어머니와 아버지 밑에서 식욕이나 성욕과 같은 생물학적 본성말고 사람으로서의 중요한 도리와 덕, 그리고 윤리적 기질들도 배운다. 부모 노릇 하기의 고달픔은 부모가 되어서야 비로소 깨닫는 일 중의 하나다.



가족, 또 다른 마피아집단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소설 ‘변신’은 가족의 의미에 대해 새로운 생각의 지평을 열어준다. 평범한 직장인이던 그레고르 잠자는 어느 날 아침 깨어보니 흉측한 ‘벌레’로 변해 있었다. 카프카는 아무런 부연설명 없이 이 황당하고 비현실적인 상황을 독자 앞에 제시한다. 이로 인해 가족의 일상적인 삶이 갑자기 낯설고 비일상적인 상황으로 뒤집히고 만다. 처음에 가족들은 이 ‘벌레’를 자신들이 돌보아야 할 아들이자 오빠로 여기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 ‘벌레’가 가족의 공동생활에 커다란 장애가 됨을 깨닫고 죽음에 이르도록 방치한다. 사실 주인공이 벌레로 변신했지만 자기동일성마저 잃어버리거나 손상된 것은 아니었다. 누이동생의 바이올린 연주를 들으면서 내뱉는 “이처럼 음악 소리에 감동을 받는데도 내가 벌레란 말인가?”라는 탄식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흉측한 변신에도 불구하고 엄연히 그들 가족의 아들이고 오빠였다.

그러나 그는 벌레가 됨으로써 보편적이고 규범적인 가족의 일상성에서 튕겨나간다. 가족이라는 영토에서 벗어나 타자로 탈영토화하는 것이다. 가족들은 갑자기 가족 내부에서 타자가 되어버린 그를 불편해 하고 느닷없는 재앙으로 받아들인다. 그를 소외시키고 축출하는 가족의 이기적인 선택은 일체의 경제력을 잃고 일방적으로 가족의 부양을 받아야만 될 처지에 이르고 만, 재앙으로 전락한 그에 대한 가족의 단죄다. 누이동생은 벌레로 변신한 오빠 방에 신문을 넣어주고 음식도 넣어주는 등 연민을 보인다.

그러나 나중에는 주먹을 휘두르고 위협적인 눈초리를 보내고 오빠가 입에 대지도 않은 음식을 빗자루로 쓸어 담아 쓰레기통 속으로 던져버린다. 아버지는 벌레를 향해 사과를 던지며 벌거벗은 혐오감을 거침없이 드러낸다. 사과가 벌레의 몸통에 박혀 썩어가고, 결국은 소외되고 방치되다가 죽음에 이른다. 그 사체는 청소부 할멈에 의해 쓰레기로 처리되고, 가족들은 기분 전환을 위해 소풍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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