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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이집트 시민혁명

무바라크 이후 이집트 정국 전망

“들불처럼 번지는 아랍판 프랑스 혁명의 불길 최대 기득권 집단 군부의 선택이 최종 변수”

  • 서정민│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교수·중동아프리카학 amirseo@hufs.ac.kr

무바라크 이후 이집트 정국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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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구조의 변화가 이처럼 아랍 전역에 빠르게 확산되는 데는 위성방송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같은 뉴미디어의 역할이 지대했다. “리더가 없는 혁명이었다. 시민들이 진정한 영웅이다. 이제 더 이상 나의 역할이 없다. 나는 일터로 돌아갈 것이다. 혁명의 불길이 다음에는 어느 나라로 옮아 붙을지는 페이스북에 물어보면 알 것이다.” 구글의 직원이자 이집트 혁명에서 가장 큰 역할을 담당했던 와일 구님은 알-자지라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위와 같이 말했다.

큰 틀로 보면 20세기와 21세기의 통신기술 발달이 아랍의 시민혁명에 중요한 구실을 했다. 특히 위성방송, 인터넷, SNS 등 뉴미디어가 확산되면서 가부장적 권력에 도전할 힘을 결집할 수 있었다. 산유국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아랍 국가는 50여 년 동안 독재와 부패, 미진한 경제발전에다 부의 불공평한 분배, 높은 실업률하에서 살아왔다. TV와 신문은 수십 년 전부터 존재했지만 대부분 정부가 소유하거나 통제해왔다. 불만은 있었으나 지금처럼 결집할 수 있는 매개체가 없었다. 왕정국가를 제외하고 공화정 체제하에서 뉴미디어가 가장 발달한 튀니지와 이집트에서 다른 국가보다 먼저 변화를 달성했다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떨고 있는 아랍의 독재자들

아랍의 다른 독재자들도 떨고 있다. 1969년 27세의 나이에 집권해 현재까지 리비아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무아마르 카다피 등이 특히 그럴 것이다. 문제는 리비아뿐 아니라 다른 아랍 국가들도 정통성 면에서는 취약하기 그지없다. 대부분의 아랍 국가는 왕정이든 공화정이든 정권이 바뀌지 않는 독재의 형태다. 장기집권에 따른 부패가 만연해 있다. 더불어 사회적, 경제적 발전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다. 산유국도 소득이 높고 복지제도가 잘돼 있지만 석유를 제외한 산업이 거의 없어 유가가 하락할 경우 심각한 사회적 불안이 발생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테러가 발생하기 시작한 시점은 저유가가 지속됐던 1980년대 말이었다. 급속도로 늘어난 인구로 과거와 같은 복지혜택을 제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대 산유국이지만 현재 사우디의 1인당 GDP는 우리보다 낮은 1만7000달러 정도다.

결국 1980년대 말 동구 공산권이 무너진 것과 같은 도미노현상은 아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대부분의 아랍 정권이 이번 사태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이다. 오일머니가 민주화 요구를 늦출 수는 있지만 막을 수는 없다. 특히 국민의 가장 큰 분노를 사는 부분은 정권세습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왕정국가에서는 당연하듯 아들이나 형제가 왕위를 물려받고 있다. 시리아는 국민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공화정임에도 북한과 마찬가지로 이미 아들이 아버지를 이어 대통령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집트, 예멘, 리비아 등에서도 권력세습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 특히 이집트에서는 2004년 무바라크 차남 가말에게 권력이양설이 제기되면서, ‘키파야(Kifaya, 이제 그만 충분해!)’세습반대운동이 이미 거세게 일었었다. 최소한 공화정 국가에서는 권력세습 시도가 이제 사실상 불가능해진 것으로 보인다.



다만 걸프 산유국들의 경우 그 변화의 속도는 다소 느릴 것이다. 걸프 왕정이 가진 특징, 즉 ‘귀 기울이는 권위주의(List- ening Authoritarian)’를 무시할 수 없다. 걸프국가의 군주들은 지방 부족이나 관련 세력과 정기적으로 미팅(Diwan)을 하며 그들의 불만을 막대한 오일머니를 바탕으로 어느 정도 충족시켜왔다는 점에서 다른 면에서 보면 공화정 군부독재보다는 비교적 나은 정통성과 지지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리트머스 테스트’

혁명의 전파 속도와 민주화 작업의 향방을 판단하는 근거로 이집트가 자주 언급된다. 이집트 소재 수니파 이슬람학의 본산 알-아즈하르대학 법학과 후삼 이사 교수는 “향후 아랍권의 민주화 여정에서 현재 이집트의 상황이 리트머스(Litmus Test)다”라고 언급했다. 이집트는 아랍의 정치대국으로 의회정치, 언론, 학문 등에서 중동의 구심점인 국가다. 특히 아랍권 내 영화와 드라마 생산을 주도하면서 중동 최대 문화강국의 자리를 60년 이상 유지하고 있다. 또 아랍권 이슬람운동의 모체인 무슬림형제단의 창설지이기도 하다.

“이집트 시민혁명은 성공했지만, 민주화 여정은 이제 시작”이라고 이사 교수는 강조했다. 이사 교수를 포함해 학자 대부분은 이집트 정국의 최대 변수는 군부라고 지적하고 있다. 18일간의 반정부 시위 기간 중 군은 중립을 지켰다. 총 한 방 쏘지 않았다. 시위대를 공격한 것은 내무부 소속 치안대였다. 이 때문에 국민의 신망이 더욱 두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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