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호

대구CC

명문골프장 탐방

  • 글│조성식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airso2@donga.com 사진│김형우 기자 free217@donga.com

    입력2011-02-23 17: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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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구는 눈 오면 축제입니다. 이래 올 수가 없는데….” 대구CC 관계자의 탄성이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던가. 눈이라 해봐야 고작 1년에 한두 번 온다는 대구CC에서 하필 취재 당일 눈꽃축제가 벌어질 줄이야. 곱디고운 춘설(春雪)이다. 눈은 번뇌처럼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겨울에도 영상(零上)의 기온을 유지하는 천혜의 환경 덕분인지 페어웨이와 그린에 닿은 눈송이들이 시나브로 사라진다. 크리스마스트리로 변해가는 넉넉한 소나무들 위로 깡마른 까치 떼가 날아오른다. 하얀 공, 노란 공, 빨간 공이 차고도 따뜻한 허공을 가른다. 지상과 천상의 경계가 무너진다.
    대구CC

    동코스 7번홀

    1972년 10월 개장한 대구CC는 대구·경북 지역 최초의 정규홀 골프장이다. 동(東)·중(中)·서(西) 3개 코스 27홀로 구성돼 있다. 접근성이 뛰어난 것이 장점. 경부고속도로 경산IC에서 10분 거리이고 대구시내 어디서든 30분이 걸리지 않는다. 따뜻한 기후도 매력 포인트. 겨울에도 5~8℃를 유지하는 따뜻한 날씨 덕분에 휴장이란 게 없다. 언듈레이션(undulation)이 다채롭고 코스가 긴 편이다. 그간 200여 개의 대회가 열렸을 정도로 수준 높은 골프장으로 인정받고 있다. 1994년 송암골프장학재단이 설립된 이래 해마다 개최되는 송암배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는 대구CC의 상징과도 같다. 송암은 창립자인 고(故) 우제봉 명예회장의 호. 송암은 1970년대 초 박정희 대통령의 권유로 이 골프장을 설립했다. 현 회장인 우기정씨의 선친이다. 2004년부터는 매년 10월 음악회가 열린다. 무대가 페어웨이라니 근사하지 않은가.

    대구CC

    중코스 4번홀 카트 도로.

    대구CC

    (위) 중코스 5번홀 (아래) 동코스 6번홀



    대구CC

    클럽하우스에서 내려다 본 중코스.

    눈송이가 날려선지 동코스 1번홀(파4, 380m) 티잉그라운드에 서자 가슴이 설렌다. 몸속이 깨끗이 비워지는 느낌이다. 깔끔한 황금빛 페어웨이와 단정한 녹색 그린이 멋진 조화를 이룬다. 모든 홀이 투 그린이다. 3번홀(파4, 363m)에 들어서자 전방에 아파트가 보인다. 동반한 대구CC 김극환 상무가 “도심 속 산소공급처”라는 멋진 표현을 쓴다. 골프장 조망권 덕분에 인근 아파트들의 시세가 높아졌다고 한다. 도그레그 홀인 7번홀(파4, 370m) 중간에 있는 벙커는 한반도 지형을 닮았다. 아래에 있는 제주도 형상의 벙커가 앙증맞다. 그린에 눈꽃이 피어날 듯 말 듯하다.

    대구CC

    (왼쪽) 동코스 7번홀 그린 (오른쪽) 바위를 뚫고 자란 소나무. 동코스 9번홀.

    도전적이고 남성적이라는 중코스. 울창한 숲이 꼭 수목원이나 왕릉에 온 느낌을 준다. 한눈에 봐도 나무들이 단단하고 아름답다. 가장 젊은 소나무가 환갑이라니. 페어웨이 중간에서 그린이 보이지 않는, 이른바 비하인드 홀인 1번홀(파4, 333m)에서 3번홀(파4, 393m)까지 동코스와 마찬가지로 보기-보기-파를 기록하다. 핸디캡 1번이라는 4번홀(파4, 364m). 세컨드 샷 지점에서 그린까지 가파른 오르막이다. 여지없이 더블보기를 하고 마는데, 동반자인 김진하 대구CC 고문이 눈발을 뚫고 짜릿한 버디를 잡는다. 이런 게 인생이다. 가장 어렵다고 느껴질 때가 가장 큰 기회인 것이다. 자극을 받아선지 5번홀(파3, 176m)부터 3 연속 파를 잡다. 우쭐한 마음에 8번홀(파5, 477m)에서 그만 트리플을 범한다. 이것도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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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코스 6번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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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태재 사장

    작은 체구지만 카리스마가 대단하다. 친화력도 뛰어나다. 전형적인 경상도 사내의 묵직함이 느껴진다. 대구CC의 산 역사인 전태재 사장. 1981년 입사해 2006년 사장에 올랐다. 속된 말로 말뚝 박은 것이다. 반평생을 보낸 대구CC에 대한 그의 자부심이야 말해 무엇 하랴. “자연스럽게 형성된 언듈레이션 덕분에 (그린까지의) 거리가 같아도 공략법이 다르다. 30년 동안 쳐왔지만 지루하지 않다. 페어웨이가 널찍해 만만해 보이지만 은근히 까다롭다. 스코어 잘 안 나온다.” 오래된 골프장이다보니 오래된 손님이 많다. 다 가족 같고 정이 넘친다. 그에게 골프의 묘미는 “아무리 오래 해도 뜻대로 안 되는 맛”이다. 현재 80대 초반을 치는 그는 20년 전 보기 플레이어 시절 딱 한 번 홀인원을 해봤다. “같이 치는 사람들이 더 좋아하더라. 정작 나는 그 순간 멍해져 아무 느낌이 없었다. 몇 홀 지나자 기분이 좋아졌다. 운동 끝나고 8명(두 팀)이 술집으로 몰려갔다. 셔터 내리고 다른 손님 못 받게 했다. 양주 30병 비우니 술 떨어졌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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