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호

사우디 흔들리면 3차 오일쇼크

세계 경제성장률 1.4% 하락

  •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jplee@lgeri.com 이근태| 연구위원 이광우| 책임연구원

    입력2011-03-21 16: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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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튀니지에서 시작된 중동 지역의 민주화 운동이 이집트를 거쳐 리비아 등으로 확산되면서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향후 국제유가가 중동 정세의 전개 방향에 따라 3차 오일쇼크에 준하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당초 미국 경제의 건실한 회복세에 따라 상향될 것이라던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역시 기로에 섰다. 한국 역시 이 파고를 피해갈 수 없음은 불문가지. ‘신동아’가 각 전문기관의 연구결과물을 검토해 선정한 이달의 보고서는 LG경제연구원이 3월초 발표한 ‘중동 민주화 도미노의 경제적 파장’이다.
    사우디 흔들리면 3차 오일쇼크

    2월22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원유 옵션 상품을 중개하는 직원들이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고 있다. 리비아 사태의 영향으로 이날 원자재 값이 급등하면서 세계 경제가 큰 충격을 받았다.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정세 불안이 발생하기 전, 국제유가는 세계 경기 개선에 세계 석유 수요 증가로 올해 배럴당 90달러 내외의 완만한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됐다. 그러나 세계 석유 공급의 38.1%를 차지하는 중동 및 북아프리카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해 원유 공급에 대한 차질이 우려되면서 국제유가가 상승압력을 받기 시작했다. 기상이변과 마찬가지로 예상하기 어려운 정세 불안이 주요 산유 지역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분신한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가 올해 1월5일에 사망하자 튀니지에서 격렬한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고 벤 알리 대통령이 하야했다. 튀니지의 일일 산유량은 8만6000배럴로 세계 원유 생산량 대비 0.1%밖에 되지 않지만, 이러한 반정부 시위의 물결이 중동 및 북아프리카로 확산될 우려가 제기되면서 국제유가는 1월 중후반까지 소폭 상승했다.

    이윽고 1월25일부터 이집트에서 반정부 시위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국제유가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 가까이로 상승했다. 이집트의 일일 산유량 역시 세계 원유 생산량 대비 0.9%로 매우 미미하지만 세계 원유 수송량의 2.3%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기 때문에 수송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겹치면서 유가가 치솟았다.

    최근 들어서는 튀니지나 이집트와 달리 원유 순수출국인 리비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심화되면서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10달러에 육박했다. 리비아는 세계 12대 원유 수출국으로서 국제석유시장에 직접적인 공급 차질을 유발하기 때문에 유가가 강한 상승 압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위가 내전양상으로 격화되면서 원유 생산이 평소의 절반가량(1일 85만배럴)으로 줄어들고 원유 수출도 위축되는 등 리비아의 고품질 원유 공급 차질은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

    시나리오로 본 파장 예측



    국제석유시장에서 공급 비중이 높은 중동 및 북아프리카 정세의 향방이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줄 것임은 불문가지다. 그러나 현재 리비아 등 이 지역 국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볼 때 여전히 불확실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향후 전개될 상황을 중동 지역 정세 분석을 기초로 구성된 세 가지 시나리오로 나누어 가정한 뒤 각각의 경우 국제유가가 어떻게 움직일지 예측해보기로 하자.

    우선 리비아 사태를 정점으로 중동 및 북아프리카의 정세 불안이 조기에 가라앉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국제유가는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90달러대 초반에서 안정될 것이다. 비록 원유 수출 감소로 세계 원유 공급에 차질을 빚고는 있지만 리비아의 원유 생산 비중은 2%로 크지 않다. 더욱이 리비아발(發)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해 사우디아라비아가 증산을 긍정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세계 원유 여유 생산능력이 리비아의 원유 생산 규모(1일 165만배럴)의 2.8배에 달하기 때문에, 석유수출국기구(OPEC) 국가들이 증산에 나설 경우 리비아의 공급 차질 우려는 해소되고 국제석유시장은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리비아에 이어 바레인, 수단, 알제리 등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될 경우를 가정해보자. 이 경우 국제유가는 현재 수준에서 배럴당 10~40달러가량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들은 원유 생산량이 일일 200만배럴 미만인 중소 산유국이므로, 이들 국가가 순차적으로 원유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앞서 위기를 겪은 산유국의 산유량이 순차적으로 회복된다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OPEC 회원국이 증산하면서 국제유가 상승폭이 배럴당 10달러 정도로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흔들리면 3차 오일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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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이러한 중·소 산유국에서 정세불안이 동시에 발생해 원유 공급 차질이 겹친다면 국제유가는 현 수준에서 40달러 이상 급등할 전망이다. 리비아, 수단, 알제리 등의 전체 원유 생산량이 하루 364만배럴에 달하는데, 이만큼의 원유 생산이 한꺼번에 중단되는 경우에는 세계 원유의 여유생산능력이 108만배럴(세계수요 대비 1.2%)로 줄어들면서 2008년 수준(148만배럴, 세계수요 대비 1.7%)보다 더욱 낮아질 것이다(그림2 참조). 따라서 중동 및 북아프리카에서 정세불안이 확산되는 가운데 원유 공급 여력이 급속히 위축되고 공급 불안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가 2008년 7월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147달러(서부텍사스산 원유 기준) 이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등 거대 산유국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면서 공급 차질이 발생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이 경우 국제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200달러를 넘어서면서 2차 오일쇼크 이상의 파장이 닥칠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일일 860만배럴, 370만배럴로 세계 원유 생산량 대비 각각 9.8%, 4.2%에 달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여유생산능력은 세계 전체의 80.2%(리비아 포함) 규모다. 지금까지 원유 공급 차질이 가장 심각했던 시기는 이란 혁명이 발생한 1978년 11월부터 6개월간으로 일일 560만 배럴(세계 원유 소비량 대비 8.7%)이 부족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원유 생산과 수출이 전면 중단되면 원유 공급 차질의 규모는 세계 원유 소비량 대비 9.8%를 넘는 사상최고치를 기록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공급 차질이 빚어질 경우에는 국제유가가 과거 1,2차 오일쇼크 당시에 기록된 상승폭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원유 공급 차질에 따른 1,2차 오일쇼크 시기의 국제유가 상승률은 최고 유가 기준으로 각각 134.6%, 166%였다(그림3 참조). 현재의 국제유가(두바이유 3월2일 기준 배럴당 109.04달러)에 1,2차 오일쇼크 시기의 유가 상승률을 적용하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256~290달러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심각한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에 국제유가는 배럴당 200달러 이상으로 폭등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란의 경우에는 원유 생산 비중이 사우디아라비아보다 작으므로 국제유가 급등폭도 사우디아라비아 공급 차질에 따른 유가 상승폭보다는 작게 나타날 것이다.

    국제유가 급등과 향후 중동 위기의 확산은 국내외 경제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세계 경제는 리먼브러더스 쇼크의 후유증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2010년에 4%를 넘는 성장세를 기록하고 2010년 하반기에는 미국의 양적 금융완화 정책에 힘입어 더블딥 우려를 불식해 2011년에도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1월25일에 발표된 국제통화기금(IMF)의 세계 경제 수정 전망 보고서를 보면 2011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0.2% 포인트 상향 수정된 4.4%, 미국은 0.7% 포인트 상향 수정된 3%로 전망됐다. 그러나 국제유가의 급등은 이러한 세계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사우디 흔들리면 3차 오일쇼크


    사우디 흔들리면 3차 오일쇼크
    불투명한 세계 경제

    급격한 원유의 공급 차질과 이에 따른 유가 상승은 세계 및 국내 경제의 생산 차질을 가져와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세계적으로 원유는 운송부문에 60% 이상이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나는데, 이에 따라 유가 상승은 기업 측면에서는 주로 유통과정에서 물류비를 상승시켜 생산비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이와 함께 전기요금 상승, 석유화학 부문의 원료가격 상승이 비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생산 둔화를 불러온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교통 및 난방비 상승에 따른 실질구매력 감소로 실질소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발생한다.

    1970년대 이후 급격한 원유 생산 감소(전년대비 1% 이상 감소)와 이에 따른 급격한 유가 상승은 1,2차 오일쇼크기와 1999~2000년 기간 등 세 차례 발생한 바 있다. 유가 상승이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세계 경제에서 원유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 즉 세계 경제의 원유의존도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세계 경제의 원유의존도가 높을수록 유가 상승이 성장에 미치는 영향도 더욱 커지는 것이다.

    1970년대 중반 1차 오일쇼크 시기에는 유가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세계 경제의 원유의존도가 1973년 1.7%에서 1974년 4.1%로 급격히 높아진 바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경제성장률은 2년 동안 그 이전의 평균적인 성장 추세에 비해 약 1.7%p 가량 하락했다. 2차 오일쇼크 기간에는 유가 급등으로 세계 경제의 원유의존도가 7.9%까지 상승하고 경제성장률이 이후 4년간 연평균 1.3%p 하락했다. 세계 경제의 원유의존도는 오일쇼크 기간 중 초기에 크게 높아지다가 이후 완만히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는 세계 경기의 급락으로 원유 수요가 줄어들면서 유가의 추가적인 상승을 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1,2차 오일쇼크 기간의 유가 상승기 중 연평균 유가는 70%가량 상승했으며 이 기간 중 세계 경제성장률은 장기추세에 비해 약 1.6% 하락했다. 이에 따라 유가 10% 상승에 따른 세계 경제성장률 변화의 탄성치가 약 0.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유의존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는 유가 상승이 세계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1990년대 말 유가 하락기간 이후 이를 막기 위해 OPEC가 감산에 나서면서 다시 유가가 급격히 상승해 1999년 이후 2년간 60% 가까이 상승했지만, 세계 경제의 원유의존도가 2%대에 그쳐 경제성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그러나 2010년 세계 경제의 원유의존도는 다시 4%대로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고유가 기간보다는 낮지만 1차 오일쇼크 시기 수준으로 원유의존도가 다시 높아졌기 때문에 유가 상승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일쇼크 시기 유가 상승이 성장에 미친 효과가 올해에도 적용된다고 가정할 때 앞에서 살펴본 순차적 위기파급 시나리오의 경우 세계 경제성장률 하락 효과는 0.2~0.9%p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3차 오일쇼크가 도래하는 경우에는 세계 경제성장률이 1.4% 이상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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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에 미치는 충격 더 클 듯

    국제유가의 지속적인 상승과 함께 최근 각종 원자재 가격도 급등하면서 고물가 속의 저성장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 세계 경제가 아직 리먼브러더스 쇼크 이후의 금융부실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는 등 불안정한 상황이다 보니 유가가 급격히 상승할 때는 세계 경제의 성장세 하락이 빨라질 수 있다. 다수 선진국이 경제침체로 인해 디플레이션 압력이 잠재해 있다고 평가되는 만큼 유가 및 물가 급등 시에도 금리인상을 주저할 수밖에 없어 정책적 대응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국내 경제는 세계 경제에 비해 유가상승에 따른 성장률 변화가 더 크게 나타난다. 한국 경제는 제조업 비중이 높아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인데다, 원유를 주원료로 하는 산업의 비중도 높다. 1,2차 오일쇼크 기간 중 유가 10% 상승에 따른 성장률 하락 탄성치도 0.7%로 높게 나타난 바 있다.

    한국의 주력 수출상품이 자동차, 가전 등 내구재 부문과 관련 부품에 집중되어 있는 점도 고유가에 따른 충격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유가 상승기에는 전세계적으로 유지비 부담이 가중되는 자동차에 대한 수요가 우선적으로 크게 위축되고 이와 함께 소비 부담이 큰 내구재 수요도 미루어지는 양상을 볼 수 있다. 2차 오일쇼크 기간 중 미국의 소비구조 변화를 보면 자동차 소비가 연평균 15%p 이상 줄어든 가운데 가구와 가전 등 내구재 소비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요인들을 고려할 때 향후 유가가 급등하거나 유가 상승 추세가 장기화할 경우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이 순차적으로 위기에 빠지며 고유가가 장기화할 경우 최근 회복조짐을 보이던 국내 경제는 다시 뚜렷한 하강추세로 돌아설 우려가 크다. 만약 3차 오일쇼크가 도래하는 경우에는 세계 경제성장률 하락폭 이상으로 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유가 상승은 국내 소비자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휘발유 등 석유제품의 가격은 시차 없이 국내물가에 바로 반영되며, 생산비용 증가에 따른 공산품 가격 상승은 1분기 정도의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 2008년 산업연관표를 기준으로 볼 때 유가 10% 상승은 국내물가를 0.7% 상승시키는 효과를 나타낸다. 다만 산업연관표를 통한 분석은 기대인플레이션 변화나 유가 상승이 성장률에 영향을 미쳐 다시 총수요압력을 떨어뜨리는 점을 고려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만약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이 크지 않고 고유가로 성장세가 둔화될 경우 유가 상승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 그러나 통화정책의 실패 등으로 기대인플레 심리가 확산될 경우는 물가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중동 정세의 전개 방향에 따라서는 심각한 위기가 국내외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국제유가가 2008년의 정점인 배럴당 147달러를 넘는 사태가 올해 안에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중동 사태가 사우디아라비아나 이란 등의 거대 산유국으로까지 파급될 가능성은 높지 않기 때문에 세계 경제의 건실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위기의 가능성은 항상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도 석유자원의 확보가 점점 어려워지는 가운데 산유국의 정치적 불안정 상태가 지속되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 중동 지역에 집중돼 있는 원유수입선을 다변화하고 대체 에너지를 개발, 보급하는 작업에 더욱 주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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