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4월호

‘사내하도급은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 후폭풍

재계는 지금 빨대로 숨 쉬는 기분

  • 배수강| 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bsk@donga.com

    입력2011-03-22 1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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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기환송 高法, “2년 이상 사내하도급 근로자 정규직으로”
    • 4년 전 大法 ‘불법파견’ 판결…대법원의 오락가락 판결
    • 노동계 “전원 정규직화하라” 고삐
    • 현대차 “하청업체 근로자일 뿐…재상고했다”
    • 조선, 철강 등 사내하도급 근로자 32만명 영향권
    • “정리해고 못하게 하면서 정규직화만?” 재계는 부글부글
    • 파견법 개정 등 勞社政이 지혜 모아야
    현대자동차 사내하도급 문제를 둘러싸고 재계와 노동계가 정면충돌 양상이다.

    대법원이 지난해 7월 “현대차 사내하도급업체에서 2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원심을 파기환송한 데 이어, 지난 2월10일 서울고등법원도 같은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게 발단이 됐다. 판결이 나오자 현대차 비정규직노조(사내하청노조)는 “모든 비정규직의 즉각적인 정규직 전환”을 주장했고,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등 재계는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판결을 이용해 노동계가 노사관계를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현대차는 대법원에 즉시 재상고했다.

    이처럼 재계와 노동계가 전면전 양상을 보이는 것은 양측 모두 이 사안이 국내 산업계에 미칠 후폭풍이 ‘메가톤급’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현대차 판결을 계기로 ‘비정규직 문제를 한번에 풀겠다’는 태세다. 확정 판결이 나기 전이지만 금속노조는 1900여 명을 원고로 하는 집단 소송을 제기하는가 하면, 현대차 하청지회는 노동계 지원 속에 지난해 11월15일부터 25일간 울산 1공장 CTS(도어탈착공정) 라인을 점거해 3269억원의 매출 손실을 냈다. 조계사 단식 농성(2월9~22일)과 서울 양재동 광고탑 고공농성(2월12~18일), 잔업 및 특근 거부 등으로 회사를 압박하고 있다.

    재계는 납빛이 됐다. 3월10일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 5단체가 긴급 성명을 통해 “사내협력업체 근로자는 원청 기업의 비정규직이 아니라 협력업체의 정규직 노동자인데, 노동계가 사내하도급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면서 갈등을 부추긴다”고 비난한 것도 이러한 위기감의 발로다.

    재계, “대법원 확정판결 나면 뒤집힌다”



    고법 판결을 대법원이 받아들인다면, 재계는 시쳇말로 ‘뒤집힌다’고 말한다. 사내하도급 문제가 자동차뿐 아니라 조선, 철강, 전자 등 주요 기간산업에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어 판결에 따라 연쇄적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의 ‘2010년 사내하도급 활용 현황’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 전체 근로자 132만6040명 중 사내하도급 근로자 수는 32만5932명(24.6%). 사내하도급 근로자 비율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조선 61.3% △철강 43.7% △기계·금속 19.7% △자동차 16.3% △전기·전자 14.1% 순이다. ‘하도급 뇌관’이 터지면 국내 주력 수출업종 대부분이 파편을 맞을 수밖에 없다. 마지막 남은 대법원 판결을 경제 5단체가 주시하는 이유다.

    “2006년 대법원과 중앙노동위원회 등에서는 지금까지 줄곧 ‘적법한 도급’이라고 판결했는데, 지난해 대법원과 올해 고법은 ‘불법 파견’이라고 봤다. 법원의 오락가락 판결로 산업현장에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요즘 경제인들은 정말 ‘빨대로 숨 쉬는 기분’이다. 갑갑하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판결이기에 이처럼 재계의 숨통을 조이는 걸까. 그 이유를 알아보기 전에 판결 쟁점인 고용형태(도급과 파견계약)를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도급과 파견계약 모두 근로자가 외부 업체에 고용돼 특정 회사로 보내져 일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도급계약은 도급인(원사업자)이 수급인(하청업체)에게 일정 업무의 완성을 맡기는 것이다. 수급인은 자신이 고용한 근로자를 사용해 수임한 업무를 완성한다. 사용관계와 고용관계가 같아 작업 지시와 감독도 근로자를 고용한 수급인이 담당한다. 이때 도급업무가 도급인 사업장에서 이뤄질 경우 일반 도급과 구별해 ‘사내하도급’이라고 한다. 시설 경비 용역이 대표적이다.

    반면 파견계약은 사용사업주(원사업자)가 파견사업주와 계약을 맺고, 파견사업주가 고용한 근로자를 자신을 위한 업무에 종사하도록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법에 규정한 32개 업종에서만 파견근로를 허용하는데, 제조업은 대상이 아니다. 근로자의 사용관계와 고용관계가 분리돼 있어, 사용사업주가 직접 근로계약관계를 맺지 않았다 하더라도 근로자를 작업 지시·감독할 수 있다.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도급계약을 맺었지만 실제 현대차에서 작업 지시와 감독을 받는 ‘불법 파견’이었다”고 주장한다. 제조업은 파견계약 업종이 아니어서 도급만 가능한데, 사실상 파견 업무를 했으므로 ‘불법 파견’이라는 얘기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법)에는 2년 초과한 파견근로자는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결국 일반화된 사내하도급을 ‘도급으로 볼 것이냐 파견으로 볼 것이냐’가 이번 판결의 쟁점이다.

    도급이냐 파견이냐

    소송은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불법파업과 무단결근 및 작업장 이탈근무’ 등의 사유로 해고된 현대차 협력업체 직원 최모씨 등 89명은 지방 및 중앙노동위원회, 그리고 1·2심 법원에 잇달아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과 소송을 냈다.

    “원청인 현대차와 사내 협력업체 사이의 도급계약은 ‘위장도급’이기 때문에 자신들은 현대차 근로자이며, 현대차가 노조활동을 이유로 협력업체에 해고하도록 종용했다”는 게 소송 요지. 하지만 지방·중앙노동위와 1심(행정법원), 2심(고등법원)은 모두 ‘계약관계상 현대차는 부당해고 구제 신청 대상이 아니다’고 판결해 ‘원고 패소 판결’을 받았다.

    계속된 패소로 원고 89명 중 2명만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런데 전혀 다른 판결이 났다. 대법원에서는 원고 2명 중 2년 넘게 근무한 최씨의 경우 불법파견으로 판단하고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다음은 대법원의 판결 요지.

    “현대차(원청)의 사내협력업체(하도급)들은 사업주로서 독자성이나 독립성이 있어 근로자 사이의 ‘묵시적 근로계약관계’는 성립하지 않으므로 직접고용관계는 아니다. 하도급업체 근로자들은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자동흐름 방식으로 진행되는 자동차 조립·생산 작업에 종사하면서 정규직 근로자들과 함께 단순 반복 업무를 수행했다. 옛(2006년 12월 개정 이전) 파견법 제6조에는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해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 다음 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고 규정(이하 ‘직접고용간주 규정’)하고 있으므로 ‘직접고용간주 규정’을 적용받아야 한다. 이 규정이 ‘적법한 근로자 파견’의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축소 해석하는 것은 입법취지에 비추어 근거가 없다.”

    결국 원청과 하도급은 형식상 도급관계일 뿐이고, 원청업체로부터 직접 노무지휘를 받기 때문에 파견근로로 보아야 하며, ‘파견법’ 위반에 따른 ‘불법 파견’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묵시적 근로계약 관계’ 부인→△근로자 파견관계 인정→△파견법 불법파견에도 적용→△파견기간 2년 경과 시 직접 고용 간주→△원청의 사용자성 인정인 것이다.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뒤 지난 2월10일 서울고법에서도 같은 취지의 판결이 내려졌다. “최씨가 속한 하도급업체 근로자 작업량이나 일 순서 등을 현대차 직원이 직접 지휘하고 구체적인 작업 지시를 내린 사실이 인정된다. 따라서 현대차에서 지휘를 받는 파견근로자가 아니라는 전제에서 내린 중앙노동위 판정을 취소하라.”

    컨베이어벨트에 의한 자동흐름 방식의 생산현장, 직영과 도급업체 직원이 뒤섞여 작업을 하는 상황에 대해 법원 판결도 처럼 엇갈렸다.

    이러한 판결에 대해 현대차와 재계는 “작업 특성상 동시작업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대법원의 판결은 단순히 혼재 작업 형태에만 초점을 둔 판결”이라고 반발한다. 현대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자동차 생산은 컨베이어시스템에서 일관공정으로 이뤄진다. 물론 작업공간은 같지만 공정은 독립적이다. 예를 들어 정규직이 엔진을 장착한다면 협력업체 직원은 범퍼를 장착하는 식이다. 같은 작업공간에서 작업이 이뤄지다 보니 업무시작 시간이나 투입 인원 등에 대한 협조는 있지만, 구체적인 작업이행은 원청업체 표준작업지시서에 따른다. 하도급업체는 독립된 사업자로 종업원의 채용, 승진, 해고, 작업배치 등 인사권과 작업 지시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당연히 도급관계다. 물론 제품에 문제가 생기면 원청업체가 관여한다. 이는 최소한의 생산협력과 기능적 공조로 봐야지, 이를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한 것은 산업현장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대법관이 이런 현장을 살펴봤으면 판결은 달라졌을 것이다.”

    ‘사내하도급은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 후폭풍


    오락가락 판결에 황당

    흥미로운 것은 같은 대법원에서 이미 4년 전 전혀 다른 판결이 내려졌다는 점이다. 2006년 대법원은 같은 원고(최씨) 등이 낸 ‘집회금지 가처분 결정 취소 소송’에 대해 “각 도급계약을 위장도급 계약이라고 볼 수 없고 직접 사용종속관계를 인정할 만한 근거도 없다”고 판시했다.

    2004년에도 노동계가 현대차의 파견법 위반 혐의 등으로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한 사건에 대해 대검찰청은 적법한 도급계약 관계로 파악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재계가 부글부글 끓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은 사실심인 1,2심 전권으로 상고법원도 이에 구속되지만, 고법에서 인정한 사실관계를 사실상 부정하는 결정을 내렸다. 추가 증거제출이 없었음에도 불법파견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같은 사항을 이미 대법원이 적법도급이라고 판단했는데, 이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려면 법원조직법에 따라 전원합의체를 통해 판결했어야 했다. 법적으로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장이 큰 사안에 대해 신중을 기해야 한다.”

    법원조직법 제7조 3항은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 법률, 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대법관 전원의 3분의 2 이상의 합의체에서 심판권을 행사하며 대법원장이 재판장이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규정에 맞춰 재계는 현대차가 재상고한 만큼 최종 판결은 반드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진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민만기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대법원은 법률심이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판단이 전적으로 1·2심에 맡겨져 있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은 채증 법칙 위반, 또는 심리 미진 등을 이유로 사실관계에 대한 하급심 판단에 종종 제동을 건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대법원에서 고법의 판단과 다른 사실 인정을 한 것이고, 대법원에서 파기환송을 한 경우 고등법원은 대부분 대법원 환송 취지를 따른다.”

    ‘사내하도급은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 후폭풍
    사내하도급 문제는 고용유연성 관점에서 봐야

    결국 법적 판단은 대법원 최종 판결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전문가들은 이 소송의 본질을 노동유연성 관점에서 찾고 있다. 노동유연성은 경기변동에 노동력의 고용 규모나 임금수준 등을 신축적이고 유연하게 조절하는 기능을 말한다.

    “기업은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에 맞춰 인력과 조직을 유연하게 맞춰야 하는데 우리 법으로는 정리해고는 ‘긴박한 경영상 요구’ 때에만 가능하다. 제조업에는 파견도 허용되지 않는다. 남는 정규직 인력을 다른 생산라인으로 전환배치하려면 노조가 반발한다. 이런 상황에서 유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 사내하도급인데, 대법원이 이를 지나치게 엄격히 해석했고, 국제적인 판례와도 맞지 않는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 미국 ‘빅3’ 자동차 업체가 신속하게 구조조정할 수 있었던 것도 노동의 유연성이 있었기 때문이다.”(남성일 서강대 경제학 교수)

    남 교수의 지적처럼 자동차 산업은 경기 불황과 계절적 요인 등에 따른 수요 예측이 어려워 무작정 고용할 수도 없다. 사내하도급을 도입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현대차 사내하도급의 경우 노사 합의로 도입했다는 점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2조3000억원 이상의 적자로 전체 4만5000여 직원 중 1만명 이상을 고용조정(정리해고와 희망퇴직 등)하는 과정에서 현대차 노사는 극심한 대립을 경험했다. 이후 경제가 회복되면서 생산물량 증가에 따른 추가인원이 필요해지자, 경영악화에 대비해 정규직 대신 사내하도급을 도입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현대차는 사내협력업체와의 계약을 먼저 해지해 ‘협력업체가 정규직 고용안정을 위한 스펀지’ 구실을 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정규직 노조도 자신들의 고용보장을 최우선적으로 요구했고, 결국 2000년 임금교섭 때는 사내하도급 도입에 대해 노사가 합의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노사는 1998년 고용조정 사태 재발방지를 위해 회사 경영권과 종업원 고용 보장을 내용으로 하는 ‘완전고용 보장 합의서’를 체결했다. 또 다른 현대차 관계자의 설명이다.

    “차종별 수요 변화에 따른 공장 간 전환배치가 필요하지만 노조의 반대로 사실상 불가능하다. 인기차종 생산 라인은 일손이 모자라고, 판매가 저조한 생산라인은 일감이 없어 청소를 하거나 교육을 받는다. 회사가 임의로 (전환배치를) 추진하다가 노조의 반발로 생산라인이 중단된 사례도 있다. 회사는 노조 간부의 조합 활동으로 인한 공백이나 계절적 수요 등에 대비하고, 노조는 자신들의 고용보장을 위해 사내하도급을 도입한 것이다. 노동계에선 ‘인건비 절감’이 목적이라는데 이런 사실을 고려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실제 현대차 단체협약 제43조(배치전환의 제한)에는 ‘희망자에 한해 배치전환을 시행한다. 단, 희망자가 소요인원보다 적을 시 노조와 합의한다’고 돼 있다. 결국 사측은 정규직이 기피하는 공정에 하도급업체를 투입하고, 불황일 때는 먼저 하도급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식으로 노동유연성을 확보했다. 노조는 고용을 보장받는 차원에서 하도급업체를 ‘고용 완충 지대’로 활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005년 이후 현대차는 생산직 정규 사원을 뽑지 않았다고 한다. 신입사원을 뽑지 않다보니 현재 현대차 생산직 사원(정규직) 3만여 명의 평균 나이는 47세에 달한다. 현대차 국내 공장과 해외 공장의 HPV(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국내 31.3, 해외 21.9로 해외공장 생산성이 월등히 높다. 자연히 국내 파견법과 근로기준법 등 법적 제도적 문제점으로 눈길이 쏠릴 수밖에 없다.

    현대차 노사 합의로 사내하도급 확대

    그렇다면 해외 자동차 업계 상황은 어떨까. 독일 폴크스바겐은 2005년 입사자를 기준으로 정규직에 대한 차등 임금을 적용해 경직된 노동유연성을 임금유연성으로 만회하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인기 차종의 주문량을 맞추려 파견근로를 활용하고 있고, 파견회사를 설립해 파견근로자를 자체 수급하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수요가 적은 생산라인 근로자를 수요가 많은 라인으로 이동시키는 응원(應援·일종의 전환배치)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00년 들어서는 기간공과 파견사원 등 비정규직 수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2000년 3140명→2005년 1만9000명).

    미국의 빅3 업체(GM, 포드, 크라이슬러)는 일시해고(lay-off)제를 기반으로 노동유연성을 확보하고, 직무 난이도에 따른 이중임금제(Two-tier제)를 도입해 고용유연성을 확대하고 있다. 이 때문일까.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노동시장 유연성 지수’는 우리나라가 2.06으로 덴마크(8.25), 미국(6.30), 일본(5.80), 벨기에(3.40) 등 30개 회원국 중 가장 낮게 나타났다. 전경련 등 경제단체들은 이러한 노동유연성을 확보하려면 법제 정비가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파견허용 업종을 확대하고 파견기간을 폐지하면 노사분쟁도 줄어들고 기업 경쟁력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 사내하도급 근로자 월급은 얼마?

    현대차 비정규직노조는 지난해 11월 성명을 내고 “입사시 최저임금인 시급 4110원에서 시작해 12시간 맞교대와 주말특근, 야간작업, 담당구역 청소까지 해야 한다”며 8시간만 근무한다면 연봉 2000만원으로 정규직의 절반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현대차가 사내하도급을 통해 인건비 장사를 한다’는 비판의 핵심 근거가 됐다. 하지만 현대차는 “말도 안 된다”고 반박한다.

    현대차에 따르면 근속 4년차 직영 근로자의 연봉은 평균 5439만원. 사내협력업체는 4059만원(직영 근로자 대비 84%), 1차 부품사는 3048만원(〃 76%), 2차 부품사는 2288만원(〃 65%)으로, 100~200명의 직원을 둔 1차 부품사와 비교해 월등히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의 ‘2010년 2·4분기 사업체 임금, 근로시간’에 따르면 현대차 사내협력업체 직원의 월 총액은 338만원. 상용근로자 대비 1.4배, 제조업 사업장에 비해 1.3배 높은 수준이다.

    현대차는 사내협력업체 직원 급여가 월 100만원대라는 노동계 주장에 대해 “상여금과 휴가비, 귀향비, 연월차수당, 성과금, 격려금 등을 제외한 통상급여를 말하는 것으로 이를 합치면 340만원대”라고 반박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과 달리 근로자에게 합당한 사회안전망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고용안정성도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업은 환경변화에 맞춰 고용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일자리를 잃은 근로자에게는 생계 보장 등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의 일시해고제 역시 일정 기간 생계를 보장(보통 2년간 기본급 90%)해주고, 재취업 우선권도 준다. 독일도 2003년 파견법 규제를 폐지하기 전 파견근로자 차별금지 제도를 도입했다. 국내 하도급 직원들이 호소하는 고용 불안과 차별 대우 역시 차별금지 제도 등으로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현대차 사내하도급 문제를 계기로 법제도와 사회안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기 위해 노사정(勞社政)이 머리를 맞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정부 역시 사내하도급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난 1월 노사정위원회 산하 ‘노동시장선진화위원회’를 출범시켰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 현재 답보상태다.

    勞社政 머리 맞대 문제 풀어야

    남성일 서강대 교수의 설명이다.

    “현재의 파견법으로는 일자리도 늘지 않고 기업이나 노동자 모두 불리하다. 도급을 써도 법 때문에 2년 되기 전에 자르지 않느냐. 현대차 소송을 계기로 근로자 파견을 전면 허용하는 국제적 흐름과 노동시장의 경직성에 대해 함께 논의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도 파견법 개정에 대해 수긍하는 사람이 많지만, 표를 의식하다 보니 법개정을 항상 ‘장기 과제’로 돌린다. 국회의원이 파업현장을 찾아 지지를 보내는 것도 근로자에게 ‘괜한 기대’를 줘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인재 인천대 교수(경제학)도 ‘한국적 모델연구 보고서’를 통해 “고용보호 수준을 낮춘 새로운 개념의 정규직 개념을 도입하는 방안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돌리기 위한 정책프로그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사내하도급 문제에서 이제 국내 산업계 전체의 문제가 된 현대차 사내하도급 분쟁.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내리든 우리 기업의 경쟁력과 노동시장 안정을 위해서라도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사내하도급 판결 관련 갈등 일지

    ▶ 2010년

    · 7월22일 대법원 “불법파견에 해당, 2년 이상 근무 땐 정규직화” 원심 파기

    · 11월14일 현대차 사내하도급 근로자 1900여 명 집단소송 제기

    · 15일 사내하청노조 현대차 울산 1공장 점거. 중앙노동위 “사내하청노조 파업은 불법”

    · 19일 현대차 울산2공장 점거 시도

    · 12월1일 울산지법 파업 주동자 체포영장

    · 9일 사내하청노조, 현대차 교섭 위해 점거농성 해제(생산손실 2만9000여 대, 매출손실 3300억원)

    ▶ 2011년

    · 1월13일 현대차 관련 5자 협의체(현대차, 사내협력업체 대표, 정규직 노조, 사내하청지회노조, 금속노조) 대화 시작

    · 2월8일 사내하청노조, 대화 결렬로 2차 파업 결의

    · 9~22일 사내하청노조위원장 조계사 단식농성

    · 10일 서울고법, 대법원 판단 취지 따라 항소심 판결

    · 12~18일 노조원 2명,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광고탑 고공농성

    · 17일 2차 파업 돌입

    · 21일 사내하청노조 전 간부, 조합비 유용 주장

    · 23일 노조 지도부 총사퇴

    · 3월~ 비상대책위에서 부분 파업 중, 협력업체별 불법파업 가담 노조원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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