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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우의 세상읽기

‘민심의 쓰나미’를 두려워하라

‘민심의 쓰나미’를 두려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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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전 총영사는 궁지에 몰리자 언론에 덩씨가 국군포로와 탈북자 송환에 역할을 한 사실을 비롯해 국가정보원 측과의 갈등, 심지어 부하 영사들의 비행 등도 서슴지 않고 털어놓았다. 사실 여부를 떠나 중국과의 외교관계나 차후 영사관의 활동 등을 생각한다면 함부로 입을 열지 않아야 했을 사안들이다. 그러나 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한다면서 해야 할 말, 안 해야 할 말을 가리지 않았다. 외교관은 물론 고위 공직자로서 자질이 의심될 수밖에 없는 언행이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씨는 2007년 한나라당 원외위원장으로 이명박 후보 캠프에 들어갔고, 그해 7월 ‘글로벌리더 200인 지지선언’을 주도했다. 대선 때에는 서울시 선대위 조직본부장을 했다. 그러나 2008년 총선에서 홍정욱 의원에게 밀려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했다. 대신 상하이 총영사란 자리를 얻었다. 그에게 미안해 한 MB의 배려였다고 하니 전형적인 보은인사라 하겠다.

물론 해외 공관장에 반드시 외교관 출신이 앉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치인이 영사관 업무를 더 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외교관으로서 지녀야 할 최소한의 자질과 공직자로서의 덕목은 있어야 한다. 다산 정약용은 공직자가 갖춰야 할 첫째 덕목으로 ‘칙궁(飭躬·스스로를 바르게 하고 삼)’을 들었다. 김씨는 총영사로서 영사관 업무에 도움이 되는 ‘숨은 실세’ 덩씨를 어떡하든 잘 관리하려 한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처신이 올바른 공직자, 유능한 외교관의 그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는 상하이 총영사관의 공직기강을 바로잡지 못했고, 그 자신 정체가 불분명한 덩씨에게 지나치게 밀착했다. 그는 상하이 현지 총영사관 업무보다는 상하이를 찾는 국내 정치인들의 의전에 더 많은 신경을 썼다고 한다. 그는 문제가 된 주요인사 전화번호 유출은 국내 정보라인의 소행일 거라고 하면서 “경기 성남 분당을 보궐선거에 나가려던 나의 계획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그가 총영사 업무보다는 국내 정치 복귀에 애쓰고 있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대통령의 보은인사가 망신살이 뻗치는 외교재앙을 초래하는 참담한 결과를 빚은 셈이다. MB 인사는 왜 늘 이 모양인지, 권력을 사익(私益)추구의 도구로 생각하는 자들을 오로지 충성도의 잣대로 발탁하고 유능하다면(일 열심히 하고 팀워크에 맞는다면) 공직자로서의 도덕성 따위는 별 상관없다는 MB의 인식이 바뀔 것도 같지 않으니 새삼스레 한탄한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다만 그 부메랑이 끝내 대통령과 국정에 돌아가고, 그 피해를 나라와 국민 모두가 감당해야한다는 것이 답답한 노릇일 뿐이다.

한국사회가 당면한 과제는 분명하다. 빈부 양극화와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어떻게 대비하고 풀어나가느냐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관리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당장은 다락같이 오른 물가를 잡는 일이 서민중산층을 위한 긴급과제다. 장기적 과제든 현안이든 무엇 하나 쉬운 일이 아니다.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은 이들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 장기적 과제에는 비전을 제시하고 현안에는 효율적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나라 안은 ‘상하이 스캔들’ 같은 수준 낮은 사건으로 시끄럽고, 정권 실세인 인사에게 연봉을 더 주기 위해 국책은행장의 연봉을 올린다는 어처구니없는 이야기나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이래서야 어떻게 대통령이 국정과제에 집중하고 국민의 협조를 구할 수 있겠는가. 이래서야 어떻게 대통령이 말하는 공정사회에 국민이 공감할 것이며, 권력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겠는가. 하물며 제1야당마저 제 잇속 챙기는 일에나 열심인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이래저래 불쌍한 것은 대한민국 국민이다.



‘민심의 쓰나미’를 두려워하라
全津雨

1949년 서울출생

동아방송 기자

월간 신동아 편집장

동아일보 논설실장·대기자

現 경원대 초빙교수

저서: 작품집 ‘하얀 행렬’ ‘서울의 땀’, 칼럼집 ‘역사에 대한 예의’


쓰나미가 일본열도를 초토화했다. 그러나 ‘민심의 쓰나미’는 지진해일보다 더 무서울 수 있다. 지금 많은 사람은 ‘상하이 스캔들’ 따위에는 별 관심이 없다. 정부가 합동조사를 한다 해도 그러려니 한다. 결국 신뢰의 문제다. 신뢰를 잃은 권력은, 정치는 ‘민심의 쓰나미’를 맞을 수밖에 없다. 두려워할 일이다.

신동아 2011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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