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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부실 사태

PF 부실채권 5조2000억원, 살아 있는 뇌관…실사 끝나는 올 7월 제2의 분수령

  • 이진우│이데일리 기자 cnetkr@naver.com

저축은행 부실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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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경기 폭락 불똥

저축은행 부실 사태

2월 국회 정무위원장실에서 열린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한 긴급대책회의’에서 김석동 금융위원장(왼쪽)이 현황 보고와 향후 대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모든 금융회사와 마찬가지로 저축은행의 부실도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려간 곳이 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면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대출 부실이 위기의 출발점인 것은 모든 금융회사가 같지만, PF에 내준 대출은 부실화될 경우 피해가 더 크다.

“지금은 허허벌판이지만 아파트를 지으면 잘 팔리겠다 싶은 곳이 있으면 경기가 나빠지기 전에 빨리 사서 사업승인 받고 분양을 해야 합니다. 그런데 땅을 헐값에 빨리 사는 게 어렵죠. 평당 20만원짜리 땅을 22만원에 산다면 땅 주인들이 쉽게 팔겠습니까. 아파트 짓는 걸 비밀로 하고 조용히 쉬쉬하면서 사는 건 불가능하고 그래서 아예 아파트 짓는다고 털어놓고 평당 80만원쯤에 살 수밖에 없습니다. 아파트를 지으면 그 땅이 평당 100만원 넘는 가치가 된다는 걸 땅 주인도 아는데 그걸 어떻게 20만원대에 삽니까.”

한 전직 부동산 프로젝트 시행사의 말이다. 평당 20만원짜리 땅을 80만원씩에 사겠다고 돈을 빌려달라고 하는 시행사에 돈을 빌려줄 은행은 없다. 20만원짜리 땅이 80만원 넘는 가치가 될 것이라는, 그래서 그 땅값을 빌려줘도 다시 돌려받을 수 있다고 확신하고 ‘베팅’할 수 있는 곳이어야 그 돈을 빌려줄 수 있다. 그런 대출을 하겠다고 나선 곳들이 바로 저축은행들이고 그게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이다.

물론 저축은행들도 아파트를 짓기로 한 건설회사(시공사)의 지급보증 약속을 받고 빌려주는 돈이긴 하지만 지급보증을 하는 시공사도 미덥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저축은행의 PF대출 가운데 신용등급을 매기기도 어려운 무등급 시공사의 지급보증을 받고 대출한 것이 전체 27.1%에 달한다.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식으면서 그런 PF사업장들이 사업 진행을 하지 못하게 됐고 신용등급이 존재하지 않는 영세 시공사가 그 돈을 대신 갚아줄 수 없는 건 당연했다. 그 부담은 결국 돈을 빌려준 저축은행으로 돌아왔다. 일반적인 저축은행들은 전체 대출 가운데 PF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분의 1 미만이었지만 부산저축은행은 70%가 넘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노래가 뭔 줄 아세요?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하는 노래 있죠? 애들이 놀이하면서 부르는 노래. 난 그 노래 들으면 등에 식은땀이 납디다. 저축은행 PF대출이라는 게 그런 거죠. 즐겁게 춤을 추면 계속 춰야지 갑자기 멈추면 와르르 무너지는 거예요.”

한 저축은행장이 사석에서 농담처럼 던진 말이긴 하지만 저축은행의 PF대출은 바로 그런 구조다.

“그대로 멈춰라”

2008년 말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저축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던 PF 대출은 약 20조원어치로 추산된다. 부동산 경기가 계속 춤출 거라고 믿고 함께 춤추며 굴리던 돈의 규모다. 이런 PF대출을 결국 돌려받지 못하고 저축은행이 문을 닫으면 5000만원 이상 예금을 한 예금주나 후순위채 매입자들은 5000만원 이상 예금액과 후순위채 투자금액만큼 손해를 본다.

나머지 손실은 5000만원 이하의 예금을 보장해주겠다고 약속한 예금보험공사가 떠안아야 한다. 그 돈은 금융회사들이 내는 예금보험료에서 나오고 예금보험료는 결국 은행의 대출금리나 보험사의 보험료, 증권사의 수수료에 반영돼 소비자가 지불하게 되는 구조다. 공적자금이 투입된다면 세금을 내는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그 손실을 부담하게 된다.

물론 그 20조원이라는 돈이 공중으로 날아간 돈은 아니다. 그 20조원은 허허벌판 논밭을 갖고 있다가 어느 날 시행사에게 땅을 판 땅 주인들이나 그 땅을 중개한 부동산업자들, 그 땅에 짓는다는 아파트 분양광고를 제작한 광고 대행사들과 그 광고를 실어준 언론사들의 호주머니로 들어갔다. 그 돈은 다시 친구들과 사업을 해보겠다고 조르던 땅 주인 자식들의 사업자금으로 나가고 광고대행사나 언론사 직원들의 월급으로도 나가고, 사업이 잘 될 것 같아 들뜬 기분에 직원들에게 한 턱 낸 사장님의 카드대금으로도 흘러나갔다.

금융 분야 전문가인 한 대학교수는 “누군가가 즐긴 만큼 다른 누군가가 나중에 손해를 입게 된 것이데 그 사이에서 저축은행이라는 금융회사가 매개 역할을 했고 그 피해를 떠안게 됐다는 게 저축은행 사태의 본질”이라고 요약했다.

그럼 저축은행들은 왜 이렇게 위험한 대출에 나섰을까. 올해 초 영업정지를 당한 한 저축은행의 대주주는 “정부가 부실한 저축은행을 다른 저축은행들에게 반강제로 떠안긴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부실한 저축은행이 생기면 문을 닫게 하고 예금보험기금을 투입하거나 모자라면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정리하는 게 원칙이지만 저축은행이 문을 닫으면 그 비난이 해당 저축은행 대주주보다는 감독책임이 있는 금융당국으로 돌아온다는 게 부담이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부실저축은행을 가능하면 다른 곳이 인수하도록 유도하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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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우│이데일리 기자 cnet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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