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호

“세계군인체육대회 유치 계기로 글로벌 스포츠 레저 도시 만들겠다”

신현국 경북 문경시장

  • 송화선│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11-04-20 09: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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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군인체육대회 유치 계기로 글로벌 스포츠 레저 도시 만들겠다”


    “문경(聞慶)이 기쁜 소식을 듣는다는 뜻 아닙니까. 정말 딱 맞는 이름인 것 같습니다. 요즘 문경에 기쁜 소식이 계속 전해지고 있어요. 특히 2015년 세계군인체육대회 유치를 사실상 확정 지은 건 대단한 일이지요. 이 대회를 잘 치러내면 문경은 세계인이 아는 스포츠 문화 관광 도시가 될 겁니다.”

    신현국(59) 시장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다. 세계군인체육대회는 4년에 한 번씩 열리는 세계 군인들의 올림픽. 133개국이 가입한 세계군인스포츠위원회(CISM)가 주관한다. 1만명에 달하는 참가 선수는 육상·축구·태권도 등 일반적인 종목뿐 아니라 수류탄 투척 등이 포함된 ‘육군 5종’, 함상기술 등이 포함된 ‘해군 5종’ 등 다양한 종목에서 승부를 겨룬다. 올해 열리는 제5회 대회 개최지는 2016년 하계올림픽 예정지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규모와 수준을 짐작할 만하다. 문경시가 최근 이 대회의 유치를 사실상 확정 지은 것이다.

    신 시장은 “4월 초 현장 조사를 나온 CISM 실사단이 ‘믿을 수 없을 만큼 완벽한 곳’이라는 설명과 함께 ‘A+’ 평가를 내렸다. 5월8일 서울에서 열리는 CISM 총회의 개최지 발표 절차가 남아 있지만, 문경 외에는 유치 신청서를 낸 곳이 없기 때문에 총회에서 개최지가 달라질 가능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8월 문경시가 대회 유치 신청서를 냈을 때만 해도 인구 7만7900여 명에 불과한 중소도시가 이만한 국제 대회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지금껏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세계대회를 유치한 곳은 한 곳도 없다. 신 시장이 “말 그대로 쾌거”라며 “이 대회를 통해 우리 시가 오랜 침체를 딛고 세계적인 스포츠 레저 도시로 도약하게 될 것”이라고 흥분하는 이유다.

    “우리도 할 수 있다”



    1952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난 신 시장은 1970~80년대 이 도시가 우리나라 제2의 탄광도시로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을 체험했다. 당시 문경은 ‘개도 돈을 물고 다닌다’는 말이 있을 정도의 부자 도시였다. 1974년 말 기준 인구는 16만1125명으로 현재의 2배가 넘는다. 하지만 정부의 석탄 산업합리화 정책으로 탄광이 문을 닫으면서 경기는 침체 일로를 걸었고 시민들은 하나 둘 도시를 떠나기 시작했다. 신 시장은 “통계치를 보니 매년 2500명 정도씩 인구가 줄더라. 문경 면적이 서울의 2배인데, 인구 수는 한 동(洞) 수준에 불과하다”고 했다. 폐광 조치 후 문경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가 1조530억원을 투입했지만 서민 가계는 나아지지 낳았다. ‘폐광 도시’라는 이미지 때문에 시민들은 기가 죽었고, “나도 기회만 되면 고향을 떠나고 싶다”는 정서가 팽배했다. 대구환경청장·경인환경청장·환경부 공보관 등을 역임하며 대도시에서 공직 생활을 한 신 시장은 2006년 7월 민선 문경시장으로 당선된 뒤 취임 일성으로 “문경을 바꾸자”고 외쳤다.

    “시민들을 만날 때마다 ‘우리도 할 수 있습니다. 해냅시다’라고 말하고 다녔어요. 도시를 되살리기 위해 뭐든 해보자고 마음먹었죠.”

    세계군인체육대회 유치에 앞서 가장 먼저 도전한 일은 국군체육부대 유치다. 취임 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서울의 국군체육부대가 이전 장소를 알아보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다. 이 부대가 들어오면 부대원과 가족을 포함해 1000명가량 인구가 늘고, 이 부대를 주축으로 하는 군인체육대회가 자주 열려 지역 경기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소식이 따라왔다.

    “당장 직원들에게 구체적인 정보를 모으라고 했어요. 알아보니 이미 경북 영주, 충북 진천·괴산에서 유치 신청서를 내고 후보지 항공 촬영까지 마친 상태였습니다. 도의 담당국장을 만나니 ‘너무 늦었다. 포기해라’ 하더군요. 미련이 남아서 ‘늦었다는 게 접수 기한이 지났다는 겁니까, 아니면 다른 도시보다 준비 시간이 짧아서 유치 가능성이 낮다는 뜻입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후자라기에 ‘가능성이 1%만 돼도 해보겠습니다’ 하고 뒤늦게 유치전에 뛰어들었어요.”

    그때부터 전 공무원이 달려들어 왜 국군체육부대가 문경에 와야 하는지에 대한 보고서를 만들었다. 다른 시·군은 외부 용역을 맡겼지만 시간이 부족해 직접 할 수밖에 없었다. 신 시장은 “경쟁 지역의 보고서를 확인하니 가장 두꺼운 것이 175쪽 분량이더라. 우리는 그것보다 최소한 100쪽은 더 만들자고 직원들을 독려했고 닷새 만에 300쪽에 달하는 보고서를 완성했다”고 했다.

    “분량이 중요하다는 말씀은 아닙니다. 하지만 뒤늦게 시작한 만큼 심사위원들에게 뭔가 강한 인상을 심어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양으로나마 우리의 열정과 정성을 보여준 거예요.”

    “세계군인체육대회 유치 계기로 글로벌 스포츠 레저 도시 만들겠다”

    4월 초 문경시를 방문한 세계군인스포츠위원회 실사단은 문경시의 세계군인체육대회 준비 상황을 보고 ‘A+’ 평가를 내렸다.



    진심으로 이룬 체육도시 건설

    국군체육부대 간부진 등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 때도 그는 간절한 열망을 전하려 했다. 마이크를 잡고 “문경시장입니다. 이렇게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 먼저 드리고 시작하겠습니다”한 뒤 넙죽 큰절을 했다. 장내의 박수가 멈출 때까지 한참을 엎드려 있다 일어선 뒤 바로 했다는 말은 이렇다.

    “제가 절을 올린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입니다. 첫 번째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1984년 상무부대 창설 이후 86 아시안게임, 88 올림픽을 거쳐 지금까지 대한민국 체육을 잘 이끌어주신 데 대한 감사의 절을 드린 겁니다. 두 번째는 상무부대가 문경에 오면 오늘 절을 드린 것처럼 힘껏 잘 모시겠다는 의미입니다.”

    또 한 번 박수가 나왔다. 문경시 소개를 끝낸 뒤엔 관계자에게 국군체육부대 유치를 염원하는 시민들의 서명지 1만8000장을 전달했다. 신 시장은 “시민들에게 서명을 받겠다고 알린 지 3일 만에 이만한 양이 모였다. 시민들이 얼마나 문경 발전을 기다려왔는지 실감했고, 어떻게든 우리 지역으로 부대를 옮겨와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회고했다. 진심이 통한 것일까. 이후 이어진 세 차례 평가에서 문경시는 접근성과 훈련 여건, 지자체 의지, 부대원 선호도 등의 항목에서 모두 만점을 받아 총점 100점 만점을 받았다. 2등 지역의 점수가 88점이었으니, 누가 봐도 압도적인 승리였다. 현재 국방부는 8000억원을 들여 문경시 호계면 견탄리 일대 148만m²(45만평)에 다양한 체육 시설을 신축 중이다. 2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메인스타디움과 수영장, 농구장 등 25개 경기장이 문경시에 들어선다. 개방형으로 건축되는 이 시설은 체육부대원뿐 아니라 문경시민들도 사회체육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신 시장은 “2007년 체육부대 유치가 확정된 뒤 시민들 사이에 자신감이 싹텄다. 이 부대의 최신 시설 덕분에 세계군인체육대회 유치에도 나설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0년 재선 이후 신 시장은 대회 유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번에도 시민들은 적극적인 참여로 힘을 보탰다. 4월2일 CISM 실사단이 문경시를 방문하던 날, 중부내륙고속도로 점촌·함창 나들목에서 문경시청에 이르는 10여㎞ 구간에서는 성대한 축제가 벌어졌다. 2만명에 달하는 시민이 도로변에 나와 터키·스위스·벨기에 등 문경시를 방문한 실사단원들의 모국 국기와 피켓을 흔들며 풍물판을 펼친 것. 이날 거리에 나온 인원은 어린이와 노인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문경시민 전체라고 할 만한 숫자다. 이 열기가 또 한 번 심사위원들을 ‘감동’시켰고, 대회 유치 성공으로 이어졌다. 신 시장은 “실사단원들이 하루 종일 ‘감동적이다(touched)’ ‘환상적이다(fantastic)’ ‘충격적이다(shocked)’ 같은 표현을 쏟아냈다. 단장이던 터키의 메숫 세릿 대령은 돌아가는 날 인천공항에서 ‘2015년 세계군인체육대회의 문경 개최는 100% 확정적’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떠나는 도시에서 모이는 도시로

    “세계군인체육대회 유치 계기로 글로벌 스포츠 레저 도시 만들겠다”

    소박한 매력의 문경 자기를 소개하는 신현국 시장.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시작된 게 1995년부터라 아직 이 대회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규모 면에서 보면 아시안게임에 뒤지지 않을 만큼 큰 대회예요. 또 우리나라 상무부대의 경우에서 알 수 있듯 출전 선수들의 경기력도 준국가대표급이지요. 이 대회의 사업계획서를 토대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타당성 조사를 의뢰한 결과, 대회 개최 시 총생산유발액은 687억2200만원, 부가가치유발액은 382억5000만원, 취업유발인원은 657명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관련 전시회 개최 등을 포함한 총 사회적 가치는 1조7776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검토 결과를 받았어요.”

    신 시장의 목소리가 들뜬 것도 이해할만하다. 이 대회는 문경을 중심으로 경북 김천·상주·안동·영주·예천·포항 등 경북 북부벨트 6개 도시에서 함께 열린다. 신 시장은 “1만명 이상의 외국인이 찾아오면 관광 등 여러 면에서 경북 북부지역 전체가 고루 혜택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물론 최대 수혜자는 문경이다. 메인스타디움이 문경에 있고, 주요 경기가 그곳에서 열리기 때문. 오랫동안 문경의 발목을 잡았던 ‘폐광 도시’ 이미지를 벗고 ‘국제 스포츠 레저 도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게 되는 것도 큰 성과다. 2013년 세계군인태권도대회 등 관련 행사를 꾸준히 유치하는 부대 이익도 누리게 됐다. 신 시장은 “국제 행사를 치르는 과정에서 시민들의 자신감이 높아지고 시 전체에 활력이 넘치게 될 것 또한 다른 무엇과 바꿀 수 없는 소득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효과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문경시에 따르면 1974년을 시작으로 34년간 감소를 거듭하던 문경시 인구는 2008년 이후 3년 연속 증가세다. 2008년 706명, 2009년 1159명, 2010년 746명으로 증가 폭이 큰 건 아니지만, 지방 중소도시 인구가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는 설명이다. LS그룹 계열의 알루텍㈜과 철도차량 전문 생산업체인 ㈜성신RST, 가스 미터기를 만드는 대성계전㈜, 태양광 모듈 제작업체 ㈜럭스코 등 탄탄한 중소기업들이 하나 둘 문경에 입주하는 것도 국군체육부대 유치, 국제군인체육대회 유치 성공으로 인한 지역 경제 활성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문경시는 기업유치지원금 제도를 만들어 기업이 일정 금액 이상 이 지역에 투자하면 50억원 범위에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기업 설립을 위한 인허가 절차 전담팀을 만들어 공장 부지 구입부터 설립까지 모든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해준다. 신 시장은 “공장 설립을 위한 전 과정이 3주 안에 끝나는 경우가 많다. 우리 도시에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기업인을 위해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하려 한다”고 했다. 실제로 알루텍㈜이 150명, ㈜럭스코가 104명을 고용하는 등 문경시의 일자리가 늘고 있다.

    이처럼 지역 경제에 활기가 돌면서 부동산 값도 상승 중이다. 문경시의 32평형 아파트 값은 최근 1~2년 사이 평균 5000만~1억원가량 올랐다. 신 시장은 “신규 아파트가 모두 분양되고 원룸 등 임대용 주택도 계속 건설 중이다. 지방 중소 도시 가운데 문경처럼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돼 있는 곳을 찾기 어렵다. 이런 변화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시작됐으며, 투기 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문경의 주거지로서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문경의 인구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2012년까지 국군체육부대에서 자동차로 10분 거리인 문경읍 마원리에 서울대병원 연수원, 부대 바로 옆에는 숭실대 연수원이 각각 들어서기 때문이다.

    옛길 트레킹, 짜릿한 레포츠 체험

    백두대간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문경시는 예부터 아름답고 살기 좋기로 유명하던 고장. 우리나라 100대 명산 중 주흘산, 대야산 등 4개를 품고 있고, 조선시대 서울과 영남을 잇던 영남대로의 중심지였다. 문경의 옛길에는 과거를 보기 위해 한양을 오르내리던 선비들의 정취와 1000년 전통으로 유명한 문경 도예가들의 예술혼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신 시장은 “문경이 국제 스포츠의 메카로 거듭나면서 과거의 명성을 되찾을 날이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중부고속도로 문경새재 나들목을 나서면 문경의 진산(鎭山)으로 불리는 주흘산(1106m)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주흘산에서 그 맞은편으로 우뚝 선 조령산(1026m)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마루를 잇는 고개가 문경새재다. 예전엔 ‘새도 날아 넘기 힘들다’고 할 만큼 높고 험한 곳으로 유명했지만 지금은 남녀노소 부담 없이 거닐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됐다. 특히 제1관문인 주흘관에서 조곡관(제2관문)을 지나 조령관(제3관문)까지 이어지는 6.5㎞의 새재 옛길은 국가 명승(제32호)으로 지정됐을 만큼 경관이 뛰어나다. 문경시는 새재 입구에 옛길박물관, 문경도자기전시관 등을 세우고, 주흘관 안쪽으로 드라마 ‘왕건’ ‘대왕세종’ 등을 촬영한 사극 촬영장 을 만드는 등 이곳을 관광 명소로 꾸몄다. 매년 4~10월이면 보름을 전후한 토요일, 달 밝은 밤에 이 옛길을 걸으며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체험하는 ‘문경새재 과거길 달빛사랑여행’ 행사도 연다.

    문경의 또 다른 관광자원은 도자기. 좋은 흙과 땔감이 풍부해 일찍부터 도자기 산업이 발달한 문경에서는 지금도 많은 도예인이 전통 방식 그대로 소나무 장작을 때서 그릇을 굽고 있다. 해마다 5월 즈음에는 문경새재 일원에서 문경전통찻사발축제가 열린다. 올해는 4월30일부터 5월8일까지 문경 도예인들의 혼이 깃든 전통·현대 도자기를 한자리에서 비교 감상하는 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문경 도자기의 특징은 경기도 이천·여주 등에서 굽던 관요(官窯)와 다른, 백성들의 삶의 모습이 담긴 민요(民窯)라는 점. 밥을 담으면 밥사발, 술을 담으면 술사발이 되는 ‘막사발’이 이곳의 주력 상품이다. 소박하고 기교 없는 문경 사발의 아름다움은 순수한 매력으로 많은 이의 시선을 붙든다. 특히 임진왜란 이후 처음 문경 자기를 접한 일본인들은 이 사발을 찻잎을 갈아 가루차로 만들 때 사용하며 차완(茶碗·찻사발)이라고 불렀다. ‘문경전통찻사발축제’의 명칭은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신 시장은 시장실 벽 앞에 전시대를 마련하고 은은하고 그윽한 색감의 막사발들을 올려두었다. 그는 다기를 보여주며 “문경의 질 좋은 흙과 한국산 소나무 불꽃, 그리고 장인의 손길이 어우러져야 이런 작품이 나온다. 가스나 전기 가마로 구운 도자기는 결코 이런 빛깔을 내지 못 한다”고 했다.

    문경새재와 도자기의 고장 문경시를 찾는 관광객 수는 2004년 중부내륙고속도로 개통 이후 꾸준히 늘기 시작해 최근엔 한 해 500만명에 달한다. 이들은 문경새재 옛길을 거닐고, 드라마 촬영지를 둘러보며, 전통 도자기의 흔적을 좇을 뿐 아니라 다양한 레포츠도 체험한다. 과거 석탄을 나르던 폐철도를 개조해 만든 철로자전거는 문경의 수려한 자연을 감상하기에 좋은 수단이다. 문경읍 고요리 단산의 ‘활공랜드’에서 패러글라이딩에 몸을 맡긴 채 활강하거나, 불정동 불정자연휴양림에 설치된 와이어형 레포츠 기구 ‘짚라인’에 매달려 하늘을 날아보는 젊은 관광객도 많다. 2008년 12월 개관한 200실 규모의 ‘STX 문경 리조트’는 문경 관광 스타일을 ‘스쳐 지나는 여행’에서 ‘머무는 여행’으로 바꿔놓았다. 매년 9월 열리는 오미자축제, 10월 사과축제도 대도시 관광객들을 유혹한다.

    명품 농업 부자 농촌

    “오미자, 사과는 한우와 더불어 문경을 대표하는 특산물입니다. 문경은 시민의 30~40%가 농업에 종사하는 농촌 지역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삶이 좋아지려면 농업이 발전해야 해요. 저는 시장선거 때부터 ‘농민 시장’이 되겠다고 말했고, 지금도 이 분야에 가장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 지역의 청정 환경을 바탕으로 삼아 질 좋은 작물을 재배하는 친환경 농업으로 승부를 걸 생각입니다.”

    신 시장에 따르면 문경은 사과가 한창 영글 시기인 7~9월의 강우량이 600㎜ 내외로 적당하고, 당분이 축적되는 9~10월 일조량이 풍부해 사과 재배의 적지다. 또 일교차가 크고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를 갖고 있어 깊은 풍미를 얻을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자란 문경 사과의 특징은 육질이 단단하며 과즙이 많고 당도가 높다는 점. 문경시는 이러한 사과의 장점을 널리 알리고 매출을 늘리기 위해 거점APC(AgriculturalProduct Process-ing Center·농산물출하센터)를 설치한 뒤 차별화된 브랜드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 사과의 종류와 품질에 따라 ‘새재의 아침’ ‘러닝 문경’ ‘애플 모닝’ 등 각각 다른 브랜드를 붙이는 것. 2400t의 사과를 한꺼번에 저장할 수 있는 저온 저장고 등 첨단 시설을 갖추고 2009년 2월 개장한 문경 거점APC는 지난해 13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123%의 성장률을 보여 화제를 모았다. 지난 3월 실시된 농림수산식품부의 과실 전문 APC 평가에서 전국 14개소 가운데 2위를 차지해 총 15억원의 무이자 운영자금 인센티브도 받게 됐다. 신 시장은 “문경 사과의 판매 수익은 2007년 510억원, 2008년 760억원, 2009년 900억원을 거쳐 지난해 1000억원으로 매해 크게 늘고 있다”며 “올해는 농가당 1ha기준으로 10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해 사과 재배 면적을 100ha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문경 거점APC가 산지 유통의 중심축 구실을 할 수 있도록 전문가 경영진단, 공동마케팅 추진, APC 관리자 경영교육 이수 등 다양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2010년 3500t을 생산해 340억원어치를 판매한 문경 오미자도 집중 육성 대상이다. 1996년부터 시작된 문경의 오미자 농업은 짧은 기간에 급속도로 성장해 현재는 전국 생산량의 45%를 차지할 정도다. 문경시는 오미자 농가에도 올해 1ha기준으로 10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해 오미자 재배단지 100ha를 신규 조성할 계획이다.

    내일로 나아가는 도시

    “세계군인체육대회 유치 계기로 글로벌 스포츠 레저 도시 만들겠다”

    시 예산 84억원을 들여 세운 문희아트홀은 영화·연극·뮤지컬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다목적 공연장이다.

    신 시장은 “문경은 백두대간의 중심이자, 영남대로의 으뜸 고장이다. 풍부한 역사·문화·생태 자원을 갖춘 문경을 세계적인 스포츠 메카로 키우고, 부자 농촌으로 만들어 언젠가는 10만명, 나아가 12만명이 더불어 사는 자족도시로 만드는 게 소망”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3월 영순면 사근리에 개교한 글로벌선진학교(GVCS·Global Vision Christian School) 문경캠퍼스는 이런 꿈을 실현하기 위한 도구 가운데 하나다. GVCS는 국어와 국사를 제외한 초·중·고 전 과목을 영어로 수업하는 학교. 미국식 학제로 운영되는 대안학교로 현재 정규학교 인가 문제를 경북도교육청과 협의 중이다. 하지만 벌써 학생·학부모의 반응은 뜨겁다. 학생 수 부족으로 폐교된 영순중 자리에 문을 열었는데 개교 첫해에 초등과정 15명, 중등 180명, 고등 80명 등 총 275명의 학생이 입학했다. 대부분 서울 등 대도시 출신이다. 교직원 50명도 문경으로 내려왔다. 신 시장은 “2~3년 안에 학생 900명, 교사 100명 규모의 학교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문경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고 정주 인구를 늘리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문경을 젊은이들이 사는 도시, 미래 도시로 가꾸기 위해 그는 시내에 극장도 지었다. 인구 감소로 극장이 모두 폐업해 시민들이 영화를 보려면 경북 구미시나 대구광역시까지 나가야 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 예산 84억원을 들여 ‘문희아트홀’을 지은 것. 2008년 완공된 310석 규모의 이 극장에서는 매주 목요일부터 일요일까지 하루 2회씩 최신 영화를 상영한다. 관람료는 1000원. 유명 연극이나 뮤지컬을 공연할 때는 3000원을 받는다. 5월 이 무대에 오르는 탤런트 나문희 주연의 연극 ‘친정엄마’ 관람비도 3000원이다. 시 직영이기에 가능한 금액이다. 신 시장은 “사업적인 측면에서 보면 늘 적자다. 영화 한 편 가져오는 데 300만원, 연극 등 공연은 수천만원씩 들기 때문에 지금 받는 관람료로는 운영 자체가 힘들다. 하지만 인구 8만명도 안 되는 우리 도시에서 지난해 극장을 찾은 관객이 7만명을 넘었을 만큼 인기가 높다. 시민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문화적인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으로 만족한다”고 했다. 그의 바람은 “문경시가 튼튼한 농·공업 기반 위에서 스포츠·문화·휴양을 누리는 도시, 10만명 이상의 시민이 더불어 사는 자족도시가 되는 것”이다.

    “문경은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세계 대회를 유치한 역량 있는 도시입니다. 1990년대 폐광 이후 힘든 시기를 보내기도 했지만, 2012년 국군체육부대 이전과 2015년 세계군인체육대회 개최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머지않아 세계적인 스포츠 레저도시로 거듭날 겁니다. 그걸 계기로 시민이 살기 좋은 도시, 미래로 나아가는 도시로 키우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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