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5월호

수도권 출퇴근 스트레스, GTX로 뻥 뚫린다

GTX 대해부

  • 김지영│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kjy@donga.com

    입력2011-04-21 1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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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출퇴근 스트레스, GTX로 뻥 뚫린다
    경기도가 야심만만하게 준비해온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사업이 마침내 돛을 올렸다. 국토해양부가 4월4일 확정 고시한 ‘제2차 국가철도망 구축계획(2011~20년)’의 광역철도 부문 전반기 신규사업에 GTX 3개 노선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수도권 교통난 해소와 저탄소 녹색성장을 실현하기 위해 경기도가 2009년 4월 국토해양부에 사업을 제안한 지 2년 만이다.

    이번에 건설이 확정된 3개 노선은 일산~수서(동탄) 구간 46.2㎞, 송도~청량리 구간 48.7㎞, 의정부~금정 구간 45.8㎞ 등 총 140.7㎞로 도가 제안한 노선이 모두 반영됐다. 일산~수서(동탄) 구간 가운데 수서~동탄 구간은 기존 KTX 노선을 이용한다.

    GTX는 ‘Great Train eXpress’의 줄임말로, 심도 40~50m의 지하에 터널을 뚫어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까지 10여 분 만에 갈 수 있는 신개념 대중교통수단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기존 지하철은 역 간 거리가 짧고 노선에 굴곡이 많지만 GTX는 역 간 거리가 길고 노선이 직선에 가까워 이동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든다”고 했다. GTX가 지하철의 평균속도(40~50㎞/h)보다 2~3배 빠른 시속 120㎞로 달릴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GTX의 ‘G’에는 ‘Great(위대한)’ ‘Green(녹색)’ ‘Global(세계적인)’ ‘Governance(협동관리)’ 등의 뜻이 중의적으로 담겨 있다. 수도권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며, 수도권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교통대안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정부는 수도권에 잇따라 신도시를 건설해 서울 인구 분산에 성공했지만 새로운 교통난을 야기했다. 신도시가 여러 군데에 들어서면서 서울로 출근하는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탓이다. 지난 4년간 서울로 통근하는 통행량은 65.5% 증가했다. 이 때문에 수도권 주민은 출퇴근길에 지옥철과 만원버스, 교통체증에 시달리기 일쑤다.



    교통난으로 삶의 질 하락

    동탄신도시에 사는 회사원 정윤영씨는 “콩나물시루 같은 만원버스에 시달리는 게 일상사가 됐다. 회사가 있는 종로2가까지 바로 가는 버스가 없어 강남역행 버스를 타고 가다가 종로2가로 가는 버스로 갈아타야 한다. 길에다 버리는 돈과 시간이 너무 아깝다”고 했다. 의정부 토박이인 프리랜서 조희숙씨는 “의정부역에서 지하철 1호선을 자주 이용하는데 일 때문에 서울 강남에 가려면 두 시간이 족히 걸린다”고 했다. 그는 “출퇴근길 지옥철을 피하려고 승용차를 간혹 이용하는데 하루에 유류비만 4만원이 든다. 어쩌다 귀가가 늦을 때 택시를 타면 대략 5만원이 나온다. 버스는 만원인데다 느리다. 이런 교통 환경이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일산신도시에서 서울시청까지는 지하철로 83분, 승용차로 67분 걸린다. 분당신도시에서 서울 강남까지도 지하철로 80분, 승용차로 42분이 소요된다. 길이 막히고 유가가 올라도 승용차 이용자가 늘어나는 이유다. 도로시설은 늘지 않는데 승용차 통행량이 계속 증가하니 교통체증이 갈수록 심화되는 악순환이 멈추지 않고 있다.

    수도권 교통혼잡비용은 2007년 기준 14조5000억원으로, 전국 교통혼잡비용의 54.4%를 차지한다. 특히 수도권은 광역철도시설 부족으로 승용차 수송 분담률(경기도 49.9%)이 높아 도로교통 수용능력이 한계에 도달했다. 신도시에서 서울까지의 도로 통행 속도는 1998년 40.8㎞/h에서 2006년 29.7㎞/h로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광역급행철도는 미래 경쟁력 토대

    김시곤 서울산업대 교수는 “수도권 대중교통체계는 과도한 접근시간과 대기시간으로 경쟁력이 없다”며 “도로교통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승용차보다 시속 50~60㎞ 이상 빠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를 건설해 승용차 수요를 철도 중심의 대중교통수단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승영 서울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도 “수도권 교통망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특히 주 교통망이 도로이기 때문에 수도권 주민 대부분이 통행 시간을 필요 이상으로 허비하고 있다”며 “수도권이 미래 경쟁력을 갖추려면 세계 대도시권처럼 광역급행철도를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도시 가운데 이미 심도 50m 이상의 땅속에 광역급행철도를 건설 중이거나 운행하는 곳이 여럿 있다. 지속가능한 도시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다. 미국 워싱턴에서는 맥스 라이트 레일(Max Light Rail, 심도 79m)이, 러시아 우크라이나에서는 1960년에 개통한 키예프 메트로(Kiev Metro, 심도 120m)가 운행되고 있다. 1930년대 스탈린의 지시로 건설된 모스크바 메트로(Moscow Metro)는 역사가 매우 오래됐는데도 안전하고 깨끗할 뿐 아니라 속도가 빠른 것으로 유명하다. 모스크바 통행량의 57%를 분담하고 있으며 가장 깊은 곳에 자리한 역은 심도가 84m에 달한다.

    이웃나라 일본은 1970년에 도시권을 확대하면서 고속급행철도를 도입했다. 도쿄 광역철도인 쓰쿠바 익스프레스가 대표적이다. 쓰쿠바 익스프레스는 도쿄 아키하바라(秋葉原)와 도쿄 북동쪽 미야키에 건설한 쓰쿠바 연구학원도시를 잇는 노선이다. 최고속도가 시속 130㎞. 열차 종류는 쾌속, 구간쾌속, 보통 3가지다. 쾌속은 쓰쿠바역과 아사쿠사역을 제외하고는 환승역에만 선다. 보통은 모든 역에 정차하는 일반열차다. 구간쾌속은 쾌속보다 자주, 보통보다 덜 정차하는 열차로 보면 된다. 도쿄에서 쓰쿠바 연구학원도시까지는 60㎞ 거리다. 교통 정체로 버스로는 3시간 넘게 걸리지만 철도가 놓이면서 소요시간이 45분으로 크게 줄었다.

    영국은 2017년 개통을 목표로 런던의 동서와 남북을 각각 잇는 광역철도(Great London CrossRail)를 깔고 있다. 도심 지역의 지하 60m에 건설되는 이 철도는 운행속도가 시속 160.9㎞(100mile)에 달하는 급행노선이다. 프랑스 파리의 급행전철 RER(Reseau Express Regional)은 1970년 동서간선을 개통한 후 꾸준히 노선을 확장해 파리시와 주변의 5개 신도시를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RER의 최고속도는 시속 100㎞, 표정속도(정류장 정차속도를 포함한 평균속도)는 시속 50~60㎞다.

    경기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건설되는 GTX는 이보다 속도가 2배 가까이 빠르다. 최고속도는 시속 160~200㎞이며 표정속도는 시속 100㎞다. GTX가 운행되면 동탄~삼성역은 67분에서 18분, 일산~서울역은 42분에서 16분, 의정부~청량리는 31분에서 12분으로 이동시간이 단축된다. 또한 인천 송도에서 서울 여의도까지 이동시간은 21분 소요된다. 이대로 실현된다면 수도권 주민에게는 그야말로 꿈의 열차인 셈이다.

    서울시내 이동시간도 지하철 이동시간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다. 예를 들어 신도림~삼성 구간은 통행시간이 31분에서 13분, 신도림~청량리 구간은 31분에서 12분, 연신내~삼성 구간은 48분에서 12분, 창동~양재 구간은 53분에서 14분으로 단축된다.

    온실가스, 연간 149만t 감소

    전문가들은 GTX가 개통되면 하루 이용자가 76만명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교통난 해소, 환경 개선, 경제 활성화 등 그에 따른 파급효과도 상당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대한교통학회의 ‘수도권 광역급행철도의 경제성 및 기술성 검토’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GTX는 서울시 통행시간을 현재 지하철을 타고 오갈 때보다 50~70% 단축시킨다. 이에 따라 철도가 수송을 분담하는 비율이 23.9%에서 25.1%로 높아지고 대신 도심 진입 차량 통행량은 크게 준다.

    또 GTX가 개통되면 수도권 승용차 통행량이 하루 88만 건 정도 감소하고 고속도로 통행량도 10%가량 줄어든다고 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여름 휴가철 교통 감소량이 5%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GTX의 효과를 상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역권 철도 통행시간도 현재보다 40~55%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교통혼잡비용 감소액은 연간 7000억원, 사회경제적 편익은 연간 1조8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됐다.

    수도권 출퇴근 스트레스, GTX로 뻥 뚫린다

    GTX 역사 가상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어 환경에 대한 기여도가 큰 점을 GTX의 강점으로 꼽았다. 철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승용차의 6분의 1이고 에너지 소비량도 승용차의 8분의 1에 불과하다. GTX가 운행되면 승용차 통행량이 줄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연간 149만t, 이산화탄소 처리비용은 연간 595억원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대한교통학회는 ‘수도권 신개념 광역교통수단 도입방안 연구보고서’에서 GTX사업의 생산유발효과를 27조원, 고용유발효과를 26만명으로 전망했다. 대규모 사업인 만큼 토목, 건설, 연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 일자리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럽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 철도역과 지하철역이 상업, 문화, 오락의 중심지로서 도심의 구심점 노릇을 하고 있듯 역세권을 중심으로 서비스업 등 상업이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에서는 교외주택단지를 개발하기 전 철도를 미리 만들고, 역사 주변에 주택단지를 개발하는 ‘선(先)교통 후(後)입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와 외곽의 5개 신도시를 잇는 고속급행전철 RER은 광역도시정비계획의 견인차 구실을 했다. 수도와 외곽 신도시를 연결하는 GTX도 역세권을 중심으로 문화, 편의·상업시설을 갖추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견인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GTX 건설에 따른 사회적 편익을 기대하면서도 경제적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해 9월 GTX의 경제적 타당성을 나타내는 비용 대비 편익비율이 0.92라는 용역 결과를 발표했기 때문이다. GTX 건설에 드는 막대한 사업비 조달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없지 않다.

    이에 대해 경기도 철도항만국 GTX과 최민성 과장은 “대한교통학회는 GTX사업의 비용 대비 편익비율이 1.24라고 평가했다. 비용보다 편익이 많은 만큼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의미다”라고 밝혔다. 사업비와 관련해서는 “기존의 도로나 철도에 비해 개발비가 적게 드는 것이 GTX의 장점이다. GTX는 심도 40m 이상의 지하에 건설돼 토지보상비를 지불할 일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업성 있을까?

    이용상 우송대 철도경영학부 교수는 “GTX 공사비는 1㎞당 700억원 미만으로 1200억~1500억원에 달하는 기존 도시철도 공사비보다 훨씬 저렴하다”며 “지장물 철거 등에 따른 민원 발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국토해양부는 일산~수서(동탄) 구간 4조6031억원, 송도~청량리 구간 4조6337억원, 의정부~금정 구간 3조8270억원 등 3개 노선 건설에 총 13조638억원이 들 것으로 봤다. 경기도는 민간자본을 유치해 전체 건설비의 절반 이상을 조달하는 한편 사업비를 민간투자사업의 낙찰률인 82% 수준으로 절감할 방침이다.

    GTX 3개 노선은 10년 단위의 국가철도망 구축계획에서 전반기 신규사업으로 채택됨에 따라 2015년 안에 착공될 예정이다. 경기도는 GTX 건설을 민자사업으로 제안했기 때문에 앞으로 민자투자심의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을 거쳐 착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빠르면 GTX 3개 노선의 개통 시기는 2017년이 된다.

    2009년 4월 경기도가 리서치기관에 의뢰해 서울과 수도권에 사는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76.6%는 “GTX가 교통난 해소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답했다. ‘매우 도움 될 것’과 ‘다소 도움 될 것’이라는 응답이 각각 27.9%, 48.7%를 차지했다. 부정적인 답은 18.6%에 그쳤다.

    한편 GTX 요금과 관련해 최민성 과장은 “민자사업이라도 수익성만을 따져 요금을 비싸게 책정하면 시민이 이용을 꺼려 기업에도 손해다. 요금은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뒤 시민의 눈높이에 맞게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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