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호

이명박·이재오·박근혜계 의원 3인의 심야 설전

민심 떠난 이재오 당 운영 주도해선 안 돼, ‘이재오 배제’ 이분법은 회오리 몰고 올 것

  • 사회·정리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11-05-20 10: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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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2011년 5월12일 밤 9~11시

    장소 국회 의원회관 104호 간담회의실

    참석자 조해진 의원, 권택기 의원, 이혜훈 의원

    분당 참패(4·27 재·보궐선거 결과). 무조건 한나라당을 찍어온 강남권도 이명박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것이 여권에 안긴 충격파는 꽤 컸던 모양이다.

    당에서 이 대통령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110여 명(2008년 4월)에 달하던 ‘주류’ 친이명박계도 급속히 위축되는 양상이다. 특히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재오 특임장관과 가까운 친이재오계는 카운터펀치를 맞았다. 5월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주류 황우여 후보는 90표를 얻어, 64표에 그친 친이재오계 안경률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이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 측 표와 쇄신파의 표가 황 후보에게 쏠렸다. 이를 계기로 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신주류’가 부상하고 있다. 반면 이재오 장관은 이상득 의원의 배신을 원망한 듯 하는 글을 남겼다.



    쇄신과 권력투쟁 동시 진행

    민심 이반에 따른 여권 전체의 공멸 위기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여권 내부에선 쇄신논의가 나오고 있다. 동시에 이 과정에서 권력의 헤게모니를 쥐려는 각 세력 간의 경쟁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친박근혜계 대 친이명박계의 전통적 대립구도에다 친박근혜계 대 친이재오계, 쇄신파 대 친이재오계, 이명박 대통령 대 이재오 장관, 이상득 장관 대 이재오 장관 간의 미묘한 갈등 분위기까지 더해지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친이재오계가 각 계파로부터 협공을 받는 모양새다.

    그러나 7월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친이재오계가 반전을 시도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친이상득계나 쇄신파가 친박계와 계속 연대할지도 미지수다. 친이계 정의화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황우여 원내대표와 투톱체제(당 대표 권한대행은 황우여, 당 운영은 정의화)를 구축했다. 미래권력이 부상하는 것에 대한 범 친이계의 반작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여권 내부의 맥락하에서 간담회가 진행됐다.

    비주류의 이변은 어디까지?

    사회 : 재·보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 내에선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권택기 의원 입장에선 친이재오계 안경률 원내대표 후보가 변화를 이끌 적임자라고 생각했던 거죠?

    권택기 : 안 의원이 청와대에 가서 제대로 말을 하고 당이 원하는 것을 이뤄낼 수 있다고 봤어요. 신임 지도부와 비대위가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사회 : 왜 걱정하는 거죠?

    권택기 : (당내 이재오 장관에 대한 공격을 의식하는 듯) 지금 이 상황에서도 남의 탓을 너무 많이 하고 있으니까요. 감정의 골을 서로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보수가 분열로 망하고 있어요.

    조해진 : 친이의 분열, 그에 따른 표 분산으로 (비주류가 원내대표가 되는) 그런 결과가….

    사회 : 이상득 의원의 배신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조해진 : (이상득 의원 측이) 아니라고 발표를 했어요. 이상득 부의장과 가까운 의원들이 1차 투표에서 이병석 후보를 많이 밀었고 결선투표에선 이병석 후보 지지표가 황우여 후보 쪽으로 많이 갔기 때문에 그렇게 나타난 거죠. 황우여 후보의 당선은 어부지리 측면도 있어요. 그러나 그 자체가 한나라당의 변화이기도 하죠. 바뀌어야 한다는 심리가 작용했으니까요.

    사회 : 좋은 쪽으로 의미를 부여하시네요.

    조해진 : 그 의미가 끝까지 가는 건 아니니까. 새 지도부가 잘 해야죠. 잘 할 수 있을까에 대해 다들 걱정 반 기대 반이긴 합니다만. 걱정이 더 많을 수 있어요. 초반에 비대위를 갖고도 논란이 있었죠. 지금은 정리가 되긴 했지만 나이스하게 됐다고 보이진 않고요.

    이명박·이재오·박근혜계 의원 3인의 심야 설전

    조해진·권택기·이혜훈 의원(오른쪽부터 시계방향)이 5월12일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의실에서 좌담회를 갖고 있다.



    “이참에 당 지도부도 비주류로”

    이명박·이재오·박근혜계 의원 3인의 심야 설전

    조해진<br>- 서울대 법학과<br>- 서울대 법학 석사<br>- 이명박 서울시장 정무보좌관<br>- 한나라당 대변인<br>-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경남 밀양)

    사회 : 친박근혜계 입장에선 이번 원내대표 선출을 계기로 앞으로는 당·정·청 관계가 달라져야 한다고 보는 거죠? 당이 라면을 선택하고 정부는 끓이기만 하는 식으로?

    이혜훈 : 하하. 자유당 시절의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느낌 같은 것이라고 봐요. 당 지도부가 청와대에 일방적으로 끌려갔던 당·청 관계를 이제는 당이 중심이 되어 주도하는 관계로 변화시켜야 합니다. 비대위도 이런 정신에 맞춰 구성됐으면 좋았는데 일종의 반발로 (친이계 정의화 의원이) 비대위원장이 됐어요. 당이 나아가야 하는 방향과 다르다고 봐요. 어쨌든 앞으로 더 중요한 일이 남아 있잖아요. 당 지도부, 더 중요한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는 이왕 바꾸기로 한 이상 그 방향대로 갔으면 좋겠어요.

    조해진 : 비대위 인선을 봤을 때 ‘참 우리 당에 사람 없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이혜훈 : 하하. (권택기 의원은 웃지 않음)

    조해진 : 이 비상시국을 돌파해야 하는 기동대를 꾸리는 데 있어 아무런 콘셉트가 없는 거예요. 공중전을 하기 위한 건지, 지상전을 하기 위한 건지.

    여권 권력향배의 알파이자 오메가, 이재오

    사회 : 이번 원내대표 선출과 관련해 굉장히 극단적인 해석이기는 하지만, 한나라당 일각에선 ‘이재오 장관이나 그분과 친한 분들에게 당을 맡겨서 과연 이 당이 공정한 총선 공천이라든지 나아가 총선 승리가 가능할 것인가’라는 회의(懷疑)가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 문제 때문에 상당수 의원이 원내대표 선출 시 친이재오계를 뒤로 미루고 새로운 선택을 했다는 건데요. 친이재오계의 입장에선 이러한 해석은 잘못된 것이겠죠? 어쨌든 친이재오계는 이런 시각을 돌파해야 할 것 같은데요?

    권택기 : 이재오계가 있습니까? (언론에서) 그렇게 규정짓는다고 하는데 사실 한나라당의 주류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하는 주류예요. 거기에 특임장관으로서 이재오 장관이 역할을 해왔던 거죠. 만약 이재오 장관이 개인계파를 만들었다면 아마 이보다 더 강했을 수도 있고 계파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 수도 있어요. 누군가는 마치 전당대회를 지금부터 스타트하는 것으로 만들고 있어요. 국민에겐 한나라당이 또 자리싸움하는 것으로 비치지 않을까요? 사람 바꾸는 것을 중심으로 하는 전당대회는 의미가 없다고 봐요.

    “특임장관 더는 하기 어려워”

    사회 : 권택기 의원께선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친이재오계 안경률 원내대표 후보에게 투표한) 64명의 중심축도 급격하게 무너질 수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요. 그러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무엇을 해야 한다는 건가요?

    권택기 : 이재오 특임장관이 지금까지 해온 역할을 해야 한다는 거죠.

    사회 : 이 장관이 해온 역할이라는 게 무엇인가요?

    권택기 : 이명박 정부를 안정적으로 유지해나갈 수 있는 당내 축을 만드는 역할이었죠. 그런데 이에 대해 비판이 나오잖아요. 그러니 (이 장관은) 물러날 수밖에 없는….

    사회 : 이 장관으로선 억울한 일인가요?

    권택기 : 억울하고 안 하고는 개인의 문제이고, 이 장관으로선 이제 그 역할을 다시 할 수 없는 위치가 되고 있거든요. 대통령은 앞으로도 ‘국정운영을 이렇게 할 건데 당이 이렇게 와줬으면 좋겠다’라고 구주류든 신주류든 설득해야 해요. 누군가 대통령을 뒷받침해야 하는데 이 일을 누가 할 거냐? 대통령이 스스로 자신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거죠.

    사회 : 대통령이 직접?

    권택기 : 아니면 누가 할 건데요? 지금까지는 특임장관이 해왔지만. 안경률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대통령을 위해 당내 중심축을 만들려고 했는데 원내대표 선거에서 안 됐잖아요.

    이명박·이재오·박근혜계 의원 3인의 심야 설전


    사회 : ‘이 대통령이 이재오 장관을 미국에 보내고 박근혜 대표와 손잡을 거라는 찌라시가 돌았다’고 어느 신문이 보도한 적이 있죠. ‘대통령과 이 장관의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징조로 해석되기도 했는데요. 그 후 공교롭게도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 측이 친이재오계 후보 대신 비주류를 원내대표로 선택해버렸고요. 이제는 이 장관 측이 대통령을 위해 당내에 축을 만드는 일을 하기 힘들다고 말하고 있는 거군요. 이것만 해도 대통령과 이 장관의 관계에 변화가 있는 것 같네요.

    권택기 : (특임장관 역할을 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보죠.

    조해진 : (친이계가 줄어들고 있다는 주장에 대해) 대통령 임기가 하반기로 넘어가면서 중심이동이 서서히 시작되고 있어요. 대통령을 원래 지지했던 그룹의 세력이 그대로 유지될 것이라고 기대하긴 힘들죠. 예전에도 그런 예는 없었고요. 대통령의 힘이 빠져서 헐거워질 수밖에 없을 때 친이계를 좀 더 견고하게 해주는 접착제가 이재오 장관이나 이상득 부의장이죠. 이분들까지 대통령의 성공보다는 자기 정치를 1순위로 둔다면, 이재오-이상득-대통령 간에 서로 안 맞고 서로 다른 이해관계로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친이계가 대통령으로부터 멀어지는 원심력은 훨씬 더 강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번 원내대표 경선에서 걱정할 수밖에 없는 현상이 나타났어요. 그건 이재오-이상득 개인의 이해관계와 임기가 다 된 대통령의 이해관계 사이에 괴리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점이죠. 또 이재오와 이상득 이 두 분 사이도 조금 헐거워지고 다른 주장도 생기고 보이지 않는 견제도 있는 것 같아요. 이미 상당히 분산되어 있다고 보입니다.

    MB-SD-이재오 사이에 균열

    이혜훈 : 친이계든 친박계든 대통령을 방해하겠다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대통령이 국정을 성공적으로 운영해야 보수정권이 재창출되는 것이죠. 목표는 같은데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친박계는 대통령이 신공항이다, 경제정책이다 여러 가지로 국민과 거리를 두고 있는 부분에 대해 계속 대통령에게 직언해왔거든요. 그러나 여기에 계신 어떤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까, 대통령이 하는 일에 무조건 힘을 실어드리고 따라가야 한다는 취지인 것 같아요. 대통령을 무비판적으로 지지해드리는 방식보다는 대통령을 국민 쪽으로 끌고 오는 쪽으로 바꾸라는 게 당원들과 의원들의 요구로 압니다.

    권택기 : 친이·친박 구별을 하지 말자고 하시는데 그 부분에 대해 좀 생각을 해봐야 할 게 있어요. 이재오 장관이 특임장관을 계속 하실 수는 없어요. 그렇죠? 그렇다면 친박계는 과연 이재오 장관이 당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마음을 열고 있나요?

    이혜훈 : (이재오 장관은 한나라당 의원직도 갖고 있으므로) 지금 당에 계신 것 아닌가요?

    권택기 : 그러니까 당으로 돌아와서 당에서 역할을 하려고 할 때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거죠.

    사회 : 잠깐만요. 이 장관의 당 복귀 및 당내 역할론과 관련해 본질적인 점을 짚어봐야 할 것 같아요. 박근혜 전 대표는 5월5일 그리스에서 “내년에 중요한 선거가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한나라당 의원은 박 전 대표가 총선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원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재오 장관 혹은 이 장관과 친한 의원이 전당대회에서 한나라당 대표가 된다면 이것이 박근혜 전 대표가 총선에서 활동하기에 좋은 여건일 수 있다고 봅니까?

    이혜훈 : 그거야 단언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앞으로 이재오 의원이 어떤 식으로 나오느냐에 따라 다른 거고 이 의원이 스탠스(입장)를 바꿀 수 있는 거고요. 일반인이 보기에는 안 좋은 여건이라고 생각하는 거죠. 원내대표 선거에서 나타난 한나라당 국회의원 다수의 뜻은, ‘우리 당이 이제는 이재오 의원의 스타일에서 좀 바꿔보자’ 그런 것이었거든요. 그런데 다시 이재오 의원께서 주도적인 역할을 적극적으로 하시는 것은…. 그게 당위적인 명제가 되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거죠.

    권택기 : 저는 이재오 장관을 비호하고 싶다는게 아니라…. 친이·친박의 벽을 넘는 데 있어, 이재오 장관이 당에 들어오는 데 있어, 가장 큰 개념으로 두고 있는 것은 ‘이재오 장관은 갈등을 만들어내는 사람’이라는 인식인 것 같아요.

    이혜훈 : 그런 인식이 있죠.

    공천학살 안 당해보셨죠?

    권택기 : 그 개념은 2008년 총선 공천 과정에서 만들어진 것인데요. 지금까지 이재오 장관이 당의 분열을 초래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도 친이 친박·갈등의 모든 초점은 이 장관에게로 모아지거든요. 이것을 상징적으로 희석시킴으로써 친이 ·친박 갈등을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데요. 이재오 장관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있다는 게 우리의 가장 큰 결함일 수 있어요.

    이혜훈 : 그것(우리의 결함)을 극복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죠. 그러나 이재오 장관이 바로 당으로 오셔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오해와 편견을 깨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다는 거죠.

    권택기 : 저는 잘 모르겠어요, 친이·친박이 왜 이리 첨예한지.

    이혜훈 : 공천학살을 안 당해보셔서 그래요.

    권택기 : 제가 만나는 사람들과 이야기해보면 이들은 (이재오 장관이 당의 분열을 초래했다는 것을) 못 느끼거든요.

    이명박·이재오·박근혜계 의원 3인의 심야 설전

    권택기<br>- 서강대 경영학과<br>- 안국포럼 기획실장<br>- 이명박 대통령당선인 정무기획팀장<br>- 한나라당 기획위원장<br>-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서울 광진갑)

    사회 : 그렇다면 이재오 장관이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가요?

    권택기 : 배제하는 게 아니라 뭐, ‘출마를 하겠다, 안 하겠다’를 이야기할 상황도 아니라고 보는 게…. 당이 닫혀 있는데, 당에 있는 상당한 사람들의 마음이 닫혀 있는데 노크를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차기 당의 리더십은 ‘당내 갈등의 중앙에 있는 이재오 문제’를 뛰어넘을 수 있어야 해요.

    사회 : 어떤 기자가 자기 신문에‘친이재오계가 당 대표 전당대회 통해 재건을 못하고 당권을 장악하는 데 실패하는 경우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지게 되고 해체가 불가피할 것이다. 따라서 이재오 장관 본인 내지 이재오계의 출마는 필연적이다’ 이런 취지의 글을 썼는데요.

    권택기 : 친이계를 이재오계와 MB계로 갈라서 보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 : 같은 친이계로 활동한 일부 의원이 쇄신파가 되어 이재오 장관을 공격하는 것은 과도한 건가요?

    권택기 : 만나서 충분히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사회 : 권 의원의 말씀에 따르면 이재오 장관은 대통령의 의중을 대리해 당에 표현한 것일 뿐인데 당에 있는 분들은 이 장관만을 지목해 불신의 대상으로 몰아가고 있으니 이 점은 문제가 있는 것이군요.

    이혜훈 : 아, 그러면 개헌도 대통령이 이 장관께 지시한 건가요?

    권택기 : 이 장관이 특임장관 가기 전에 개헌 이야기한 적이 있나요?

    이혜훈 : 음. 대통령 지시사항이네요.

    권택기 : 아니, 지시사항이라고 표현하는 건 좀 문제고.

    이혜훈 : 우리는 대통령 뜻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고 이재오 의원 개인의 뜻이라고 봤거든요. 이재오 의원이 친이·친박 갈등의 중심에 있는 것은 오해를 받으신 여러 가지 사례 때문인데요. 최근에 가장 컸던 사례가 개헌 드라이브죠.

    권택기 : 대통령의 지시다 이렇게 말하면 복잡한 문제로 들어가게 돼요. 특임장관 가기 전에 이재오 장관이 이야기한 적이 없잖아요. 그죠? 특임장관이 대통령 뜻과 다르게 개인의 이해관계를 가지고 역할을 할 수 있겠습니까? 정권에 기여한 공신이라고 용서될까요?

    사회 : 이재오 장관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권택기 :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죠. 이재오 장관도 자기의 몫, 역할을 해야 한다고 보는데 공간이 안 열려 있어요. 그래서 이 장관께 ‘스스로 더 고민해야 한다, 묵언수행을 해야 한다’고 건의를 드렸죠. 총선이 가까워져 전체적 흐름 속에서 각각의 역할이 주어지면 최선을….

    이재오, 묵언수행 끝난 이후엔…

    사회 : 묵언수행이 끝난 이후엔 이 장관이 그 역할을 할 수도 있게 되는 건가요?

    권택기 : 본인의 욕심이 아니라 요구에 의해.

    이혜훈 : 한나라당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하면 사실 대선도 어려워요. 보수정권 재창출이라는 미션(임무)에 실패하게 되는 거죠. 박근혜 전 대표가 총선에서 최대의 효과를 거두려면 당내에 박 전 대표가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러려면 당이 (비주류) 원내대표 선출의 연장선상으로 가는 것이 최선이죠. 변화를 원하는 연대세력이 당의 새로운 다수가 되고 있어요. 이 다수가 가는 방향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권택기 : 다수가 항상 옳지는 않아요.

    이혜훈 : 이번 선택에선 옳은 방향이라고 보는 거죠.

    권택기 : 원내대표 선거결과는 받아들이는데 앞으로 변화의 방향이 제대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 중요해요. 그 과정에서 (이재오 장관 측을 배제하는) 이분법적으로 나온다면 정말 또 한 번 회오리가 몰아칠 겁니다.

    이명박·이재오·박근혜계 의원 3인의 심야 설전


    쇄신파는 누구인가?

    사회 : 쇄신파가 당 개혁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어떻게 평가하나요?

    조해진 : 소장파로도 불리는 이들에게 별로 동조하고 싶지 않았어요. 이들은 쇄신전문가들 같아요. 선거만 끝나면 쇄신을 들고 나오고 실제로 쇄신은 하나도 안 되고…. 우리 당이 어려워진 건 젊은 층의 마음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죠. 젊은 의원들은 30~50대 유권자들과 나이는 비슷한데 공감대가 없다는 거죠. ‘우리 형편을 모르는 사람들, 별세상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라고 유권자들이 벽을 치고 봅니다. 당은 반드시 쇄신돼야 하는데 지금의 쇄신그룹으로는 잘 안 될 것 같아요.

    “물러나야 할 사람이 쇄신운동 해”

    이혜훈 : ‘새로운 한나라당 모임’이라고 있어요. 책임지고 물러나야 할 몇 사람이 이 모임의 쇄신활동에 참여합니다. 이를 전당대회에 나오기 위한 면죄부로 삼는다면 국민과 당원으로부터 버림받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쇄신이 변질되지 않아야 당에 진정한 희망이 있어요.

    조해진 : 다른 한편으로 지금까지의 다선중진 중심 지도부는 굉장히 고루해요. 참 답답하고 역동성도 없고 새로운 것도 없고 비전도 없고 소통도 없어요. 당의 존재감을 급격히 떨어뜨린 요인 중 하나죠. 다음 전당대회에서도 얼굴만 바뀐 비슷한 구성인자들로 지도부가 나오면 희망이 없다고 봐요. 선배들은 기분 나쁘겠지만 그 체제로 다시 가는 것보다는 젊은 대표가 그래도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젊은 대표는 차차선 정도밖에 안 될 것 같아요. 젊은 대표 후보군에 있는 사람들이 빤하고 그 지도부로 잘될까 하는 의문이 있어요.

    이혜훈 : 젊은 소장파가 당 대표를 맡으면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식물 대표, 꼭두각시 대표가 수동적으로 끌려가다 오늘과 같은 참화가 생겼어요. 새 대표가 외부의 압력을 차단하고 국민의 사랑을 얻는 강력한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어요. 소장파가 그런 리더십을 보일 수 있느냐, 의원들의 존중과 신뢰를 받으면서 무게 있게 갈 수 있느냐, 이 부분에 우려되는 점이 많아요. 소장파가 개혁을 위한 하나의 세력으로 역할을 해주길 바랍니다. 그러나 이들이 당권까지 잡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조해진 : (친이계든 친박계든 쇄신파든) 계파는 따지고 싶지 않아요. 변화의 바람을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대통령에 대한 평가와 당청관계 새로 짜기?

    사회 : 한나라당은 4·27재보선에서 패배했는데요. 강남권인 분당에서도 지고 말았죠. (이혜훈 의원에게) 서초 쪽도 좀 긴장되시나요?

    이혜훈 : 많이요. 서초구 시민들로부터 듣는 이야기가 ‘왜 이렇게 고집불통이냐’는 거예요. ‘물가 올라서 못 살겠다’고도 하고요. 고환율이다 전세대책이다 뭐다 정부정책이 잘못 가고 있어요. 우리 보수진영 내에서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해왔어요. 그러나 정부 인사들은 ‘내가 옳으니 너희는 따르라’는 식이죠.

    “신공항 때 정권이 신뢰 잃어”

    조해진 : 우리로선 굉장히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물가, 전세난, 실업문제가 해결 안 되고 있어요. 당도 제 역할을 못했다고 봅니다.

    권택기 : 국민이 3년을 기다렸습니다.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는 한계에까지 온 것 같아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것이죠.

    사회 :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중도실용’‘친서민’‘공정한 사회’는 상당히 시의적절하고 국민적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의제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혜훈 : ‘공정한 사회’는 괜찮은 아이이어인데 대통령이 이 말을 처음 꺼냈을 때 제가 기대 반 우려 반 했어요. 공정한 사회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열망이 정말 크거든요. 룰을 지키고 승복하는 길을 걸어온 많은 사람이 가진 자의 반칙을 보며 분노를 느껴왔습니다. 그 분노를 건드린 것까지는 좋았는데 실현해낼 강력한 의지와 계획이 뒷받침되지 않고 말로 그치니 역풍을 맞은 거죠.

    권택기 : 서민들의 눈에 이명박 정부는 수출증진을 위한 고환율정책으로 대기업에만 큰 혜택을 준 것으로 비쳤죠.

    이혜훈 : 환율을 떠받치기 위해선 십수 조원의 국민세금이 계속 들어가죠.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했다고 선전한 반면 서민생활의 고통은 커지는 문제가 생겼어요.

    조해진 : 양극화는 우리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고착화되고 있어요. 불공정한 풍토도 수십 년에 걸쳐 뿌리 깊게 박혀 있습니다. MB 정부의 탓만이 아니죠. 그런데 정부는 당장 정의를 실현할 듯이 이야기해요. 이 때문에 원래부터 있던 불평등, 불공정도 그 책임이 지금의 대통령과 정부에 다 돌아가게 되는 거죠. 친서민, 공정사회 화두를 잘못 컨트롤한 측면입니다. 또한 서민들에게 당장 실리를 주지 못한다면 대통령과 정부는 정서적으로라도 ‘어려운 사람들 처지를 마음 아파하는구나’‘고민하는구나’라는 메시지를 주어야 하는데 이 점도 부족했어요.

    이혜훈 : 지난해 지방선거 지고난 후 물가를 잡아야 한다고 이야기했거든요. 그런데 마이동풍이었어요. 물가가 오르는 게 눈에 보이고 전문가들이 계속 지적하는데도 말이죠. 그 다음이 전세대란. 담당 장관은 문제없다고 그랬거든요. 올 1월에도 이분은 별도의 전세대책은 필요 없다고 했어요.

    이명박·이재오·박근혜계 의원 3인의 심야 설전

    이혜훈<br>- 서울대 경제학과<br>- 미국 캘리포니아대 경제학 박사<br>- 영국 레스터대 경제학 교수<br>- 박근혜 한나라당 대선<br> 경선후보 선대위 대변인<br>- 現 한나라당 국회의원(서울 서초갑)

    사회 : 그 장관님은 교체됐죠?

    이혜훈 : 이번에요. 대통령은 같은 사람을 이 자리 저 자리 돌려쓰잖아요. 기획재정부 장관은 한두 달 공부해서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죠. 독특한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곳인데 이번 장관은 건국 이래 경제를 모르는 첫 경제장관입니다. 총선 때까지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게 경제를 살려놓으면 우리가 승산이 있어요. 그런데 경제를 모르는 경제장관을 앉혀놓고 이렇게 되기가 쉬울까? 아는 사람, 충성하는 사람, 자신 말에 토 달지 않을 사람 중에 고르는 것보다는 전문성을 위주로 폭넓게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회 : 세종시, 과학벨트, 신공항 같은 문제에서 공약을 해놓고 왜 안 지키느냐는 논란도 나오고 있죠.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가 경합한 신공항은 조해진 의원의 지역구(밀양) 문제이기도 한데요.

    조해진 : 이게 안 되는 쪽으로 흐르는 것을 감지했을 때 제가 대통령과 임태희 대통령실장, 이상득 의원 그 외 핵심적인 분들에게 ‘가장 걱정되는 게 신뢰의 문제’라고 했어요. 사람들은 ‘하다 보니 안 됐구나’‘어쩌다 보니 약속을 못 지켰네’ 이렇게 보아 넘기지 않거든요. 바로 ‘대통령이 거짓말했다’고 말해버리거든요. 여기서부터 레임덕이 오는 거예요. 국정운영에 큰 누수가 생길 거라고 이야기했어요.

    사회 : 지금 그런 일이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는지…

    조해진 : 아, 물론. 저 같은 사람이 이야기하면 좀 귀담아들으면 안 되나 싶어요.

    사회 : 대구 경북 경남이 미는 밀양이든 부산이 미는 가덕도든 어느 한쪽을 선택하면 다른 한쪽에서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 두 곳 모두 탈락시킨 것은 아닐까요?

    조해진 : 김황식 총리에게 ‘그렇게 계산하시는 것 같은데 신공항 선정 안 하면 대구 경북 경남과 부산이 모두 적으로 돌아선다’고 이야기했어요. 국책사업이라는 건 지역 간 경쟁을 하게 되므로 되는 데는 되고 안 되는 데는 안 되는 거죠. 일 잘 하는 정부는 되는 데에선 고맙다는 인사를 받고 안 되는 데에선 이해를 얻는 정부입니다. 안 되는 데엔 다른 걸로 희망을 주면 되죠. 정치 하루 이틀 한 사람들도 아니면서.

    “국면전환 카드 없다”

    사회 : 완공된 4대강 사업이 청계천처럼 호평을 받는다든지, 동계올림픽을 유치한다든지, 남북정상회담을 한다든지 이런 카드로 이명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요?

    권택기 : 일부에선 ‘4대강 사업이 완료돼 강변에 아름다운 숲이 조성되면 여론이 바뀌지 않겠나’라고 예상하는데요. 이미 국민은 거기에 대한 기대를 접어버렸어요. 강 주위에 사는 분들도 ‘잘되면 잘되는 거지’라고 해요. 4대강은 마음을 얻는 요인이 되지 못해요.

    조해진 : 국면전환 카드를 쓰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봐요. 국민의 판단이 빠르고 정확합니다. 수동적으로 왔다갔다 하지 않아요. 동계올림픽이나 정상회담으로 어떻게 해보려고 하면 실패할 겁니다. 그런 일은 정치적 고려 없이 나라를 위해 필요한 일이면 하고 아니면 하지 말아야 하는 거죠. 대통령과 정부가 어려운 곳을 더 살피고 함께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

    사회 : 의원연찬회 등 공개석상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은 대통령과 청와대에 대해 말을 아껴왔는데요. 이 자리에선 냉정하게 평가하는 내용을 조목조목 들어볼 수 있었던 것 같네요. 그러나 당·청 관계 등 여권 내부가 실제로 변화할지는 더 지켜봐야겠죠?

    권택기 : 총선이 어렵습니다. 한나라당이 용도 폐기됐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전반적으로 체감경기가 회복되지 않으면 호미로 밭고랑 이는 정도밖에 안 될 거라는 느낌이 듭니다. 경제가 단시간에 좋아질 것 같지가 않거든요. 결국 앞으로는 정서적으로 가는 수밖에 없어요. 정부여당이 국민과 고통을 나누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하는 거죠.

    장관들, 학업에 뜻 없는 듯

    이혜훈 : 정부 사람들은 바뀌기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그러나 한나라당은 주류마저 민심과 가까이 있기 때문에 책상에만 앉아 있는 공무원들과는 다르다고 봐요.

    조해진 :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겠죠. 그러나 장관들이 국무회의에 지각하고… 학업에 뜻이 없는 것 같네요. 이러면 답답한 건 청와대와 당이죠. 장관들은 선거 치르는 집단도 아니고 임기 끝나면 물러나는 사람들이니까. 청와대 참모들과 당이 추슬러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회 : 지지기반이던 분당의 민심마저 조용히 여권에 패배를 안기고 있습니다. 내년 총선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경고하는 듯합니다. 여권은 위기감 속에서 반전을 준비 중인데요. 이 자리의 발언들은 여권의 쇄신과 권력투쟁을 관전하는 재미를 배가해줄 것 같습니다. 늦은 밤까지 열띤 토론을 해주신 세 의원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명박·이재오·박근혜계 의원 3인의 심야 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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