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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의 核 인정 방정식

“北, 핵보유국 요구는 美 손익계산서 파악 못한 결과”

  • 엄상윤│세종연구소 연구위원 scare96@sejong.org

북한과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의 核 인정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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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하나는 미국의 선별적 인정을 통한 비공식 인정이다. 미국이 ‘사실상(de facto)’의 핵보유국들 중 일부를 선별해 핵 보유를 인정하고 여타 국가들이 이런 미국의 인정을 추종하거나 묵인함으로써 국제사회에서 핵보유국 지위가 비공식적 관행으로 인정된다. 이런 관행은 미국이 세계 유일의 패권국이자 핵 확산 저지를 위한 국제적 감시와 제재를 주도하는 국가라는 점과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무정부적 국제사회의 속성이 핵보유국 인정 면에서도 그대로 통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2006년 이후), 이스라엘(1960년대 후반 이후), 파키스탄(2001년 이후)은 이런 관행을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사례다.

이러한 2가지 방식 중 전자는 현실적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1967년 1월1일 이후에 등장한 ‘사실상’의 핵보유국들은 NPT를 통해 그 지위를 국제적으로 공인받을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차단돼 있기 때문이다. NPT 창설의 목적이 핵 확산 방지에 있는 만큼 핵보유국 지위를 추가로 인정하는 것 자체가 목적 위반이다. 더욱이 NPT 제9조 3항은 ‘사실상’의 핵보유국들의 존재마저 부인하고 있다. 따라서 후자의 방식만이 현실적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그러나 미국의 인정 획득이 선결적·절대적 관건이다. ‘사실상’의 핵보유국들이 그 지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미국의 인정부터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이 주로 미국을 상대로 핵보유국 지위 인정 요구를 하는 이유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미국의 선별 여하에 따라 용인, 적극적 묵인, 소극적 묵인 등 인정 형태도 다소 상이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았다는 사실은 어떻게 확인되는가?

‘공식 인정’의 경우는 전술한 바와 같이 NPT 규약에 명문화돼 있다. ‘용인’의 경우도 문서를 통해 확인 가능하다. 예컨대, 인도의 사례는 2006년에 체결된 ‘미국-인도 핵협정’에 잘 나타나 있다. ‘묵인’의 경우는 다소 모호한 점이 있지만, 국제적 핵 포기 압력과 제재의 해제가 핵심 판별기준이 된다. 즉, 핵 포기 유도를 위한 설득과 협상 노력의 철회는 물론 핵 보유 저지를 위해 취해졌던 기존의 국제적 압력과 제재 조치들이 해제되면 핵보유국 지위가 묵인되는 것이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비핵화’와 ‘비확산’의 경계선도 보다 명확해진다. ‘비핵화’는 핵 포기 압력과 제재의 지속을, ‘비확산’은 이의 해제를 의미한다. 따라서 핵 포기 압력과 제재를 지속하면서 현실적 대응책 모색 차원에서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상정하는 정책은 ‘비핵화’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지 ‘비확산’의 범주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클린턴 국무장관의 루이빌대 연설과 DNI의 2011년도 보고서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돼야 한다.



여하튼 핵보유국 지위를 국제적으로 인정받게 되면 국제사회의 압력과 제재 없이 핵무기를 보유·개발할 수 있는 특권을 향유하게 된다. 따라서 핵개발로 야기된 국제적 압력과 제재의 해제뿐만 아니라 자위수단의 안정적 확보, 핵전력 확충과 신형 핵무기 개발 도모, 국제적 위신과 영향력 제고, 국내정치의 불안정 해소, 국민 단합과 사기 진작 등의 효과도 기대해볼 수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북한도 핵보유국 지위 획득에 수반되는 다양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사회, 특히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핵보유국 인정 요건과 형태

‘사실상’의 핵보유국들이 국제적 핵보유국 지위를 비공식적으로나마 인정받기 위해서는 ‘미국의 인정’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미국의 인정은 미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자의적으로 설정된 기준에 의거해 선별적으로 이루어진다. 인도, 이스라엘, 파키스탄의 사례를 분석해보면 핵 보유 능력 입증, 자위권 차원의 핵 보유 정당성, 대미 우호협력정책 구사, 미국의 세계 전략적 활용가치, 핵 비확산 의지와 노력,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구현, 명백한 핵 보유 선언 등이 미국의 인정 요건이다.

핵 보유 능력 입증, 자위권 차원의 핵 보유 정당성, 대미 우호협력정책 구사는 기본 요건에 해당된다. 인도는 1974년의 최초 핵실험과 1998년의 추가 핵실험 단행 등을 통해 핵 보유 능력을 입증했다. 중국과 파키스탄의 안보위협에 따른 자위권 차원의 핵 보유 정당성도 인정받았다. 1999년 파키스탄과 치른 카길전쟁(Kargil War) 이후 오랜 대미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대미 우호협력정책도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이스라엘은 1966년 네게브(Negev) 사막에서 단행한 비밀 핵실험과 1973년 10월 중동전쟁 이후 매년 2~5개의 핵무기 생산 추정 등을 통해 핵 보유 능력을 입증했다. 아랍국가들의 안보위협에 따른 자위권 차원의 핵 보유 정당성도 인정받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운명공동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로 1948년 건국 당시부터 대미 우호협력정책도 적극 구사해왔다. 파키스탄은 1998년의 핵실험과 미사일 개발 등을 통해 핵 보유 능력을 입증했다. 인도의 안보위협에 따른 자위권 차원의 핵 보유 정당성도 인정받았다. 2001년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대테러전쟁을 계기로 오랜 대미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대미 우호협력정책도 적극 구사했다.

세계 전략적 활용 가치는 미국의 핵보유국 인정을 가름하는 핵심 요건이자 최소한의 요건이다. 핵보유국 인정을 원하는 국가가 미국의 세계적 패권경쟁 및 안보위협 저지와 직결된 전략적 활용 가치를 크게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여타의 요건들이 모두 충족되어도 이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미국의 인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미국의 세계전략 차원에서 볼 때, 인도는 중국의 팽창 견제, 인도양·페르시아만·동남아시아 지역에서의 미국 영향력 확대, 미국-인도 경제협력,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 대테러전쟁 수행의 전초 기지, 중앙아시아 지역에서의 미국 영향력 유지·확대, 이스라엘은 반미 아랍국들 견제, 중동 지역에서의 미국 영향력 유지·확대 등에서 전략적 활용 가치가 매우 높다. 특히 파키스탄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 대테러전쟁 수행에서 여타 국가를 활용하기 어려운 지정학적 요충지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런 파키스탄의 지정학적 위치는 1979~8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점령기에 미국이 소련의 팽창을 저지하기 위해 파키스탄을 군사적 전초 기지로 활용하는 대가로 파키스탄의 핵개발을 묵인해주는 요인으로도 작용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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