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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와질랜드에 희망을

  • 양종훈│ 상명대학교 대학원 디지털이미지학과 교수 photopower@korea.com

스와질랜드에 희망을

스와질랜드에 희망을
스와질랜드 왕국(The Kingdom of Swaziland)은 모잠비크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경계에 둔, 남반구에서 가장 작은 나라다. 인구의 75% 이상이 농업에 종사하지만 자급자족도 힘들 정도로 가난하다. 1980년 이후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즉 에이즈는 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의 문제다. 스와질랜드는 심각한 빈곤과 함께 에이즈라는 끔찍한 고난을 짊어졌다.

나는 2005년 8월부터 2년간 여러 차례 스와질랜드를 찾았다. 에이즈에 관한 사진 다큐멘터리 작업을 하면서, 내가 에이즈에 대해 얼마나 무지했는지 깨달았다. 그간 에이즈는 오로지 아프리카의 문제로만 여겼던 것이다. 에이즈는 아시아와 다른 모든 대륙에 급속히 전이될 문제임을 그제야 알게 됐다.

‘성관계로 에이즈 옮는다’는 상식도 모른다

스와질랜드의 국왕 엠스와티 3세는 국민 3분의 2가 극심한 빈곤 상태이고, 성인 인구 40%가 에이즈에 감염돼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데도 방탕한 생활을 영위한다. 국왕은 국민에게 어떠한 꿈과 희망도 전달해주지 못한다.

스와질랜드에서는 남성의 지위가 우월해 원하면 상당히 많은 섹스 파트너를 가질 수 있다. 일부다처제도 뿌리 깊다. 스와질랜드 여성은 상대방이 누구든, 어느 때든 상관없이 남성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그뿐만 아니라 성 파트너에게 콘돔 사용도 ‘감히’ 요구하지 못한다. 이러한 난잡한 성관계가 일반화돼 있다보니, 수많은 신생아가 에이즈 보균자인 엄마에 의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를 보유한 채 태어난다.

끊임없는 교육과 계몽만이 에이즈 환자 확산을 막는 마지막 대책이다. 하지만 에이즈 퇴치 운동을 위한 ‘유엔 인구계획 지원기금’은 1999년에 이어 2006년에도 삭감됐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에서 에이즈를 퇴치하자’는 원대한 포부를 안고 열심히 활동하는 많은 비정부기구(NGO)의 기가 꺾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NGO와 유엔 등의 홍보활동을 통해 스와질랜드인 스스로가 에이즈 감염자와의 성관계에 조심스러워졌다는 점이다. 이는 HIV와 에이즈에 대한 태도가 바뀌어감을 의미한다. 그간 에이즈 환자들은 의사에게서 에이즈 확진을 듣고도 질병에 대한 두려움도 없이 무감각과 냉담으로 살아왔다. 성관계로 에이즈가 옮을 수 있다는 기본적인 지식도 없는 이가 많았다.

스와질랜드에 희망을
에이즈 환자들의 사진을 찍으며 그들에게 ‘희망’에 대해 물었다. 대답은 각기 달랐다. “에이즈에서 해방되면 학교에 가고 싶다”고 답한 아이도 있었고, “트럭을 운전해 생계를 책임지고 싶다” “부엌가구점을 운영하고 싶다”고 답한 가장도 있었다. 무엇보다 “친구, 가족과 함께 삶을 즐겁게 보내고 싶다”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아주 간단하고 욕심 없고 소박한, 하지만 멀기만 한 희망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와 에이즈에 걸리게 되었지만 신과 남편과 아내와 그리고 부모를 원망하지 않았다. 정말 순수하고 착하다. 나는 그 착한 이들이 행복과 즐거움으로 충만한 삶을 즐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 사진이 스와질랜드에서 에이즈로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빛이 되길 바란다. 깜깜한 밤하늘을 수놓은 별자리처럼 내 사진을 통해 희망과 꿈을 찾았으면 좋겠다.

한국 역시 에이즈 청정국가가 아니다. 2006년 6월 말 질병관리본부 공식 통계만 해도 국내에서 하루 2.2명꼴로 감염됐고, 통계에 잡힌 감염인 수만 4227명이었다.

스와질랜드에 희망을
梁淙勛

1961년 제주 출생

중앙대 사진학과 졸, 호주 로열멜버른공대(RMIT) 예술학 박사

2007 동아 미술대전 전시기획 부문 당선

사진집 강산별곡(2011), 동티모르 사진집(2004) 외 10권, 개인전 20여 회

동티모르 대통령궁, 대한민국 국회, 볼쇼이 발레학교 등 작품 소장

한국사진학회 부회장, 제주 세계 7대 자연경관 선정 기획위원


실제 에이즈 감염인 수는 국가 통계보다 많을 것으로 생각한다. 군대에 갔던 우리 청년들이 감염 사실이 밝혀져 귀가조치를 받고 돌아오는 상황도 비일비재할 정도니 말이다. 자신의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살아가고 있을 잠재적 감염인을 계산한다면 국내의 감염인 수는 1만명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듯 한국도 에이즈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님을 인식하고, 에이즈를 무서워만 할 것이 아니고 적극적인 예방대책 교육을 실시해 에이즈 문제 해결에 힘써야 할 것이다.

신동아 2011년 8월 호

양종훈│ 상명대학교 대학원 디지털이미지학과 교수 photopower@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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