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호

홍콩 재벌 2세 맥신쿠의 VVIP 라이프스타일

“세상 부러울 게 없겠다고요? 알고 보면 상처 많은 여자예요”

  • 김지영 기자│kjy@donga.com

    입력2011-07-20 11: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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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겹살, 순대 좋아해요”
    • 사업하면서 참고 배려하는 법 배워
    • “예쁘다고요? 전부 다 고쳤어요”
    • 나만 바라보는 남자가 이상형
    • 16살에 사탕공장 운영
    • 코넬대 입학은 암기실력 덕
    홍콩 재벌 2세 맥신쿠의 VVIP 라이프스타일
    사생활 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신비주의’와 일반인의 범접을 불허하는 ‘특권의식’, 화려한 배경과 든든한 재력이 만병통치약이라고 믿는 ‘안하무인’. 국내 TV 드라마에서 자주 다루는 로열패밀리의 속성이다.

    그런데 이 여자는 좀 달라 보인다. 지난해 한 케이블방송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나와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거리낌 없이 공개하더니 최근에는 연고도 없는 한국에 눌러앉아 사업을 벌였다. 우리나라 재벌가에서는 엄두도 못 낼 ‘도발’을 즐기는 그녀. 요즘 ‘홍콩재벌녀’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맥신쿠(Maxine Koo·26)다.

    그녀의 아버지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홍콩의 해운회사 발레스 스팀십(Valles Steamship) 그룹의 데이비드 쿠(David Koo) 회장이고, 어머니는 홍콩과 아시아를 무대로 명품 브랜드 유통업을 하는 패션사업가 다이애나 팽(Diana Fang)이다. 어디 그뿐인가. 외삼촌은 매출규모 19조원이 넘는 세계적인 의류무역회사 ‘리앤펑(Li · Fung) 그룹’의 회장이고, 큰아버지는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부주석으로 활동하는 둥젠화다. 둥젠화는 영국이 중국에 홍콩을 반환한 1997년부터 2006년까지 홍콩의 초대 행정장관을 지냈다.

    재력과 집안 배경만 쟁쟁한 게 아니다. 맥신쿠는 미국의 명문 코넬대에서 영문학과 경제학을 복수 전공한 데다 중국어, 영어, 일어, 불어 등 7개 국어를 구사하는 재원이다. 게다가 170㎝의 키에 늘씬한 몸매, 깜찍한 얼굴을 가진 미모의 소유자다. 과연 이 여자, 전생에 무슨 공을 세웠나 싶다.

    “한국은 매력적인 나라”



    ▼ TV로 볼 때보다 실물이 훨씬 예뻐요.

    “한국의 성형 기술 덕분이에요. 예전 모습을 보면 깜짝 놀랄 거예요.”

    ▼ 어디를 고친 거죠.

    “전부 다요. 얼굴도 고치고, 지방흡입수술도 했어요.”

    ▼ 한국이 성형수술 잘하는 나라로 유명한가요.

    “유명해요. 3년 전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 온 것도 성형수술을 하기 위해서였죠.”

    ▼ 한국에서 ‘홍콩재벌녀’로 불리는 걸 알고 있나요.

    “방송(올리브TV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악녀일기 시즌7’)에 나온 후 그런 호칭이 붙었는데 저 자신은 재벌녀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평범한 옆집 여자아이와 똑같다고 생각해요.”

    ▼ 방송에 출연한 이유가 뭔가요.

    “워낙 재밌게 보던 프로그램이라서 재미삼아 나갔어요. 저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면 되니까요. 어느 정도 사생활 노출은 각오하고 있었지만 재벌녀로 부각된 건 좀 아쉬웠어요.”

    ▼ 재벌 2세로 알려져 불편하지 않았나요.

    “불편했죠. 나 자신보다 나의 배경을 보고 접근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나를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배경 보고 다가오는 사람들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나랑 나이도 비슷하고 성격도 좋아서 친해진 사람이 있었어요. 그 사람은 나하고 사업을 같이 하고 싶어했는데 진행이 잘 안 되니까 떠나더라고요. 떠날 때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말했어요. 그때 느끼는 거죠. 이 사람이 나를 진심으로 좋아한 게 아니었구나. 다른 목적이 있어서 접근한 거구나 하고요.”

    ▼ 참 솔직하네요.

    “천성이에요. 거짓말을 못해요. 그래서 손해 볼 때도 많아요.”

    맥신쿠의 말대로 솔직하고 꾸밈없는 성품이 늘 장점으로 작용하는 건 아니다. 3월에 출연한 엠넷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유아인의 론치 마이 라이프’가 한 예다. 통역을 위해 방송에 출연한 그녀는 탤런트 유아인과 초면에 반말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여 ‘건방져 보인다’ ‘개념 없어 보인다’ 등 구설에 올랐다. 그 일로 속이 상했을 법한데 그녀의 반응이 의외다.

    “방송에 나가면 내 진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가식이 싫어요. 좋은 면, 나쁜 면 다 보고도 좋아해야 진짜 좋아하는 거잖아요. 나쁜 이미지가 생길 수도 있지만 아예 신경을 안 썼어요. 연예인이 아니니 이미지를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반말을 한 건 상대방이 먼저 반말을 하기에 저도 편하게 대한 거예요. 그 때문에 욕을 먹어도 어쩔 수 없죠. 다 제 모습이 맞으니까요.”

    ▼ 사업하려면 내키는 대로만 할 수 없을 텐데요.

    “참아야 할 땐 참아요. 살아오면서 다른 사람에게 맞출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배려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어요. 어릴 때부터 보모들이 내가 원하는 대로 다 해줬으니까요. 그런데 내가 의도하지 않은 말이나 행동으로 상대가 기분 나쁠 수도 있다는 걸 최근에야 알았어요. 그래서 남에게 맞추고 배려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비즈니스를 할 때도, 개인생활에서도 배려가 많이 필요하더라고요.”

    ▼ 연고도 없는 한국에서 사업을 벌인 이유가 뭔가요.

    “부모님이 홍콩 중국 일본에서 많은 사업을 해왔어요. 한국에서는 사업을 별로 안 해서 제가 해보려고요. 여기에 친구도 많고 사람들도 좋아서 정이 들었죠.”

    ▼ 한국인의 어떤 점에 끌리던가요.

    “한국 사람은 정이 많아요. 그 점이 좋아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일본 사람은 좀 차가워요. 홍콩 사람도 정이 있긴 한데 한국 사람만큼 살갑진 않아요.”

    ▼ 이제 존댓말도 잘하네요.

    “끝에 ‘요’자만 붙이면 되더라고요. 호호호.”

    홍콩 재벌가에선 조기유학 필수

    맥신쿠의 한국어 실력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는’이나 ‘가’ 같은 조사를 받침이 있는 명사 뒤에 붙이는 것이 흠이라면 흠이다. 말뿐 아니라 한글도 오탈자 없이 잘 쓴다. 글씨체도 가지런하다.

    ▼ 한국어를 비롯해 7개 국어를 한다고 들었는데 비결이 뭔가요.

    “일곱 살에 캐나다로 유학을 가서 많이 외로웠어요.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고 싶어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고 그러면서 그 나라 언어를 자연스럽게 익혔어요. 학원에 다닌 적은 없어요. 대화하면서 배웠어요. 마음을 열고 대화하려고 노력하면 누구나 배울 수 있어요. 아기처럼요. 지능지수와는 상관이 없어요. 나는 사람들하고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더 쉽게 배웠죠.”

    ▼ 왜 그렇게 일찍 유학을 간 건가요.

    “제가 먼저 부모님에게 외국에 가서 살고 싶다고 했어요. 아버지, 어머니가 모두 사업하느라 바쁘셔서 보모와 같이 캐나다 밴쿠버로 갔어요. 캐나다에서 지내다 12살 때는 일본 오사카에서 6개월 정도 살았고, 중학교 때부터 대학 졸업할 때까지는 미국 학교에 다녔어요. 프랑스에서도 3개월간 살았고요. 방학이나 시간이 날 때마다 그렇게 전세계를 돌아다녔죠.”

    ▼ 부모님이 조기 유학을 선뜻 보내주시던가요.

    “사촌들도 다 유학생활을 했어요. 아버지 집안에서는 대대로 해운업을 하고 있어요. 배로 컨테이너를 운반하는 OOCL이라는 해운회사를 경영하고 있죠. 어머니 집안에서는 패션사업을 해왔고요. 양쪽 집안 모두 세계 각국에서 사업을 하니까 유학이 필수코스예요. 사촌들은 열두 살 전후에 조기 유학을 갔어요. 제가 좀 빨리 가긴 했죠. 대신 혼자 생활할 능력이 없으니까 열다섯 살 때까지 보모가 옆에서 보살펴줬어요.”

    ▼ 국적은 어느 나라로 돼 있나요.

    “홍콩, 영국, 캐나다 국적을 모두 갖고 있어요. 홍콩이 원래 영국령(領)이었기 때문에 영국 국적을 취득했고, 캐나다에 살면서 그 나라 국적도 생겼어요.”

    ▼ 너무 일찍 부모와 떨어져 힘들진 않았나요.

    “다른 어려움은 없었는데 영어가 헷갈려서 혼났어요. 홍콩에서는 영어와 중국어를 같이 배우는데 캐나다에서는 주로 영어를 쓰니까 중국어랑 혼동되더라고요.”

    그녀에게는 두 살 연하의 남동생이 하나 있다. 현재 미국 뉴욕대학교에 재학 중인 남동생은 14살 때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홍콩 재벌가에서는 이처럼 조기 유학이 일반화돼 있다. 선호하는 대학은 미국 아이비리그(하버드, 브라운, 컬럼비아, 코넬, 다트머스, 펜실베이니아, 프린스턴, 예일 등 미국 동부에 있는 8개 명문대학의 총칭)와 영국 옥스퍼드대학, 케임브리지대학 정도.

    ▼ 부모님이 코넬대에 입학해서 기뻐하셨겠네요.

    “부모님은 하버드대에 가기를 바랐어요. 최고 대학이기도 하고 사촌들이 대부분 하버드대를 나왔거든요. 기대에 못 미쳤죠.”

    ▼ 하버드대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데 비결이 뭐라던가요.

    “기본적으로 공부를 열심히 한 것도 있지만, 예능 부문에서 상을 타 가산점을 많이 받은 것 같아요. 홍콩 재벌가에서는 유년기에 주로 음악, 미술 등 예능교육에 집중하고 초등학교 과정은 인터내셔널스쿨에서 배워요. 저도 어릴 때 발레, 피아노, 플루트, 바이올린, 중국 전통 수채화 등 예능교육을 많이 받았어요.”

    ▼ 어떻게 공부했기에 코넬대에 들어갔나요.

    “제 공부비법은 암기예요. 모르겠으면 다 외워버려요.”

    ▼ 홍콩 상류사회에서 학벌을 중요시하나요.

    “학벌과 능력 모두 중요하게 생각해요.”

    ▼ 우리나라 재벌가에서는 아버지가 경영하는 회사에서 후계자 수업을 받도록 하는데 홍콩은 어떤가요.

    “비슷한데 아닌 경우도 있어요.”

    ▼ 맥신쿠씨의 부모님은 어떤 타입인가요.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두세요. 개방적인 분들이죠. 부모님이 이것저것 지시하긴 하지만 고분고분 듣는 성격이 못 돼요. 어릴 때부터 고집 센 말썽쟁이였거든요. 남동생은 저와 달라서 부모님이 이끄는 방향대로 잘 따르고 있고요. 그래서인지 한때는 저한테 더 많은 기대를 하셨는데 지금은 아닌 것 같아요.”

    ▼ 부모님 뜻을 거역해도 내버려두시나요.

    “신용카드를 정지시켜요. 그러면 집에 빨리 들어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 부모님이 준 신용카드를 쓰고 있나요.

    “예. 어릴 때부터 신용카드로 생활했어요. 그때는 보모가 신용카드를 갖고 있었죠. 지금은 제가 가지고 다니고요. 외국 신용카드를 안 받는 곳이 있어서 현금도 가지고 다녔어요. 5만원권 지폐 100장 한 묶음씩. 몇 차례 그걸 잃어버린 뒤로는 될 수 있으면 카드를 써요.”

    ▼ 개인적으로 쓰는 돈이 한 달에 어느 정도인가요.

    “모르겠어요. 신용카드 대금 납입명세서가 부모님에게 가거든요.”

    ▼ 한 번 쇼핑할 때 얼마나 쓰나요.

    “평균 1000만원 정도요.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쇼핑을 하면서 푸는데 컨디션이 좋을 때보다 나쁠 때 씀씀이가 더 커져요.”

    재벌 2세의 생활풍속도

    어려서부터 여러 나라에서 생활한 맥신쿠는 세계 각국에 다양한 부류의 친구가 있다. 그중에는 그녀와 처지가 비슷한 재벌 2세도 적지 않다. 한국에서도 재벌 2세 친구를 많이 사귀었냐고 물었더니 손사래를 친다.

    “아는 사람은 많지만 친한 사람은 몇 명밖에 없어요. 한국에서 어떤 사람이 재벌인지는 모르겠는데 삼성그룹 사람들과 친해요. OOCL의 배를 다 삼성중공업에서 만들거든요. 최근에도 9000억원이 넘는 규모의 계약을 했어요. 한진그룹, 롯데그룹 사람들과도 친분이 있어요.”

    ▼ 함께 어울릴 때 문화적 차이를 느끼나요.

    “부모가 호텔을 경영하는 친구가 많아요. 같은 학교 출신도 있고 친구의 친구인 경우도 있죠. 그들과 같이 어울리면서 나와 다르다고 느낀 적은 없어요. 국적 정도가 다를 뿐이죠. 다들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학교를 다녀 오픈하는 문화도, 생각하는 것도 비슷해요.”

    홍콩 재벌 2세 맥신쿠의 VVIP 라이프스타일
    ▼ 재벌 2세 하면 명품만 찾고, 씀씀이가 헤플 거라는 선입관을 가지고 보게 되는데 실제로는 어떤가요.

    “사실 오해예요. 돈이 많다기보다 충분히 있으니까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는 것뿐이죠. 그러나 명품을 꼭 써야 하는 건 아니죠. 내가 좋아하는 게 명품 아닐 수도 있죠. 다만 명품은 디자이너들이 더 신경 써서 만드니까 예쁜 게 많고 그래서 명품을 살 확률이 높은 거죠. 명품만 사는 건 아니에요. 사람마다 달라요. 마카오 ‘카지노 왕’ 스탠리 호(何鴻桑·89)의 딸이 제 친구인데 한번은 같이 신발 브랜드인 발리 매장에 갔어요. 신용카드로 신발을 샀는데 나와서 영수증을 보더니 다시 들어갔어요. 세일하는 신발을 샀던 것이죠. 그 친구는 세일 아이템을 안 사거든요. 매장에 할인해준 만큼 돈을 더 주고 나오더라고요. 이렇게 특이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이 꼭 명품만 사는 건 아니에요.”

    ▼ 명품 브랜드가 아닌 일반 매장도 이용하나요.

    “그럼요. 명품이든 아니든 예쁜 걸 보면 사고 싶은 마음이 생기게 마련이죠. 제 경우는 서울 명동에 있는 ‘포에버21’이라는 매장에 자주 가요. 제품이 되게 싼데 예쁜 게 많아서요. 그래도 액세서리나 가방, 신발은 명품을 선호할 수밖에 없어요. 특히 신발이나 힐은 디자인과 맵시가 중요하니까요.”

    ▼ 쇼핑한 물건 중에 가장 비싼 것은 뭔가요.

    “벤츠 스포츠카 ‘SLK’요. 혼자 벤츠 매장에 가서 신용카드로 구매했더니 아버지 회사에서 전화가 왔더라고요. 왜 샀는지 확인하려고요. 많이 혼났는데 계약한 거라 사야 한다고 말하고 샀어요. 지금 홍콩에 있어요. 차 사고를 많이 내서 운전을 못하게 하세요. 아버지도 차를 좋아해서 가끔 제 차를 이용하시죠.”

    ▼ 친구들과 만나면 뭐하나요.

    “강남 청담동, 도곡동 등지에 있는 가라오케에 가서 노래 불러요. 사람 많은 데를 싫어해서 방이 있는 곳으로 가요. 즐겨 부르는 한국 노래는 이승철의 ‘그런 사람 없습니다’. 한국 노래를 좋아해요.”

    ▼ 취미는 뭔가요.

    “사람들과 만나 대화하는 거요.”

    맥신쿠는 현재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에서 혼자 산다. 청소와 빨래는 가끔 부르는 도우미 아주머니의 차지고 식사도 대부분 밖에서 해결한다. 집에서 그녀가 직접 하는 일이라고는 씻고 자고 쉬는 정도. 간혹 맥도날드 햄버거를 배달시켜 먹기도 한다.

    ▼ 혼자 살면 무섭지 않나요.

    “집도 보안이 철저하고 어릴 때부터 여러 나라에서 살아서 큰 문제는 없어요.”

    ▼ 부모님이 걱정하지 않으세요.

    “별로 신경을 안 쓰세요. 아직 내가 잘하는 게 없어서 인정을 못 받았어요. 더 잘해야 해요.”

    ▼ 부모님과 자주 통화하나요.

    “매일은 아니고 가끔 통화해요. 한 달에 한 번씩 홍콩에 가서 부모님을 만나요. 사업 진행내용을 보고하러 가는 거죠.”

    ▼ 부모님이 씀씀이에 대해 지적하시나요.

    “생활비보다는 사업에 어떤 용도로 썼는지 꼼꼼히 물어보세요. 액수가 적어도요. 부모님이 제가 하는 소셜커머스 사업에 투자하셨거든요.”

    ▼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신 거죠.

    “아버지 회사의 투자 계열사인 ‘트럼프아시아’를 통해 사업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주세요. 기안 올리면 홍콩에서 보내주세요. 지금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지만 언젠가 부모님과 사회에서 인정받는 기업가가 되는 게 꿈이에요.”

    사업가 맥신쿠의 리더십

    맥신쿠는 5월20일 소셜커머스 ‘어퍼클래스’(www.upperclass.co.kr) 사이트를 열고 직접 경영에 나섰다. 어퍼클래스는 뷰티, 패션 등 여자들이 선호하는 수준 높은 상품을 저렴하게 공급하는 업체다. CEO 맥신쿠의 삶은 전보다 상당히 고달파졌다.

    “오전 9시에 눈을 떠 11시쯤 출근해요. 직원들에게 이런저런 보고를 받고나서는 사람들을 만나러 다녀요. 좋은 제품을 찾으려고 직접 영업을 하고 있거든요. 직원들은 오후 6시에 칼 퇴근하지만 전 이후에도 비즈니스를 위해 지인들을 만나요. 그럼 밤 11시, 12시가 되어야 귀가해요. 그러곤 바로 자죠.”

    ▼ 왜 소셜커머스 시장에 뛰어든 거죠.

    “소셜커머스업체에서 취급하는 아이템이 대부분 비슷하고 종류도 너무 많아요. 사이트에 들어가면 꼭 시장 같아요. 그래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지닌 상품을 내놓기가 어려워요. 저희는 20~30대 여자들이 원하는 것만 취급해요. 문제는 시간과 돈인데, 가격은 최대한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수준으로 맞추려고 해요. 어머니가 패션 브랜드를 여러 개 갖고 있어서 도움이 될 것 같아요.”

    ▼ 어떤 브랜드를 취급하나요.

    “직접 만든 브랜드도 있고,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전세계에 유통만 하는 브랜드도 50개가 넘어요. 한국에 들어온 브랜드로는 페라가모와 멜론이 대표적이죠.”

    ▼ 외국인이라 사업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없나요.

    “부모님이 일을 맡긴 대리인이 회계와 계약을 도와주고 있어요.”

    이번이 맥신쿠의 첫 사업은 아니다. 그녀는 고등학교 1학년인 16살 때도 사탕공장을 운영한 경험이 있다. 사탕공장은 부모님이 그녀의 16살 생일을 맞아 사준 선물이었다.

    “생일선물로 뭐를 받고 싶으냐고 물으셔서 사탕공장을 하면 대박날 것 같다고 했어요. 사탕을 참 좋아했거든요. 마침 아버지의 지인이 사탕공장을 정리하고 싶어하셨죠. 제가 직접 사탕 맛을 내는 비법을 구해오고 포장디자인에도 참여해서 제품을 만들었어요. ‘스위트’라는 이름도 제가 붙였죠. 외삼촌이 갖고 있는 ‘서클K’ 편의점 망을 통해 사탕을 팔았는데 안 팔리더라고요. 공장을 1년 만에 닫았어요.”

    ▼ 실패를 통해 얻은 건 뭔가요.

    “내가 대박 날 거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결과도 대박 나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이번에는 정말 잘하고 싶어요. 그러나 기대 많이 하면 실망도 큰 것 같아요. 지금은 열심히 하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해요.”

    어퍼클래스의 직원은 10여 명. 영어 능통자만 뽑았다고 한다. 영어가 꼭 필요한 일이어선 아니다. 소통을 잘하기 위해서다.

    “한국어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의사 전달 과정에서 오해를 살 수 있잖아요. 그럴 땐 영어로 얘기하는 게 더 나아요.”

    ▼ 회식을 자주 하나요.

    “직원들이 회식을 안 좋아해요. 회식도 일의 연장이라고 생각해요. 전 삼겹살에 소주 한잔씩 걸치고 싶은데 다들 저녁 6시면 퇴근하고 싶어하죠.”

    ▼ 삼겹살을 잘 먹나봐요.

    “두꺼운 삼겹살을 좋아해요. 순대, 내장 같은 건 더 좋아하고요. 음식을 가리지 않아요.”

    ▼ 직원들이 잘 따르나요.

    “생각보다 불만이 많아요. 내가 월급 주니까 원하는 대로 강요할 수도 있지만 바람직하진 않잖아요. 미국에서 공부할 때 대화방식에 대해 배웠거든요. 전 직원들과 충분히 이야기하면서 일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뭘 하고 싶은지 다양한 의견을 들어요. 처음에는 듣다가 화를 낸 적도 있지만 지금은 참을 줄 알게 됐어요.”

    ▼ 아버지는 어떤 리더인가요.

    “말 안 듣는 부하는 안 쓰면 된다고 생각하세요. 전 그러고 싶지 않아요. 직원들이 불만이 많은 상태에서 일을 하면 능률이 떨어질 거 아니에요. 충분히 소통하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죠. 회사를 위해서도, 나를 위해서도.”

    ▼ 이번 사업이 만일 실패한다면 어떻게 할 건가요.

    “벌써부터 실패를 걱정하진 않아요. 실패는 내가 포기하는 순간 찾아와요. 사탕공장을 문 닫은 것도 내가 포기했기 때문이에요.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하면 잘 될 거라고 믿어요.”

    “어린 시절 왕따 경험, 약이 됐어요”

    ▼ 집에서 결혼하라고 하지 않나요. 재벌가에서는 혼기가 되면 정략결혼을 많이 시키잖아요.

    “저도 (정략결혼을) 할 뻔했어요. 아버지가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만나보라는 사람이 있었죠. 그런 만남이 싫고 결혼할 생각도 없어서 한국으로 도망쳐 왔어요. 22~23살이면 결혼하기엔 너무 억울한 나이잖아요. 결혼 상대는 제가 직접 찾고 싶어요.”

    ▼ 이상형이 어떤 타입인가요.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나만 좋아해주는 사람이면 돼요. 바람피우는 사람은 질색이에요.”

    ▼ 바람피우는 남자친구 때문에 상처받았나요.

    “남자친구에게 배신당한 적이 있어요. 사랑을 딱 한번 해봤어요. 되게 사랑한 한국 남자가 있어요. 평범한 사람이에요. 잘생기지도 않았고 ‘몸짱’도 아니죠. 작년에 배에 혹이 있어서 수술했는데 부모님께는 알리지 않았어요. 걱정하시니까요. 많이 아프고 외로울 때 그 친구가 옆에서 돌봐주는 걸 보고 마음이 움직였어요. 제가 아무렇게나 하고 있는 모습까지 좋아해주는 걸 보고 감동했죠. 근데 바람피워서 헤어졌어요. 도무지 용서가 안 돼서요.”

    맥신쿠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두어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그녀는 방송에 비친 것처럼 철부지에 개념 없는 재벌 2세가 아니었다.

    “제가 직접 번 돈으로 중국 시골의 고아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어요. 해마다 스케줄을 잡아서 아이들을 찾아가요.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며 누나처럼 언니처럼 함께 지내요. 선행은 단지 필요한 돈을 주는 데서 끝나면 안 돼요. 함께 마음을 나눌 수 있어야 진정한 선행이라고 할 수 있어요. 오드리 헵번을 롤 모델로 삼은 이유죠.”

    맥신쿠의 선행은 한국에서도 이어질 예정이다. 그녀가 가장 먼저 추진하려는 일은 구순구개열(언청이) 수술비 지원. 여기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다.

    “어릴 때 외모 때문에 왕따를 당했어요. 치아가 돌출됐었거든요. 양악수술을 한 것도 그 때문이에요. 사람들이 외모가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말하지만 중요해요. 외모만 보고 호감을 느끼기도 하고 반감을 갖기도 하니까요. 근데 언청이는 감출 수도 없어요. 전 치아가 좀 튀어나왔을 뿐인데도 왕따를 당해 힘들었어요. 그게 얼마나 아픈지 잘 알기에 태어날 때부터 그런 상처를 안고 사는 아이들을 돕고 싶어요. 저도 수술한 후 더 자신감이 생겼거든요.”

    ▼ 언제부터 왕따를 당했나요.

    “서너 살 때부터요. 제가 나타나면 아이들이 치아가 튀어나왔다고 ‘조그만 괴물’이라고 불렀어요. 그 때문에 학교를 몇 번 옮겼는데도 나아지지 않았어요. 그래서 일찍 유학을 간 거예요. 어릴 때는 내내 교정기를 끼고 다녔는데 덕분에 많이 좋아졌어요. 양악수술로 더 좋아졌고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외모 콤플렉스로 다른 사람의 아픔을 헤아리게 됐다는 맥신쿠. 그녀는 사업가로서 성공하는 길보다 사업을 통해 더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을 찾느라 분주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싶어요.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선행사업으로 용기를 주고 싶고, 엔터테인먼트사업으로 웃음을 주고 싶어요. 돈이 사람보다 중요할 순 없어요. 제가 하는 사업이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다면 더 바랄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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