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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ership in Sports ④

빌리 빈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

인재 선발 기준 바꿔 메이저리그에 돌풍을 일으킨 혁신가

  • 하정민│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dew@donga.com

빌리 빈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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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8년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가난한 구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무명 선수 출신의 빌리 빈 단장이 부임한다. 그는 뉴욕 양키스나 보스턴 레드삭스와 같은 부자 구단보다 훨씬 적은 돈을 써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팀을 4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는 기적을 일으킨다. 빈 단장은 타율과 홈런보다는 출루율을 중시하는 새로운 선수 평가 방식을 통해 140년의 오랜 역사를 지닌 메이저리그에 새 바람을 불러왔다. 상식을 깬 발상, 자신의 조직에 적합한 인재 등용, 철저한 데이터 분석만 있다면 다윗도 골리앗을 이길 수 있음을 보여준 사람이 바로 빌리 빈이다.
프로 야구단은 매우 복잡하고 방대한 조직이다. 매일 경기에 뛰는 1군 선수만 수십 명이고 이들을 가르치는 감독 및 코치진의 숫자도 적지 않다. 2군에는 더 많은 선수와 코치들이 있다. 경기장의 선수 및 코치들이 하는 일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업무 즉 구단 운영, 마케팅, 판촉, 구장 운영, 홍보, 선수단 수급, 트레이닝 등을 담당하는 사람들을 총칭해 프런트(Front Office)라고 한다. 이 프런트를 이끄는 총 책임자가 바로 단장(General Manager)이다.

한국 및 일본 야구와 미국 메이저리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야구단 내에서 차지하는 단장의 위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이저리그는 전형적인 ‘단장의 야구’다. 단장은 감독, 코치진, 선수단, 프런트 등 야구단 전체 조직 구성에 관한 전면적인 인사권을 쥐고 있다. 신인 지명 및 방출, 트레이드 역시 단장의 몫이다. 미국 야구계에서는 요리사의 손맛, 즉 감독의 경기 운영 능력보다는 단장이 트레이드나 신인 지명 등을 통해 좋은 선수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가 그 야구단의 성적을 좌우한다고 본다. 좋은 선수들을 확보할 때 다른 구단보다 돈을 적게 쓴다면 금상첨화다.

반면 한국 및 일본 야구는 ‘감독의 야구’다. 단장이 감독의 거취에 미치는 영향력이 메이저리그보다 훨씬 작다. 대부분의 감독은 상당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으며, 프런트에 크게 휘둘리지도 않는 편이다. 선수 트레이드, 신인 지명 등에도 감독의 입김이 상당히 발휘된다. 김성근 SK와이번스 감독, 오 사다하루(王貞治) 전 소프트뱅크 호크스 감독 등이 감독의 야구를 시현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이처럼 단장의 위상이 높은 메이저리그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다진 단장이 있다. 바로 샌프란시스코 근교 도시인 오클랜드를 연고지로 둔 오클랜드 애슬레틱스(Oakland Athletics)의 빌리 빈(Billy Beane) 단장이다. 1998년부터 현재까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단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그는 통계를 이용한 과학적 야구 분석 기법인 세이버 메트릭스(Saber metrics)를 적극 활용해 1990년대 이후 만년 하위 팀에 불과했던 오클랜드를 메이저리그에서 손꼽히는 명문 팀으로 만들었다.

1901년 창단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아메리칸 리그 서부 지구에 속한 팀이다.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중에도 손꼽히는 오랜 역사와 우수한 성적을 거둔 바 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1972년부터 1974년까지 3회 연속 월드시리즈 우승을 포함해 총 9회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뉴욕 양키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이어 단일 팀의 월드시리즈 우승 횟수로는 세 번째다. 그럼에도 1990년대 이후 구단주의 긴축 재정으로 좋은 선수를 영입하지 못해 약체 팀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가장 가난한 팀의 놀라운 성적

하지만 빈이 단장이 된 이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싼 선수단 전체 연봉(payroll)을 가지고도 5번이나 포스트시즌(2000~03년, 2006년)에 진출하는 돌풍을 일으켰다. 2000년부터 2003년까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연봉 순위는 30개 구단 중 25위, 29위, 28위, 23위에 불과했다.

빈은 누구나 타율이 높고, 홈런을 잘 치는 타자만 선호할 때 득점을 높이는 데 가장 중요한 지표는 타율이 아닌 출루율이라는 점에 착안했다. 다소 뚱뚱하고 발이 느리더라도 선구안이 좋아 볼넷(사사구)을 고를 수 있는 선수를 대거 발굴했다. 이 공식을 투수에도 대입, 모두가 구속(球速)이 빠르고 방어율이 낮은 투수를 선호할 때 볼넷 허용 비율이 낮고 땅볼 비율이 높은 선수를 발굴해 재미를 봤다. 발굴한 저평가 유망주가 스타가 되면 부자 구단에 비싸게 팔아 막대한 이적료도 챙겼다.

리그 꼴찌를 면치 못하던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는 이를 통해 2000~03년 4년 연속 포스트 시즌에 진출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이런 성과를 메이저리그 최고 부자 구단인 뉴욕 양키스 팀 연봉의 3분의 1도 안 되는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이뤄냈다는 점이다. 특히 메이저리그 최고 부자 구단 뉴욕 양키스가 오클랜드의 최고 강타자 제이슨 지암비를 천문학적인 돈을 주고 데려간 직후인 2002년에 거둔 성적은 더 놀랍다. 누구나 지암비가 없는 오클랜드의 2002년 시즌 성적이 곤두박질칠 거라고 생각했지만 오클랜드는 양키스와 똑같은 103승(승률 0.636)을 올리며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을 기록했다. 가장 돈 많은 구단과 가장 돈 없는 구단의 성적이 나란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야구계에 던진 충격은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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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민│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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