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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민병욱의 민초통신 33 外

  • 담당·송화선 기자

기자 민병욱의 민초통신 33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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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말하는’내 책은…’

기자 민병욱의 민초통신 33 _ 민병욱 지음, 나남, 324쪽, 1만5000원

기자 민병욱의 민초통신 33 外
이 책은 20세기 후반 한국인의 삶에 대한 기록이다. 그렇다고, “독재정치에 신음하면서도 세계가 놀랄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는 식의 거시적 기록은 아니다. 신음하며 기적을 일구어내는 순간순간, 이 악물고 한국사회를 지탱해준 풀뿌리 백성, 그 민초들의 생활기록이다.

나는 1976년부터 30년 동아일보 기자를 했다. 1970년대 사건기자 시절 얻은 별명이 민초(閔醋)다. “식초를 친 듯 시큼한 기사를 잘 쓴다”고 붙은 별명이지만 나는 민초를 ‘풀뿌리 백성’ 민초(民草)로 환치했다. 서민에 뿌리 둔, 서민의 편에 선 기자가 되겠다는 각오였다.

그러나 각오가 평생 가는 걸 본 적이 있는가. 나 역시 어느새 이름 높고 잘난 사람만 취재하는 잘나가는 동아리에 섞여갔다. 유신, 신군부 독재에 재갈 물렸다는 핑계를 대며 찢어지게 슬프고 복장 터지게 가난한 서민의 삶은 애써 외면했다. 위수령 강제징집 요정정치 장발단속 기름밥 삥땅 등 오직 1960~80년대 한국사회에만 있던 단어가 생긴 속사정을 꼼꼼히 전한 것은 그때 못쓴 기사를 다시 쓰고픈 심정이 간절해서다.

어떤 이는 책이 “새로 유행하는 복고풍에 기대 창고에 숨은 옛것을 꺼낸 일종의 추억장사 아닌지?” 물었다. 일정 부분 맞다. 애초 글은 나의 후배가 “쿠데타나 민주화, 압축 경제성장 등 20세기 한국사회 ‘거대담론’은 누구나 안다. 그것 말고 민초들이 살아온 모습을 재현해달라. 한국사회 미시사를 써달라”고 청탁해 비롯됐다.

청탁을 받아들이며 나는 “한국인의 속살을 가능한 한 샅샅이 열어보자”고 다짐했다. 정말 풀뿌리 서민이 울고, 웃고, 앓고, 괴로워하던 얘기를 하리라 마음먹었다. 우리 기억에서 사라진 순간들, 그 조각난 편린을 하나하나 맞춰 내 부모 형제 친구의 오늘을 만든 DNA를 설명해주자 결심했다.

그러니 추억을 되살려 ‘글 장사’하려는 것은 맞다. 하지만 우리의 역사 교수님들이나 언론인 선생님들이 어디 시시콜콜한 집안의 숟가락 하나까지 찾아내 기록해준 적이 있는가? 나는 그래서 ‘숟가락 하나 달랑 들고 감히 한국풍속사 밥상머리에 앉은’ 심정으로 글을 썼다.

책 제목 속 33은 33개의 에피소드로 6780이야기를 시작해 붙였다. 우리의 6780서민사가 33개의 에피소드로 끝나지 않을 것임은 자명하다. 나는 지금도 계속 ‘민초통신’을 날리고 있다. 어쩌면 100개의 에피소드, 그 이상을 띄울 수 있을지 모른다.

바람이 있다. 더 많은 사람이 우리가 살아온 기록을 더 많이 남겼으면 하는 것이다. 21세기 ‘신인류’처럼 살아가는 나의 자식, 손자들이 제 아비 할아버지는 어떻게 살며 어떻게 이 나라를 가꾸었는지 알 수 있게 해주자는 말이다. 민초통신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추억의 삶의 현장은 날개를 타고 계속 이어질 것이다.

민병욱 │백석대 교수·전 한국간행물윤리위원장│

New Books

발칙한 미국산책 _ 빌 브라이슨 지음, 강주헌 옮김

기자 민병욱의 민초통신 33 外
저자 이름만으로도 논픽션 애호가들의 눈길을 끌 만한 책. ‘나를 부르는 숲’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쓴 빌 브라이슨이 이번에는 1951년 미국 중부 아이오와에서 태어난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풀어낸다. 지역 신문 스포츠 담당기자인 아버지, 자식들이 어느 계절에 태어났는지조차 곧잘 잊어버리는 어머니, 투철한 실험 정신 때문에 집을 통째로 날려버릴 뻔한 월러비 형제 등 등장인물 모두가 독자를 자신의 유년기 어느 날로 데려가는 힘을 발휘한다. 방사능 낙진이 몸에 좋다고 광고하는 정부를 풍자하고 공산주의자 색출 소동에 희생당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록할 때는 마음 한구석이 묵직해지기도 한다. 영국 ‘타임스’ ‘인디펜던트’ 등에서 기자로 일한 그의 재기 넘치고 명철한 문체도 매력적이다. 부제는 ‘상상 그 이상의 시대였던 유년기 미국으로의 여행’이다. 추수밭, 350쪽, 1만4800원

서울은 도시가 아니다 _ 이경훈 지음

기자 민병욱의 민초통신 33 外
서울은 왜 뉴욕이나 파리처럼 많은 이가 동경하는 도시가 되지 못할까. 국민대 건축대학 교수인 저자는 “서울이 도시답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서울에서 도시의 문제로 생각되는 것들은 대체로 자연 이데올로기가 문화의 영역과 주거와 생활의 문제에 침투한 것으로, 도시의 본질과는 무관하다. 서울은 푸른 녹지가 없어서가 아니라, ‘도시 되기’에 실패해서 생기는 문제가 훨씬 더 많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저자는 거리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숲과 가로수가 아니라 상점이며, 사람들은 마을버스를 탈 것이 아니라 인도를 따라 걸어 다니며 사색하고 사랑하고 일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웃 주민들과 스쳐 지나가며 인사를 나누고, 카페가 거실이 되며 식당은 부엌이 되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행복하고 즐거운 도시적 삶”이라는 주장이 흥미롭다. 푸른숲, 260쪽, 1만3000원

책에 미친 바보 _ 이덕무 지음, 권정원 옮김, 김영진 그림

기자 민병욱의 민초통신 33 外
‘영처고’ ‘편서잡고’ 등의 저서를 남긴 조선 후기 실학자 이덕무의 글을 모은 책. 햇빛이 드는 곳을 따라 책상을 옮겨가며 책을 읽었고, 진귀한 책을 얻으면 뛸 듯이 기뻐했다는 이덕무는 ‘책에 미친 바보’라고 불렸다. 이덕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역자는 평생 2만 권이 넘는 책을 읽고, 수백 권의 책을 필사했으며, 빼어난 문장가로 청나라에까지 이름을 알린 이덕무의 글 중에 책과 관련된 내용을 꼼꼼히 번역해 한 권으로 묶었다. “만약 나를 알아주는 한 사람의 벗을 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10년 동안 뽕나무를 심고 1년 동안 누에를 길러 손수 오색실을 물들일 것이다. 10일에 한 가지 빛깔을 물들인다면 50일이면 다섯 가지 빛깔을 물들일 수 있으리라”는 글을 남겼을 만큼 벗과의 교유를 즐겼던 이덕무의 서간문도 함께 실었다. 미다스북스, 382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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