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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전교조 해직교사의 한(恨)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았지만 호봉·경력 인정 안 돼 법적 투쟁 중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1세대 전교조 해직교사의 한(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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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전교조 해직교사의 한(恨)

1989년 5월14일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전교조 대회.

당시 해직된 전교조 교사 중 상당수는 조직에서 큰 역할을 하지 않은 단순가담자였다. 그러나 전교조 회원 중 국·공립 대학교 교직원은 해직되지 않았다. 해직된 김상완(60) 선생은 “정부가 대학생의 조직적 데모가 두려워 대학 교직원은 해직하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례없는 교사 대량해고 사태에 학부모와 학생도 동요했다. 1989년 5월29일자 ‘동아일보’에 따르면 학부모들은 “자녀들을 버려놓는 전교조 교사를 처벌해달라”고 시위한 반면, 같은 날 중·고교생 수백여 명은 직위해제된 교사의 복직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심지어 모 학교 학생회장은 교사 직위해제에 반대하며 학교에서 투신자살을 시도했다.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큰 갈등과 아픔만을 남긴 채 전교조 교사 1519명은 교단을 떠났다.

전교조 탄압은 청와대·안기부 공동작전

당시 전교조 교사 해직은 정부 주도하에 정치적으로 진행됐다. 1989년 이철 당시 국회의원이 공개한 ‘정부의 교원노조 대책에 관한 비공개자료’ 3건과 국정원 진실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와대는 전교조 탄압을 위해 △민정당의 각종 조직과 지역구를 이용해 교사와 학부모를 설득했고 △청와대 사회보좌역이 ‘전교조를 배척하자’는 내용의 지방 순회강연을 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18억원을 갹출했다.

안기부는 △신규 임용자의 신원을 정밀 조사했고 △교원노조 배후세력, 지원단체, 재야세력을 밝혀내는 내사를 했다. 관련 정보는 청와대에 즉각 전달됐고 청와대와 안기부는 전교조 문제에 대해 깊이 협의했다. 안기부는 보안심사를 통해 신규 교사 임용대상자 중 학창시절에 시위에 단순 가담한 127명의 임용을 취소했다. 청와대 주관으로 안기부, 보안사, 내무부, 대검찰청 등 수사부처와 문교부, 문공부 등 관계기관이 참여한 대책회의가 수시로 열리면서 전교조 강경대책이 논의됐다.

대기업도 전교조 문제에 관여했다. 전교조가 1990년 펴낸 ‘한국교육운동백서’에 따르면 1989년 삼성그룹 내에 해직교사를 구제하자는 취지의 서명운동이 벌어졌다. 이에 삼성그룹은 △전교조 ‘실체’에 대한 구두 교육을 실시하고 △서명운동을 주도한 사원에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지 말고 주의하라’고 사실상 회유했다. 또 △전교조 서명 관련 사내 동향을 파악해 매일 비서실, 인사팀에 전달하게 했고 △비서실은 그룹 전체의 동향을 취합, 정리했다. 사실상 전교조 서명운동 및 직원 의사표현의 자유를 막은 것이다. 이에 대해 박석무 당시 국회의원은 법정에서 “그때 재벌이 전교조 분쇄를 위해 돈을 댔던 기억이 있다. 삼성뿐 아니라 우리나라 많은 대기업에 이런 문건이 동시에 배포됐다”고 진술했다.

촌지·부정입학 없애기 앞장선 전교조

노태우 정권과 안기부는 교원노조 문제를 공안대책 차원에서 다뤘고, 전교조 가입 교사 해임이나 징계 수준은 청와대와 안기부가 결정했다. 즉 정부가 공안정국을 만들기 위해 전교조 문제를 일으켰고, 전교조 교사들은 무고하게 희생된 것이다.

왜 전교조는 설립만으로 이토록 핍박받은 것일까? 해직된 정만진(55) 교사는 “1980년대 대학진학률은 27%에 불과했다. 당시 ‘대졸’로만 만들어진 단체는 전교조가 유일했다. 정부로서는 지식인 집단이 두려웠던 것”이라고 분석했다.

당시 전교조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높았던 것도 정부에는 부담이었다. 전교조 소속 평교사였던 ‘섬진강’ 시인 김용택은 한 언론 인터뷰에서 “당시 전교조 교사라면 택시 운전사가 차비도 안 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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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림 기자│ r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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