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8월호

직장 여직원에게 ‘야한 농담’ 엄두도 말라

  • 입력2011-07-21 15: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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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 여직원에게 ‘야한 농담’ 엄두도 말라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은 4만4969건에 달한다.(경찰 집계) 하루 평균 49.2건의 성폭력이 일어난 셈이다. 신고된 사건만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30분에 1건꼴이다. 사건수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 더 큰 걱정이다. 성범죄를 더는 남의 일로만 생각할 수 없는 지경이다.

    성범죄를 처벌하는 법률도 다양하게 만들어졌다. 기본법인 형법 이외에 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에 관한 법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법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등이 있다.

    성폭력,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그런데 성범죄와 관련해선 성폭력,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 강간, 간음, 간통 등의 용어가 사용되는데 상당수 사람은 이들 용어의 의미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

    성폭력은 성범죄 용어 중 가장 포괄적인 용어다. 성과 관련된 육체적 폭력 행위는 물론 정신적 폭력 행위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에는 강간, 강제추행, 미성년자 간음뿐 아니라 음화 반포, 공연 음란 행위도 포함된다. 즉 성폭력은 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을 모두 포괄하는 용어라고 보면 되겠다.



    성폭행은 상대방의 동의를 받지 않고 폭행이나 협박 같은 강제력을 사용해 성교를 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여기서 성교 행위란 남성의 성기가 여성의 성기에 삽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성폭행은 언론에서 널리 사용되지만 법률용어는 아니다. 이에 해당하는 법률용어는 강간이다. 언론이 성폭행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피해자 배려 차원의 어감 완화 목적인데 이로 인해 가해자의 불법성이 희석되는 측면이 있다.

    또한 폭행이라는 용어는 아주 경미한 신체접촉까지 포함하는 뉘앙스다. 따라서 경미한 성추행도 성폭행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으로 오인될 수 있다. 다소 껄끄럽더라도 정확한 법률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형법은 강간죄를 징역 3년 이상 30년 이하로 처벌한다. 강간 앞에 준(準)자가 붙은 준강간죄도 있다. 예를 들어 여성이 잠들어 있는 상태를 이용해 성관계를 하는 것이다. 비록 폭행이나 협박 같은 강제수단을 쓰지 않았더라도 강간한 것과 같이 취급한다.

    강제로 상대방과 신체를 접촉해 상대방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행위는 성추행이 된다. 성추행 역시 법률 용어는 아닌데 법률에서는 강제추행이라고 한다. 형법은 강제추행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 준강간과 마찬가지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의 사람을 추행하면 준강제추행이 된다.

    성희롱이란 성적 언동으로 상대방에게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형사적 처벌 대상은 업무, 고용 관계에서의 성희롱에 한정된다. 대개 직장 내 상사가 직위를 이용해 부하에게 성적 언행을 하는 것 등이다.

    회식 등 우리의 직장문화에선 여성의 신체 등과 관련된 가벼운 농담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말한 남성은 단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하는 차원에서 다른 의도 없이 말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듣는 여성이 업무상 하위직급이고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꼈다”면서 문제시한다면 법은 말한 남성의 의도보다는 듣는 여성의 처지를 우선적으로 들을 수밖에 없다. 남성은 고의이든 아니든 상당한 곤욕을 치러야 한다.

    직장이 삭막해진다?

    즉 직장 내 부하 여직원에 대해 어떠한 신체적 접촉이나 성적 농담도 시도하지 않는 것이 상책인 셈이다. 이에 대해 ‘직장이 삭막해질 것’이라는 불평이 나올 수 있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여직원에 대해 신체적 접촉이나 성적 농담을 해야 직장 내 인화(人和)가 잘되는 것은 분명 아니다.

    부하 직원에게 상대방이 성적 언동 또는 그밖의 요구에 따르지 아니한다는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행위 역시 처벌대상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제2조에서 성희롱을 정의하고 있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이 직장 내 성희롱을 처벌하고 있다.

    간음은 강제력을 사용하지 않은 양측의 자유의사에 의한 성행위이므로 원칙상 법적 문제는 없다. 그러나 13세 미만 소녀와의 간음이나 장애인과의 간음은 상대방의 동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강간과 동일하게 처벌된다. 혼인을 빙자해 간음한 경우 과거엔 혼인빙자간음으로 처벌했지만 이 형벌 조항은 2009년 11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으로 효력이 없어졌다.

    배우자 있는 사람이 배우자 아닌 사람과 간음하면 간통죄가 성립한다. 형법은 간통을 2년 이하 징역으로 처벌하고 있다. 간통에 대해선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법률이라고 하는 견해와 가족제도 유지라는 가치가 더 중요하므로 합헌이라는 견해가 대립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금까지 4차례에 걸쳐 간통의 위헌 여부를 판단했는데 모두 합헌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가장 근래 결정인 2008년 10월엔 9명의 재판관 중 5명이 위헌의견, 4명이 합헌의견을 냈다. 간통죄에 대한 위헌 결정은 시간문제라는 예상도 나온다.

    성범죄에서 ‘친고죄’와 ‘반의사불벌죄’라는 개념은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최근 사회에 충격을 주었던 두 사례가 있다.

    #1 35세의 여교사는 15세의 중학교 3학년 남학생과 지속적으로 성관계를 맺었다. 그러나 이 여교사는 형사적 처벌 대신 해임 처분만 받았다. 여교사와 중학생은 서로 좋아서 성관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강간죄는 성립되지 않았다. 이 남학생이 13세 미만도 아니고 장애인도 아니므로 강간으로 ‘간주’될 수도 없었다.

    여교사와 중학생의 성관계 사례

    만에 하나 여교사가 그 중학생과 강제로 성관계를 맺었다고 하더라도 강간죄로 처벌되지 않는다. 현행법은 강간죄의 피해자가 여성일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강제추행죄만 적용될 수 있다.

    최근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향상됨에 따라 여성이 남성을 협박해 성관계를 맺는 사례가 늘고 있다. 또한 남성이 남성에 대해 성범죄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런 추세를 감안하면 남성도 강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2 고등학교 교장 김모(57)씨는 지난해 5월부터 1년간 여덟 차례 학교 관사로 17세 여학생을 불러 변태적인 성행위를 시켰다. 이 교장에 대해선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청소년에 대한 강제추행죄가 성립될 수 있었고 이 경우 1년 이상 30년 이하의 유기징역형 또는 500만원 이상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교장은 형사적 처벌을 면했다. 이유는 학생의 부모가 제출한 합의서 때문이었다.

    형법의 강간, 강제추행죄는 친고죄로 되어 있다. 친고죄란 피해자의 고소가 있어야 형사재판에 넘길 수 있는 범죄를 말한다. 범죄의 의심만 있으면 수사기관이 독자적으로 수사를 개시해 형사재판에 넘길 수 있는 일반 범죄와 구분된다.

    친고죄의 경우 피해자가 고소를 하더라도 이후 가해자와 합의해 고소를 취하하면 수사나 재판이 바로 종료되고 가해자는 처벌을 면하게 된다. 이 때문에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집요하게 합의를 요구하고 심지어 괴롭히기도 해 제2의 피해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피해 청소년의 부모가 가해자로부터 돈을 받아내는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직장 여직원에게 ‘야한 농담’ 엄두도 말라
    그런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은 13세 이상의 여자아동, 청소년에 대한 강간, 강제추행죄에 대해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했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서 처벌하지 않는 범죄라는 뜻이다. 친고죄와의 차이는 친고죄는 고소가 없이는 수사기관이 수사의 개시조차 할 수 없지만, 반의사불벌죄는 고소 없이 수사를 개시할 수 있고 재판에도 넘길 수 있지만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기만 하면 수사나 재판이 종료되고 범죄자를 처벌할 수 없게 되는 범죄를 말한다. 사례2의 경우처럼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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