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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연재 | ‘신사 놀이터’ 갤러리 산책

yido gallery

이토록 친근한 예술

  • 송화선 기자 |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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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몇 해 전, 양복 차림으로 구두를 신고 산에 오르다 실족사한 중년 남성의 이야기가 씁쓸한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회사를 벗어나면 갈 곳 없어지는 ‘신사’들에게 갤러리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놀이터’다. 웅장한 대형 미술관에서는 찾기 어려운, 소박하지만 기품 있는 아름다움이 그곳에 있다. 입장료도 없고 번잡함도 없는, 혼자만의 여유를 즐기기에 좋은 도심 속 갤러리를 소개한다.
고대 연금술사들은 흙, 물, 불 그리고 공기만 있으면 세상 모든 것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다. 오늘날 도예가들은 흙, 물, 불에 자신의 숨결을 불어넣어 도자(陶瓷)를 빚는다. 2010년 1월 문을 연 이도갤러리는 그들을 위한 공간이다. 화려한 오브제부터 밥상에 오르는 질그릇까지, 모든 도자가 이곳에서는 작품이 된다.

“우리 갤러리의 콘셉트는 ‘생활 속 예술(art in living)’입니다. 거창하고 난해한 것보다는 생활에 기쁨이 될 작품을 소개합니다.”

김동환 ‘이도’ 상임고문의 말이다. ‘생활의 기쁨’이라니, 얼마나 낯선 말인가. 매일 아침 국을 뜨는 사발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건 난해한 예술 사조를 이해하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명사들의 애장품-내가 사랑하는 도자기’전, ‘도예가의 식탁’전처럼 일상에서 사용하는 도자를 전시대에 올리는 이도갤러리의 전시를 보면, 일상과 예술이 멀지 않음을 자신도 모르는 새 깨닫게 된다.

도자의 기능성을 배제한 오브제 전시도 마찬가지다. 7월 초 막을 내린 ‘Ceramic Object 2011’ 전에서 맹욱재 작가는 무채색 동물 두상(頭像) 연작을 선보였다. 6월 개인전 ‘환.상.공.간’을 연 박경주 작가의 전시장은 총천연색이었다. 까만 하이힐, 레이스 달린 브래지어, 손거울 등을 만화처럼 그린 그의 도편(陶片)은 팝아트 작품을 연상시켰다. 지극히 현대적이고 개성 강한 이 두 작업이 만나는 지점은 질료뿐이다. 사람의 손이 반죽하고 빚어 구웠을 흙. 거기서 풍기는 짙은 살 냄새는 삶과 예술을 자연스레 연결짓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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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은 작가의 ‘momentary slip of remembrance’

2 ‘생활 속 예술’을 표방하는 이도갤러리 전시관

삶과 예술의 조화

이도갤러리의 ‘이도’는 설립자인 도예가 이윤신의 성(姓) ‘이’와 도자기의 ‘도’를 합쳐 만든 것이다. 이윤신은 서울 가회동 북촌에 복합문화공간 이도를 짓고 3층을 도자 전문 갤러리로 꾸몄다. 나머지 공간의 주인도 역시 도자다. 건축가 박병훈이 설계한 이 건물은 지하가 지상을 향해 열려 있는 구조로, 지상 1층에 서면 아래 공간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지하 1층부터 지상까지, 계단으로 연결된 이 공간에는 이윤신 등 국내외 유명 도예가의 도자가 전시돼 있다. 판매용 ‘상품’이면서 동시에 ‘작품’인 것들이라, 이곳은 이도에 있는 또 하나의 상업 갤러리이자 아트 숍으로 여겨진다. 두 개 층을 관통하며 선 대형 도자 작품 ‘자연의 수호자’가 갤러리의 분위기를 더욱 돋운다.

독립적으로 분리된 2층에는 도자기에 차를 담아내는 카페가 있다. 일상 속에 예술이 있고, 아름다움이 실은 우리 삶의 한 부분임을 이토록 쉽게 깨닫게 할 방법이 또 있을까.

때때로 생활 공예품까지 전시 영역을 넓히는 이도갤러리에서는 8월3일부터 17일까지 서양화가 ‘최동열 개인전-히말라야 : 안나푸르나, 칸첸중가’가 열릴 예정이다.

‘이도’를 나서면 길은 한옥과 옛집이 어우러진 북촌 골목으로 이어진다. 그 길을 따라 천천히 거닐다 보면 “삶은 때때로 이렇게 아름답구나” 되뇌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예술은 이렇게, 가까이 있다.

● 위치 서울 종로구 가회동 10-6

● 운영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매월 셋째 주 일요일 휴관)

● 문의 02-722-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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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건물 지하와 지상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이재준 작가의 도자 작품 ‘자연의 수호자’가 놓인 풍경.

4 맹욱재 작가의 동물 두상

5 서울 가회동 북촌의 복합문화공간 이도 전경

신동아 2011년 8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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