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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아이 교육 책임지는 ‘헬리콥터 대디’ 시대

온종일 아이 주변 맴도는 멘토 아빠, 나침반 아빠, 홍익 아빠

  • 박은경│신동아 객원기자 siern52@hanmail.net

아빠가 아이 교육 책임지는 ‘헬리콥터 대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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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아빠 덕에 대학 갔어요”
  • ● “요즘엔 어머니회보다 아버지회가 대세”
  • ● 아버지 대상 교육 프로그램 열풍
아빠가 아이 교육 책임지는 ‘헬리콥터 대디’ 시대

과천 관문초등학교 아버지 모임 ‘조아모’ 김규원 부회장과 딸 한슬양.

회사 부도로 40대 초반에 실직자가 된 한희석씨는 막노동판에서 일한다. 힘든 일상이지만 열과 성을 다해 키우는 세 자녀는 늘 그의 자랑거리다. 특히 큰딸은 지난해 고려대 경영학과에 합격한 뒤 전 과목 A+ 성적표를 받아와 그를 기쁘게 했다. 딸의 성공을 위해 오랜 기간 함께 땀 흘렸기에 더욱 기뻤다.

한씨가 딸 교육에 관심을 기울인 건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학교에서 온 가정통신문에 “다른 아이들에 비해 모든 면에서 조금 부족하고 그 때문에 교우관계도 원활하지 못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알고 보니 딸은 학급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막막했다. 아내의 벌이까지 합쳐도 월 100만원 남짓한 수입에 자녀는 세 명. 사교육은 꿈도 꾸지 못할 형편이었다. 아빠가 직접 나서겠노라 결심했다.

“아빠가 있다”

당장 그날부터 큰딸에게 수업 태도에 대한 조언을 시작했고, 학교에서 제대로 공부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매일 교과서를 검사했다. 모르는 게 나오면 수업이 끝나는 즉시 교사를 따라 나가 질문하도록 하고, 아이가 수업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 때면 각 과목 교사에게 직접 전화를 했다. 어찌나 유난했던지 학교에 소문이 퍼져 나중엔 그의 전화를 받지 못한 교사들이 “내 과목이 무시당하는 느낌이 든다”고 할 정도였다. 논술 교육을 위해서는 매일 신문 칼럼을 스크랩해 책상에 올려놓고 밥 먹을 때마다 그 내용을 소재로 토론을 벌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던가.

한씨의 꾸준한 관리 덕에, 중1 때 학급 인원 38명 중 27등을 하던 딸은 중3 기말고사에서 전교 5등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명문대에 진학했다. 한씨의 사례는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주최한 ‘사교육 없는 자녀교육 성공사례 공모전’에서 학부모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런 아빠가 비단 한씨뿐일까. 그렇지 않다. 한동안 하루 종일 아이 주위를 맴돌며 자녀교육에 ‘올인’하는 ‘헬리콥터 맘(helicopter mom)’이 트렌드였다면, 요즘엔 중장년층 젊은 아버지를 중심으로 ‘헬리콥터 대디(helicopter daddy)’가 늘어나고 있다. ‘친구 같은 아버지’를 일컫는 ‘프렌디(friend+daddy)’라는 말도 널리 쓰인다.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열성 아빠’ 김수봉씨 사례를 보자. 미국 듀크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한 딸을 둔 김씨는 10여 년 동안 직접 딸에게 영어를 가르쳤다며, 자신의 교수법을 담은 ‘미 명문대에서 통하는 영어, 나는 이렇게 가르쳤다’는 책을 냈다.

‘영재 아빠’로 여러 언론 매체에 소개된 이상화씨는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게 불안해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고 2년간 현장 경력을 쌓은 뒤 직접 어린이집을 열었다. 큰아들 재혁이가 18개월 때 일이다. 지금 대전의 한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며 영재 수업을 받고 있는 재혁이는 이때 이미 한글을 읽고 쓸 줄 알았다. 세 살 때 한자 자격증을 땄고, 다섯 살 때는 국가공인 워드프로세스 자격시험을 통과했다. 재혁이는 만 6세가 되기 전 4개의 자격증을 따고, 2500여 권의 책을 읽은 것으로 유명해졌다. 재혁이가 두 돌이 채 되기 전부터 이씨가 매일 재혁이와 함께 도서관 나들이를 한 덕분이다.

“재혁이가 24개월이 됐을 때부터 일상적인 대화를 모두 영어로 했어요. 아이에게 영어 CD를 듣게 하거나 책을 읽게 하면 ‘혼자’라는 느낌을 갖게 될 것 같아 제가 함께 이야기 나누는 방법을 선택한 거죠.”

현재 재혁이의 영어 실력은 미국 초등학교 4~5학년생 수준이다. 이씨는 “미국 초등학교 5~6학년생 수준이면 우리나라 수능시험에서 영어 과목 만점을 받는다더라”며 뿌듯해했다. 재혁이의 꿈은 외교관. 이씨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쓴 ‘바보처럼 공부하고 천재처럼 꿈꿔라’를 선물하고, 외교와 관련된 신문 기사를 스크랩해 빠짐없이 챙겨주는 등 재혁이의 꿈을 응원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머니회? 아버지회!

자녀 교육에 관심을 갖는 ‘열성 아빠’들이 늘면서 학부모 사회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학교마다 으레 있는 어머니회와 별개로 ‘아버지회’가 속속 결성되고 있는 것. 경기도 과천시 관문초등학교 ‘조아모(좋은 아버지 모임)’는 지난 4월, 평소 자녀교육에 관심 많던 아버지 8명이 모여 만든 모임이다. 이 모임의 올해 목표는 ‘절친 아빠-멘토 아빠-나침반 아빠-홍익 아빠’. 아이와의 소통을 통해 먼저 친해진 다음,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고, 나아가 인생의 지침이 되며, 마침내 아이를 봉사와 나눔으로 세상을 널리 이롭게 하는 존재로 키우자는 뜻을 담은 것이다. 모임 회장 민성욱씨는 초등학교 6학년과 2학년에 다니는 두 딸을 두고 있다. 그는 “요즘 젊은 아버지들은 가정에 무심하던 과거의 아버지와 다르다. 아이를 매우 사랑하고 친해지고 싶어 한다. 내가 사랑하는 아이가 학교에서도 행복하길 바라는 마음에서 모임을 만들었다”고 했다. 그의 바람은 “내 아이가 다니는 학교가 교사, 학생 모두 행복한 ‘해피 스쿨’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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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경│신동아 객원기자 siern5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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