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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섭 기자의 아규먼트

이명박 정권의 ‘누아르 영화 같은 人事’

  • 허만섭|동아일보 신동아 기자 mshue@donga.com

이명박 정권의 ‘누아르 영화 같은 人事’

이 세상엔 99.99%의 일반인과 0.01%의 권력이너서클, 두 부류가 있는 것 같다. 세상을 실제로 움직이는 건 후자다. 그래서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안 되는 미스터리가 벌어진다. 한국전력공사 사장 선임 건이 그렇다.

청와대는 아랍에미리트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 수주를 단군 이래 최대 수출 실적으로 선전한다. 이 사업을 따낸 사람은, 계약서에 서명한 김쌍수 현 한전 사장이다. 이런 큰 공을 세운 사람이면 연임될 법도 한데 김 사장은 차기 사장에 응모하지 않는다. 김 사장이 왜 홀연히 물러나려하는지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모른다. 우리가 알 수 있는 영역 밖의 일”이라고 말한다.

“VIP가 염두에 두시는 듯”

자산규모 65조원, 연 매출액 31조5224억원(2008년)의 이 국내 최대 공기업 차기 사장으로 김주성씨가 물망에 오른다. 김씨는 이명박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과 같은 회사(코오롱)에서 근무하고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 시 산하 세종문화회관 관장, 이 대통령 취임 직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을 맡은 이 대통령 형제의 최측근. 굳이 가깝기로 따지면 이 의원 쪽 사람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잔칫집에서 헌 상 물리고 새 상 들어오듯, 최근 ‘김주성씨 외 여타 후보들’은 싹 사라지고 ‘김중겸씨(전 현대건설 사장) 외 2인’이라는 새로운 후보군이 등장한다. 결국 김중겸씨 그룹이 사장후보로 최종 응모한다. “우리나라에서 이상득 맨을 돌려세울 사람은 VIP밖에 없다. 그분이 김중겸씨를 염두에 두시는 듯”이라는 이야기가 여권 내부에서 나온다.

김씨는 이 대통령과 같은 고향(경북), 같은 학교(고려대), 같은 회사(현대건설) 출신이다. 전직 현대건설 간부는 “2007년 대선 이전에 일부 현대건설 출신이 이 대통령 측에 김씨를 좋게 말한 것으로 안다”고 말한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일부 언론에서 김씨는 여권의 총선 후보로도 거명된다. 2009년 2월, 김씨는 정부 영향력이 작용하는 채권단 관리하의 현대건설 사장에 오른다.

이후 이 대통령이 아끼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두 사업, ‘아랍에미리트 원전건설 사업’과 ‘4대강 사업’은 현대건설과 긴밀히 연결된다. 아랍에미리트 원전 건설에서 현대건설이 담당하는 몫은 현재까지 35억달러(원전 건설지분의 55%, 업계 1위)로 절대적이다. 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이 원전 건설을 지휘하는 모습이 보도되기도 했다. 2010년 10월까지의 4대강 사업 공사비 8조6000억원 중 7.6%인 6582억원(업계 2위)이 현대건설에 돌아갔다. 김중겸씨는 우리 사회에서 중시되는 여러 인연으로 얽히는 믿을 만한, 대통령의 후배이자 대통령 사업의 충실한 일꾼으로 비쳐지는 셈이다.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 소장은 “여권은 차기 한전 사장에게 ‘현 정부 임기 내 2조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최고의 알짜 부동산인 강남 삼성동 한전 본사 부지의 매각’ 및 ‘밑지는 수출의혹이 제기되는 아랍에미리트 원전 사업의 마무리’라는 특별 임무를 부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조경태 의원 측은 “한전에 확인해본 결과 국토해양부는 2009년 4월 한전에 삼성동 부지 매각 확정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한전 측이 구두로 전하는 바에 따르면 5조~7조원의 개발이익이 나오는 삼성동 부지를 재벌에 넘기는 것에 대해 한전 내부에선 탐탁지 않게 본다”고 했다.

한전 관계자가 말하길, 김쌍수 사장은 한전이 삼성동 부지를 자체 개발해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줄이는 안을 추진했었다고 한다.

그런데 차기 사장 선임절차가 진행되던 중 KTX가 급정차하는 것과 같은 돌발상황이 또 발생했다. 김쌍수 사장 임기 만료를 며칠 앞둔 8월24일 차기 사장을 선임할 예정이던 한전 임시 주주총회가 돌연 기약 없이 연기된 것이다. 청와대 측은 “김중겸씨에 대한 검증이 덜 끝났기 때문”이라고 일부 언론에 이야기했다. 여권 내부 사정에 정통한 사람들은 “왜 또 판을 뒤엎는 건지 정말 권력의 속을 모르겠다. 심오하다”고 말한다.

피자 조각과 토핑

그러나 큰 틀에서 보면, 한전 사장 선임과 관련된 이러한 소동은 국외자들에겐 흥미진진하지 않으며 오히려 “자기들끼리 쇼 하네”라는 냉소를 부른다. 누가 되든 산업은행(강만수), KB금융지주(어윤대), 우리금융지주(이팔성), LH공사(이지송), 한국도로공사(장석효) 등 수십조~수백조원을 주무르는 우리나라 핵심기관의 수장은 권력의 측근으로 낙점되어온 것과 같은 맥락으로 비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권의 ‘누아르 영화 같은 人事’
그들만의 리그에서 피자 조각 나눠 먹기 쟁탈전이며 이 패밀리에 속하지 않은 다수의 사람에겐 토핑 하나 돌아가지 않는 불공정 구조인 것이다.

이러한 현 정권의 인사(人事)과정은 암투, 음모, 어둡고 칙칙한 색채, 기득권층의 정당성 실종이 특징인 누아르(noir) 영화를 연상케 한다.

신동아 2011년 9월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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