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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김정일 담판으로 최종 결정’ 시나리오 있다

북한 통과 가스관 추진 내막

  • 윤성학|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dima7@naver.com

‘이명박-김정일 담판으로 최종 결정’ 시나리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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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남·북·러 가스관 사업을 추진하는 데엔 경제적 이익도 크게 작용한다. 가스 수입대국인 한국에 지속적으로 수출할 수만 있다면 큰돈이 들어온다. 2008년 합의된 연간 공급 물량 750만t은 금액으로는 연간 30억∼50억달러이며 30년 규모로는 900억∼150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액수다. 러시아는 동시베리아와 극동의 가스전 및 가스관을 건설하는 데 300억달러의 자금을 들여야 한다. 따라서 한국과 같은 안정적인 거대시장과의 장기공급계약이 없이는 건설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러시아가 한국시장을 선점한다면 중국에 대한 가스 협상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한국 다음으로 중국과 일본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러시아는 2012년부터 사할린1 가스전 물량을 연해주 최대 도시인 블라디보스토크에 공급할 예정이다. 한국으로의 수출방식 선택을 더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해상운송이든 북한 통과이든 결정을 하고 투자를 단행해야 될 시점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육상 PNG(Pipeline Natural Gas) 방식으로 가스를 공급키로 결정했다. 사실상 북한 통과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이 방식은 해상운송 LNG(Liquefied Natural Gas) 방식보다 훨씬 저렴하다. 건설 유지 관리 측면에서도 월등한 경제성과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러시아가 이러한 결정을 한 또 다른 이유는 사할린과 야쿠츠크의 가스를 기왕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끌어오기로 한 마당에 수출을 위해 LNG 공장을 추가로 건설하는 부담을 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LNG 공장 건설에는 무려 50억달러가 들어간다.

北, 통과 수수료론 성 안차

메드베데프 대통령의 남·북·러 가스관 사업에 북한이 호응한 것은 북한의 처지로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과거의 북한은 남·북·러 철도연결 사업도 마무리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 제안이 너무 앞서간다고 보았다. 6자회담과 북미수교 등 북한의 핵심 과제가 이 사업에 가려지는 것을 원치 않았다. 그러나 금강산 관광 중단 등 일련의 북한 봉쇄와 긴장이 지속되자 북한은 가스관 프로젝트를 적극 고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북한은 이 사업을 통해 경제적 실익과 동북아 힘의 균형을 원하고 있다. 연간 1억달러 이상의 통과 수수료는 이 극빈국에 큰 보탬이 되는 금액이다. 또한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적이 된 상황이 북한으로서도 내심 불만이었는데 러시아를 끌어들임으로써 균형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나아가 한국이 참여한다면 남북 경제협력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8월31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일정에 오른 에네르기(에너지)공동계획’ 기사에서 “(가스)수송관 건설과 관련한 여러 방안들이 검토되었으나 조선을 경유하는 가스수송관 건설이 비용상 가장 합리적이라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주장하면서 “모든 당사자들(남·북·러)에게 이익이 된다”고 했다. 북한의 속내가 완전히 파악된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 이 사업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참여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북한은 동해안 지역을 가스관 노선으로 개방하면서 통과 수수료만 희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통과 수수료와 함께 한국과 러시아, 심지어 중국에 다른 것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가스관 연결을 대가로 방공망 강화를 위한 S-300 지대공미사일, 대공레이더, 항법시스템 등 첨단 무기 및 전력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의 부레야 수력발전소 방문이 이러한 희망을 표현한다. 한국에 대해선 가스관 연결 대가로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은 카드를 내밀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에 대해선 식량과 에너지를 추가 지원하고 후계체제를 인정해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러 가스관 사업이 진척된다면 남북정상회담은 불가피하다. 남·북·러 중 한국 정상과 러시아 정상이 만났고 북한 정상과 러시아 정상이 만나 이 문제에 대해 합의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 정상과 북한 정상이 만나 담판을 통해 최종 결정하는 시나리오가 불가피하다. 한국 처지에선 북한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라도 남북정상회담이 필요하다.

통일부 장관 교체, 가스관과 연관

남·북·러 가스관 프로젝트에 한국 정부도 크게 기대하고 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는 가스관 건설 사업이 남북관계의 획기적 전환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도 “가스관은 한번 설치되면 쉽게 끊기 어렵다”고 피력하면서 긍정적 효과를 기대했다. 정부는 당장의 경제적 실익보다는 러시아를 매개로 한 남북관계의 새로운 돌파구 내지 남북경협사업으로 생각하고 있다. 대북 원칙론을 강조해온 통일부 장관의 교체도 이러한 맥락에서 파악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세계 2위의 LNG 수입국이며 앞으로 발전용 난방에서 가스 비중을 더 높여나갈 예정이다. 한국의 관점에서 가스관 사업이 한국에 경제적 이익을 주는지 여부는 러시아의 공급 가격, 북한의 통과 수수료 등이 나와봐야 구체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그러나 멀리 중동에서 배로 LNG를 실어오는 것과, 지척인 러시아 극동에서 육로로 가스를 가져오는 것을 비교할 때 후자가 전자에 비해 운송비나 가스 가격이 훨씬 저렴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한국가스공사와 러시아 가즈프롬이 공동으로 진행한 남·북·러 가스관 사업 타당성 검토 결과에 따르면 북한 육로통과 방식은 기존의 해운운송 방식보다 운송비를 67%나 절감할 수 있다.

고비용 LNG에 100% 의존하는 것에서 상대적으로 값싼 대체재가 제공되는 것이므로 기형적인 소비구조를 개선하고 가스 가격을 내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또한 LNG 수송선 접안시설이나 가스 기화설비의 확충이 필요하지 않고 가스 공급국인 중동의 정세에도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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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학|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dima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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