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호

즐길 것인가, 말 것인가?

라운드에서 배우는 골프의 재미와 매력

  • 정연진│골프라이터 jyj1756@hanmail.net

    입력2011-09-20 16: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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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길 것인가, 말 것인가?
    유러피언투어에는 두 명의 ‘돈키호테’가 있다. 미구엘 앙헬 히메네즈(Miguel Angel Jimenez·스페인)와 대런 클라크(Darren Clarke·북아일랜드)가 그 주인공이다. 두 사람은 프로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배불뚝이다. 더욱이 프로 골퍼에게 금기로 여겨지는 술과 담배를 애인처럼 끔찍이 여긴다. 심지어 대회 도중 카메라 앞에서 당당히 담배를 피우고 술을 마신다. 죽기 살기로 연습하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남부럽지 않은 우승컵을 갖고 있다. 히메네즈는 1998년 첫 우승 이후 지금까지 총 16승을 거두었다. 우리나라 나이로 48세인 그는 지금도 유러피언투어에서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클라크의 경력은 더 화려하다. 1993년 처음 우승컵을 안은 후 지금까지 모두 22승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4대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디 오픈 챔피언십의 우승을 거머쥐며 명실상부한 월드스타로 올라섰다.

    비결이 뭘까. 클라크는 여느 대회보다 압박감이 몇 배는 더 심한 디 오픈 챔피언십에서 한 번도 화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여유로운 플레이와 천진난만한 미소로 갤러리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카리스마 넘치는 히메네즈는 결코 서두르는 법이 없다. 주특기는 카메라나 어린 팬들에게 윙크하기. 두 사람이 좋은 성적을 내는 데 가장 강력한 무기는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여유인 셈이다. 골프를 정복의 대상이 아닌 즐기는 스포츠로 여기는 것이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성공한다

    아마추어 골퍼도 프로와 크게 다르지 않다. 라운딩을 즐기느냐, 즐기지 못하느냐의 차이는 엄청나다. 라운딩을 즐기는 골퍼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게임이 된다. 반면 스트레스만 받는 골퍼에게는 지옥이 따로 없다. 그 차이를 가늠하는 주요한 잣대는 욕심의 정도다. 적당한 욕심은 흥미를 배가하지만, 과욕은 스트레스를 동반하기 십상이다.



    ‘시작이 좋아야 끝도 좋다’는 말이 있다. 첫 홀 티샷은 프로 골퍼에게도 여간 긴장되는 게 아니다. 아마추어 골퍼가 첫 홀의 압박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평소 스윙의 70~80% 만 힘을 발휘하는 게 좋다. 골퍼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지만, 말처럼 조절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때는 스탠스를 조금 좁히고, 백스윙을 간결하게 하는 게 하나의 방법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마음이다. 무리하지 않고 볼을 페어웨이에만 안착시킨다고 생각하면 된다. 대부분의 골프장은 첫 홀을 쉽게 조성해놓는다. 굳이 드라이버를 잡지 않고 3번 우드나 하이브리드클럽으로 티샷을 해도 어렵지 않게 투온이 가능하다.

    첫 홀의 스코어는 그날의 전체 스코어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초심자일수록 더욱 그렇다. 초심자는 첫 홀에서 실수를 하면 이를 만회하기 위해 다음 홀부터 무리수를 둔다. 그러면 점점 수렁에 빠져 라운드를 망치게 된다. 마지막 홀 그린에서 “이제 몸이 풀리려고 하니까 끝나네!”라는 말을 하지 않으려면 첫 홀을 잘 보내야 한다. 첫 단추를 잘 꿰어야 성공하는 이치와 같다.

    재미와 스코어란 두 마리 토끼

    초심자의 꿈은 100돌이를 벗어나는 것이다. 그 다음 목표는 보기 플레이어다. 아마추어 골퍼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려면 나름 전략이 필요하다. 홀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18홀 전체의 밑그림을 그리면 더욱 흥미롭다. 예를 들어 보기 플레이어가 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매홀 1오버파를 쳐 90타를 기록하겠다는 전략을 짜면 된다. 경기도 분당의 스파벨리 골프연습장 레슨프로의 조언을 들어보자.

    “아마추어 골퍼들은 한 홀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골프는 18홀을 마치고 장갑을 벗어야 끝나는 게임이다. 초심자는 샷 하나하나에 웃고 우는 데 비해 고수는 코스 전체를 보고 공략한다. 초심자는 홀컵을 향해 무작정 돌진한다. 반면 고수는 지켜야 할 홀과 공격적으로 공략해야 할 홀을 조절할 줄 안다. 고수와 같은 전략적인 공략법은 흥미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실력을 향상시키는 데도 아주 좋은 방법이다.”

    코스 전체에는 골프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요소가 곳곳에 숨어 있다. 따라서 홀을 어떻게 공략하느냐에 따라 재미와 스코어는 달라진다. 재미와 스코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골프장 인터넷 홈페이지의 코스공략도와 스코어카드는 골퍼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

    골프장에 가기 전 홈페이지의 코스공략도를 둘러보면 실전에서 활용가치가 높다. 각 홀의 제원부터 핸디캡 1번 홀까지 쉽게 알 수 있어 전략을 짜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전날 본 코스공략도가 기억나지 않더라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캐디가 준비한 스코어카드를 확인하면 된다. 스코어카드에는 홀의 길이와 핸디캡이 적혀 있어 나만의 공략법을 세우기에 부족함이 없다. 앞에서 조언한 레슨프로의 팁을 전한다.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하면서 정작 라운드 준비는 소홀히 한다. 인터넷에는 각 골프장의 정보가 넘쳐난다. 특히 골퍼들의 블로그에 올라 있는 라운드 후기는 실전에서 훌륭한 무기가 된다. 스코어카드는 타수만 기록하라고 있는 게 아니다. 스코어카드를 적절히 활용하면 그린까지 가는 길이 좀 더 쉬워진다. 캐디 역시 카트를 몰고 골프채를 가져다주는 역할에만 머물지 않는다. 캐디가 알려준 대로 공략해 성공했을 때의 희열은 말로 다 못한다.”

    가장 흥미로운 홀은 파5 홀이다. 동전의 양면처럼 서로 다른 얼굴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파5 홀은 프로에게 버디를 낚을 수 있는 기회의 홀이다. 아마추어에게도 “나이스 파”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홀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따라붙는다.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파5 티잉 그라운드에 선 초심자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마련이다. 잘하면 파 세이브 이상의 스코어를 적을 수 있다는 생각이 그중 하나다. 그러면 드라이버를 잡은 손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가게 된다. 초심자가 파5 홀에서 ‘양파’를 하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욕심이 주요 원인이지만, 전략의 부재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파5 홀은 평균적으로 450m 내외로 설계된다. 6번 아이언의 평균 비거리가 150m인 아마추어 골퍼라면 세 번의 샷으로 온 그린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굳이 실패 확률이 높은 드라이버로 티샷을 할 필요가 없다. 파5 홀의 특성에 맞춰 아이언으로 티샷을 하는 프로 골퍼들의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삶의 궤적과 닮은 골프의 매력

    백과사전에는 골프를 ‘코스 위에 정지해 있는 볼을 클럽으로 쳐서 정해진 홀에 넣어 그때까지 소요된 타수로 우열을 겨루는 경기’라고 적혀 있다. 이 정의를 곧이곧대로 해석하면 골프는 아주 단순한 경기다. 하지만 이 단순한 경기에 수많은 사람이 빠져드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홀 아웃을 하기까지 여러 번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고,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리 나온다. 달리 말하면 골프를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실로 다양하다는 뜻이다. 선택은 골퍼의 몫이다. 결과에 대한 책임도 동반자나 캐디가 아닌 골퍼가 져야 한다. 라운드를 재미있게 즐기느냐, 아니면 스트레스를 받으며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느냐는 골퍼 하기 나름이다. 그래서 골프는 우리네 인생사와 많이 닮았다.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이 생기고, 위기 뒤엔 반드시 기회가 찾아온다.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가 티샷을 하면 OB가 나거나 러프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 티샷이 페어웨이에 떨어지지 않아도 세컨드샷이나 서드샷을 잘하면 파로 홀을 마무리할 수 있다. 벙커에 빠졌더라도 당황하지 않으면 스코어카드에 동그라미를 그릴 수 있다.

    버디를 한 후 다음 홀에서 티샷 실수를 하는 것은 욕심이 생긴 탓이다. 마음속에서 욕심이 꿈틀거리면 골프의 재미나 매력은 한순간에 달아난다. 여유를 갖고 라운드를 즐기면 골프를 통해 인생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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