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호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外

  • 담당·송화선 기자

    입력2011-10-19 16: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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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_ 박수용 지음, 김영사, 435쪽, 1만6000원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外
    삶을 살아가기는 사람이나 호랑이나 매한가지다. 그 뒤에 영혼이 있다. 다들 자신의 영혼이 상처 받지 않도록 조심하며 살아간다. 그래도 영혼은 늘 상처 받고 또 상처 입히며 살아간다. 그게 바로 자연이다. 자연은 자신의 법칙을 가차 없이 집행하지만 자연스러운 수준까지만 실행한다. 하지만 문명은 자연의 일부이길 거부하고 신이 되려고 한다. 그 와중에 많은 자연물의 삶이 붕괴되고 영혼이 파괴된다. 한때 1만 마리에 달했던 시베리아호랑이가 지금은 350여 마리만 살아남았다.

    시베리아호랑이는 장백산맥과 함경산맥을 타고 한반도와 만주를 넘나들며 살아왔다. 한반도로 넘어오면 한국호랑이, 만주로 넘어가면 만주호랑이로 불렸다. 이들은 인간의 눈을 피해 광활한 산맥을 은밀히 누비며 살아간다. 산중에서 그를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자신의 기척을 감추는 은밀함 외에도, 상황을 파악하고 물러설 때와 나설 때를 아는 현명함, 일단 나서면 결말을 짓고 마는 대담함은 신비스럽기까지 하다.

    1995년부터 지금까지 필자는 시베리아호랑이를 조사해왔다. 한 해의 절반은 호랑이의 흔적을 따라 산맥을 넘고 숲을 헤맸으며, 나머지 절반은 아름드리나무 위나 땅굴 속에서 호랑이를 기다렸다. 호랑이를 기다리는 일은 자신을 기다리는 일이다. 영하 30℃ 오지의 한 평짜리 지하 비트에서 얼어붙은 주먹밥을 녹여 먹고 대소변을 해결하며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북서풍과 싸운다.



    씻지도, 소리 지르지도, 불을 켜지도 못하고 6개월씩 갇혀 지내다보면 독방에 갇힌 죄수가 부러워진다.

    오랜 기다림 끝에 호랑이가 나타나면 꿈에 사무치던 연인을 만난 듯 반갑다. 심장 둥둥 울리는 환희가 밀물처럼 밀려오며 짧은 순간 영원을 느낀다. 그러다 불현듯 공포가 엄습한다. 낌새를 챈 호랑이가 어둠 속에서 푸른 안광(眼光)을 빛내며 다가온다. 뿌드득 눈을 밟는 발걸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다 이윽고 멈춘다. 뜨뜻한 콧김이 훅 끼쳐오며 뻣뻣한 수염이 손등을 스쳐간다. 삶과 죽음, 그 허약한 존재의 추가 눈앞에서 어른거린다.

    ‘피의 메리(Bloody Mary)’라고 불리던 암호랑이가 있었다. 이 책은 그의 가족이 3대에 걸쳐 겪은 삶과 죽음의 이야기다. 동시에 호랑이 숲에 스며들어 자연의 일부가 된 한 인간의 이야기다. 인간을 충분히 상대하며 심지어 죽일 수도 있는 존재가 있는 숲으로 들어서는 순간, 인간은 왜소해진다. 그럴 때 자연과 더 깊이 대화하고 세월을 더 넓게 보게 된다. 자연과 대화하고 사색에 빠져들다보면 자연 속에 떠다니는 어떤 느낌들, 세월을 가로지르는 긴 흐름들을 느낀다. 이런 느낌들을 눈앞의 일에만 매달리며 살아가게 하는 도시로 가져오고 싶었다. 숲 속의 호랑이는 인간을 자연과 세월 앞에서 겸손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존재다.

    박수용 | 콘텐츠 제작자, 네이처21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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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후대전 _ 귄 다이어 지음, 이창신 옮김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外
    ‘전쟁(War)’ ‘미래: 긴장(Future: Tense)’ 등의 책으로 유명한 저자는 국제 안보 전문가이자 군사 지정학 분석가다. 그는 “지구 평균 기온이 2℃만 상승해도 세계 정치는 끓는점에 도달하게 된다”며 “대대적인 기후 난민 물결, 국가 시스템 파탄, 부족한 식량과 물을 둘러싼 충돌과 분쟁은 결국 전면전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저자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환경의 영역을 뛰어넘어 정치, 경제, 군사를 움직이고, 세계 각국은 갈수록 뜨거워지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살벌한 정치, 외교, 안보 전략을 펼 수밖에 없다. 그의 주장은 기후변화로 인해 걷잡을 수 없는 위기가 생기기 전, 국제사회가 다 함께 지구의 기온을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그동안 축적한 군사ㆍ안보 정보와 다양한 과학적 증거를 바탕으로 작성한 시나리오가 아찔할 만큼 현실적이다. 김영사, 365쪽, 1만5000원

    경제학이 깔고 앉은 행복 _ 요하네스 발라허 지음, 박정미 옮김, 홍성헌 감수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外
    ‘인간다운 행복을 외면하는 경제적 사고에 제동을 건다’는 부제가 붙은 책. 독일 뮌헨철학대 총장인 저자는 “과도한 물질 추구와 지나친 비용-편익적인 사고가 인간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경제학이 꿈꾸는 행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통상적인 관점에서 보면 행복은 단순하다. 소득이 많을수록 그 사람은 많은 이익을 얻는다. 하지만 저자는 높은 소득이 행복의 결정적 요인이라고 결론 낼 경우, 우리가 놓치는 가치가 너무 많다고 지적한다. 안정된 직장, 인간관계, 정치 참여 가능성, 부의 분배 정도, 건강 등, 인간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요소들이 간과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인간다운 경제’를 세우기 위한 의식 변화와 빈곤과 기아, 자원 고갈, 지구온난화 같은 세계적인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세계 공동체의 정치적 의지를 강조한다. 대림북스, 232쪽, 1만3000원

    노론 300년 권력의 비밀 _ 이주한 지음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外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인 저자는 우리 학계의 가장 큰 병폐로 노론사관과 그 뒤를 이은 식민사관을 꼽는다. 저자에 따르면 “사물을 선과 악, 흑과 백, 천사와 악마, 좋은 놈과 나쁜 놈으로 인식하는 이분법의 뿌리는 … 노론에서 비롯되었다 … 중국에 사대하던 것을 일본으로 바꾸자는 것이 노론의 입장이요, 사상이자 이데올로기다. 민초를 중심으로 시대가치를 추구하는 프레임이 노론에는 없다.” 더불어 “1910년 대한제국을 강점한 일제에 작위와 막대한 은사금을 받은 76명의 수작자(受爵者)를 분석해보면 … 80%에 가까운 57명이 노론이다”라고 한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저자는 최근 역사학계에서 불붙고 있는 ‘사도세자의 죽음’과 ‘정조 독살설’을 둘러싼 논쟁을 분석하며 ‘노론 후예 학자들’이라고 지칭하는 주류 사학자들에게 날선 비판을 쏟아낸다. 역사의 아침, 302쪽, 1만3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대출 천국의 비밀, 내 빚더미에 감춰진 진실 _ 송태경 지음, 개마고원, 303쪽, 1만3000원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外
    연 40%대의 지독한 고리대가 통상적이고, 연 100%에서 수천%를 넘어 무한대의 금리까지 보여주는 시장. 가혹한 빚 독촉과 온갖 형태의 사기와 속임수가 흘러넘치고, 자고 일어나면 집 빼앗기고 냉장고며 가재도구까지 다 빼앗기고 야반도주에 자살 얘기까지 흘러넘치는 시장. 매년 발생하는 이자 규모만 따진다면 가계 부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주택담보 대출시장 규모보다 더 큰 시장. 우리는 언제부턴가 이처럼 ‘황당무계한’ 시장을 마주하고 있다. 물론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사채·대부업·고리대금 시장은 이명박 대통령조차 도무지 피해갈 수 없는 ‘대출 광고’를 제외하면, 어쩌면 ‘나’와는 별 상관 없는 시장일 수 있다. 그저 경제적으로 가난한 사람들, 금융·법률적으로 무지한 사람들에게 국한된 얘기일 뿐이라고 흘려넘길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태가 심상치 않다.

    적어도 최소 328만명 정도가 이미 이처럼 ‘말도 안 되는’ 시장에 직접적으로 노출돼 있다. 이는 전체 인구 4700만명의 약 7.44%, 20세 이상 성인 인구 3520만명의 약 10%에 해당한다. 여기에 덧붙여 고리대금기관으로 변질된 금융기관의 고리대금에 노출된 사람들, 보증 채무에 발목 잡힌 사람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엄청나게 늘어난다.

    사람들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아내가, 자신의 남편이, 자신의 부모나 자식이 고리대금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쓰나미 수준의 대출 광고 속에서 자연스럽게 ‘무이자 송’을 따라 부르며 “믿으니까 걱정 마세요” 하는 소리에 알게 모르게 세뇌된 이들이 고리대금의 희생양이 되는 것을 눈뜨고 지켜봐야 하는 경우도 점점 늘고 있다.

    ‘대출 천국의 비밀’은 이와 같이 어쩌면 ‘나’와는 상관없는 시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미 ‘나’ 또는 ‘내 가족’의 현재와 미래가 돼 버린 사채 대부업 고리대금 시장을 다룬다. ‘대출 천국의 비밀’을 통해 필자는 대부업자(사채업자)들의 치부(致富)의 비밀, 고리대금 공화국 형성의 비밀, 문제해결의 대안 등을 되도록 소상히 밝히고자 노력했다. 또 이미 사채 대부업 고리대금의 늪에 빠진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희망을 주기 위해, 문제 해결에 꼭 필요한 정보와 구체적인 대처법을 되도록 상세히 서술하고자 했다.

    “냉장고며 세탁기 애들 컴퓨터까지 압류했는데 어쩌면 좋지요?” “이미 다 갚은 돈을 또 달래요” “집으로 찾아오겠다는데 너무나 무서워요” 등, 사채 대부업 고리대금 시장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일을 채무자나 가족이 마주했을 때, 당황하지 않고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최대한 알리고자 했다. ‘대출 천국의 비밀’이 대부업 시장의 문제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고, 특히 그 피해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의 창고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송태경 | 민생연대 사무처장 |

    법의관이 도끼에 맞아 죽을 뻔했디 _ 문국진·강창래 지음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外
    ‘대한민국 최초 법의학자 문국진이 들려주는 사건 현장과 진실 규명’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최초의 법의관인 문국진 박사가 구술하고, 출판기획자 강창래씨가 글을 썼다. 문 박사는 서울대 의대 재학시절, 청계천 헌책방 거리에서 후루하다 다네모도가 쓴 ‘법의학 이야기’를 읽다 다음 구절에 ‘홀딱 반해버린’다.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학이 임상의학이라면, 사람의 권리를 다루는 의학은 법의학이다. 법의학은 인권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가 발달된 민주국가에서만 발달한다.” 1955년, 국과수가 독립기관으로 업무를 시작한 그해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그는 바로 법의관이 됐고 이후 수많은 사건 현장에서 ‘사람의 권리’를 지켰다. 다방 마담 살해범을 밝혀준 손톱 때, 무당의 강림술 뒤에 숨겨진 치아 구조의 비밀 등 다양한 사건 이야기가 흥미를 더한다. 알마, 266쪽, 1만7000원

    한 권으로 읽는 자동차 폭탄의 역사 _ 마이크 데이비스 지음, 서정민 옮김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外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리버사이드캠퍼스 석좌교수로 진보적인 학술잡지 ‘뉴레프트리뷰’의 편집인인 저자는 최근 세계 각지에서 자동차를 이용한 폭탄 테러가 급증하고 있음에 주목한다. 저자는 이 고통스러운 역사의 시작을 1920년 미국 월가에서 일어난 마리오 부다의 폭탄 마차에서 찾는다. 40명이 사망하고 200명이 부상한 이 폭탄 테러로 이탈리아 출신의 가난한 이민자 부다는 미국 자본주의의 성지에 전대미문의 상처를 입히는 데 성공했다. 이후 자동차 폭탄은 ‘약자들의 공군(Poor Man‘s Air Force)’으로 진화해 세계 각지의 도시들에 폭탄 구덩이를 만드는 대량살상무기가 됐다. 세계화와 교통통신기술의 발달로 테러의 위협이 더욱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 책은 우리가 테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며, 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전략과문화, 285쪽, 1만5000원

    스파르타 이야기 _ 폴 카트리지 지음, 이은숙 옮김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外
    저자는 영국 케임브리지대 고전학부 교수로 세계적인 스파르타학 권위자다. 그가 스파르타의 1000년 역사를 일괄하며, 그들이 어떻게 지상 최강의 군사 국가를 건설했는지, 스파르타식 교육과 스파르타의 정신이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전설적인 입법가 리쿠르고스의 개혁부터 페르시아 전쟁, 아테나이 전쟁, 절정의 순간에 시작된 제국의 몰락까지 스파르타 역사의 결정적인 순간이 생생하게 소개된다.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이 동경한 스파르타 정치-사회 체제에 대한 설명도 인상적이다. 군사국가로 알려진 스파르타의 여권이 실은 매우 강했다는 점, 그래서 여성이 교육을 받고 재산을 소유했으며, 남편 외의 남자와 성관계를 가져도 처벌되지 않았다는 사실, 아리스토텔레스가 이 때문에 스파르타를 ‘여인천하’로 비판했다는 등의 내용도 흥미롭다. 어크로스, 351쪽, 1만8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서울, 성 밖을 나서다 _ 이현군 지음, 청어람미디어, 244쪽, 1만3800원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外
    내가 처음 서울에 온 건 중학교 수학여행 때였다. 길을 잃을까봐 선생님 뒤만 졸졸 따라다녔는데, 그래도 남산과 국립묘지를 갔던 기억은 난다. 한양과 서울이 다르고, 한강 북쪽만 조선시대 한양임은 서울에서 대학을 다니고도 한참 후에야 알았다. 수학여행 때 왔던 남산은 서울특별시의 남산이 아니라 한양의 남산이었고, 동작동 국립묘지는 조선시대에 과천 땅이었으므로 서울 외곽에 만들어진 묘지임도 뒤늦게 알았다.

    대학 때 서울 구경한다고 가본 잠실 석촌호수에 송파나루터 표지석이 있는 이유도 옛 지도를 보고서야 알았다. 현재 한강은 잠실의 북쪽 방향으로 흐른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지도를 보면 잠실은 섬이었고 강은 아래쪽으로 흘렀다. 을축년(1925) 대홍수를 계기로 한강의 흐름이 바뀌고 이 일대가 개발되면서, 옛 송파나루터 자리에 석촌호수가 만들어진 것이다. 전철 2호선을 타고 다니면서 선릉역이 왜 선릉일까 궁금했는데, 직접 찾아가보니 선릉은 왕릉이었고 근처에서 봉은사를 만날 수 있었다. 서울 강남구에 왕릉과 사찰이라니! 처음엔 깜짝 놀랐지만, 조선시대 한성부 밖 동쪽은 경기도 양주, 서쪽은 고양, 남쪽은 양천·시흥(금천)·과천·광주 땅이었음을 알고 나니 이해가 됐다. 도심에 왕릉과 사찰이 있는 게 아니라 경기도 땅이 서울에 편입된 것이었다.

    땅에는 지층처럼 각 시기의 흔적이 남아 있다. 지금은 사라진 옛이야기는 답사와 지도를 통해 재발견할 수 있다. 필자는 이미 저서 ‘옛 지도를 들고 서울을 걷다’를 통해 한양의 옛 모습이 잘 남아 있는 도성 안과 성곽을 소개한 적이 있다. 이에 이은 두 번째 책인 ‘서울, 성 밖을 나서다’에서는 조선시대 한양 도성 밖 지역과 한성부 밖이었으나 현재는 서울특별시가 된 지역을 다뤘다. 도시의 변화는 중심이 아니라 주변부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조선시대에 도성 밖과 경기도였던 지역이 어떻게 서울특별시가 됐는지 살펴봤다.

    필자는 대한민국 인구의 절반이 사는 도시, 서울의 역사적 연원을 지리적으로 파악해보고 싶었다. 서울의 공간적인 확대는 한국사와 궤를 같이하기 때문이다. 1910년 경술국치 이후 1914년에 행정구역이 통폐합되면서 옛 과천은 시흥에 포함됐고, 양주 땅이던 뚝섬 일대는 고양 땅이 됐다. 1936년 시흥군 북면 영등포리 일대가 경성부에 처음 포함됐고, 남한 단독정부 수립 이듬해인 1949년에 중랑천 동쪽이 서울시에 포함됐다. 관악산까지 서울이 넓어진 것은 1963년이었다. 1968년 영동토지구획사업에 의해 강남이 개발되기 시작했고 허허벌판에 경부고속도로가 생겨나고 소가 쟁기를 끌던 압구정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걷기 여행이 유행인 요즘 제주도 올레길이나 지리산 둘레길을 찾기 힘들다면 서울을 걸어보자. 성곽을 따라 걷거나 산과 하천을 따라 답사하다보면 우리가 사는 도시를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면서 자신만의 서울 지도를 그릴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현군 | 지리학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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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부소통 _ 부자학연구학회 지음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外
    부자학연구학회는 ‘부자학(富者學)의 이론화와 존경받는 부자상 정립, 올바르게 부자 되는 방법 확산’ 등을 목표로 설립된 연구 모임. 언론인, 대학 교수 등으로 구성된 이 단체의 회원들이 함께 책을 펴냈다. 부제는 ‘21세기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이다. 동아일보 출판국장을 지낸 소설가 고승철씨의 중편소설 ‘로빈훗’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다양한 논문을 통해 ‘빈부격차, 어떻게 볼 것인가’와 ‘빈부격차, 어떻게 해결한 것인가’라는 두 주제의 답을 제시한다. 한규량 충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의 ‘베이비붐 세대의 부자 노인 되기: 유교적 관점’, 손장권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의 ‘빈부의 소통과 변증법’, 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의 ‘한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이우승 세계일보 기자의 ‘부자와 빈자의 소통 그리고 젊은이’ 등 여러 논의가 담겼다. 미래를 소유한 사람들, 312쪽, 1만3000원

    만리동 고개를 넘어가는 낙타 _ 서광식·서기웅 지음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外
    국무총리실 연설행정관 서광식씨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 다니는 아들 기웅씨와 함께 펴낸 시집. 책 안쪽 표지에는 누가 봐도 공무원 같은 아버지와 머리를 길게 기른 아들이 함께 맥주잔을 기울이는 사진이 실려 있다. ‘평생 시를 쓰며 살고 싶었던’ 아버지는 공무원이 되기 전 여러 신문과 잡지에 글을 쓰며 생계를 꾸렸다. ‘한때 시만 쓰며 살 수 없을까 궁리하던’ 아들은 외국어고 재학 중 자습실에서 몰래 시를 쓰다 예술학교에 진학했다. 그렇게 세대를 이어 같은 꿈을 꾼 부자가 이 시집을 통해 사이좋게 첫걸음을 내디뎠다. ‘길 위에서 아비는 조급하고, 아들은 느긋하다. 그렇게 영영 키가 맞지 않을 아비와 아들이 함께 내딛는 발걸음이 서툴다. 오늘은 엉망으로 취해도 좋겠다’는 서문부터 서광식씨가 쓴 에필로그까지, 시집 전체에 부자의 따뜻한 정이 흐른다. 문학의전당, 120쪽, 8000원

    농업이 문명을 움직인다 _ 요시다 타로 지음, 김석기 옮김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外
    일본 나가노현 공무원인 저자는 현대 농업을 ‘석유로 움직이는 공업’이라고 본다. 종자 생산부터 수확에 이르기까지 농사의 전 과정을 화학비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 생산량이 나날이 주는 현실에서 이런 농업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이 저자의 지적이다. 인류가 지구에서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농경 기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선진국에서는 이미 사라졌지만 개발도상국에서 여전히 행해지는 농법, 화학비료가 탄생하기 전 사용되던 전통농업 기술 중 우리가 반드시 받아들여야 할 것들을 정리했다. 저자는 탈석유화를 달성함으로써 생태 농업을 정착시킨 쿠바, 멕시코의 밀파농법, 아스테카의 치남파스 농법 등에서 미래 인류의 생존을 위한 대안을 찾는다. 번역자는 현직 농부로 (사)전국귀농운동본부 귀농통문 편집위원이다. 들녘, 371쪽, 1만4000원

    저자가 말하는 ‘내 책은…’

    한국음식문화 박물지 _ 황교익 지음, 따비, 288쪽, 1만4000원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外
    나는 한국인이다. 대학을 나왔고, 월급 제법 주는 직장을 오래 다녔으며, 지금은 전문가 대접을 받으며 살고 있다. 한국 내에서의 위치를 보자면 하층계급은 아닐 것이다. 그냥저냥 먹고살 만한 것이다. 그러니 내가 먹어왔고 또 먹고 있는 음식은 보통의 한국인들이 먹어왔고 또 먹고 있는 음식과 별 차이가 없다. 점심으로 김치찌개나 설렁탕을 먹고, 저녁 모임에는 삼겹살이나 가끔 넉넉하게 쇠고기 따위를 굽는다. 그러니 대한민국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내 일상의 음식이 한국음식문화 안에 있다 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한식 세계화 진행 과정을 보면 보통의 삶을 살고 있는 나 같은 부류가 먹는 음식 저 멀리에 그 무엇의 한국음식이 따로 존재하는 듯이 군다. 한식 세계화와 관련해 정부가 내놓은 ‘아름다운 한국음식 100선’의 표지에는 신선로가 올라 있다. 한식 세계화 관련 전시회에 가면 조선 왕의 수라가 메인이고 평소 먹지도 않는 도미찜이니 국화전 같은 것이 비닐에 싸인 채 진열돼 있다. 한식 세계화 논의 자리에서 유명 요리사는 떡볶이 위에 푸아그라(foie gras·살찌운 거위 간)를 올리면 호텔 레스토랑에서 비싸게 팔 수 있다고 강변한다. 접대가 아니면, 그러니까 법인카드로 긁지 않으면 먹기 쉽지 않은 고가의 음식을 두고 한식의 미래가 거기에 있는 듯 떠든다. 보통의 한국인은 한식 세계화라는 이름의 굿이나 볼 뿐이다. 불행하게 돌아올 떡고물도 없다. 그런데도, 참 신기하게도, 그 보통의 한국인은 이 굿판에 열광한다. 애초 정부가 원한 것이 그 정도의 일일 수도 있다. 애국과 애족의 굿판에 넋을 놓는 국민이 그들에게 필요한 것이다.

    음식문화는 음식 그 자체와 그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주체가 아니다. 음식은 먹기 위해 존재하며, 따라서 음식문화의 주체는 그 음식을 먹는 사람이다. 한국음식문화의 주체는 한국인이며, 그 한국인이 일상에서 어떤 음식을 어떻게 먹는지를 관찰하는 것이 한국음식문화를 이해하는 길이다.

    ‘한국음식문화 박물지’는 한국음식문화의 주체를 관찰하고 기록한 것이다. 보통의 한국인이 평소에 먹는 잡다한 음식을 키워드 삼아, 그 음식을 먹는 주체의 마음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했다. 결국 한국음식문화를 한국인의 일상의 문화로 되돌려놓으려는 의도로 집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한국음식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서 시작한다. 한국인이 즐겨 먹는 음식에 대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방식으로 전개했는데, 그 순서대로 읽다보면 ‘한국음식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큰 그림이 머릿속에 그려지게끔 했다. 이 책을 쓰면서 나는 한국음식이란 무엇인가 하는 물음이 한국인은 누구인가 하는 질문으로 옮아가는 지적 확장을 경험했다. “당신이 먹는 음식을 보면 당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는 격언이 허튼소리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독자들도 이 경험을 공유했으면 한다. 일상의 한국음식 안에 한국인의 정체성이 있음을 봤으면 한다. 그리하여 그 일상을 사랑했으면 한다.

    황교익│맛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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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중팔구 암에게 이긴다 _ 박재갑 지음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外
    서울대병원 교수이며 세계대장외과학회 회장인 저자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대장암 분야의 권위자다. 국가 5대 암 검진사업의 토대가 된 ‘암 정복 10개년 계획’의 입안자로, 우리나라 암 연구 및 예방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그는 암을 “십중팔구 이길 수 있는 병”이라고 말한다.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얼마나 살 수 있느냐고 묻지 말고 어떻게 해야 사느냐고 물어라” “건강하게 오래 살려면 유전자의 돌연변이를 막아라” “다른 사람의 기적이 내게도 일어나리라고 믿지 마라” 등 구체적인 지침을 따르는 것이다. 저자는 “진짜 무서운 암은 소리 없이 온다” “암세포 키우지 않으려면 끈질기게 감시하라” “담배만 끊어도 암으로 죽을 확률 30%는 낮춘다” “운동화 신고 빨리 자주 걸어라” 등 풍부한 임상 경험에서 나온 실질적인 조언을 제시한다. 동아일보사, 262쪽, 1만3000원

    밴드 테라피 기적의 10분 0.0069 _ 최익성 지음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外
    저자는 한때 녹색 다이아몬드를 누비던 운동선수였다. 1994년 삼성 라이온즈 유니폼을 입은 뒤 1997년 1번 타자로 타율 2할9푼6리, 33도루를 기록했던 호타준족 외야수 출신. 1999년 한화로 이적한 뒤 2007년 은퇴할 때까지 LG, KIA, 현대, 삼성, SK 등 여러 팀을 거쳐 ‘저니맨(많은 팀을 옮겨 다닌 선수)’이라는 별명으로 불렸다. 그가 2010년 출판사를 설립하고 펴낸 첫 책. 현역시절 밴드 운동으로 큰 효과를 봤던 것에 착안해 현대인이 언제 어디서나 따라할 수 있는 운동법을 소개했다. ‘보여주고 싶은 어깨 만들기’ ‘뱃살 빼기 프로젝트’ 등 신체 부위별로 즉시 효과를 볼 수 있는 운동법을 소개하고, 밴드로 병을 치유하는 밴드 테라피 방법도 공개했다. 저자는 “하루 15분만 투자하면 병원 갈 일이 줄어들고 스스로 자기 몸을 관리할 수 있다”고 말한다. RJ컴퍼니, 272쪽, 1만7800원

    모의유엔 _ 이종현 , 김정태, 노언주, 이슬아 지음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外
    ‘글로벌 리더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부제를 단 책. 국제기구 활동에 관심을 둔 청소년들이 유엔의 기구 구성과 작동 원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소개했다. 공동저자 중 이종현씨는 ‘유엔과국제활동정보센터’ 대표다. 김정태씨는 유엔거버넌스센터에 재직하며 2008년 반기문 사무총장 방한 때 언론담당관을 지낸 바 있다. 이처럼 유엔 관련 기구에서 일하는 저자들이 유엔회의 현장을 시뮬레이션해 보여줌으로써, 독자들이 스스로 유엔의 대표단과 의장, 사무국원의 역할을 맡아 토론과 협상, 결의안 작성 및 결의문 도출 등을 하는 듯 느낄 수 있도록 이끄는 게 장점이다. ‘시나리오를 통해 자신의 색깔을 찾아라’ ‘스마트한 대표단이 되기 위한 기본기’ 등을 소개한 뒤 책의 마지막 부분에는 직접 ‘모의유엔대회’에 참가했던 경험자 12명의 ‘생생체험기’도 공개한다. 하다, 296쪽, 1만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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