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호

프랜차이즈 기업 해외진출 실태

현지화 전략과 상표권 대책이 관건 81개 기업 중 19개 철수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1-10-20 14: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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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랜차이즈 기업 해외진출 실태

    미국 LA에 ‘비비고’매장 (왼쪽), 중국 ‘더 플레이스’의 파리바게뜨(가운데), 미국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올 12월 카페베네 1호점이 문을 연다(오른쪽)

    중국 베이징 대표 명품 쇼핑몰 ‘더 플레이스’. 정면에서 바라보면 1층 정중앙에 위치한 ‘파리바게뜨’가 딱 눈에 띈다. 중국시장에서는 해외 베이커리가 살아남기 어렵다. 프랑스 최대 베이커리 브랜드 ‘폴(PAUL)’과 ‘푸숑(Fauchon)’도 최근 사업을 철수했다. 하지만 이곳 파리바게뜨는 연일 현지 고객들로 붐빈다. 이 점포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중국 드라마, 영화 촬영 장소로 인기가 높아, 파리바게뜨를 보기 위해 ‘더 플레이스’를 찾는 관광객이 있을 정도다.

    미국 LA 웨스트우드 빌리지의 한식 전문점 ‘비비고(Bibigo)’는 ‘줄 안 서면 못 먹는 핫 플레이스’다. 전체 고객 80%는 미국인이고,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돌솥 비빔밥. 데니스 태 점장은 “밥을 비빌 때 돌솥에서 밥이 익는 소리를 좋아하고, 먹는 내내 음식이 따뜻하게 유지된다는 것에도 놀란다”고 말했다.

    ‘한국의 맥도널드를 만들겠다’며 해외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이 늘고 있다. 코트라(KOTRA)는 현재 해외 진출한 한국 프랜차이즈 업체가 900여 곳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특히 초기에는 국내 중소기업이 중국, 미국 등 한인 타운에 점포를 내는 수준이었다면 최근 CJ, SPC, 카페베네 같은 대기업이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벌이며 해외에 진출하고 있다.

    해외에 진출한 프랜차이즈는 외식업이 대부분이다. 7월 초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해외에 진출한 프랜차이즈 중 외식업이 58.3%로 가장 많았고 서비스업(24.8%), 소매업(16.9%)이 뒤를 이었다. 진출 국가는 중국이 64.5%로 가장 많았고 미국(32.3%), 일본(10.4%) 순이었다.

    국내 프랜차이즈 기업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내수시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브랜드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우면 기업 가치가 높아진다. 또한 해외 진출을 통해 신규 투자를 받거나 수익원을 다원화할 수 있으니,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정체된 내수시장, 해외 진출 돌파구

    현재까지 해외에서 가장 큰 성과를 얻은 한국 프랜차이즈는 꼬치구이 전문점 ‘투다리’와 치킨 전문점 ‘BBQ’다. ‘투다리’는 중국 수교 3년차인 1995년 ‘투다리(土大力)’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에 진출했다. ‘해외 진출 프랜차이즈’ 1세대인 투다리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사업을 확장했고 현재 중국에 140여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투다리의 비결은 한 곳에서 식사와 술, 가무를 모두 즐기는 중국인들의 스타일에 맞게 매장 콘셉트를 바꾸고 한국 및 중국의 특성이 드러나는 메뉴를 다양화해 중국 현지 고객을 흡수한 것이다.

    BBQ는 2003년 중국 진출을 시작으로 미국, 터키, 스페인 등 해외 56개국에 진출해 350여 개 가맹점을 냈다. BBQ는 아이들 70%가 신발 없이 다니는 캄보디아 프놈펜에서도 한 달 매출을 1억2000만원 올린다. 스페인, 중국, 일본에서 최초로 한국식 배달 서비스를 제공해 이슈가 됐고, 트랜스지방산이 없는 최상급 기름으로 튀기는 방식으로 건강에 관심이 많은 서양 고객을 사로잡았다.

    첫 점포를 연 뒤 3년 반 만에 스타벅스를 이긴 토종 커피브랜드 카페베네는 올 12월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에 약 660㎡(200평) 규모의 해외 1호점을 열 예정이다. 카페베네는 뉴욕 진출을 위해 500만달러(약 58억원)를 투자했다.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는 “카페베네라는 이름만 빼고 다 바꾸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으로 승부를 건다”며 “뉴욕 한복판에서 성공한 후 2015년까지 베트남, 필리핀, 중국 등 아시아 11개국 주요 도시에 카페베네를 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현지 시장 이해 필수

    하지만 지금까지 해외 진출에 실패한 프랜차이즈도 상당수다. 2008년 말 프랜차이즈산업연구원은 “해외에 진출한 81개 기업 중 19개 기업이 실패해 철수했다”고 밝혔다. 모 대기업 베이커리 브랜드의 경우 중국에 14개 점포를 열었지만 결국 절반이 폐점했다. 상당수 한식 프랜차이즈는 미국 LA나 중국 내 한인 거주 지역에 한인들을 대상으로 영업하고 있다. 김연건 코트라 지식서비스사업팀 과장은 “한 유명 대기업의 경우 해당 국가에 민폐만 끼치고 프랜차이즈 사업을 철수했다는 비판을 받았다”고 전했다.

    대부분은 현지화에 실패해 어려움을 겪는다. 국가별로 입맛, 선호하는 서비스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철저한 시장조사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이를 간과하고 한국식 메뉴, 서비스만 강조하다 해당 국가 고객의 마음을 사지 못하고 쫓겨났다. 중국에 직접 진출했다 철수한 한 외식업체 대표는 “중국 현지에 대한 언어, 문화에 대한 철저한 이해가 없이 중국을 후진국으로만 생각했다 큰코다쳤다”며 후회했다.

    SPC는 중국에서 판매하는 빵 20%는 현지 취향에 맞게 새롭게 개발한다. SPC 해외진출 담당자는 “중국 소비자는 한국 소비자와 달리 기름지고 내용물이 풍부한 조리빵을 좋아하고 딸기, 망고, 초코 등이 가미된 빵을 좋아한다”고 전했다.

    해외에 진출한 프랜차이즈 업체 대다수가 원료를 수입해 써 자체 물류가 없는 것도 한계다. 해외 진출 프랜차이즈의 수입원은 크게 ‘로열티’와 ‘재료 수출로 인한 차익’ 두 가지다. 그런데 원자재를 자체 제작하지 않는 기업은 점포를 열 때 받는 ‘오픈 매출’ 말고는 이익을 낼 수 없다. 한 프랜차이즈 전문가는 “국내에서 잘나가던 프랜차이즈가 해외에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카페베네 역시 자체 물류가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에 진출하면 해외에서도 한국에서와 같이 ‘문어발식 확장’으로 이익을 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해외 법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우종필 세종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스페인에서 인테리어 공사나 보수공사를 할 때 못 하나, 문고리 하나 바꿔 달아도 그때마다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런 제약 때문에 한 한국 기업은 미국 진출 후 계약기간 1년 동안 아무것도 못하고 쫓겨났다”고 전했다. 카페베네 역시 뉴욕 1호점을 5월에 열려고 계획했으나 인테리어 과정에서 뉴욕시청의 허가가 더디게 떨어져 12월까지 미뤄졌다. 우 교수는 “이런 상황을 모른 채 한국식으로 밀어붙였다가는 법적 분쟁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현지 법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경고했다.

    해외 진출 프랜차이즈의 발목을 잡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상표권 분쟁이다. 대부분의 나라가 상표권을 먼저 등록한 사람의 권리를 인정해주는 ‘선(先) 등록주의’ 체계다. 스타벅스가 중국에 진출할 때 중국 정부에 이미 상표가 등록돼 있어, 중국 상표권자에게 돈을 주고 상표권을 되찾았다. 한국에 월마트가 들어올 때 역시 같은 이유로 월마트 한국 진출이 1년가량 늦어졌다.

    상표권 선등록주의 때문에 피해 막심

    요거트전문점 ‘요거베리’를 만든 김진석 후스타일 대표는 “현재 브라질 등 3개 나라에 ‘요거베리’ 상표가 먼저 등록돼있어 상표권 분쟁 중이다. 대부분 현지 교포나 경쟁사가 먼저 등록한 경우로, 소송하는 데 8만달러 이상이 든다”고 전했다. 한 나라에 상표를 등록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은 5000달러 정도. 상표권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나라에 등록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김 대표는 “일단 진출 가능성이 있는 나라 위주로 상표권을 등록하고 있지만 부담스럽다. 코트라나 정부가 국내 프랜차이즈 상표권을 보호하는 협약을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연건 코트라 과장은 “지적재산권 도용 사례를 수집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답변했다.

    ‘요거베리’ 만든 후스타일 김진석 대표

    “물류 확보하고 나만의 무기 갖춰야 성공한다”


    프랜차이즈 기업 해외진출 실태
    ‘요거베리.’ 코트라에 ‘해외에 진출한 한국 프랜차이즈 중 가장 잘하고 있는 곳을 추천해달라’고 부탁했더니 김연건 과장은 망설임 없이 이 브랜드를 소개했다. 요거트 전문 브랜드 요거베리는 한국에는 점포가 30곳 있는 중소 프랜차이즈로 대부분의 독자는 생소할 것이다. 하지만 2004년 한국 요거베리 1호점 개점과 동시에 해외에 진출해 현재 미국, UAE, 브라질, 말레이시아 등 11개 국가에 92개 점포를 열었다. 10월 7일 요거베리를 만든 김진석 후스타일 대표와 만나 해외 진출 성공 비결에 대해 들었다.

    2004년경 한국에는 ‘요거트 붐’이 일며 레드망고, 아이스베리, 요거프레소 등 20여 개 브랜드가 생겼다. 하지만 현재까지 남아있는 요거트 브랜드는 손에 꼽을 정도다. 김 대표는 “한국 소비자는 트렌드에 민감하기 때문에 같은 아이템으로 3년 이상 인기를 끌기 힘들다. 해외에 진출하거나 다른 아이템을 모색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전했다.

    경쟁사는 대부분 이탈리아에서 수입한 요거트 원료를 이용했지만 김 대표는 국산 원료 개발부터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레드망고보다 1호점 개점이 늦어져 국내 시장 초기 선점에는 실패했지만 전 재료를 자체 개발해 엄청난 비용 절감 효과를 냈다. 2005년에는 세계 최초로 당뇨환자도 먹을 수 있는 설탕인 결정과당(fruit sugar)을 사용한 요거트를 개발했다. 그는 “요거베리는 자체 개발한 원재료를 기존 제품의 반값에 납품하기 때문에 파트너 만족도도 높고 원재료 판매를 통해 마진을 얻기 때문에 수익구조도 다양하다”고 밝혔다.

    그는 해외 진출을 앞둔 프랜차이즈들에 대해 자신만의 무기를 가지라고 충고한다. 남과 같은 상품을 팔면서 목이 좋은 곳에 크게 점포를 내는 것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는 것. 김 대표는 “다른 나라 제품과 같은 피자, 치킨, 커피를 판다면 굳이 한국 브랜드를 찾을 이유가 없다. 해외에서 성공하려면 ‘세계 최초 냉장피자’‘먹으면 살 빠지는 치킨’처럼 새로운 아이템을 내놓아야 한다”며 “특히 미국 소비자는 건강에 민감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스토리는 본사에서 파트너에게 상표 사용권을 주고 로열티를 받는 마스터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해외에 진출했다. 그는 “몇몇 한국 업체의 경우 해외에 진출한다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고 로열티도 받지 않은 채 현지 교포에게 권리를 넘겨준다”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히 검증해 우리 브랜드를 키워줄 수 있는 파트너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는 두바이에 점포 내는 거나 부산 광복동에 점포 내는 거나 크게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글로벌 시장 진출을 너무 크게 생각하고 스스로 ‘을’의 입장이 되면 안 됩니다. 저희는 파트너 계약을 할 때도 ‘1년 안에 점포 2개, 2년 이후 점포 3개씩 열어라’라고 구체적으로 요구합니다. 만약 그만큼 매장을 못 만들면 돈으로 배상을 받고요. 정도(正道) 경영으로 10년 안에 세계 100대 프랜차이즈가 되는 게 요거베리의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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