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호

현대자동차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 시장점유율 8% 진입

  • 윤필립 시인, 호주전문 저널리스트

    입력2011-10-26 11: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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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

    현대식으로 단장한 현대자동차 호주법인 휴게실.

    지난 몇 년 동안 현대자동차가 호주에서 이룩한 성과가 눈부시다. 그런데 현대자동차의 선전이 왜 대한민국 국운 상승과 오버랩되는 걸까? 간단히 말하면 지난 4반세기 동안 현대자동차가 호주에서 대한민국의 대표상품이었기 때문이다.

    시드니에서 23년간 이민 생활을 한 어느 동포의 일화다. 그는 23년 동안 모국 사랑의 연장선상에서 계속 현대자동차를 이용해왔다. 그럼에도 그는 다른 자동차를 이용해보지 못한 것을 가끔 후회했다. 그러다 몇 년 전 아들이 혼다자동차를 구입한 뒤 후회하는 것을 보고 현대차에 다시 충성심을 발휘하기로 결심했다. 지금은 아내와 함께 그랜저를 타고 다니는데, 그 디자인과 우수한 성능에 만족하고 있다.

    이와 비슷한 얘기를 호주 현지인 딜러에게서 들었다. 시드니 ‘배리 스미스 현대(Barry Smith Hyundai)’ 딜러의 글렌 케나웨이 매니저의 말이다.

    “나는 최고 품질의 자동차를 판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자동차를 한 대라도 더 팔겠다는 욕심으로 상술을 동원하는 것과 최고의 제품을 고객에게 권하면서 느끼는 뿌듯한 마음은 크게 다르다. 자동차 딜러 입장에서 판매하는 자동차에 대한 자부심과 신뢰감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다.”

    9월11일 호주 최고 인기 스포츠인 럭비 리그 준결승이 벌어진 시드니풋볼그라운드에서도 비슷한 반응을 확인했다. 현대자동차가 후원하는 ‘웨스트 타이거’ 팀의 응원단이 경기 시작 전에 현대자동차 로고를 만드는 모습이 눈에 띄어서 그 이유를 물어보았다. 중간 그룹에 있던 웨인 트레버(32)가 큰 목소리로 “현대자동차 최고다. 타보면 안다”고 대답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였다.



    이런 일도 있었다. 10월3일 오후, ‘맨리 재즈페스티벌’ 행사장으로 향하던 한인동포 정창기(70·시드니 오틀랜즈 거주)씨가 동행자들에게 자신의 체험을 털어놓았다.

    “집에 벤츠 자동차가 두 대 있었다. 두 대 모두 고장이 잦아서 현대 그랜저로 바꾸었더니 주변에서 사업이 잘 안 되느냐고 물었다. 자동차가 벤츠에서 현대로 바뀌니 사람들이 그런 의문을 가진 것이다. 그래서 그랜저가 벤츠보다 훨씬 좋다고 대답했다. 진심이다.”

    세단 고객만족도 1위

    2011년 들어 현대자동차와 관련해 좋은 뉴스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그중에서 몇 가지만 소개한다.

    1) 9월1일 호주 리서치 전문회사 캐넥스가 최근 3년 안에 자동차를 구입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1년‘캔스타’조사 결과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6개 부문 가운데 세단 고객만족도 부문 및 최고 매입가치 부문에서 각각 1위를 획득했다.

    2) 소형승용차 i30의 인기몰이 뉴스도 있다. 지난 4월, 호주연방자동차산업회의소(FCAI)는 미디어릴리스를 통해 2007년 9월 시판 이후 지난 2월까지 소형차 i30가 6만3392대가 팔렸다고 발표했다. 연도별로는 2008년 1만201대, 2009년 2만1414대, 지난해 2만9772대로 소형차 부문 시장점유율 4위를 기록했다.

    3) ‘2007년 올해의 차(2007 Car of the Year)’로 선정된 i30는 ‘호주 최고 자동차 상(Australian Best Car Award)’을 3년 연속(2008~10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화려한 수상기록과 평균 10% 이상 판매 증가율을 감안하면 i30 선풍이 얼마나 세게 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4) 현대자동차는 호주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기업 중 하나다. 호주사람들이 워낙 ‘바깥 활동을 좋아하는 사람(outdoor people)’이어서 스포츠 부문은 광고효과가 아주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현대차가 후원하는 AFL(오지룰) 칼튼 풋볼 팀(멜버른 소재)과 NRL(럭비리그) 웨스트 타이거스 팀(시드니 소재)이 각각 결승리그에 진출해서 광고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호주의 국민스포츠인 럭비는 크게 3종류로 나뉘는데, AFL과 NRL은 결승전에 10만명의 관중이 입장하는 최고의 인기 종목이다. 오죽하면 “호주사람은 럭비의 럭 자만 들려도 자다가 깨어난다”는 말이 있을까. 더욱이 두 팀이 호주의 양대 도시인 시드니와 멜버른에 연고지를 두고 있어서 결승리그 기간 내내 경기장과 TV 화면에 현대 로고가 계속 등장했다.

    신사옥 짓자 바로 앞에 전철역 들어서

    현대자동차

    이인철 현대차 호주법인장(가운데)이 암연구센터를 지원하기 위한 블루 셉템버 캠페인에 참가했다.

    호주 5대 총독이던 매쿼리 총독(Governor Macquarie)은 한국의 세종대왕과 비슷한 이미지를 지녔다. 그런 연유로 매쿼리라는 이름이 붙은 도로와 동네가 아주 많다. 시드니 서북부에 위치한 산업단지 매쿼리 파크도 그중의 하나다. 바로 그 입구에 현대자동차 호주법인이 있다.

    9월20일 오전 현대자동차 호주법인을 방문해 이인철 법인장과 노승욱 마케팅 담당 부장을 만났다. 2008년 10월에 완공된 신사옥 2개 동은 산뜻한 느낌을 주었다. 1층 전시실에는 최근 호주시장에 출시된 엘란트라와 액센트가 방문객들의 눈길을 끌고 있었다.

    ▼ 신사옥 바로 앞에 전철역이 있고, 차량통행이 많은 곳이라 홍보효과도 적잖을 것 같다. 이곳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2006년 정몽구 회장이 호주를 방문하기 전에는 홈부시 지역의 한 빌딩에 현대차 호주법인이 세 들어 있었다. 그런데 정 회장이 방문해서 자동차 판매량도 늘리고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위상도 제고하기 위해서 사옥을 지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래서 부지를 매입해 2007년 1월에 착공했고, 2008년 10월에 완공했다. 사옥 부지를 매입할 당시는 전철역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당시 현대자동차의 시장점유율이 4~5% 정도였는데 현재 8% 이상을 기록하는 중이고, 머지않아 10%대를 기대하고 있다. 정 회장의 선견지명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이인철 법인장)

    ▼ 2011년 ‘캔스타 조사’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는데….

    “캔스타의 이번 조사 결과는 현대차가 품질 및 가치에서 호주 고객들로부터 인정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대차와 현대차 딜러들이 고객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 기쁘다.”(이 법인장)

    ▼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i30의 저력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

    “출시 당시 호주 도로 여건을 감안해 핸들링 등을 조정했다. 이 덕분에 해치백 스타일을 선호하는 호주 소비자가 i30에 높은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i30가 호주 차량안전도 측정기관 ANCAP 테스트에서 최고 안전수준인 5스타를 획득함에 따라 소비자 사이에 안전한 차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도 판매 증가의 한 요인이라고 본다.”(노승욱 부장)

    ▼ 현대자동차 호주법인이 최근에 진행한 ‘블루 셉템버(Blue September)’ 캠페인이 화제다.

    “블루 셉템버 캠페인이란 호주암연구재단과 호주 직장암협회(Bowel Cancer Australia) 두 단체가 성인 남성의 암 발병 위험성에 대한 인식을 고취하기 위해 기금 모금 행사 등을 통해 펼치는 구호활동이다. 현대자동차 호주법인은 사회공헌활동 중 하나로 2009년부터 동참했다.”

    지원 내용은 현대자동차 블루 액센트 해치 1대를 이벤트 경품으로 제공해 두 달 동안 누구든지 캠페인 웹사이트를 통해 5달러씩만 기부하면 자동으로 경품 행사 응모와 연결되게 했다. 현대차는 또 지난 8월19~21일에는 ‘3 Day Sale’을 실시해 판매 차 한 대당 100달러씩을 자동 기부하도록 만들어 10만달러를 블루 셉템버 단체에 기부했다.

    호주 도로 여건에 맞게 핸들링

    호주는 다민족, 다문화 국가답게 전 세계의 자동차가 수입된다. 도로 위를 달리는 다양한 자동차를 보면 자동차 만국박람회를 방불케 한다. 그러나 한국 자동차의 호주 진출 역사는 그다지 길지 않다. 23년 전에 호주대륙에 최초로 상륙한 한국산 자동차는 현대자동차의 엑셀이다.

    이후 현대자동차는 여러 가지 역사를 써왔다. 그 시기를 구분해보면 1986년부터 시작된 대리점 체제, 2003년에 출범한 호주법인의 기초 수립 단계, 그리고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판매 증대 및 브랜드 이미지 확립 단계다.

    현대자동차

    이인철 현대차 호주법인장.

    1) 대리점 체제(1986~2002) : 호주 현지인과 대리점 계약을 하고 본사에서 대리점으로 수출하는 방식이었다. 수입자인 호주 대리점(HAD)이 호주 내 판매를 전담하는 형태여서 중장기적인 판매 비전 없이 단기적 판매 수량 늘리기에 급급했다. 당시의 주요 차종은 엑셀, 엘란트라, 소나타, S쿠페 등이었는데,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는 실패했던 시기다.

    2) 법인 출범 및 기초 수립 단계(2003~2007) :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자본금 1000만달러를 출자해 호주 판매법인을 설립했다. 그런 다음 중장기 판매 확대 및 브랜드 이미지 확립을 위해 그동안 운영되던 대리점을 인수해 법인화했다. 그뿐 아니라 대리점 체제하에 형성된 현대자동차 브랜드 이미지 쇄신을 위해 딜러 개선, 스포츠 마케팅 확대 등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했다. 그 당시의 주요 차종은 액센트, 겟츠, 엘란트라, 소나타 등이었다.

    3) 판매 증대 및 브랜드 이미지 확립 단계(2008~) : 정몽구 회장의 구상을 바탕으로 신사옥 건립을 추진해 2008년 10월에 완공했다. 신사옥 입주와 때를 같이해 호주 도로 사정과 소비자 기호에 알맞은 상품을 구성해 본격적인 판매 확대기에 접어들었다. 특히 이 기간에 현대자동차의 호주 판매순위가 계속 상승했고 각종 상을 수상하는 전성기를 맞았다. 이 기간의 주요 차종은 i20, i30, i45, ix35, 산타페 등이다.

    4) 호주법인의 향후 판매 전략(2011~) : 향후 판매 전략을 크게 두 가지로 잡고 있다. ‘성공적인 신차 론칭’과 ‘판촉 마케팅 활동 강화’다. 특히 차종별 판매 포인트 차별화로 신규 판매를 촉진할 계획이다. 엘란트라(7월)와 액센트(8월)의 론칭을 계기로 세단형 시장을 집중 공략할 예정이다. 아울러 i40를 가솔린 차량인 소나타와 차별화해 유럽형 스타일링 및 디젤/왜건형을 강조할 예정이다.

    판촉 마케팅 활동 강화 측면에서는 모터쇼, 럭비 월드컵, AFL/럭비/축구 종목의 스폰서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신차 발표회와 연계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 또 신규 론칭 차량들이 ANCAP에서 ‘5스타’를 획득하고 호주 최고차(Australia Best Car) 상을 수상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FTA에 대한 기대감

    현대차 호주법인이 ‘호주 자동차 시장 고객 만족도 1위’를 달성하기 위해 추진하는 딜러 개선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서 시드니 서북부의 ‘배리 스미스 현대’ 딜러숍을 찾아갔다. 주변에 여러 브랜드의 자동차 딜러들이 있었지만 새롭게 단장한 덕분인지 현대 로고가 한눈에 들어왔다.

    고객을 맞느라 분주하게 움직이는 글렌 케나웨이 매니저를 먼발치에서 기다렸다가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가 명함을 건네주면서 “배리 스미스가 내년에 현대 딜러를 맡은 지 20주년을 맞는다. 때맞춰 쇼룸과 야드 등을 새롭게 단장했는데 느낌이 어떠냐?”고 물었다. 엄지를 세워 보이며 “아주 멋지다”고 말했더니 묻기도 전에 현대자동차 자랑을 한참동안 이어갔다.

    “이렇게 스타일리시하고 성능이 좋은 차를 팔 수 있어서 행복하다. 홀든자동차(호주GM) 딜러십을 갖고 있다가 1992년에 현대 딜러십을 획득했는데 당시의 사정은 지금하고 달랐다. 지금은 어느 브랜드와 비교해도 현대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이 지역은 중산층이 사는 지역인데 현대자동차에 대한 만족도와 친밀감이 아주 높다. 최근의 인기몰이 차종은 iX35와 i30이다. 또한 엘란트라 세단과 해치백도 인기가 높다. 아쉽게도 아직까지 현대자동차 본사를 방문하지 못했는데 기회가 주어지면 꼭 방문하고 싶다.”

    최근 들어 거리에서 눈에 띄는 신차 중에서 현대자동차 비율이 아주 높다. 20년 전만해도 현대자동차를 목격하면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그 사실을 전했던 기억이 새롭다. 그 어떤 나라보다 경쟁이 심한 것으로 알려진 호주에서 이렇게 많은 현대자동차가 호주대륙을 달린다는 사실이 가끔 꿈처럼 느껴진다. 한-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마무리되면 현대자동차가 더욱 선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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