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호

김진수 시드니 총영사

“문화·인적 교류 늘려 정서적 유대 강화하겠다”

  • 윤필립 시인, 호주전문 저널리스트

    입력2011-10-26 1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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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수 시드니 총영사

    김진수 시드니 총영사.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건너편에 고풍스러운 동네 록스(The Rocks)가 있다. 바위에 세워진 동네라 그런 이름이 붙었다. 1788년 1월26일 백인들이 들어와서 만든 첫 동네다. 그런 연유로 록스에 있는 모든 것은 호주에서 가장 오래됐다. 가장 오래된 우체국·경찰서·호텔·은행·선술집도 다 록스에 있다. 오늘의 시드니는 결국 록스가 확장돼 만들어진 것이다.

    대한민국과 호주가 외교적으로 첫 인연을 맺은 도시가 시드니다. 1953년 3월25일 김훈 초대 총영사가 시드니에 도착해서 공관을 개설했다. 당시 외무부 공식문서에 따르면 공관 인원은 두 명이었다. 김훈 총영사와 오길영 영사. 58년 전의 일이다.

    1961년 10월31일 마침내 대한민국과 호주가 외교관계를 수립했다. 그동안 10월30일로 알려졌던 정확한 한호 수교 날짜는 10월31일이다. 시드니총영사관에 보관 중인 외무부 공문에서 확인된 내용이다. 결국 2011년 10월31일이 한호 수교 50주년 기념일인 셈이다.



    수교 50주년 맞아 한국문화원 개원



    김진수 시드니 총영사

    시드니라는 도시가 시작된 록스 지역의 시장.

    대한민국 외교부는 총영사관을 대사관으로 승격시키면서 총영사관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두 나라 사이에 특별한 현안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교역량도 미미했고 호주에 거주하는 한국인의 숫자도 수백 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1962년 2월16일 이동환 대사가 부임하면서 주(駐)호주 대한민국 대사관의 업무가 시작됐다. 대사관이 캔버라로 이전한 1966년 2월까지 만 4년 동안 시드니에 대사관이 설치된 셈이다. 주재국의 수도에 대사관을 설치하는 국제관례에 어긋난 조치였는데 당시 여러 나라가 시드니에 대사관을 설치했다. 캔버라가 워낙 외진 곳이었기 때문이다.

    최근에 조태용 대사가 17번째 대한민국 대사로 부임했다. 당초 조 대사를 인터뷰할 예정이었으나 업무파악 중이었고, 한호 외교관계 수립 당시 대사관이 시드니에 소재했다는 점을 감안해 김진수 총영사를 만나 한호 수교 50년 역사를 개괄적으로 살펴보았다. 다음은 김 총영사와의 일문일답이다.

    ▼ 1961년 10월31일 한국-호주 두 나라가 외교 각서를 교환하면서 정식 외교관계가 시작됐습니다. 한호 수교 50주년을 맞아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소회를 듣고 싶습니다.

    “때마침 제가 재임하는 기간에 한국과 호주가 수교를 맺은 지 50년이 되어 감회가 깊습니다. 한국과 호주는 혈맹관계를 이어온 우방국으로서 수교 이래 반세기 동안 정치, 경제, 지역 안보 분야에서 긴밀한 관계를 구축해왔습니다. 수교 50주년을 맞는 2011년에는 시드니 한국문화원이 설립됨으로써 문화·인적 교류가 더욱 증대돼 양국 간 정서적 유대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진수 시드니 총영사

    시드니에 총영사관을 설치한다는 내용이 담긴 당시 외무부 공문.

    ▼ 50년 전 시드니에 한국대사관이 설치됐습니다. 당시 상황에 대해서 아시는 바가 있는지요?

    “실제 주시드니 총영사관은 6·25전쟁 직후인 1953년에 설치됐기 때문에 역사가 무척 오랜 공관입니다. 당시 기록을 보면 재외공관을 10개 처에 설치했는데, 그 다음으로 6·25전쟁을 통해 물심양면으로 원조해온 우방 호주의 제1 경제도시인 시드니에 총영사관을 설치하기로 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초대 총영사는 김훈인데 이분은 상공부 장관을 지낸 뒤 대한석탄공사 총재로 있다가 시드니로 오게 됐습니다.

    총영사관은 양국 국교수립을 계기로 대사관으로 승격되었다가 1966년 2월 캔버라로 이전하게 됩니다. 이 때문에 주시드니 공관은 잠시 문을 닫았지만 경제·동포업무 등 측면에서 시드니의 중요성을 감안해 1970년 6월 총영사관이 재설치됩니다.”

    ‘무슨 방법이든지 한국을 똑바로 소개하고자…’

    ▼ 50년 전에는 한국의 국력이 약했고 양국 간의 현안도 많지 않았을 것으로 여겨지는데 실제적인 현실은 어땠는지요?

    “당시 양국 관계는 지금처럼 정치·경제·문화·인적교류 등 여러 방면에서 규모가 크거나 활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로 정치적 동맹 관계의 확인이 가장 중요한 현안이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때 문서를 보면 ‘호주 인구 950만명에게 무슨 방법이든지 한국을 똑바로 소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나와 있는데 이는 자유민주 진영의 우방으로서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하는 노력이었다고 생각됩니다.”

    ▼ 서방국가 중에서 드물게 호주에는 북한대사관이 존재했습니다. 북한대사관에 얽힌 얘기를 들으신 적이 있는지요.

    “호주는 1974년 7월 북한과 수교에 합의했으나 이듬해 10월 외교관계를 동결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2000년 5월 수교 재개에 합의했습니다. 이에 따라 북한은 2002년 5월 수도 캔버라에 대사관을 개설했으나 경제난으로 인해 공관 운영 자금을 감당할 수 없어 2008년 2월 대사관을 철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이 캔버라 주재 대사관을 철수한 배경에 대해 2003년 4월에 발생한 ‘마약운반선 봉수호 억류사건’ 이후 호주 당국의 북한대사관에 대한 감시와 통제가 엄격해져 정상적인 공관 활동이 어려졌기 때문이라는 설도 있으나 기본적으로 북한의 경제적 어려움 때문이라고 보입니다.

    현재 북한대사관이 철수했음에도 주한 호주대사가 주북한 대사를 겸임, 수시로 북한을 방문하면서 북한과의 외교활동을 수행하고 있어 북한 문제에 대한 호주의 관심은 계속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 한국대사관이 캔버라로 이주한 이후에 생긴 변화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1966년 대사관이 캔버라로 이전한 이후 외교업무가 본격화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시드니에는 교민의 대부분과 우리 기업 지사의 대다수가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총영사관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1970년에 다시 설치됩니다.”

    한인동포와 호주 지·상사 지원

    ▼ 주호주대사관과 주시드니총영사관의 업무는 어떻게 다른가요?

    “대사관은 호주 연방정부를 상대로 한국을 대표합니다. 연방정부 외에 주정부로는 ACT, 빅토리아, 남호주, 서호주, 타스마니아를 관할하고 있습니다. 총영사관은 주로 우리 동포가 제일 많이 거주하는 시드니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주시드니총영사관은 NSW, 퀸즐랜드, 노던테리토리를 관할하고, 지역정부(Council)와의 자매교류 등도 담당합니다. 또 시드니 지역은 우리 동포와 기업이 많이 있기 때문에 이들을 지원하는 업무가 많은 편입니다. 대사관과 총영사관 모두 관할지역 내에서 민원, 재외국민 보호, 동포 업무 등과 같은 공관의 기본업무를 수행합니다.”

    ▼ 시드니총영사관에 파견된 기관은 얼마나 됩니까?

    “외교통상부에서 파견한 전문 외교관들이 주축을 이루는 가운데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교육과학기술부, 경찰청 등의 관련기관에서 주재관들이 나와 있습니다.”

    ▼ 호주에 진출한 주요 기업의 지·상사들과 어떤 내용의 업무협조를 하나요?

    “시드니에 주재하는 약 30개의 우리 기업 지·상사가 지·상사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여기는 광업, 자동차, 전자, 금융 등 다양한 업종이 망라돼 있습니다. 총영사관은 지·상사협의회와 함께 매분기 경제수출통상투자진흥회의를 개최해 정부와 기업이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발굴하고 후속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 한인동포사회도 50년 역사를 막 넘어섰습니다.

    김진수 시드니 총영사

    중심가에 있는 시드니 타운홀.

    “한국과 호주의 첫 만남은 120여 년 전 조지프 헨리 데이비스 목사의 선교활동으로 시작되었으며, 호주 한인 50년사는 1957년에 한국인이 처음으로 호주시민권을 취득했다는 기록으로 시작합니다. 1970년대 월남전 종전에 따른 파월(派越)기술자 및 현역제대 취업자들과 기술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한인동포사회가 발전을 거듭해왔고 현재는 동포가 13만여 명에 달하게 되었습니다.

    한인동포사회는 지난 반세기 동안 그야말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이민 1세대들이 열심히 일해서 1.5세대와 2세대를 교육해 차세대 중 상당수가 변호사, 의사, 회계사, 교수 등 전문직과 공직을 맡아 호주 주류사회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한호 우정의 해

    ▼ 2011년에 총영사관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업무는?

    “2011년은 ‘한호 수교 50주년’이고 양국 정부가‘우정의 해’로 지정한 의미 있는 해입니다. 총영사관에서는 주정부(State) 중심의 정무활동 강화 및 지방정부 간 교류협력의 지원을 통한 한호 우호협력 기반을 강화하고, 한국문화원 개원 및 각종 문화행사 개최를 통해 소프트 외교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 기업체의 경제활동 지원 및 교민사회의 화합과 민원서비스의 현장 대응력을 강화해 교민사회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 한인동포의 숙원사업이던 한국문화원이 수교 50주년에 맞춰 개원했는데요.

    “문화원의 비전은 문화교류를 통한 한호 간 정서적 유대 증진입니다. 쉽게 말하면 문화로 서로 친해지자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을 일방적으로 알리기보다는 양 국민이 쌍방향으로 교류하며 종국에는 호주의 다양성에 기여하는 문화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 한호 수교 50주년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시드니 지역에서 열리고 있습니다.

    “4월 한국문화원 개원식과 한호 우정의 해 개막공연, 5월 오늘의 한국미술 전시회, 6월 국립현대미술관과 호주 MCA(Museum of Contemporary Arts)의 공동전시회 등이 있었습니다. 이후 7월에는 시드니대-숙명여대 미대 공동전시회가 열렸습니다. 8월과 9월에는 시드니와 멜버른에서 한국영화제가 열렸고, 11월에는 최정상의 아이돌그룹 등 한류 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K-팝(pop) 공연도 열릴 예정입니다. 10월 개천절 국경일을 전후해 한국주간(Korea Week)을 선포하고 한인사회와 호주 정부(주정부, 지방정부)의 협력을 바탕으로 태극기 달기, 한국의 날 행사, 국경일 기념식, 한국금속공예전, 시드니 한인회의 한국의 날 행사 등이 펼쳐졌습니다. 특히 이번 국경일 기념식은 10·27 파워하우스 박물관에서 한국금속공예전 개막식과 같이 개최됐습니다.”



    미들파워 국가의 리더 한국과 호주

    지난 50년 동안 이어온 한국과 호주의 다양한 교류를 통해서 우정은 깊어질 대로 깊어졌다. 또한 두 나라는 6·25전쟁 참전 및 1961년 수교 이래 민주주의, 시장경제, 인권 등의 공동 가치를 토대로 정치, 외교, 경제 등 제반 분야에서 실질적이고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00년대 들어 한국과 호주는 중견국가(Middle Power)를 이끄는 ‘쌍두마차’의 역할을 맡고 있다. 특히 아태지역의 평화와 안전이 21세기 국제사회에서 아주 중요하다는 공통인식을 갖고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양국 정상의 빈번한 교차 방문도 그 때문이다. 한국 시각에서 보면 호주는 주요 수출시장이면서 안정적인 자원 공급 국가이고, 호주 또한 한국이 4대 교역 상대국이어서 두 나라 모두 중요한 협력 파트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과 줄리아 길라드 총리는 자연과 환경 보존 차원에서 신재생에너지 등 녹색산업을 육성하고 서로 협력해나가겠다고 천명해 녹색성장 분야에서도 국제협력의 토대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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