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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부록 | 한호 수교 50주년 - 호주의 재발견

호주의 매력

다문화가 공존하는 기회의 나라

  • 김명균 한호재단 사무총장·포스코 상무

호주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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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호주의 넘어 다문화로

오랜 기간 한국의 중·고교 교과서에 호주가 등장할 때 ‘백호주의’라는 문구가 따라붙었다. 그만큼 호주에서 아시아인은 오랫동안 환대받지 못하던 이방인이었다. 70년 넘게 지속되었던 백호주의는 국가 경쟁력을 약화시킨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1973년 이민 제한 정책 폐기로 사라졌다. 호주가 다문화 국가로 자리 잡기 시작한 지 이제 40여 년이 돼가는 셈이다.

이민자의 비중을 보면 다문화 국가로 성장한 호주를 확인할 수 있다. 호주 인구는 세계 50위권이다. 러시아, 캐나다, 미국, 중국, 브라질에 이어 세계 6위의 영토 대국임을 고려할 때 이는 아주 적은 숫자다. 2300만 인구 가운데 이민자 숫자가 590만명에 달하니 호주인 7명 가운데 2명이 이민자인 셈이다.

호주에서 공존하는 언어와 종교의 다양성 또한 호주가 다문화 국가라는 것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현재 호주에는 60개 이상의 토착민 언어가 여전히 사용되고 있고, 호주의 각 지역에서 쓰이는 비영어 언어는 200개가 넘는다. 그중 가장 많이 사용되는 6개 언어는 이탈리아어, 그리스어, 아랍어, 광둥어, 중국어, 베트남어다. 또한 종교는 기독교의 여러 분파를 포함해 불교, 힌두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다양하다.

지구촌 사회의 대두 및 문화적 다양성이 중요하게 자리 잡으면서 호주에서도 다양한 문화를 포용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국가적인 차원에서 매년 3월21일 전후로 개최되는 ‘하모니데이’가 하나의 예다. 호주 연방정부는 이민 시민권부(DIAC·Department of Immigration and Citizenship)의 주관으로 하모니데이를 통해 존경, 공평성, 만인을 위한 소속감을 고취해 문화, 인종, 종교적 관용을 증진하는 사업과 행사를 전개하고 있다. 하모니데이는 서로 다른 민족들이 함께 어우러져 고유의 문화를 이해하고 공유하는 뜻 깊은 날이다. 이날 호주 원주민들을 비롯해 다양한 민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 나라의 전통 문화행사를 체험할 수 있는 갈라 콘서트가 열린다. 다문화 민족들은 이런 행사를 통해 민족적, 문화적 정체성을 인정받을 수 있고,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존중할 수 있게 된다. 호주는 이렇게 기존 사회로의 일방적인 흡수가 아닌 다양한 인종과 종교의 조화를 추구하며 이제 다문화 사회의 초입부에 접어든 한국에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호주는 분명 한국이 부러워할 만한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영어권 국가이고 풍부한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광물자원 개발 능력도 갖췄다. 호주는 세계 최대 석탄 공급국이며, 세계 제2대 우라늄 수출국, 그리고 세계 제5대 천연액화가스(LNG) 공급국이다. 천연가스와 갈탄 등은 100년 이상 지속될 만한 자원량을 보유하고 있다.

예컨대 ‘국민 철강기업’인 포스코가 지금과 같은 성공을 이룰 수 있었던 배경에는 창사 이래 40년간 지속된 호주와의 협력이 있다. 포스코는 매년 호주로부터 철강 원료인 철광석과 유연탄을 수입하는데 2010년 기준 철광석 전체 수입량의 71%, 석탄 전체 수입량의 54%를 의존하고 있으며 그 액수는 무려 60억달러에 달한다. 포스코는 단일 기업으로서는 호주의 최대 구매자다.

호주는 자원이 풍부한 국가인 만큼 자원공학 분야의 교육 프로그램 역시 다양하고 선진적이다. 지난 9월15일 서울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한-서호주 에너지 자원 전문 인력 양성 교육 포럼’에 참여한 엘리자베스 컨스타블(Elizabeth Constable) 서호주 교육부 장관은 양국이 교육 분야에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강화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고, 한국 자원개발 인력들이 호주의 선진 교육 프로그램을 이용하도록 적극 추천했다. 한국의 자원 분야 고급 인력에게 호주는 더없이 좋은 기회의 땅이 될 것이다.

일과 삶의 균형 중시

호주가 살기 좋은 나라인 이유는 비단 아름다운 자연 환경에 있는 것만은 아니다. 사회 제도가 잘 갖춰져 있고, 이 제도를 잘 활용해 호주 국민의 삶도 그만큼 윤택하다. 이는 한호재단 인턴십에 참여했던 학생 대부분이 느낀 점이다. 학생들은 호주에서 상점들이 일찍 문을 닫는 바람에 불편함을 겪었다고 했다. 이는 호주인들이 개인의 여가시간을 철저히 지키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일하기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해 산다”는 호주 사람들은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취미 생활을 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올해가 한국과 호주가 수교한 지 50년 되는 해이지만 사실 양국의 인연은 이보다 훨씬 길고 끈끈하다. 호주의 첫 선교사가 1889년 부산을 찾았고 1904년 호주의 사진작가 조지 로즈가 한반도를 여행하며 남긴 풍물사진은 역사적인 사료로 보존돼 있다. 무엇보다 양국의 진한 유대관계는 6·25전쟁에서 기록된 혈맹의 역사가 증언한다. 당시 호주 군인이 1만8000명이나 참전했고 그중 340명이 희생됐다. 이처럼 두 나라는 수교 이전부터 각별한 관계를 유지했다. 결혼한 커플로 치면 50주년 기념일을 맞이하는 부부이고 친구로 치면 50년 지기 죽마고우다.

지금은 정치 경제 분야에서 깊은 관계를 나누고 있고, 특히 2011년은 한국과 호주의 ‘우정의 해(Year of Friendship)’로 그 관계를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무역이나 경제 분야 외에는 양국 간 폭넓은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함께해온 세월에 비해 아직은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해야 할 부분이 더 많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제 양국은 경제뿐 아니라 문화, 예술, 교육 등 다방면의 소프트 파워를 공유해야 할 때다. 최근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는 한류 열풍에 부응해 오는 11월 시드니 최대 경기장인 ANZ 스타디움에서 열릴 K-Pop 페스티벌은 양국의 문화 교류 활성화에 큰 계기가 될 것이다. 이렇게 정부 외에도 다방면의 민간단체들이 협력해 양국 관계가 다채롭고 풍요롭게 진전되길 기대한다.

신동아 201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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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균 한호재단 사무총장·포스코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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