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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알리의 전쟁 ⑤

영화로 책으로 노래로…흑인 영웅에서 미국의 우상으로

  • 안병찬│전 한국일보 논설위원·언론인권센터명예이사장 ann-bc@daum.net

영화로 책으로 노래로…흑인 영웅에서 미국의 우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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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하마드 알리를 진원으로 한 문화 현상은 다양한 파급효과를 내고 있다. 특히 권투 챔피언 행사와 흑인문화 축제의 양면에서 세계의 이목을 끈 ‘정글의 혈전’은 그 파문이 오늘까지 이어진다.

자이르에 도착하면서 알리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영웅이 된다. 그는 틈을 내서 아프리카 군중과 접촉하고 교감하면서 흑인이 긍지를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가자고 쉴 새 없이 고무한다.

흑인들은 고향에서 벌어진 대축제로 그동안 감내해온 멍에를 한순간에 훌훌 털어 버리고 모두가 왕으로 거듭나고 싶어한다. ‘정글의 혈전’은 백인의 눈을 통해서 백인 중심으로 대상을 바라보는 생활에 길든 사람들의 인식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우리가 왕이었을 때’는 이런 현상을 역동적으로 포착한다.

/ 22년의 산고 /

레온 개스트는 1974년 ‘정글의 혈전’을 기록하려고 자이르로 가서 2개월 동안 머물렀다. 모두 250시간 분량의 필름(길이 9만1000m)을 찍었으나 재정 문제로 좌초하고 만다.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공화국 소속이던 투자자가 갑작스럽게 실종된 후 죽음을 당해 개스트는 재정난에 빠졌다.



개스트는 여러 해 동안 투자자를 찾던 끝에 아카데미상 수상 감독인 테일러 핵포드를 제작자로 맞이하면서 활로를 찾았다. 핵포드의 권고로 뉴저널리즘 작가 노먼 메일러와 흑인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스포츠 저널리스트 겸 작가 조지 플림턴 등 당대 증언자를 찾아서 인터뷰를 추가해 작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결국 ‘우리가 왕이었을 때’를 완성하는 데는 22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지만 제작 지연으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 나왔으니 전화위복이었다.

개스트 감독은 이 ‘정글의 혈전’에서 미국인 공동체와 아프리카계 미국인 사회에 힘 있는 메시지를 보내는 데 성공한다. 특히 아프리카를 향한 알리의 대중적이고 전향적인 모습과 가라앉고 수동적인 포먼의 태도를 대비하고, 아프리카 현지인들과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교감하는 모습을 인상적으로 담아냈다.

이 다큐멘터리는 1996년 미국 유타 주의 선댄스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을 타는 것을 시작으로 각종 영화상 여덟 개를 휩쓸고 다른 여러 상의 수상후보에 이름이 올랐다.

2. 다큐와 영화

/‘오직 아메리카만의 돈 킹’/

영화로 책으로 노래로…흑인 영웅에서 미국의 우상으로
미국의 권투 흥행사 돈 킹은 ‘정글의 혈전’을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정글의 혈전’은 무명의 돈 킹을 스타덤에 올려주었다.

존 허츠펠드 감독이 돈 킹을 주인공으로 한 텔레비전 다큐드라마 ‘오직 아메리카만의 돈 킹(Don King: Only in America)’을 만든 것은 1997년이다. 미국 프리미엄 영화채널인 HBO 방송용으로 제작한 영화인데 걸출한 권투 흥행주로서의 돈 킹을 그렸다. 특히 그가 ‘정글의 혈투’를 성사시키기 위해 어떤 책략을 쓰고 어떤 노력을 했는지 묘사하고 있다.

알리(다리우스 매커리 분)는 이 영화에서만은 돈 킹을 뒷받침하는 조역이 된다. 돈 킹이라는 풍운아는 ‘정글의 혈전’에서 성공을 거둔 후 이듬해에 또다시 알리를 앞세워서 ‘마닐라의 전율’을 성사시켜 권투 프로모터의 입지를 확실하게 다졌다.

이 텔레비전 영화는 레온 개스트 감독이 만든 ‘우리가 왕이었을 때’가 아카데미 영화상을 탄 해에 나왔고, 그 이듬해인 1998년에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가 주관하는 골든 글로브상에서 텔레비전 영화부문 남우주연상을 탔다. 그 밖에도 에미상 등 영화상 9개를 휩쓸었으며 다른 15개 상 후보에 올랐다.

알리의 자전적 영화도 나왔다. 2001년에 영화 감독 마이클 만(국내에서 상영된 그의 최근작은 조니 뎁과 크리스천 베일이 출연한 ‘퍼블릭 에너미’)은 알리의 행적을 사실적으로 구성한 ‘알리’를 만들었다.

알리 역을 맡은 배우는 윌 스미스다. 그는 처음에 알리 역을 극구 사양했다고 한다. 결국 알리가 나서서 자기 역을 맡아달라고 부탁해 문제를 풀었다고 한다. 뒷날 스미스는 알리가 “당신은 말이야, 날 연기하기엔 멋이 부족해”라고 첫 말을 걸더라고 전했다.

미국 영화 ‘로키’는 알리가 무명선수와 싸운 권투경기를 소재로 만들어졌다. ‘정글의 혈전’을 치르고 5개월 만인 1975년 3월24일에 알리는 이름 없는 척 웨프너를 상대로 1차 방어전을 치른다. 누구나 알리의 압승을 예상했는데 웨프너는 9회에서 알리를 다운시켰을 뿐 아니라 최종회까지 잘 버텼다. 알리는 15회 막판에 겨우 웨프너에게 케이오(KO)승을 거둔다.

이 경기를 본 실베스터 스탤론은 무명 선수가 무적 챔피언에 도전해서 이기는 내용의 권투영화를 착안했다. 그는 스스로 대본을 쓰고 로키 발보아 역을 맡았다. 영화 속에서 로키와 대결하는 입심 좋은 챔피언 아폴로 크리드는 알리의 모습이다. 불과 110만달러를 들여 28일 만에 만든 저예산 영화‘로키’는 대박을 터뜨려 1억1700만달러를 벌어들인다.

알리는 1976년 아카데미 영화상 수상식에서 실베스터 스탤론과 무대에 올라가 익살을 부렸다. 무명의 척 웨프너는 “나야말로 진짜 로키 웨프너”라고 자처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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