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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dership in Sports ⑧

토니 라루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

정점에서 퇴장 선언한 ‘라루사이즘’ 창시자

  • 하정민│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dew@donga.com

토니 라루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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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니 라루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감독
라루사보다 먼저 지도자의 길을 걸었던 던컨은 투수코치로도 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1982년 시애틀 매리너스의 투수코치로 재직했던 던컨은 연봉 인상 요구를 거절당하자 당시 시카고 화이트삭스 감독이던 라루사를 찾아가 자신을 써달라고 부탁했다. 다음 날 라루사는 당시 시애틀 매리너스의 르네 래치맨 감독에게 양해를 구했다. 시즌 중 다른 팀의 감독이나 코치를 영입하려면 반드시 신사협정을 거쳐 상대 팀의 동의를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두 달 후 던컨은 시애틀 매리너스를 떠나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투수코치로 변신했다. 그 후 29년간 이 둘은 야구 시즌이면 단 하루도 떨어져본 적이 없다.

라루사와 던컨 코치는 별 볼일 없는 투수를 데려다 훌륭한 불펜 투수로 개조해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앞서 언급한 데니스 에커슬리가 대표적이다. 또한 라루사-던컨 듀오는 라마르 호이트부터 크리스 카펜터까지 4명의 사이영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서 각각 4차례나 리그에서 가장 낮은 팀 평균자책점을 합작하며 마운드 운용 능력을 뽐낸 바 있다. 라루사는 세 번의 월드시리즈 우승 직후 항상 그 공을 던컨에게 돌렸다. 그는 “던컨은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터득하는 데 항상 다른 사람보다 앞서갔다. 그것이 야구든 인생이든 마찬가지였다. 우리 투수진에 대한 모든 칭송은 100% 던컨의 공이다”라고 칭찬했다. 던컨 또한 감독 라루사에 대한 존경이 대단하다. 그는 “최종 결정은 항상 감독이 내려야 한다. 그는 한두 명의 선수가 아니라 팀원 전체가 뭉쳐야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가장 잘 알고 있다. 선수단 전체의 능력을 이끌어내는 데 그 이상의 감독은 없다”고 강조한다. 심지어 던컨 투수코치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 여러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감독직을 제의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절했다. 라루사 밑에서 코치로 지내는 것이 더 좋다는 이유에서다.

고도의 분업화가 이뤄진 현대 야구에서 유능한 조력자가 없는 감독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야구단이라는 방대한 조직을 이끌려면 한 사람의 감독만 유능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업무의 전문화, 분업화가 가속화된 현대 기업에서 훌륭한 리더는 조력자를 잘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유능한 참모를 알아보고, 그의 능력을 100% 활용하는 일이야말로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다.

2)리더는 상식 파괴자다



라루사 감독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략과 전술 운용에서 탁월한 재주를 보인 감독이다. 특히 투수와 타자 간의 상대 기록에 따라 선수를 달리 기용해 ‘메이저리그판 김성근’으로 불리기도 한다. 잦은 투수 교체와 한국식 벌떼야구 도입으로 큰 성과를 낸 김성근 전 SK감독과 비슷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김성근 전 감독과 라루사는 놀랄 만큼 닮은 점이 많다.

하지만 라루사는 결코 데이터에만 얽매이지는 않았다. 데이터를 중시하지만 그는 자주 상식을 파괴했다. 그는 “승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이든 바꾸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전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라면 기존의 틀을 깨기를 주저하지 않고, 심지어 자신이 창시한 라루사이즘의 기초도 무시했다.

2011년 시즌 초반 마무리 투수 라이언 프랭클린이 무너지면서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뒷문 불안으로 고전했다. 확실하게 마무리를 맡을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라루사가 꺼내 든 카드는 ‘집단 마무리’였다. 올 시즌 24세이브의 신예 페르난도 살라스를 비롯해 제이슨 모트, 에두아르도 산체스, 미첼 보그스 등이 경기 상황에 따라 번갈아가며 9회를 책임졌다. 이들은 때로는 8회부터 나와 종종 2이닝을 막기도 했다. 라루사는 ‘마무리 투수는 한 명이어야 한다’ ‘마무리 투수는 9회에 나온다’는 자신이 만든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파괴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정규리그에서 마무리를 맡았던 페르난도 살라스와 ‘셋업맨’ 제이슨 모트의 보직을 맞바꾸는 변칙 작전으로 철벽 계투진을 완성하면서 5년 만의 정상 탈환에 성공했다. 상식과 고정관념에 얽매이지 않는 리더 라루사의 성과였다. 시시각각 바뀌는 21세기 ‘초경쟁’ 환경에서 기업이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은 변화다. 과거의 성공을 고집하면 망할 때가 많다. 필름 분야에서 독보적인 세계 1위를 고수하던 코닥이 변화된 디지털 환경을 무시하고 필름에 집착하다 밀려났지만, 만년 2위이던 후지는 필름에서 이미지와 표면처리로 사업 영역을 전환해 살아남았다. 즉 현대 기업이 망하는 이유는 해당 기업의 약점 때문이 아니라 강점 때문일 때가 많다. 바로 ‘성공의 덫(success trap)’이다. 훌륭한 리더는 자신의 조직이 지닌 강점이 변화된 환경에서 유효한지 아닌지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할 줄 알아야 한다. 변화된 환경을 무시하고 기존의 강점만을 고수하면 ‘성공의 덫’에 빠지기 쉽다. 리더가 상식 파괴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다.

신동아 201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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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정민│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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