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정밀취재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국립묘지 안장 논란

김형욱 겨냥했던 반국가행위법 위헌 판결로 내란죄 저질러도 국립묘지 행 가능

  • 김유림 기자│rim@donga.com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국립묘지 안장 논란

2/2
1996년 1월 헌법재판소는 반국가행위법에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 법이 죄형법정주의,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 무죄추정의 원칙 등을 위배했다는 것. 이 때문에 2000년 국가유공자법 내 반국가행위법 관련 조항이 삭제돼, 현재 내란죄를 저지른 범죄자는 법률상 국립묘지 안장이 가능하게 됐다. 이 일련의 과정을 두고 한 법조인은 “육군사관학교 선배 김형욱 때문에 생긴 반국가행위법이 없어지면서 국립묘지법에 틈이 생겼고, 이 덕에 후배인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이 국립묘지에 안장될 근거가 생긴 꼴”이라고 평했다.

김씨의 사망에 중앙정보부가 관여한 사실은 2005년 5월 국정원 진상규명위 조사를 통해 확인됐다. 진상규명위는 김씨가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의 지시를 받은 이상열 당시 중정 주(駐)프랑스 공사 등에 의해 파리 현지에서 살해됐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진상규명위는 박 전 대통령이 직접 살해를 지시했는지 여부는 밝히지 못했다.

盧, 측근 통해 국립묘지 안장 의지 밝혀

8월 민주당 조영택 의원은 현재 ‘1호 또는 3호’라는 법조항을 ‘1호부터 3호’로 고쳐, 내란범죄자를 안장 배제 대상자에 포함하자는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10월 말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내란·외환죄는 국가존립을 위험하게 하는 범죄로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국가 내적안정을 해친다”며 개정안 개정 취지가 타당하다는 논의가 오갔다. 관련법이 개정되면 내란죄로 처벌받은 전, 노 전 대통령도 국립묘지 안장 대상에서 제외된다. 조 의원은 이와 함께 사면·복권된 자 역시 국립묘지에 안장되지 못한다는 내용의 법을 신설하자고 제안했으나 이에 대해서는 찬반이 팽팽하다.

그러나 법이 개정되더라도 두 전직 대통령의 국립묘지 안장을 원천 봉쇄할 수는 없다. 고 안현태씨와 같이 가족이 국립묘지 안장을 신청해 국가보훈처 안장대상심의위원회의(이하 안장심의위)가 승인하는 경우에도 국립묘지에 안장할 수 있기 때문. 이때 안장심의위 위원 15명 중 과반수가 회의에 참석해 3분의 2가 찬성해야 한다.



국립묘지 안장 여부를 결정하는 심의위원 15명 중 정부당연직이 8명이고 민간위원은 7명이다. 국가보훈처는 안장심의위원 15명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으나 창조한국당 유원일 의원실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정부당연직 8명은 국가보훈처 차장, 법무부 법무심의관, 국방부 인사기획관, 행정안전부 의정관,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예술국장, 보건복지부 사회서비스정책관, 국무총리실 일반행정정책관, 국가보훈처 보훈선양국장 등이다. 그리고 민간위원 7명은 학계(2명), 보훈단체(2명), 시민단체(2명), 연구계(1명) 등에서 위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씨의 경우 서면(e메일)으로 진행된 심의에서 15명의 위원 중 9명이 답신을 해, 그중 8명이 찬성하고 1명이 반대했다. 정부당연직 8명 중 6명은 안씨 국립묘지 안장에 찬성했다. 나머지 2명은 표결에 불참했다. 민간위원 중 안장을 찬성한 사람은 2명이었고 1명은 반대했다. 나머지 4명은 불참했고 그중 3명은 항의 표시로 심사위원직 사의를 표명했다. 국가보훈처가 심의위원들에게 안건자료를 보내면서, 재향군인회, 성우회 등이 제공한 ‘안장 찬성의견서’는 첨부하고 반대 자료는 첨부하지 않은 것 역시 논란이 됐다. 하지만 국가보훈처는 “심의위원 15명 중 참여한 9명 중 8명이 찬성했으므로 3분의 2가 넘었다”며 국가보훈처의 처리가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심의위원회의 공정성이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 보훈처는 1980년 신군부에 협력을 거부했다가 징역 3년형을 선고받고 약 2년 반 복역했던 고 강창성 전 의원에 대해 국립묘지 안장을 부결했다. 당시 국가보훈처는 “금고 2년 이상 실형을 선고받은 자는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신군부에 저항한 강 전 의원은 안장이 거부되고, 5공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던 안 전 경호실장은 안장이 허용된 것.

이를 두고 한 법조계 관계자는 “국립묘지 안장은 워낙 민감하고 번복하기 어려운 사안이다. 정부에서 임명된 경우 개인 소신을 지키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국민 법감정을 반영할 수 있는 방식으로 심의위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국가보훈처는 두 전직 대통령 국립묘지 안장과 관련해 논의하지 않고 있다. 국립묘지정책과 관계자는 “사망 이후 유족의 신청이 있은 후에 안장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아직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논의는 없다”며 “아직 살아있는 분들의 국립묘지 안장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가 그들을 욕되게 하는 것 아니냐”고 잘라 말했다.

한편 두 전직 대통령을 예우하는 의미에서 국립묘지 안장을 허(許)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육군 중령 출신 모 인사는 “이미 법의 심판을 받았고, 대통령 직을 성실히 수행한 것 자체는 뒤집을 수 없는 일”이라며 “한 나라의 대통령으로 임무를 다했다면 사후 국립묘지 안장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간 측근을 통해 사후 국립묘지에 안장되고자 하는 뜻을 피력해왔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전체 추징금 2628억원 가운데 2382억원가량을 납부했다.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아 533억여원을 납부한 전두환 전 대통령보다 비교적 성실하게 납부해온 것.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비자금으로 만든 회사를 되찾기 위해 동생 재우씨와 조카를 상대로 한 주주확인 청구 소송을 올 7월 취하한 것 역시 국립묘지 안장 의지와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유원일 의원은 “현행법과 제도하에서는 두 전직 대통령 사후에 팽팽한 여론 충돌이 불가피하다”며 “시간에 쫓겨 ‘나쁜 전례’를 만들기 전에 지금부터 국민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동아 2011년 12월호

2/2
김유림 기자│rim@donga.com
목록 닫기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국립묘지 안장 논란

댓글 창 닫기

2019/09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