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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한중관계 공동 발전을 위한 3가지 해법

화이부동(和而不同), 남북관계 개선, 외교력 축적

  • 서진영| 고려대 명예교수·한중관계 발전을 위한 전문가 공동연구위원회 위원장 jysuh@korea.ac.kr

한미동맹-한중관계 공동 발전을 위한 3가지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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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리커창 부총리 한국 방문은 한중관계 정상화 의도
  • ● ‘천안함-연평도 도발’은 한중, 미중관계 좌초 노린 것
  • ● 중국의 북한 지지는 ‘등거리 외교’ 딜레마 노출
  • ● 세력전이 시대에 불안정성 가장 잘 나타나는 지역은 아시아
  • ● 상대 존중하며 공동이익 찾는 화이부동 지향해야
  • ● 남북관계 개선과 상호협력 설파할 외교력은 필수
한미동맹-한중관계 공동 발전을 위한 3가지 해법

10월26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를 방문한 리커창 중국 상무부총리와 악수를 하고있다

지난 10월26일 중국의 리커창(李克强) 부총리가 한국을 방문했다. 특별한 현안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중국의 차기 정권 총리가 거의 확실시되는 리커창 부총리가 평양을 거쳐 서울을 교차 방문한 목적과 배경에 대해 여러 추론이 제기됐다. 우선 다음 중국 최고 지도자의 한 사람으로서 중국의 주요 국가이익이 달려 있는 한반도 문제에 대해 현장 감각을 높이려는 일종의 현장학습 방문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남북한을 교차 방문하면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중국의 관심과 이익을 재확인하고, 한국과 북한에 대한 중국의 등거리 외교정책 방향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려는 의도도 있었을 것이다.

따라서 리커창 부총리는 남북한 지도자들과의 면담에서 중국의 기본적인 대(對)한반도 정책기조를 반복 설명했다. 즉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동시에 남북한 상호 협력을 바탕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는 것이 중국의 기본 입장이란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이런 표면적 목적 이외에도 리커창 부총리의 한국 방문에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을 거치면서 상처를 입은 한중관계를 다시 ‘정상화’하려는 의도도 숨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한중관계는 1992년 국교 수립 이후 모든 분야에서 빠르게 확대 발전했다. 그러나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사건을 계기로 한국과 중국은 심각한 전략적 이익의 충돌 가능성에 노출됐고,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역할과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특히 한국 사회 일각에서는 천안함-연평도 사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북한을 감싸는 것 같은 중국의 태도에 깊이 실망하고, 이처럼 북한과의 동맹관계를 중시하는 중국과 과연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유지·발전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많이 생겨났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한중관계는 거의 모든 분야에서 폭발적이라 할 만한 속도로 발전해왔다. 수교 당시 63억7000달러에 불과했던 양국 교역 규모는 2010년 말 무려 33배가 증가한 2072억달러를 기록했고, 2010년 현재 양국 간 인적 교류는 약 600만명에 달한다. 매일 120여 대의 항공편이 운행되고 있다. 중국은 우리에게 제1의 교역 대상국, 제1의 투자 대상국이 됐다. 정치·외교적 교류와 협력도 빠른 속도로 확대 발전하고 있다. 국교정상화 이후 양국 정상은 매년 1, 2회 이상 공식 및 비공식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있고, 총리급 고위회담을 포함하면 양국 지도자들은 연평균 3, 4회 이상 대면하면서 각종 현안을 협의하고 있다.

‘천안함-연평도 사건’으로 한중 충돌 가능성

한중관계의 정치·외교적 성격과 위상도 격상됐다. 한중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김영삼 정부까지 ‘우호협력관계’로 정의됐지만,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협력동반자관계’로,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했다. 그리고 2008년 이명박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주석은 한중관계를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 발전시켜가기로 합의했다. 당시 양국 정상들은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서 협력을 증진시켜나갈 필요가 있으며,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을 실현하기 위해 긴밀한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에 인식을 같이했다.

이처럼 한중관계가 빠르게 확대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양국의 지리적 인접성, 역사적-문화적 동질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높은 경제적 호혜성이 적극적으로 작용했다. 탈냉전과 세계화, 다원화시대의 협력적인 국제사회 분위기 또한 양국관계 발전의 배경이 되었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사실 21세기 들어 체제와 이념의 대립에서 벗어나 실리적 국가이익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강해졌고, 상호의존성이 증대되면서 국가와 지역 간 대결보다 공동 발전을 모색하려는 여건이 마련됐다. 바로 이런 세기적 변화에서 한중 수교가 실현될 수 있었다. 미국과 중국의 협력관계 발전은 한중관계의 비약적 발전에 중요한 배경적 조건이 됐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사실 탈냉전과 세계화, 다원화라는 세기적 변화 시기를 맞아 미국과 중국, 그리고 한국의 지도부는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부분은 그대로 두고 공동이익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찾아 확대 발전시켜나가는 이른바 ‘구동존이(求同存異)’ 원칙을 표방하면서,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실용주의 외교정책을 추진했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을 적대시하고 억제하려는 봉쇄와 대결의 정책보다는 ‘개입과 확대(engagement and enlargement)’의 정책기조를 견지하면서 중국을 미국 주도의 시장경제와 국제질서 안으로 끌어들이려고 했다. 이에 대해 중국의 덩샤오핑(鄧小平)도 대담한 개혁개방을 표방하면서 미국과 서방세계가 제공하는 발전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경제발전을 실현하려고 했다. 따라서 덩샤오핑은 유명한 ‘도광양회(韜光養晦·어둠 속에서 실력을 기름)’의 대외 정책노선을 강조했다. 미국과 서방세계와의 갈등을 피하고 주변 국가들에 대해서도 낮은 자세를 견지하면서, 현대화와 경제발전이란 국가목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자고 역설했다. 이런 정책노선으로 중국은 서방세계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했고, 동시에 한국과 같이 체제와 이념이 다른 국가들과도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이른바 ‘동반자 외교’를 추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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