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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산천, 승객 태우고 ‘고장 테스트’하다 멈춰 섰다”

위기의 한국고속철

  •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KTX-산천, 승객 태우고 ‘고장 테스트’하다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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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용산발 여수행 KTX-산천 707열차가 11월4일 천안아산역 인근에 멈춰 선 사고도, 새 장치를 시험 적용해 운행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신동아’ 취재 결과 처음 확인됐다. 문제의 장치는 그동안 여러 차례 고장을 일으킨 모터블록. 이 장치의 문제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접지계전기(모터블록 고장을 감지할 수 있는 장치)를 추가해 설치했는데, 이 접지계전기가 고장을 일으켜 속력이 준 것이다. 당시 707열차는 인근 서대전역으로 운행한 뒤 승객을 대기 열차에 갈아타게 했다. 다행히 19분 지연 도착으로 마무리됐지만, 수백 명의 승객은 영문도 모른 채 불편을 겪어야 했다. 사고 열차 외에도 이 장치를 설치해 시험 적용 중인 열차(1편성)는 또 있으며, 다른 시험 장치들도 모니터링 중이다.

707열차 테스트 중 고장

“(테스트 중인 모터블록 접지계전기 고장이) 사실이라면 안전 불감증이 우려된다. 고속열차는 100% 안전하다고 해도 운행 중 고장이 생겨 안정화가 필요한데, 시험 개발용 제품을 승객을 태운 차량에서 모니터링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최대한 빨리 문제를 개선하려는 노력이라고 보지만, 모니터링은 승객이 없는 새벽 시간에 해야 했다. 접지계전기 고장이 자칫 모터블록 전체 성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이런 문제는 성능 시험과 시운전 과정에서 걸러냈어야 했는데 그때 제대로 못한 거 같다.”

대학교수 B씨의 지적과 달리 정작 제작·운용사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로템 측은 “새로 단 접지계전기는 기존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코레일의 승인을 얻어 장착한 장치”라며 코레일로 화살을 돌렸고, 코레일은 “접지계전기가 고장 나면 모터블록을 차단해 열차 속력이 느려지거나 서게 될 뿐 크리티컬한(중대한) 것은 아니다”는 입장이다. 또 선로 검사 등으로 야간 테스트 운행이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린다는 이유를 댔지만, 시속 300㎞ 이상의 속도를 감안하면 장치 테스트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어쨌든 문제를 찾아 개선 중인 장치도 이처럼 다시 고장이 발생하면 남은 50량에 대한 출고 일정도 그만큼 늦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출고일을 늦추는 것도 능사는 아니다. 코레일 안팎에서 ‘괘씸죄’라는 해석과, ‘하자보증 기간(3년)을 감안한 노력’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괘씸죄는 그동안 KTX-산천 고장 원인을 ‘코레일의 잦은 설계변경 요구’라고 주장한 로템을 ‘길들이는 차원’이라는 해석이다. 반면 하자보증 기간 내에 교체한 문제의 장치는 교체 시점부터 보증기간이 다시 적용(3년)되기 때문에 코레일로서는 수리비용 등을 감안하면 꼼꼼히 문제를 찾아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코레일이 제기한 법정 소송과 관련해서는 양측 모두 ‘합의’에 방점을 두는 분위기다. 로템 측은 “차량 영업중지에 따른 손실비용 배상 범위와 산정기준은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협의 과정을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고, 코레일은 “가능하면 법적 판단까지 가지 않고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로템과 협의를 시작했다”고 했다.

코레일은 지난 8월 로템을 상대로 KTX-산천의 운행 지연과 요금 반환에 따른 손실금액(2억5864만원)과 영업 중지에 따른 손실금액(8억6200만원) 등 모두 11억2000여만원의 피해구상 청구 소송을 냈다. 시간이 지나면 영업중지에 따른 손실금액은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소송 과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코레일 역시 큰소리 칠 입장은 아닐 듯하다. 코레일이 로템에 지연금 배상을 촉구한 시기는 지난 2월. 2010년에만 28건의 크고 작은 고장이 있었지만 1년여가 지나 대응한 것이다. 코레일 측은 “2010년에는 KTX-산천의 안정화 기간으로 받아들여 심각하게 생각하지 못했고, 따라서 이 문제를 담당할 부서도 정해지지 않았다. 2010년 말 수도권정비단에서 이 업무를 맡게 됐다”고 해명한다. KTX-산천의 잦은 고장으로 국민의 우려가 팽배하던 지난 8월, 코레일은 ‘소송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고장 책임’을 로템으로 돌리고, 조속한 원인 규명을 압박하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의 카드였지만, 코레일 역시 잦은 고장에 따른 심각성은 1년 뒤에야 인식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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