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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 되돌릴 수 있다

  • 이한음|과학칼럼니스트 lmglhu@hanmail.net

탈모 되돌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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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은 몸의 다른 부위 털과는 상이한 방식으로 남성호르몬에 반응한다. 사춘기 때 남성호르몬이 왕성하게 분비되면 얼굴, 겨드랑이, 팔다리, 생식기에 있는 털이 왕성하게 자란다. 그러나 두피 속 모낭(머리카락을 만들어내는 작은 기관)은 나이가 들수록 남성호르몬에 둔감해지고 이윽고 위축되어 대머리가 된다.

탈모 문제는 노벨상이 유력한 분야로 꼽힌다. 탈모의 원인을 밝히거나 치료제를 개발하는 사람은 노벨상을 따놓은 셈이라고 한다. 일부 의사들은 흡연과 과음이 탈모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중에서도 흡연이 모낭에 더 큰 해악을 주는 것이 확실하다고 본다. 그러나 탈모는 원인도 치료법도 제대로 나온 것이 없다.

다만, 국내외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건대 탈모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유전과 남성호르몬인 것으로 판단된다. 아버지가 대머리이면 아들도 머리가 빠질 확률이 그렇지 않은 쪽보다 2.5배 더 높아진다. 여성 탈모의 상당수도 유전에 의한 것이다.

이것은 탈모를 일으키는 유전자가 부계로 전해짐을 시사한다. 부계로 전해진다면 이 유전자는 남성을 결정하는 성염색체인 Y염색체에 있을 것으로 추정될 수 있다. 사람의 유전체 서열이 이미 밝혀져 있으니까 Y염색체를 잘 훑으면 탈모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금방 찾아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가정은 현실과 달랐다. 엉뚱하게도 연구자들은 Y염색체가 아니라 여성의 성을 결정하는 X염색체에서 탈모 관련 유전자를 찾아냈다. 이것은 외할아버지가 대머리이면 자신도 대머리가 될 확률이 높음을 의미한다. 외할아버지의 X염색체에 있는 탈모 유전자가 어머니에게 전달되고 어머니의 X염색체 중 하나를 통해 자신에게까지 내려오기 때문이다.

이는 탈모증이 남성에게 뚜렷이 나타나고 여성에게 약하게 나타나는 이유를 설명한다. 남성은 X염색체가 하나밖에 없으므로 X염색체에 있는 탈모 유전자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반면 여성은 X염색체가 둘이므로 다른 쪽 X염색체의 유전자가 정상이라면 탈모 유전자의 영향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다.



탈모 유전자가 X염색체에 있다면, 아버지로부터 대머리를 물려받는다는 경험 법칙이 틀렸다는 말일까? 그렇지 않다. 연구자들은 X염색체 말고 3번 염색체, 20번 염색체 등에서도 탈모와 관련된 유전자들을 찾아냈다. 연구가 진행될수록 더 많은 유전자가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염색체들은 부계와 모계 양쪽으로 유전되므로 아버지의 탈모를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탈모는 어느 한 유전자의 산물이 아니라 여러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상호 작용한 결과다.

유전되는 탈모는 구체적으로 남성호르몬인 안드로겐과 관련이 있다. 안드로겐 중에서도 ‘DHT’로 잘 알려진 디히드로테스토스테론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호르몬이 모낭에 있는 특정한 수용체와 결합하면 모낭이 쭈그러든다. 그러면 머리카락의 수명이 짧아지고 제대로 자라지도 못한다.

DHT가 주범

DHT는 테스토스테론으로부터 만들어진다. 알다시피 테스토스테론은 사춘기에 남성의 2차 성징을 만들어내고 남성의 근육을 늘리는 호르몬이다. 정력이나 성욕과도 관련이 있다고 흔히 말한다. 그렇다면 몸의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높을수록 DHT도 더 많이 만들어질 것으로 추정될 수 있다. 정력이 좋은 남성이 대머리가 된다는 속설에 들어맞는 듯 보인다.

그러나 이런 추정이나 속설은 과학적 근거가 희박하다. 정력이나 성욕이 반드시 남성호르몬에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높다고 DHT 농도까지 곧바로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몸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낮아진다.

테스토스테론은 환원 효소를 통해 DHT로 바뀐다. DHT를 전환시키는 효소는 두피와 전립샘에 많이 있다. 바로 이 환원 효소와 DHT가 탈모의 키(key)를 쥐고 있는 것이다. 환원 효소를 차단한다면 DHT의 형성을 막아 탈모를 억제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피나스테리드(프로페시아) 같은 탈모 치료제는 바로 이 효소를 억제한다. 의료계에 따르면 임상실험 결과 부작용은 무시해도 좋을 수준이라고 한다.

탈모를 호르몬이 아닌 다른 방향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도 있다. 2009년 일본의 한 연구진은 생쥐에게서 ‘Sox21’이라는 유전자를 제거했다. 그러자 그 생쥐의 몸에서 털이 다 빠졌다가 다시 자라는 일이 평생 되풀이되었다. 연구자들은 사람의 13번 염색체에도 같은 유전자가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유전자는 다른 유전자들의 활동을 촉진하거나 억제한다. 억제되는 유전자 중 일부는 털의 주성분인 케라틴 단백질을 결합시킨다. 케라틴이 결합되지 못하면 털이 가늘어지고 제대로 자라지 못한다. 연구진은 케라틴을 결합시키는 유전자들을 이용하면 새로운 탈모 치료제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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