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월호

“변호사 통해 사건 청탁했던 부장판사 직접 만난 적 있다”

‘벤츠 여검사’ 사건 폭로한 女강사

  • 한상진 기자 | greenfish@donga.com

    입력2011-12-20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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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와인·상품권 의혹’ 부장판사가 카드깡 한 날짜, 장소 안다”
    • “올 초 ‘벤츠 여검사’가 전화해 최 변호사와 헤어지라고…”
    • “지난 7월, 내 사건 청탁했던 판·검사 세 명에게 탄원서 보냈다”
    • 최 변호사에게 성폭행당해 11주 진단받고 입원
    • 최 변호사와 3~4개월 동거…“그가 누굴 만나 뭘 청탁했는지 안다”
    “변호사 통해 사건 청탁했던 부장판사 직접 만난 적 있다”
    속칭 ‘벤츠 여검사’ 사건으로 인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내연관계에 있던 부장판사 출신 최○○(49) 변호사에게서 벤츠와 샤넬백 등을 선물받고 신용카드를 받아 쓴 대가로 사건을 청탁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35) 전 검사는 12월7일 구속됐다. 이 전 검사는 2010년 10~11월 최 변호사가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사법연수원 동기인 창원지검 검사에게 전화로 청탁을 한 대가로 2010년5월부터 12월까지 5100만원 상당의 금품(법인카드 700여만원, 벤츠 리스 비용 3800만원, 샤넬 핸드백 540만원)을 받았거나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검사에게 사건을 청탁한 혐의를 받은 최 변호사도 이틀 뒤 구속됐다. 최 변호사에게는 변호사법 위반, 폭행, 감금, 무고 등 네 가지 혐의가 적용됐다.

    두 사람이 구속된 이후 이 사건은 최 변호사를 중심으로 한 부산·경남지역 법조계 비리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당장 이번 사건을 둘러싸고 이름이 거론돼온 몇몇 판·검사에 대한 수사는 초읽기에 들어갔다.

    애초 이 사건은 최 변호사와 내연관계에 있던, 시간강사 출신으로 알려진 이○○(40)씨의 폭로로 시작됐다. 2010년부터 최 변호사와 알고 지내며 최근까지 내연관계를 유지해온 것으로 알려진 이씨는 돈 문제와 최 변호사의 복잡한 여자 문제 등으로 인해 사이가 틀어지자 수사기관과 언론에 최 변호사와 관련된 각종 비리 의혹을 고발한 것으로 알려져 왔다.

    현재 검찰은 이창재(46) 안산지청장을 특임검사(특검)로 임명해 부산에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검팀은 그동안 진정인 이씨의 주장을 검증하는 방식으로 수사를 진행해왔고, 이씨와 최 변호사 간 대질신문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현재 최 변호사가 받고 있는 혐의 네 가지도 모두 진정인 이씨와 관련된 것이다. 2010년 이씨가 절도 등의 혐의로 수사와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 최 변호사가 판·검사들에게 로비를 해야 한다며 이씨에게서 1000만원을 받아간 것, 이씨를 감금하고 여러 차례 폭행한 것, 이씨에게 빌린 돈을 갚은 뒤 오히려 돈을 뜯겼다고 고소한 것에 대한 무고 혐의가 인정됐다.

    진정인 이씨는 ‘벤츠 여검사’ 사건을 한 언론에 처음 제보한 이후에도 최 변호사가 법원에 로비를 했다고 고백하는 육성 동영상 등을 또 다른 언론에 공개해 논란을 키웠다. 그동안 이씨가 주장한, 2010년 불거진 이씨와 관련된 절도 등 사건을 검찰과 법원에 청탁한다는 명목으로 최 변호사에게 건넸다고 주장하는 금품은 현금 1000만원, 70만원 상당의 골프채, 명품 지갑, 100만원 상당의 와인, 상품권 50만원 등이다. 이씨에 따르면 최 변호사가 골프채는 이○○ 검사장, 지갑은 홍○○ 검사, 와인과 상품권은 윤○○ 부장판사에게 준다며 가져갔다. 윤 판사에 대해서는 최 변호사를 통해 법인카드를 카드깡 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그러나 특검 수사결과 최 변호사는 대부분의 금품을 로비에 사용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최 변호사는 (진정인인) 이씨에게 “법원과 검찰에 로비해 이씨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써주기도 했다.



    12월9일 밤, 기자는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이씨의 자택에서 이씨와 5시간 넘게 대화를 나눴다. 정식 인터뷰가 아닌 편안한 대화를 전제로 한 이 만남에서 이씨는 이번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과 입장을 담담하게 털어놨다. 그날은 한때 내연관계였던 최 변호사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한 날이었다. 밤 11시경 시작된 이씨와의 대화는 다음날 새벽 4시가 넘어서까지 이어졌다. 그동안 이씨는 이 사건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직접 밝힌 적이 없었다.

    비록 정식 인터뷰는 아니었지만, ‘신동아’는 이씨와의 대화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공개하기로 했다. 우선 그의 ‘탄원’으로 시작된 이번 사건이 남녀간의 치정사건을 넘어 법조비리사건으로 번지는 등 이미 사회적인 관심사가 된 이상 진정인의 주장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구속된 이 전 검사, 최 변호사 외에 앞으로 특검팀이 수사대상으로 삼을 예정인 여러 법조인과 관련된 의혹의 대부분도 이씨의 주장에 상당 부분 의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주장은 이미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공적(公的)인 영역으로 넘어왔다고 판단했다. 다만 진정인의 사생활을 보호하기 위해 진정인 이씨와 관련된 개인정보나 대화내용 중 지극히 사적인 부분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폭행문제로 시작된 사건

    이씨는 부산에 있는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한때 대학강사로 일하며 문학평론과 미술평론을 했고, 최근에는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학원을 운영했다는 것이다. 우선 그의 심경을 물었다.

    ▼ 오늘 최 변호사가 구속됐는데요. 기분이 어떠세요?

    “마음이 좋진 않아요.”

    ▼ 이 전 검사를 타깃으로 삼은 건 아닌데, 이 전 검사도 구속됐죠.

    “(타깃이) 전혀 아니었죠. 제 타깃은 최 변호사였어요. 이 전 검사에 대해서는 미안함을 느낍니다. 어쨌거나 저 때문에 구속이 됐잖아요. 이게 다 앞으로 제가 지고 가야 할 짐이죠.”

    ▼ 이 사건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그야말로 돌발적인 사건으로 시작됐어요. 지난 7월에 제가 최 변호사의 차에서 폭행을 당했습니다. 최 변호사가 저를 차에 싣고 감금한 채 4차선 산업도로(상행선)를 달렸거든요. 나는 살려달라고 소리쳤죠. 그런데 그걸 어떤 사람들이 보고 신고를 한 겁니다, 112에. 그래서 최 변호사가 현행범으로 체포돼 경찰서에 갔죠. 그렇게 시작됐어요.”

    ▼ 목격자들이 있었으니까….

    “해운대경찰서로 갔어요. 사실 지난 3월과 5월에도 제가 최 변호사에게 맞았어요. 그래도 말 안 하고 있었거든요. 남한테 이름나는 게 싫어서. 그런데 그날은 뜻하지 않게 신고가 들어간 거죠. 저는 그때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 폭행사건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겠네요.

    “네, 그런데 경찰조사를 받는데, 최○○씨는 변호사님이고 나는 이○○씨더라고요. ‘최 변호사님이라고 부를 거면 나도 이 선생님이라고 불러줘라’라고 경찰에 요구했죠. 그리고 처음 딱 들어갔는데 계장, 팀장들이 ‘최씨가 현직 변호사신데 체면을 생각해 변호사 접견실에서 조사를 받을 수가 없을까요’ 하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아니요, 저는 당당하게 여러 사람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하겠습니다’ 그랬어요. 그런데 갑자기 나를 사기로 조사하더라고요.”

    ▼ 사기로요?

    “분명히 나는 (최 변호사에게) 얻어맞아 경찰에 온 사람인데, 제가 진단서를 끊으러 간 사이에 최 변호사가 내가 자기 돈을 편취했다고 고소한 거예요. 나한테 돈을 빌려가놓고는, 내가 자기한테 준 거는 내가 자기를 좋아해서 준 거고, 자기가 돈을 준 건 내가 편취했다 그렇게. 폭행사건 조사를 받으면서 조사 도중에 손으로 고소장을 써서 냈더라고요.”

    ▼ 그게 언제 일인가요?

    “올해(2011년) 7월입니다.”

    ▼ 차에서는 뭘로 맞으셨어요?

    “여러 가지. 머리에 혹도 올라오고, 흉기로 맞았습니다. 사실 그때 경찰서에서 최 변호사가 저에게 정식으로 사과했으면 그걸로 끝낼 수도 있는 문제였어요.”

    ▼ 검찰에 최 변호사와 관련된 비위사실을 적은 진정서를 내신 걸로 아는데요. 경찰 조사가 시작된 이후인가요?

    “잘못 알려진 겁니다. 전 검찰에 진정서를 낸 적이 없어요. 7월에 (위에서 설명한) 폭행사건이 난 뒤에 (부산지법 부장판사) 윤○○씨, (검찰 간부) 홍○○씨, (검사장) 이○○씨에게 개인적인 서신을 넣었죠.”

    ▼ 그 세 명에게 서신을 보낸 이유는요.

    “솔직히 제가 작년(2010년)부터 어떤 사람들과 이런저런 송사에 휘말려 있었어요. 사기, 절도 같은 혐의였죠. 최 변호사는 (제 사건과 관련해서) 법원과 검찰에 로비를 한다고 제게 그 사람들을 소개해 주기도 하고 와인, 지갑, 골프채, 상품권 같은 걸 받아갔어요. 최 변호사가 평소 그 사람들을 자주 거론했습니다. 그러니까 그 세 분께 편지를 썼죠. 최 변호사한테 두들겨 맞고 사기로 고소당하던 날 밤에 제가 집에 와서 편지를 썼습니다.”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만났다”

    ▼ 편지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 있었나요. (이씨는 대화 도중 당시 검사장급 검찰 간부인 홍씨에게 보낸 서신(탄원서)을 기자에게 보여줬다. A4 용지 6~7장 분량이었다.)

    “최 변호사와 관련된 내용이죠. 최 변호사에게 돈을 빌려줬고 폭행을 당했다. 그런데 최 변호사가 오히려 나를 사기로 고소했다. (구속된) 이 전 검사가 최 변호사에게서 벤츠, 샤넬백, 신용카드를 받아 사용했다는 것도 썼고요. 최 변호사가 내 사건과 관련해서 법원과 검찰에 로비를 해야 한다면서 이런저런 것들을 받아갔다. 최 변호사가 당신(검찰간부 홍씨)에게 준다면서 40만원 상당의 명품지갑을 받아갔는데 진짜 받았느냐, 뭐 그런 내용이었어요. 세 사람에게 보낸 편지의 대략적인 내용은 동일합니다. 다만 각각의 사람에 해당하는 부분에만 일부 차이가 있어요.”

    검찰 간부인 홍씨는 진정인 이씨로부터 이 서신을 받은 뒤 대검 감찰부서에 보내 감찰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대검은 이것을 부산지검으로 내려보내 사실관계를 파악하도록 했다. 이씨는 대검찰청 감찰본부에 정식 접수된, 홍씨에게 보낸 서신 외에 이 검사장, 윤 부장판사에게 보낸 서신은 기자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이씨는 특검팀에도 이 두 서신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특검팀에서 이 검사장, 윤 판사에게 보낸 것도 카피해달라고 그랬는데 내가 지금은 버리고 없다고 안 보여드렸죠. 그래서 보여드릴 수가 없어요. 모두 가지고는 있어요.”

    ▼ 서신을 보낸 뒤 세 사람에게 답장을 받으셨나요? 전화라도.

    “못 받았죠. 홍씨가 대검 감찰로 이 서신을 넘겨 공식 접수해준 걸 저에게 보낸 답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 편지를 보낸 목적은 뭔가요?

    “최 변호사가 나쁜 사람이니 내 편을 들어달라고 쓴 건 아니에요. (앞으로 나와 최 변호사가 다툼을 하는 데 있어서) 그 사람 편을 들지 말라는 얘기를 하려고 쓴 겁니다. 그리고 제 편지로 인해 최 변호사와 이들의 고리가 끊어졌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 사람들이 어떤 영향력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하려고 쓴 거예요. 그런데 그 서신이 생각지도 않게 일종의 진정서가 돼버린 거죠. 이를테면 제가 서신에 검찰관계자 홍씨(검사장급)가 뭘 하는 걸 내가 옆에서 본 거, (홍씨와 최 변호사가) 전화하는 걸 내가 본 거, 나한테 뭐 받아간 거, 그걸 정말로 받았느냐? 그런 걸 썼는데, 그게 진정서처럼 된 거예요. 그리고 실제 이 검사장 같은 경우는 내가 보는 앞에서 최 변호사와 전화통화를 했단 말입니다. 솔직히 윤 부장판사는 직접 만났고요.”

    ▼ 아~ 윤 부장판사는 직접 만났군요.

    “이야기도 나눴고요.”

    ▼ 언제 만나셨어요?

    “음~, 3월이네요. 최 변호사가 ‘그냥 와인 동호회 삼아서 윤 판사와 밥이나 한번 먹자’ 고 해서. 그런데 ‘내가 이런 저런 사건(소송)이 있는 줄 (윤 판사가) 알 텐데 부끄럽다’고 해서 밥은 안 먹었어요. 최 변호사가 그동안 (윤 판사에게) 제 문제를 부탁했으니까 당연히 제 사건을 알 것이기 때문에 부끄러웠죠. 최 변호사가 ‘그럼 너희 집 앞에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로 갈 테니 나와라’ 그래서 만났어요.”

    ▼ (로비를 위해 윤 판사에게 선물로 보냈던) 와인과 상품권 얘기도 나왔겠네요? 와인을 보낸 다음이었다면….

    “그런 자리에서 ‘(제가 보낸) 와인 받으셨어요?’ 그렇게는 얘기 안 하죠. 처음 만난 자리고 해서 (그 문제에 대해선) 별말이 없었어요.”

    ▼ 그저 가벼운 만남?

    “초면인데 ‘아이고, 와인 잘 받았습니다’ 이렇게는 인사 안 하잖아요.”

    “검찰, 법원에 로비해줄게”

    ▼ 그래도 ‘(진정인이 청탁하려 한) 사건 얘기 잘 들었다’는 얘기 정도는 오가지 않았을까요?

    “윤 판사는 별로 말씀이 없는 분이시더라고요.”

    ▼ 그럼 청탁을 했던 진정인 관련 사건에 대해선 한마디도 나온 게 없었다? ‘힘드시죠? 얘기 잘 들었다’는 식의 말도 없었다?

    “전혀 못 들었어요. 전 별로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최 변호사를 제가 믿었을 땐데, 그리고 그게 1000만원, 1억원짜리도 아니고 100만원짜리 와인인데. 최 변호사가 얘기해준다고 했으니까 믿었죠. 그리고 처음 만나서 좀 서먹한 자리였어요.”

    ▼ 문제가 불거진 다음 윤 판사에게 보낸 서신에는 와인과 상품권 얘기를 쓰셨죠.

    “‘예전에 나 만났던 거 기억하시지 않느냐. 근데 그 당시에 그렇게 만난 건 사실 나의 사건을 청탁하기 위해서였다. 그거 알고 계시냐. 조심하셔야 될 것 같다’ 뭐 이런 거였죠. 최 변호사가 윤 판사에게 전달한다고 와인 값을 받아가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줬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 고위직에 계신 분이 그런 걸 받았을까 하는 의심이 들어요. 사실 윤 판사가 (최 변호사를 통해) 카드깡을 했다는 것도 그 사람이 나에게 와인을 안 받아갔다면 얘기할 필요가 없는 거였어요. 저와 관련이 되어 있으니까 제가 문제를 삼은 겁니다.”

    ▼ 윤 판사가 카드깡을 했다는 건 어떻게 아셨어요?

    “(방송 등에서) 보셨다시피 최 변호사가 설명해줘서 알았죠. (제가 언론을 통해 공개한) 동영상에도 나오잖아요. 그것도 최 변호사가 저에게 여자 문제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이에요.”

    ▼ 윤 판사가 최 변호사를 통해 카드깡을 했다는 의혹을 입증할 수 있을까요.

    “나는 윤 판사가 이 사람하고 밥을 먹는 걸 봤단 말이에요. 날짜도 지정할 수 있단 말이죠. 장소도 지정할 수 있단 말이죠.”

    ▼ 식사 장소에는 안 가셨다고 했는데….

    “어디 갔다 온 건 알잖아요.”

    이씨가 ‘와인·상품권 로비’를 시도했다고 주장하는 윤 판사를 직접 만났는가 하는 부분은 이 사건에서 아주 중요한 문제다. 이씨가 최 변호사에게 건넨 로비용 금품이 실제 로비에 쓰였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만약 이씨가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윤 판사를 만난 게 확인된다면, 이는 로비가 있었음을 입증하는 데 중요한 증거가 될 수 있다. 이씨와 최 변호사의 두 번에 걸친 대질신문 과정에서도 이 부분이 쟁점으로 떠올랐다는 게 검찰 주변의 얘기다. 최근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씨는 특검조사에서 윤 판사를 직접 만났고 와인과 상품권을 건넸다고 진술했다. 반면 최 변호사는 같이 만난 적이 없고 로비를 한 일도 없다고 주장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최근 한 언론은 “(진정인) 이씨가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최 변호사와 함께 부산지법 윤 판사를 만났고 그 자리에서 상품권을 책에 끼워서 건넸다’고 진술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씨는 이 보도내용과 관련해 “내가 뭐라고 진술했는지 잘 모르겠다.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는 식으로 답변을 회피했다.

    이씨에 따르면, 실제로 최 변호사는 이씨가 보는 앞에서 여러 검·판사에게 전화를 하는 식으로 사건을 부탁했다. 이씨는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녹취록과 동영상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변호사가 이씨에게 써줬다는 여러 장의 각서에도 이런 내용이 등장한다. ‘신동아’가 이씨의 자택에서 확인한, 최 변호사가 직접 작성한 각서에는 “이 검사장, 윤 판사 등에게 사건을 청탁해 이씨에 대한 고소사건을 해결해준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로비의 결과인지, 우연인지 진정인과 관련된 사건에 대해선 2011년 7월경 모두 무혐의 결정이 내려졌다. 이씨는 “(최 변호사의 청탁을) 100% 믿었다. 누가 그걸(상품권, 와인) 떼먹는다고 생각했겠어요”라고 말했다.

    “변호사 통해 사건 청탁했던 부장판사 직접 만난 적 있다”
    ▼ 언론사에도 제보를 하셨죠.

    “중앙지 3곳에 연락을 했어요. 조선일보, 중앙일보, 경향신문, 맨 처음에 전화 온 게 경향신문입니다. 경향신문에서 전화가 와서 약속을 했어요. 다른 언론사와는 접촉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면 부산에 내려와 취재하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조선일보에서 전화가 온 거예요. 조선일보에도 사건 개요는 얘기를 했죠. 그리고 경향신문 하고 먼저 약속을 했다는 말도 했어요. 그랬는데 조선일보에서 먼저 부산에 내려왔어요. ‘해운대에서 진을 칠 테니 전화만 한 통 해달라’고 하더라고요. 기자를 만나서 커피만 한잔했습니다. 경향신문 기자를 만나서 자료를 다 드렸고요. 경향신문 기자는 각서를 썼죠. 저 각서 좋아해요.”

    ▼ 무슨 내용의 각서였나요?

    “다른 데 유출하지 않겠다. 제보자를 보호한다. 그런 거죠. 나와 나눈 대화내용은 절대 기사화하지 않겠다는 것도요.”

    신체포기 각서도 등장

    진정인 이씨에 따르면, 최 변호사와 이씨는 2010년 6~7월경 처음 만났다. 이씨가 이런저런 소송에 휘말리면서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이후 이씨와 관련된 소송은 모두 최 변호사가 맡았다. 최 변호사는 이씨에게 검찰과 법원에 로비를 해서 이씨와 관련된 사건을 모두 해결해주겠다며 이씨의 마음을 샀다.

    ▼ 두 사람이 남녀관계로 발전한 건 언제부터죠.

    “최 변호사는 2010년 6월 저를 처음 만날 때부터 (사귀자고) 그랬어요. 근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서로의 입장이 엇갈려요.”

    ▼ 고소 사건 때문에 더 가까워졌겠네요.

    “최 변호사가 제 앞에서 호언장담을 했죠. 그러니까 더 믿잖아요, 저 같은 경우는. 그러니까 몇 억원씩 빌려주게 되고. 최 변호사가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었거든요. 저한테는 자기가 곧 이혼한다고 했고요. 부인과 별거한 지 10년쯤 됐다고 했고요. 여자 검사를 하나 알고 지냈는데, 그 관계도 다 끝났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여자가 나중에 보니까 (구속된) 이 전 검사였어요. 첫 관계를 갖기 전에 최 변호사에게 결혼약속 각서를 받았어요.”

    ▼ 그게 언제죠?

    “올해(2011년) 1~2월경이에요.”

    ▼ 각서도 받았으니 안심이 됐겠네요.

    “나쁘지는 않았어요. 사실 판사 출신 변호사고, 정상적인 사람이기만 했다면, 설마 거짓말을 그렇게까지 하리라고는 생각을 안 했어요.”

    ▼ 돈을 많이 빌려줬나요?

    “차용증을 받고 빌려준 게 3억8000만원 정도 됩니다. 전체적으로는 한 7억원 정도 되고요. 그중 2억원은 돌려받았어요.”

    ▼ 진정인이 최 변호사로부터 이런저런 각서를 많이 받았다는 언론보도도 있었습니다. 신체포기 각서를 받았다는 얘기도 있고요. 주로 어떤 내용의 각서였나요?

    “혼인하겠다는 각서, 때렸을 때 쓴 반성문, 신체포기 각서도 혼인과 관련된 것이고요. 돈을 갚는다는 차용증, 그런 거죠. 제가 몇 번이나 헤어지자고 했는데, 그때마다 두들겨 패고 가둬놓고, 또 이 사람이 사정을 잘해요. ‘난 너밖에 없다’고 그러고. 신체포기 각서에 있는 내용은요, ‘너하고 결혼 못하면 내가 차라리 신체를 포기하고 절에 가서 중이 되겠다’ 뭐 그런 거였어요. 제목이 신체포기 각서였지. 제가 녹취록까지 다 갖고 있거든요. 이를테면 ‘이렇게 하면 내가 거세를 하겠다. ○○아, 한번만 봐주라, 한번만 봐주라’, 이렇게 하는 거.”

    ▼ 최 변호사에게 맞아서 전치 11주 진단이 나온 일도 있다고 하던데….

    “네. 3월에요. 병원에 입원했었어요.”

    ▼ 어디를 어떻게 맞으셨어요?

    “그건 생략하죠, 정말 개인적인 일이니까.”

    ▼ 왜 맞아가면서도 관계를 유지하셨어요?

    “제 사건 때문이었어요. 작년(2010년)부터 시작된 송사 때문에 제가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내가 이 사람과 이렇게 헤어지면 혹시 (검찰수사나 재판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걱정이 돼서….”

    복잡한 여자관계

    ▼ 견디다 못해서 헤어지자고 하면 감금하고 폭행하는 일이 반복됐군요.

    “네, 그러다가 잘못했다고 빌고, 그게 반복됐죠.”

    ▼ 성폭행이 동반된 폭력이었나요?

    “그렇죠. 그러니까 11주가 나오죠. 그 얘긴 그만하고 싶어요.”

    ▼ 성폭행에 따른 진단서는 받아놓았나요?

    “아뇨. 요추를 다친 거, 허리를 눌러서…, 그렇게까지 하고 싶진 않았어요.”

    ▼ (구속된) 이 전 검사 얘기를 해보죠. 이 전 검사와 최 변호사의 관계를 처음 알게 된 건 언제쯤이었나요?

    “한 4월 초? 5월 초?”

    ▼ 어떻게 알게 됐나요?

    “(최 변호사의 내연녀 중에) 여의사가 한 명 있어요. 최 변호사와 10년간 동거한 윤○○라는 여자입니다. 그 여자 분이 밤에 계속해서 전화를 하는 거예요, 최 변호사한테. 그래서 제가 누구냐고 물었죠. 그랬더니 최 변호사가 ‘자기를 좋아하는 스토커’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우연히 (최 변호사 휴대전화에 있는, 최 변호사와 여의사 윤씨가 주고받은) 문자를 보게 됐죠. 보니까 최 변호사 설명하고는 달랐어요. 그런데 4월경인가, 윤씨에게서 연락이 왔어요. 윤씨가 처음에는 제가 여검사인 줄 알았죠. 여검사와 제가 이름이 비슷하거든요. 윤씨가 착각한 거예요. 윤씨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전 검사와 최 변호사의 관계를 알고 있었고, 두 사람이 이미 헤어진 걸로 알고 있었는데 다시 만난다고 생각해서 제게 전화해 화를 낸 거죠. 그런데 제가 이 전 검사가 아니라는 걸 알고는 오히려 저에게 ‘이 전 검사와 최 변호사의 관계를 알고 있느냐’고 물었어요. 그래서 이 전 검사의 존재를 알았어요. 윤씨는 자기가 각서를 받고 최 변호사에게 10억원을 빌려줬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얼마 있다가 윤씨가 저와 최 변호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냈어요. 나 때문에 자기와 최 변호사가 헤어졌으니 10억원을 같이 갚으라는 내용이었어요.”

    ▼ 이 전 검사가 최 변호사에게서 벤츠와 샤넬백 같은 걸 받은 건 어떻게 아셨어요.

    “복잡한 여자 문제가 터지고 나니까, 최 변호사가 제게 변명을 시작했어요. (여의사인) 윤씨에 대해서는 ‘나한테 돈만 긁어내려고 하는 여자다’라고 하고. 이 전 검사도 ‘샤넬백 같은 거나 사달라고 하는 여자다’라고 말하고. 그래서 알게 됐죠.”

    ▼ 검찰 간부 홍씨에게 보낸 서신에 보면 ‘이 전 검사가 최 변호사와 5~6년간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돈을 받은 계좌 입금 내역, 카드 사용 내역, 선물 내역, 녹취록까지 최 변호사로부터 받아서 보관했다’고 되어 있는데요.

    “네. 최 변호사가 그 자료를 보여주면서 ‘나 이렇게 이 검사에게 뜯겼다. 카드도 그 여자가 이렇게 다 썼다’고 했습니다.”

    ▼ 최 변호사가 그걸 다 뽑아주던가요?

    “가지고 있더라고요. 이렇게 말하면 안 되겠지만, 나중에 문제 삼으려고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 최 변호사에겐 다른 여자들도 있었던 걸로 아는데. 다른 여자들의 존재는 어떻게 아셨어요?

    “의사인 윤씨한테 이 전 검사에 대해 듣고, 이 전 검사에게서도 이 여자 저 여자 얘기를 들었어요.”

    ▼ 이 전 검사에게 직접 들은 게 있어요?

    “사실 (이 전 검사와) 통화를 했었어요. 전화가 왔었죠.”

    ▼ 언제 왔나요?

    “그 당시에요. 이 전 검사가 저를 알고 있더라고요. 결국 그 전화 때문에 내연관계였던 여자들에게 최 변호사가 내용증명을 다 보냈던 거예요. 그렇게 해서 최 변호사의 여자관계가 다 까발려졌죠. 이 전 검사는 최 변호사를 만나면 제일 먼저 휴대전화를 뺏어가지고 다 들여다본다고 들었어요.”

    ▼ 이 전 검사가 뭐라고 하던가요.

    “내가 (최 변호사에게) 속고 있다고 그랬어요, 제가. 최 변호사는 네 돈을 노리는 것이지, 널 사랑하는 게 아니라고 말했었고. 최 변호사한테 들었다고. 최 변호사와 헤어지라는 의미였어요, 이 전 검사는.”

    ▼ 이 전 검사는 최 변호사를 정말 사랑했군요. 이 전 검사와는 전화 통화를 몇 번이나 했어요?

    “뭐, (그 얘기는) 그 정도로 해두죠. 구속된 사람에 대해서 이런 말 하는 게 좀….”

    ▼ 이 전 검사와 통화할 때 벤츠나 샤넬백 얘기를 꺼내셨어요?

    “아니요. 제가 왜 그 얘기를 해요. 그럴 필요가 없죠. 오히려 이 전 검사가 ‘(최 변호사에게) 누구누구 여자가 있는 걸 확인해봐라’ 라고 알려줬어요.”

    ▼ 이 전 검사에게 전화가 온 건 최 변호사가 내용증명을 보내기 전이었겠죠?

    “네. 근데 이미 구두로는 수차례 차(벤츠)를 돌려달라고 했다든지, 그랬는데 안 주니까 내용증명까지 보냈겠죠. 이 전 검사는 최 변호사가 딴 여자가 생겨서 자기에게 차를 달라고 하고 돈도 안 준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사실 형편이 어려워져서 그런 것인데. 최 변호사와 이 전 검사가 주고받은 문자에는 이런 것도 나와요. ‘은행마감시간이라고 핑계대지 마. XX야, 돈 내놔.’ 이런 거요. 그런 것들 때문에 결국 문제가 된 거예요, 지금.”

    ▼ 벤츠를 돌려달라고 최 변호사가 이 전 검사에게 내용증명을 보낸 걸 어떻게 아셨어요? 최 변호사가 얘기하던가요?

    “네. (최 변호사에게) 들어서 알게 됐고.”

    ▼ 이미 공개된 문자메시지를 보면 2010년부터 최 변호사가 이 전 검사를 통해서 계속 사건을 청탁해왔는데, 그런 건 모르셨어요?

    “관심을 안 가졌어요.”

    진정인에 대한 검찰수사

    특검이 시작되기 전 검찰은 자체 감찰을 벌여 진정인 이씨 주장의 사실관계를 확인했다. 그러나 이 전 검사가 최 변호사에게 벤츠를 받아 탄다는 사실은 확인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감찰이 허술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이씨는 검찰의 내사(감찰)에 문제가 없었다고 오히려 검찰 편을 들었다. 검찰을 자극하는 말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미 언론보도를 통해 검찰의 자체 감찰이 부실했음이 여러 차례 보도된 직후였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고 검찰을 적극 옹호했다. 이씨는 “특검 수사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기자를 만나 불필요한 얘기를 한다는 등의) 돌출적인 행동은 하지 않으려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는 특검 수사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있는 것 같았다.

    ▼ 언론에선 처음 부산지검에서 그 당시에 진정인인 당신이 전과도 있고 그러니까 이 사람 말을 신뢰할 수 없다. 그래서 그냥 덮은 걸로 알려져 있는데요.

    “아니에요. 부산지검 수사도 잘 진행되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저라도 그럴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래서 제가 녹취를 하기 시작한 거예요. 나중에 내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걸 입증하려고요.”

    그러나 특검의 믿음은 이씨의 믿음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 특검팀은 ‘신동아’가 이씨와 인터뷰를 한 다음다음날인 12월12일, 인터뷰 장소였던 이씨의 자택과 이씨의 자동차 등을 전격 압수수색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씨에게 녹취록과 부장판사 출신 최 변호사 음성 등이 담긴 CD의 원본을 제출토록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아 압수수색을 했다”고 말했다.

    현재 특검팀이 진행 중인 수사대상에는 진정인 이씨와 관련된 사건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바로 지방경찰청장을 지낸 전 경찰 간부 이○○(구속)씨에 대한 특별사면 로비 의혹과 관련된 것이다. 검찰은 최근 진정인 이씨의 지인인 김○○씨를 두 차례 불러 진정인인 이씨가 전 경찰 간부 이씨의 특사 로비에 나섰는지를 집중 조사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경찰청장을 지낸 이씨는 경찰 재직 중이던 2007년 코스닥 상장사 대표에게 투자금 명목으로 2억원을 건넸다가 주가가 떨어졌는데도 2억8000만원을 투자수익 등 명목으로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진정인 이씨와 경찰 간부 이씨는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에도 진정인 이씨는 2008~2009년 사기, 사문서 위조, 국외도피 목적의 여권부실기재 등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명령 200시간을 선고 받기도 했다. 검찰은 최근 진정인 이씨와 관련된 사건 기록을 검토하다가 이런 내용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 문제들에 대해 진정인 이씨는 “이미 법적인 처벌을 받은 사건”이라며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제가 전과가 있어요. (전 경찰 간부) 이씨의 뇌물수수사건이 다시 거론되는 건 정말 유감입니다. 사문서 위조, 금융거래법 위반 같은 걸로 이미 처벌을 받았습니다.”

    ▼ 경찰 간부 이씨와는 어떤 관계였나요?

    “그냥 아는 관계. 이 부분은 특검에서 다 밝혀질 겁니다.”

    거품목욕 시켜주는 남자

    ▼ 최 변호사에게 대체 무슨 매력이 있었을까요? 그 많은 여성이 최 변호사 주변에 있었던 이유가 궁금하네요.

    “다들 그렇게 물어보더라고요, 다들. 도대체 무슨 매력이 있길래, 그 여자들이 다 그렇게…. 그런 거 같네요. 왜 모두들 이데아를 갖잖아요. 어떤 상상의 세계. 미래에 대한 비전, 쉽게 말하면 개개인의 비전이 무엇인지를 최 변호사는 빨리 파악하는 거 같아요. 이렇게 하고 싶은 꿈이 있다고 하면, 그 사람은 거기에 대한 비전을 충족시켜줘요. 나보다 훨씬 많은 지식을 가지고 그에 대한 전문적인 소양을 설명하고 거기에 대한 비전을 제시해줘요. 그럼 제가 생각하지 못한 어떤 그림이 그려지죠.”

    ▼ 당신에게는 어떤 비전을 줬나요, 최 변호사가.

    “저는 일단 전과가 있으니까, 제 꿈이 좌절된 부분이 있잖아요. 일을 하던 사람에게는 일이 절실하거든요. 내가 아무리 돈이 많아서 날마다 쇼핑을 다녀도 채워지지 않는 게 있단 말이에요. 그런 걸 채워줄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죠. 그래서 법률적인 공부도 한다고 그 사람 사무실에 나가서 일을 했어요. 고용계약서까지 맺고. 책상에 앉아서 일하는 자체가 좋은 거죠. 그러면서 그 사람이 다른 변호사들하고 얘기하는 것도 듣고, 사람들이 최 변호사에게 ‘대표님, 대표님’ 그러는 것도 보기 좋았고요. 사람들도 나를 대접해주고. 그리고 항상 저에게 그랬어요. ‘너같이 예쁜 애가 같이 있어줘서 고맙다’고. 날 좋아해줘서 고맙다고.”

    ▼ 행복했겠네요. 그런 말 들으면.

    “믿었죠. 참 묘한 게, 여의사 윤씨는 이 전 검사의 존재를 3~4년 전에 이미 알았어요. 서로 알죠. 그러면서도 최 변호사와 관계를 계속 유지했어요. 둘 다 미쳤으니까. 둘이 그렇게 싸우고도 관계를 이어가는 거예요. 문자를 보면 둘 사이에 온갖 얘기가 다 오고 갔어요. 저도 할 말은 없지만.”

    ▼ 대단하네요.

    “그러니까 이 전 검사의 경우는 무슨 빌미를 잡으면 ‘뭐, 사줘’ 하는 식으로 보상을 받았던 거 같아요. 경제적인 보상으로. 그러다 자연스레 청탁으로 연결됐을 거예요. 이미 빌려준 몇 억원 때문에 관계가 매인 경우도 있고요. 그리고 최 변호사는 평소 화를 안 낼 때는 여자에게 하인처럼 굴었어요. 밥도 다 해주고요. 여자가 손 하나 까딱 안 하게 해줬어요. 다른 여자 얘기 들어보니까 다른 여자들한테도 그랬더라고요. 여의사인 윤씨가 제게 ‘밥 해달라고 해봐라. 볶음밥도 잘하고 국수도 잘한다’고 할 정도로. 심지어는 여자를 목욕탕에서 거품 목욕도 시켜주고.”

    ▼ 본인 사건과 관련된 것 외에도 최 변호사와 관련된 많은 것(법조비리)을 보고 들었을 텐데요.

    “들은 부분에 대해서는 특검에서 조사받으면서 다 얘기했어요.”

    ▼ 하여간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건 진정인이 제기한 의혹뿐인데….

    “그것뿐이겠어요? 한번 생각해보세요. 이 지역에서 판사를 오래 한 사람인데, 그것뿐이겠습니까? 그건 아니죠. 그리고 제가 올해(2011년) 3월경부터 3~4개월간 최 변호사와 같이 살았어요. 그 사람의 일거수일투족, 전화 통화 내용 다 보고 누구한테 전화 왔는지, 또 누구 만나러 가는지도 다 봤잖아요. 지금까지 공개한 게 다겠어요? 그 사람이 내 일로만 (로비를 하러) 다녔을까요?”

    ▼ 그런데 나머지 사람들에 대해서는 문제제기를 안 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저하고는 상관없는 일이니까요. 제 사건을 해결해준다고 청탁했던 대상자들 얘기만 저는 하는 거예요.”

    추가로 폭로할 수도

    ▼ 본인 사건 말고도 문제가 될 수 있는 케이스가 좀 많은가요?

    “그렇지는 않아요. (특검에 얘기를 해 주려면) 날짜 정도는 특정을 해줘야 하니까. 예를 들어서 ○○○ 검사의 여자 문제 때문에 (최 변호사가) 3000만원을 썼다는 내용이 나오거든요, 내 동영상에. 그럼 어떤 계좌, 방식으로 줬는지 확인을 해야 하는데, 내가 사실 당시엔 궁금해하지도 않았고요.”

    ▼ 자기 일이 아니니까 그랬겠죠.

    “전 그런 일에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냥 뭐 어디 가면 어디 간다고 그러고, 뭐 그냥 따라갔다가 밥만 먹고 오고 그랬죠. 그런데 만약에 이번 일이 2차전으로 돌입한다면, 최 변호사가 계속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다면 (달라지겠죠).”

    ▼ 새로운 카드가 있나요?

    “생각을 해봐야죠. 생각나도록 집중해서 찾으면 전 찾을 수 있어요. 이번 일도 그렇게 집중해서 찾아낸 증거로 가능했고요.”

    ▼ 최 변호사에 대해서도 추가로 공개할 게 있나요?

    “당연히 있죠. 증빙하기 어려워서 일단 미뤄둔 것도 있고. 하지만 마음만 먹으면 (못할 것도 없어요).”

    ▼ 예를 들어 성폭행 같은 것들인가요?

    “이를테면 그날 (폭행을 당한) 이후 제가 생리를 지금 못하고 있어요. 그런 조사를 다 (받겠다는 거죠), 까발려서 다 받겠다는 거예요.”

    ▼ 현재 최 변호사는 자신에 대한 혐의 중 폭행, 감금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다고 들었어요.

    “감금 부분만 인정했어요. 때린 적은 없다고. (전치 11주는) 내가 죽겠다고 침대에서 뛰어내리면서 다친 상처라고 했죠.”

    ▼ 당신의 최종 목표는 최 변호사의 구속인가요?

    “최 변호사를 구속시키는 게 제 목표는 아니에요. 사실 저도 착한 사람은 아닙니다. 부끄러운 과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에 대해서만큼은 진실되게 사실만 말하려고 합니다. 내가 바라는 건, 단지 내 말이 사실인 걸 믿어달라는 겁니다. 그것만 되면 그 사람이 구속 안 됐어도 전 만족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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